SCP-1714

일련번호: SCP-1714

등급: 케테르(Keter)

특수 격리 절차: SCP-1714 한 부를 표준형 문서함에 보관한다. SCP-1714 관련 실험 대상은 재단 표준형 논리사고력 시험 (FST-LRS Foundation Standard Test of Logical Reasoning Skills) 130점 미만, 또는 재단 표준형 수학적능력 시험 (FST-MA Foundation Standard Test of Mathematical Aptitude) 130점 미만인 D계급 인원으로 제한한다. 해당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피험자는 수석 연구원과 4등급 재단 수학자 또는 과학자 최소 1인이 승인했을 때라야 실험 대상으로 할 수 있다. 학계 내 재단 요원들은 각종 학술지, 대학, 실험실 내에서 SCP-1714가 출현하는지 감시하며, 고등 수학/물리학/철학 연구기관을 특별히 주시하도록 한다. SCP-1714와 접촉한 민간인은 면담 후 A급 기억소거제를 처리하며, 이후 1년 동안 은밀히 주시한다.

설명: SCP-1714는 미완료된 수학적 증명으로, 재단 수학자가 보기에 논리적으로 타당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현실조정 변칙개체를 분석할 수학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CP-1714는 해당 개체들을 설명하고자 양자거품에서 만들어진 가상 입자들이 충돌하는 데서 출발하는 양자역학 모델을 하나 제시한다. SCP-1714의 중요한 단락 중에는 현실조정 변칙개체가 우리 우주의 경계조건에서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보조정리 또한 있다. 해당 보조정리는 현재 주류 과학의 범위에서 현실 내에 ████개 현실조정 개체가 등장할 것으로 예견하는데, 이 중에 재단이 발견 및 격리한 개체는 ██%뿐이다. 재단 수학자 및 이론물리학자들은 기술만 충분히 발달한다면 SCP-1714 내용 전체를 현실조정 변칙개체를 창조 및 조작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SCP-1714의 텍스트 상에는 간간히 무작위로, 관측가능한 우주가 복잡하다고 공격하면서 우주를 생명을 지탱하지 못할 만큼이나 단순한 형태로 개편하고자 하는 바람을 드러내는 내용이 나타난다. 해당 내용의 논조는 냉철하고 상세한 것부터 일관성이 결여된 것까지 다양하며, 재단의 존재를 적어도 의심은 하고 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있다.

SCP-1714 발췌문

그 비전도 없는 놈들한테 모든 것을 알기는 불가능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건 그놈들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다고. 이 까다로운 걸림돌들한테 꼭 복종할 건 없다. 콧대만 꺾어주면 충분하지.

우리 우주가 현대 과학이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굉장한 공간임을 독자에게 충분히 입증했기를 우리는 바란다. 이토록 자기지시적이며 자기무효적인 물리법칙이 존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 법칙들을 우리가 이해하고 심지어 조작할 수도 있음을 증명한다. 저자는 이 정보를 발표함으로써 그 힘을 오용하는 사람들이 활개를 칠지도 모른다는 잠재적 위험을 알고 있다. 그러나 걱정할 건 없다. 내가 고칠 테니까. 쉬이잇. 모두 다 잘될 거야.

이 우주. 우주는 수학으로 내게 말을 건다. 하는 말이라곤 어수선한 횡설수설거림뿐이다. 약속받았던 아름다움은 어디 갔지? 천상의 음악은 어디 갔어? 음악은 없고 여러 목소리가 불협화음을 일으킬 뿐이다. 몇 성부를 잘라내야 해. 와글거림은 합창으로. 합창은 4중창으로. 4중창은 3중창으로. 3중창은 2중창으로. 2중창은 단 한 개 목소리로, 드높고 순수해서 나 같은 듣는이에게 기쁨을 주는 소리로.

왜 우리가 이해도 못하는 세상에서 빤히 고통받아야만 하지? 이곳은 우리가 바라서 온 세상이 아냐. 어릴 때부터 난 이것과는 훨씬 다른, 모서리 반듯하고 매끈하고 완벽한 프랙탈을 이루는 세상을 바랐어. 이제 나도 다 컸으니 다른 세상을 이곳으로 끌고 올 수 있겠지. 소녀감성인 내가 꿈꾸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세상이 될 거야.

앞 장에서 우리 세상에 다량으로 존재함을 증명한 재귀적 변칙현상들을 생각할 때, 이들에게 과연 어떤 목적이 있을는지 고민해볼 만하다. 저자는 목적론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벌써 우리는 현실왜곡 변칙현상들이 우주의 법칙에서 자연히 귀결되는 결과가 분명함을 실증한 바 있다. 쓸데없이 난삽한 바로 그 규칙들이 우리를 해방한다는 점이 이상할 수 있다. 여기서 다시 한번 고대 신화가 지혜의 핵심 일면을 드러내, 형체 없는 끔찍한 혼돈이 완벽한 우주로 변모시키는 순간이라 하겠다.

모든 게 다 순수해질 거야. 내가 짠 여러 겹 체에 넣고 쳐서 가장 완전한 본질로, 처음과 끝 그대로로 발전할 거야. 영광스럽고 안정되고 신성한 특이점으로. 그리고 난 그 영광을 목도하고, 모든 걸 이해하고 또 알게 되겠지. 영원히.


