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204-FR
위협 등급: 황색(Jaune) ●
등급: 안전(Sûr)
특수 격리 절차: 백지 SCP-204-FR 개체는 키비안 기지 S-301 저장실에 보관한다. 정보가 기재된 SCP-204-FR 개체는 기록보관부 보관함 #ARCH-204에 저장한다. S-301 저장실과 보관함 #ARCH-204 모두 2등급 미만 인원의 출입을 엄금한다. 백지 SCP-204-FR을 연구할 인원은 실험 시를 제외하면 필기도구·라벨·도장을 소지할 수 없으며, S-301 저장실에 출입할 때 몸수색을 거쳐야 한다.
SCP-204-FR-01 개체를 발견하면 모두 구인하며, 심문 후 B급 기억소거제를 투여하고 석방한다. 개체가 보유한 SCP-204-FR은 압수 및 보관한다. SCP-204-FR-02에 해당하는 대상 및 장소는 각자 회수하거나 위치를 특정하되, 그 밖에 다른 격리 조치는 시행하지 않는다.
헤-204 구역은 그 특성한 격리가 불가능하다. 해당 구역의 변칙성이 미미하므로 격리 절차는 구역을 수색하며 SCP-204-FR-01 개체가 심문 중에 밝힌 SCP-204-FR-02 개체를 회수 및 특정하는 정도로 실시한다.
기동특무부대 람다-13("수호천사Les Anges Gardiens")은 독일연방공화국 정보기관 및 내부보안기관과 협력하여 SCP-204-FR-01 B군에 해당하는 개체를 파악하고 위치를 특정한다. 더불어 MTF 람다-13은 독일의 정치 요인이나 정치적 상징성이 큰 건물이 SCP-204-FR의 영향을 입지 않도록 보호하고 은밀히 감시해야 한다. SCP-204-FR-LEAD의 존재에 관련된 정보를 발견한다면 모두 지체없이 SCP-204-FR 연구 책임자(現 K. 뮐러Müller 박사)에게 송달한다.
설명: SCP-204-FR은 여권 2,318부 (백지여권 ████부, 정보가 기재된 여권 ███부) 를 통틀어 이른다. 표지는 대개 파란색이지만 발행 일자에 따라 다른 색을 띠기도 한다. SCP-204-FR에는 평범한 재래식 여권처럼 소지인의 신원을 기재하는 정보면이 있다. 기재하는 정보는 성명, 출생 일자 및 장소, 간략한 신체 정보, 서명, 발급일 등이다. SCP-204-FR의 변칙성이 발현하려면 기재란에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작성해야 한다. 여권 소지자가 자신의 서명을 기재했다면 다른 사람이 남은 정보를 채우더라도 변칙효과를 입지 않는다.
백지 SCP-204-FR 개체에 정보를 기입한 사람 (이하 SCP-204-FR-01) 은 자신이 정체불명의 국가 "미텔하임Mittelheim 공국"의 시민이라고 주장한다. SCP-204-FR-01 개체는 독일어를 유창히 구사할 수 있으며, 미텔하임의 역사에 관련된 명확하고 일관된 정보를 저절로 습득한다. 대상의 주장에 따르면 미텔하임은 바이에른주 남부의 특정 영역 (이하 헤-204 구역) 에 자리잡았으며 1805년 오스트리아 제국이 프랑스 제1공화국에게 패배한 후 체결한 프레스부르크 조약 당시에 독립해 1909년 2월 21일 독일 제2제국의 침공으로 멸망했다고 한다.
SCP-204-FR-01 개체는 대개 장신구나 동전, 우표, 스크랩한 신문 등 어떤 작은 물건 (이하 SCP-204-FR-02) 을 지니는데, 제각기 미텔하임의 존재를 주장하는 증거로 작용한다. SCP-204-FR-02가 실제로 생겨나는 경위는 불명확하다. SCP-204-FR-01 개체는 자신을 미텔하임 시민으로 인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더라도 해당 물체들을 보고 오래 전부터 내려온 물건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SCP-204-FR-01 개체들은 헤-204 구역 내에서 기념비나 종교적·정치적 건물, 자연경관이나 작은 마을 등 "미텔하임을 상징하는" 장소 (역시 이하 SCP-204-FR-02) 를 정확히 지적할 수 있다. 이 SCP-204-FR-02는 해당 지역에 인접한 주민을 비롯하여 아무도 인식한 적 없고 어떠한 총람이나 데이터베이스에도 기록되지 않았으나, 현장 요원들이 파견되어 탐사한 결과 해당 장소들은 모두 실재했으며 접근하기 그다지 어렵지도 않았다.