획득 기록 1714-1

필체 및 어휘 분석 결과, 그리고 ██████대학교 교수진과 실시한 면담으로 미루어 ██████대학교 전 박사후연구원 몰리 제이워데나Molly Jaywadena 박사가 SCP-1714의 저자로 지목되었다. 제이워데나 박사는 ██████대학교 보Beau █████ 명예교수를 지도교수로 사사하면서 초표준모형이론Beyond Standard Model Theory을 연구하며 SCP-1714를 작업했다. █████ 명예교수와 면담을 실시하고 제이워데나 박사의 진료기록을 참조한 결과, 제이워데나 박사는 어렸을 때부터 정신병 직전 단계의 증상이 발현하며 정신건강 문제를 겪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3월 27일, 재단은 ██████대 캠퍼스에서 11km 떨어진 들판에 나타난 소규모 기상 변칙현상 소식을 듣고 대응에 나섰다. 기동특무부대 감마-3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가 현장에 파견되었다. MTF 감마-3은 해당 현장 땅바닥에 있는 지름 2m의 원에서 식물과 흙이 닳으면서 원 바깥으로 고속으로 튀어나오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때 MTF 감마-3 대장의 직접 명령을 무시하고, 제이콥 ███████████ 요원이 정확한 치수를 측량할 목적으로 원 안으로 발을 들였다. ███████████ 요원의 신체는 곧바로 속력 ██.█m/s (MTF 카메라 피드를 바탕으로 측정한 값)로 가속해 원 밖으로 튕겨져 나와 정서쪽 방향으로 50m 떨어진 버려진 농가에 충돌했다. 뒤이어 농가가 폭발하며 MTF 전 대원들이 청각을 영구 손상당했으며, 농가 전체와 ██████████ 요원의 신체 대부분을 산산조각냈다. 화면과 ██████████ 요원의 유해를 슬로우모션으로 분석한 결과, 진공에 노출되었을 때와 맞먹는 급속 감압 현상이 발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추후 실험 결과 원 위에서는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원 위의 공기들은 모두 우주 바깥으로 빠져나갔으며, 땅바닥부터 외기권까지 남아 있는 공간은 원통형 진공으로 남아 있었다. 약 1시간 이후 해당 변칙개체가 확보되어 이 현상은 중지되었다. 이때 진공 공간 내로 공기가 급속히 밀려오며, 한 목격자의 표현으로는 "천둥소리"가 크게 들려오면서 재단 인원들이 다시 한 번씩 청각 손상을 겪었다.

지역 [편집됨]와 [편집됨] 내 정보통에게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재단 요원들은 ██████대학교 캠퍼스 내 몰리 제이워데나 박사의 방으로 찾아갔다. 방 안은 어질러진 채로 옷가지나 가방, 돈, 기타 귀중품들 등이 사라져 있었다. 제이워데나 박사의 컴퓨터 안에는 들판의 감시 영상, 몇 페이지 분량의 방정식, 변칙현상의 지속 기간에 관련된 자세한 기록, SCP-1714 등이 저장되어 있었다. 또한 방 안의 모든 반사면에는 립스틱으로 "εὕρηκα"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 제이워데나 박사의 소재는 이 시점부터 불명이다.

몰리 제이워데나 박사의 방에서 회수한 기록
-10분 첫 실험을 앞두고 방정식을 재확인 중. 카메라를 안 쓰는 █████ 들판에 설치해뒀다. 영상 수신 상태 양호. 계산이 어긋나기 전까지 변칙현상을 최대 120분 동안 유지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지금보다 더 큰 규모로 변화를 미치기엔 증명이 아직 불충분한 관계로.
-5분 장치 세팅. 건조 상태가 수준 이하다. 검토 결과 인력을 좀 아웃소싱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학부생은 고분고분한 공짜 노동력으로 아주 풍부하게 부려먹는 것까진 좋았는데 결과가 이따위니.
-2분 장치가 기능한다. 이 자체가 변칙현상인가 보다. 이제 실험의 성패는 내가 계산을 어떡하느냐에 달렸다.
0:00 수천 개의 태양이 발하는 빛이/ 하늘에서 단숨에 쏟아진다면/ 그야말로 특이점의 광휘라고 할 수 있겠지.
15:37 변칙현상이 안정되었다. 무중력 구역 내 물질들이 예상했던 대로 행동한다. 역시 ███ 씨 말대로, "관성은 개자식이다".
20:45 예상 못했던 상황. 준군사조식이 갑자기 현장으로 튀어나왔다. 행동으로 보아하니 변칙현상을 연구하러 온 듯.
21:57 사망자가 처음 나왔다. 다들 좀더 주의해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구역을 확보하고 지원을 요청하는 듯.
52:34 증원 인원 도착. 주로 과학자라든가 다른 연구원이다. 군인은 왠지 눈에 안 띈다. 변칙현상을 보고 생각한 것보다 훨씬 침착한 기색.
60:14 정부는 아니다. 변칙현상을 처음 보는 사람 같지도 않다. 과학계에서 재귀적 변칙현상 아는 사람 없는 게 설명이 가겠네.
66:13: 뭔가 잘못됐는데
70:24 젠장 젠장 이럴줄 알았어 빌어먹을 하이에나 자본가들이랑 염병할 기술자들 장치를 전부 날려버려야 해 젠장

기록 나머지는 글자들이 아무렇게나 쓰여 있는데, 두 주먹으로 키보드를 마구 내리쳤을 때 입력되는 패턴과 일치한다.


부록-02 제이워데나 박사가 종적을 감춘 이래로 SCP-1714의 내용과 비슷하면서 이따금 나오는 작가 주석만 없는 자료들이 연구대학이나 지역 전문대학, 심지어 한 번은 고등학교까지, 각종 교육기관에서 출몰한 바 있습니다. 해당 문서들은 획득 당시의 교육 수준에 부합하는 교재 형식이었고, SCP-1714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심오한 개념들을 소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케테르 등급으로 재분류를 요청합니다.
-에이미 ████ 박사

승인합니다. -O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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