SCP-204-FR-01 개체는 독일 정부에 미텔하임의 독립 및 승인을 요구하고 있으며, R████████의 영주이자 신성로마제국의 선제후인 루돌프 5세 폰 노이프린츠Rudolf V von Neuprinz 변경백 (이하 SCP-204-FR-LEAD) 을 복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인물은 정체가 파악되지 않았으며 실재하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SCP-204-FR-01 개체들은 공통의 목적을 실현할 뜻으로 가벼운 행동 내지 내란에 준하는 행동을 실시한다. 여러 차례 면담과 실험을 거쳐 확인한 바에 따르면 SCP-204-FR-01은 두 가지 파벌로 나뉜다.
- A군, 일명 "온건파"는 평화적 운동을 추구한다. A군의 활동은 민간인에게 백지 SCP-204-FR 배부, 전단 배포, 청원서 서명 운동, 정치 투신 등이 있다. 주목할 사례로 20세기 후반에 독일의 주요 정당으로 활동했던 [데이터 말소]이 있는데, A군의 20% 이상이 이 정당에 참여했으며 재단은 나중에 이를 파악하고 전원에게 C급 기억소거제를 투여했다. A군은 SCP-204-FR-01 중에 다수파이며, 총 ███명이 집계되었고 이 중 50명 정도가 구인되지 않았다.
- B군, 일명 "강경파"는 수효가 적지만 행동이 훨씬 과격하다. B군은 독일 시민을, 특히 정치인이나 구제국 귀족의 후예를 굉장히 적대적으로 바라보며 압제자 내지 침략자로 취급한다. B군은 독일 내에서 폭행이나 암살, 납치, 몸값 요구 등의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총 ███명이 집계되었고 이 중 30명 정도가 구인되지 않았다.
부록 204-a: 내력
SCP-204-FR은 198█년 10월 13일의 사건으로 처음 회수되었다. 당시 베를린에서 국가의회 의사당 건물을 누군가 사제 폭발물로 지하에서 조작하던 중에 독일 경찰이 해당 인물을 긴급 체포했다. 폭발물은 경찰 당국이 신속히 해체했으며 해당 인물은 구속되어 심문을 받았다. 심문 과정에서 해당 인물은 자신이 불명의 정당(A군)의 수장이자 루돌프 변경백 수하의 총리라고 주장했다. 해당 인물(이하 SCP-204-FR-A1)의 거처를 담당 경찰이 수색한 결과 수많은 백지 SCP-204-FR과 여러 가지 특이한 물건(SCP-204-FR-03)이 발견되었다.
당시 해당 지역 경찰에 잠복하던 B████████ 요원이 SCP-204-FR-A1의 특이한 행태와 발언을 목격하고 회수한 물품이 변칙성을 띤다고 의심하여 재단에 이 사건을 통지하였다. 기동특무부대 델타-0 ("맨 인 블랙") 이 출동하여 SCP-204-FR과 SCP-204-FR-02를 회수했으며, 또한 세금 체납 문제를 명목으로 SCP-204-FR-A1까지 재단으로 이송했다.
부록 204-b: 면담 녹취록
날짜: 199█/07/19
면담자: 뮐러 박사
면담 대상: D-7010
서문: 백지 SCP-204-FR에 D-7010의 신상을 기입하고, 대상자에게 서명하도록 요구했다. 이하 면담은 독일어로 진행되었다.
<기록 시작>
뮐러: 안녕하세요 D-7010. 잘 지냈습니까?
D-7010: 아뇨 완전 별로였어요.
뮐러: 다행이네요. 몇 가지 간단한 질문을 드릴 테니 대답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괜찮나요?
D-7010: 뭐 너무 개인적인 질문만 아니라면야…
뮐러: 본인의 성함이 S██████ O███이고, 영국 [데이터 말소]에서 198█년 ██월 ██일 태어난 영국 시민이 맞습니까?
D-7010: 네 맞아요. 하지만 "영국 시민"이란 말은 쓰지 말아주세요. 저는 미텔하임 공국 시민이거든요.
뮐러: 그렇다면야. D-7010, 모국어가 뭐죠?
D-7010: 영어요. 박사님이 물어봤잖아요, 영국 출신이냐고.
뮐러: 그렇죠… 독일어는 언제 배우셨죠?
D-7010: 한 번도 배워본 적 없어요.
뮐러: 지금… 저희가 독일어로 대화하는 건 알고 계시죠?
D-7010: 네 당연하죠. 우리나라 국어니까요. 자기 나라 말 쓸 수 있잖아요? 자기가 쓰고 싶은 언어 쓰는 거 간섭하진 맙시다!
뮐러: 진정하세요 D-7010. 그냥 질문입니다. 계속하죠. 본인을 자기 나라 시민으로 인식한 지 얼마나 되었나요? 미텔하임 사람으로?
D-7010: 10분쯤 됐죠. 방금 여권에 서명시키셨을 때.
뮐러: 그렇군요. 미텔하임은 어떤 나라인지 조금만 말씀해 주시겠나요?
D-7010: 네 물론이죠. 되게 살기 좋은 곳이에요.
뮐러: 직접 살아보셨나요?
D-7010: 어… 그건 아니에요. 살아보진 않았죠. 그래도… 집에 옛날 엽서가 몇 개 있어요. 사진이 멋지죠. 그 중에 제일 좋아하는 엽서가 있어요. 블라우제Blausee 호수. 유럽에서 제일 깨끗한 호수죠. 크기도 크고 물빛도 파랗고… 조각배도 띄울 수 있어요. 이 미친 연구소에서 나가면 제일 먼저 거기부터 갈 거예요.
뮐러: 그 호수가 어딨나요?
D-7010: 우리나라 남쪽, [데이터 말소] 근처요. 오스트리아 국경 앞에. 박사님도 가보시게요?
뮐러: 죄송합니다만 거기쯤이면 호수가 아예 없는 곳입니다. 제가 [데이터 말소] 출신인데 제가 알기로…
D-7010: 지금 거짓말로 몰아가시는 건가요? 본인이 뭘 안다고 그러세요? 뭐 그래요, 박사님은 미텔하임 사람 아니니까. 독일 사람이니까 그럴 만도 하죠. 그쪽 선조들이 우리 문화를 다 말살해버렸는데 그쪽 말만 듣고 배웠을 테니까 뭘 어쩌겠어요. 가르쳐줄까요? 다시 [데이터 말소]로 가봐요. 거기서 남쪽으로 10km 가면 [데이터 말소] 딱 옆에 호수가 바로 있어요. 거짓말인지 봐봐요. 가서 그쪽 사람들이 우리 역사를 얼마나 짓밟아댔는지 마음껏 감상하시구요.
뮐러: 아 네, 그러겠습니다. 여기까지 하죠, D-7010.
<기록 종료>
비고: 지도제작가 리르카시 스팀프Lyrkasy Stymph 헤-204 구역 남쪽의 [데이터 말소]으로 지도를 제작하고자 파견되었다. 스팀프는 D-7010의 증언을 따라 움직여 블라우제 호수를 발견했다. 호수는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불과 몇백 미터 떨어져 있었다. 마을 주민을 심문하자 모두 자기 마을 주변에 그런 호수가 있는 줄 모른다고 증언했다. 마을에서 오래 살았던 민간인 10여 명을 선발해 호수를 직접 보여주자, 모두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면서 이 자리에는 원래 밭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해당 민간인 전원에게 A급 기억소거제를 투여하고 되돌려보냈다.
날짜: 198█/05/19
면담자: 뮐러 박사
면담 대상: SCP-204-FR-A1
<기록 시작>
뮐러: 안녕하십니까 SCP-204-FR-A1. 좀 어떠십니까?
A1: 굳이 그렇게 기다란 번호로 저를 부르셔야겠습니까? 그냥 미겔Miguel이라 불러주시죠, 사람 부르듯이.
뮐러: 절차가 그렇습니다. 아무튼 당신의 정치활동 이야기를 조금 들어보고 싶습니다만.
A1: 뭐 기꺼이. 우리의 권리를 사수하는 아주 당연한 행동이라고 봅니다. 아니 세상 누구라도 그렇지 않겠나요. 자기 목소리가 남들에게 들리려면 팔뚝 걷어붙이지도 않고 가만히 서 있으면서 항의로 맺어진 잘 익은 과실이 입에 똑 떨어지길 기다릴 순 없습니다. 상식 아니겠습니까.
뮐러: 그렇죠. 그러면 질문드리겠습니다. 당신들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어떤 행동을 추구합니까?
A1: 당연히 독립입니다. 그리고 국가로 공식 승인받는 것이고요. 행동이라면 저희는 고전적이고 평화로운 활동만을 추구합니다. 의견을 무력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집단의식에서 의견을 이끌어내려는 거예요.
뮐러: 체포 당시에 폭발물을 조작하고 계셨다고 들었는데요.
A1: 제 폭탄이 아닙니다! 게다가 경찰에 신고한 게 저였다고요. 그놈들을 의심한 지 오래되긴 했지만… 아니 아무튼. 저희는… 우리는 거기 폭탄을 설치한 놈들과 아무 관련 없습니다.
뮐러: 설치자와 아무 관련 없다? 당신들 중에 테러를 추구하는 집단이 또 있다는 뜻인가요? 그자도 미텔하임 사람이고요?
A1: 아뇨! 아, 맞긴 하지만… 사실상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테러를 계획한 건 맞지만, 우리 절대다수는 감히 그런 짓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말씀드렸잖아요, 평화를 추구한다고.
뮐러: 그 설치자와 그쪽 파벌 말씀을 좀 해주세요.
A1: 음, 좀 복잡하고 지난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뮐러: 가급적 핵심만 추려주세요.
A1: 노력해보죠. 상황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 시절 정세를 이해해야 합니다. 1900년대 초 있잖아요. 그때 유럽의 상황은… 팽팽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삼국 동맹이 안 좋은 분위기를 줄줄 흘리고 있었죠. 곧 전쟁이 벌어지고 독일에 안 좋은 결과가 벌어질 줄 저희도 직감했습니다. 저희는 그때도 평화를 추구하고 전세계의 분쟁을 막아보려고 분투하고 있었단 말이죠? 역설이지만 그러다 보니 저희는 제국에게 봉기를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반역이었을까요? 뭐 그런 생각이야 막지 않겠습니다만, 저희가 바라는 바는 그 모든 분쟁에서 벗어나 평화를 찾는 것뿐이었어요.
뮐러: 조용하게 살고 싶다는 그 욕구가 "강경파"를 자극했다는 소린가요? 그래서 주요 인물 100년도 전에 세상을 떠난 지금 와서 2차대전 이후로 쓰지도 않는 국가의회 의사당을 폭파하려 그랬다고요?
A1: "복수"에 더 가깝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실 우리 조상들도 순진무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야 인정해야죠. 특히 뮌헨 포위전 때는 끔찍한 학살까지 벌였는걸요. 제국군도 시민도 무차별로 죽였습니다. 그때 변경백군 총사령관… 제가 착각하지 않았다면 폰 펠스바흐von Felsbach였을 텐데, 사령관은 독일 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우리 영토에서 저지른 약탈과 범죄를 모조리 복수하려는 마음을 품었습니다. 그래서 침공했더니 이번엔 제국이 복수를 자행했고요. 참 아이러니하죠?
뮐러: 어떤 복수였습니까?
A1: 나라가 언제 사라지는지 아십니까? 시민들이 대학살당한다 하더라도 아이를 새로 낳을 수 있습니다. 문화를 절멸시키더라도 기념비야 다시 세우고 그림이야 다시 그릴 수 있죠. 정답은 나라가 망각 속에 빠질 때입니다. 온 세상이 이 나라의 존재를 통째로 부인하는 겁니다. 그게 바로 제국의 복수였습니다. 하루아침에 미텔하임은 완전히, 간단하게 잊혀져 버렸죠. 나라도 마을도 문화도 시민도 역사도… 신화나 전설 속 존재도 아니고 완전히 기억의 공백에 덮여 버렸습니다. 전국 수준의 능동적 알츠하이머였죠.
뮐러: 그래서 테러를 도모한 행위가 정당했다고 말씀하는 건가요?
A1: 뭐 사실 이번 짓을 저지른 자는 복수에서 한 발 더 나가려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기억 속에 그만큼이나 난폭한 짓을 찍어두면 언젠가는 기억이 깨어나리라고 믿었을 테죠. 그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실현될지도 모르죠. 하지만 좋은 해답은 아니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뮐러: 감사합니다 SCP-204-FR-A1. 여기까지 하죠.
<기록 종료>
부록 204-c: 일부 선별 문서 내용 기록
송신: 제국 검찰 미텔하임 공국 검사장 프란츠 폰 슐타이스Franz von Schultheiss
수신: 제국 수상 베른하르트 폰 뷜로Bernhard von Bülow
날짜: 1908/07/28
수상 각하,
서면으로 이렇게 간절히 탄원하오니 미텔하임의 상황에 관련하에 제가 근심하는 바를 황제 폐하께 전달해주십시오. 오토Otto 변경백의 행동이 갈수록 염려를 키우고 있으니 이제는 변경백이 과연 제국에도 황제 폐하께도 아직 충성을 바치는지 의심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 주민들이 제국 대표자에게 공공연히 반감을 표출하고 있으며 제국 정부의 정책에 저항하는 세력도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조만간 유럽에 전쟁이 벌어진다는 소문 때문에 불안이 과중되면서 평화주의자들이 나날이 투쟁하는 태세로 나서는데다 프랑스나 영국으로 투항하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 오토 변경백이 영국 영사와 오랫동안 면담하며 유럽의 정세를 논의했습니다. 믿을 만한 소식통의 말로는 변경백은 지금 제국이 영국과 갈등을 겪건 말건 자신과 영국 왕 에드워드 7세는 형제이자 친우로서 지내겠다고 개인적으로 밝혔다고 합니다.
게다가 오스트리아의 소식통이 전하는 말로는, 어떤 소규모 테러 집단이 보스니아 반군에게 무기를 팔고 있는데 비밀리에 미텔하임 경찰의 지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경찰도 경찰청장도 그런 집단은 들어보지도 못했다며 발뺌하고 있습니다만 이미 오스트리아에서 증거 보고서를 숱하게 내놓고 있습니다. 빈 검사장에게까지 이 소식이 들어간 상황입니다.
감히 망상이라고 취급하지 말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혼동할 여지가 없는 확실한 정보만을 취합했습니다. 이 편지에 제가 드린 말씀을 증명하는 데 필요한 문서 일체를 첨부했습니다.
각하의 친우이자 황제의 충성스런 종복이 될 것을 맹세하며,
송신: 제국 수상 베른하르트 폰 뷜로
수신: 바이에른 국왕 오토Otto
날짜: 1908/08/01
전하. 미텔하임 상황 용납불능. 폰슐타이스검사장 살해와 잇따른 폭동 불벌안됨. 황제폐하 미텔하임인 내란배반발생시킴 포고. 오토변경백 책임. 폐하 군대파송하여 해당지역 평정 전하께 몸소요구. 금번례 일개예시이며 제국반역자 예고 고도불명예임 전파기대. 기타사항 추후알림.
서론: 해당 일기를 작성한 사람은 내용에 따르면 W███████ O█████████로, 변경백령 육군 중사였으며 미텔하임과 독일 제2제국의 1908-1909 연간 내전에 참전했다고 한다. 작성자는 SCP-204-FR-A-139의 할아버지(원 소장자로 추정)와 이름과 연령이 일치했으나 그 밖의 인적사항은 완전히 불일치했다.
1909년 2월 17일
뮌헨에서 후퇴했다. 병력도 식량도 탄약도 부족한 상황에서 폐허를 계속 사수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간부들이 자기가 저지른 결과를 외면하려는 것 아닐까 싶다. 뮌헨에서 우리는 정의롭게 행동하지 못했다. 정의를 위해서 들고 일어나 놓고 정의를 스스로 시궁창에 처박아버렸다.
변경백령의 명령으로 우리에게 총부리를 들이댄 들이댔을 수도 있는 사람은 민간인과 군인을 막론하고 모두 살해했다. 탄약을 아끼려고 밧줄과 총검을 동원했다. 간부들은 끊임없이 이게 당연한 결과라고, 어용 유격대에겐 이게 맞는 결말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하지만 간부들도 양심의 가책을 우리보다 오히려 훨씬 크게 느끼리라 생각한다. 얼마나 죽었을까? 얼마나 많은 여자와 아이와 노인이 죽고 또 얼마나 다쳤을까? 셀 수 없겠지. 변경백은 비열하다 우리 모두 비열하다.
[관련없는 내용 편집됨]
교전 중에 총탄이 허벅지를 스쳤다. 아팠지만 상처가 얕아서 걸을 수는 있었다. 총 쏜 자들이 척후병이었으니 제국군도 이제는 본대가 뮌헨에 도착했을 테다. 우리가 무슨 짓을 했는지 본다면… 미텔하임에 돌 하나 제대로 서 있을는지.
1909년 2월 19일
오늘 뭔가 이상하다. 어젯밤에 대위가 부상은 입었어도 분대와 같이 폐허 근처 작은 마을에 생존자 수색은 나가보라고 명령했다. 아는 마을이었다. 지명은 클라인부르크Kleinburg. 클라우스Klaus의 부모님이 사는 살았던 사는 곳이다. 불쌍한 클라우스. 그나마 부모님이 아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은 못 들어서 다행일까. 대위도 내전 벌어지기 전에 여기서 살지 않았을까 싶다. 허벅지가 아직 아프지만 그다지 먼 곳도 아니고 몸 좀 놀린다고 더 아프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마을에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마을에 남은 건 잘 쳐주면 폐가가 된 민가 40여 채와 조그만 교회뿐이었으니 수색하기 힘들지도 않았다. 지붕이 멀쩡한 건물이 교회밖에 없어서 성구 보관실에 들어가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
다음날 우리를 깨운 사람은 목사였다. 목사는 불안한 기색으로 우리한테 여기서 뭐 하냐고 물었다. 우리는 먹을 것을 찾고 있었다고, 내가 다리에 총을 맞아서 의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도 미텔하임 사람이니 아무 걱정 안해도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목사는 왠지 우리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듣는 표정을 지었지만, 먹을 걸 가져다줄 테니 일단 교회에서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바깥으로 나갔더니 어제와 전혀 다른 광경이 보였다.
마을이 완전히 멀쩡했다. 민가들이 제대로 다 서 있고, 길거리가 행인으로 복작복작하고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마치 클라인부르크가… 부활했다고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바로 클라우스의 집부터 찾아갔다. 부모님이 살아 있었다. 푸줏간을 꾸린 채로. 아들 소식을 아시냐고 물었다. 도무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들이 처음부터 없었다며.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서 이 유령 마을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에른스트 바그너Ernst Wager가 갑자기 멈추라고 하더니, 겁먹은 얼굴로 길가의 조그만 카페를 가리켰다. 대위가 테라스에 앉아서 그로그(grog)를 마시고 있었다.
대위는 우리를 알아보지 못했다. 생존자를 수색하라고 우리를 파견한 것도, 내전이 발생했다는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자신은 이 마을 토박이 변호사고 군대에는 발끝도 들인 적 없다고 말했다. 도무지 아무것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가며, 중대와 연대의 사진을 눈앞에 내밀면서 함께 지냈던 몇 달을 뭐라도 떠올리게 하려고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대위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오히려 점점 무서워하는 표정을 띠었다. 생각해보니 당연하다. 남자 대여섯 명이 총 들고 찢어진 군복 입고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하겠는데 한번도 본 적 없는데 갑자기 몰아붙이고 악을 쓰면 누구나 불안하지. 대위는 10마르크를 줄 테니 제발 그만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때 에른스트가 총을 쳐들고 대위를 쏘려고 했다. 내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진짜로 쐈을 거다. 대위가 도와달라고 소리치자 우리는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충격과 공포가 너무 큰 나머지 상처가 힘이 들어가서 다시 벌어진 것도 나중에야 깨달았다.
캠프를 쳤던 곳으로 다시 돌아와 보니 부대는 없고 눈밭만이 자욱했다. 텐트도 대포도 장비도 없었다. 우리처럼 갈 곳 잃은 군인 몇백 명만이 멍하니 모여서 부대의 행방을 묻고 있었다. 우리처럼 먹을 것을 구하거나 땔감을 가지러 갔다온 사람도 있었다. 정찰 갔다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도저도 아니면 눈을 떴더니 캠프가 있어야 할 곳에서 지난밤 같이 잠을 청했던 수천 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가 저주를 받았다, 이미 죽었다, 배가 고파서 정신이 나갔다 같은 소리가 오갔다. 우는 사람도 있었고, 아무 생각 없이 눈밭에 누운 사람도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모두(적어도 충격에서 그나마 벗어난 사람들은 모두) 모여 짧게 논의한 끝에 각자 흩어져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나는 에른스트와 군터 마르크스Gunther Marx와 같이 떠났다. 무서웠다. 모두 무서워했다. 그리고 도저히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 이놈의 다리… 그레타Greta와 아이들이 나를 만나면 알아봐 주기를 바랄 뿐.
1909년 2월 20일
오늘은 없다. 아무것도.
1909년 2월 21일
[데이터 말소]
1909년 2월 22일
그레타와 아이들을 데리고 에른스트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마을 예배당에서 결혼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식 끝나고 열린 파티는 소박했지만 즐거웠다. 신혼부부에게 주려고 그레타가 친구들과 큼지막한 검은 숲만한 케이크를 준비해 왔다. 다들 춤을 췄는데 나는 추지 않았다. 요 며칠 동안 이상하게 다리가 아프다. 의사를 찾아가봐야 할 텐데.
부록 204-d: 주요 SCP-204-FR-02 물체 및 장소
- 동전 739개. 적혀 있는 발행 연도는 1805년 ~ 19██년이다. SCP-204-FR-01들의 발언에 따르면 동전에 그려진 인물들은 지금까지 미텔하임에서 SCP-204-FR-01의 공동체를 이끌었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 2009년 발행된 2유로 동전 45개. SCP-204-FR-01들의 발언에 따르면 동전에 그려진 인물은 SCP-204-FR-LEAD라고 한다.
- 헤-204 구역에 있는, [데이터 말소]에서 멀지 않은 작은 마을. 민가가 절반 이상 비었으며 남은 주민은 모두 SCP-204-FR-01이었다. 주민은 모두 C급 기억소거제를 투여하고 이주시켰다.
- [데이터 말소] 한복판에 있는 거대한 건물의 폐허. 궁성 또는 관공서로 추정된다. 인근 주민들은 그런 폐허가 존재하는지 전혀 몰랐다고 밝혔으며, 직접 보고 나서야 존재를 알아차렸다.
- 19세기 초반에 그려진 310 × 150 cm 크기 그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변경백 오토 1세 폰 노르덴죈Nordensöhn에게 공국의 독립을 승인하는 장면이다.
- 옛날 독일 신문에서 스크랩한 기사.
- SCP-204-FR-A1이 체포 당시 보유하던 포스터와 선전 전단, 청원서 명부 등. 관련 실험에서 관찰된 바에 따르면 해당 문서들을 열람한 사람들은 미텔하임 공국 관련 정보를 흥미롭게 여기고 호기심을 크게 품었으며 역사 및 문화를 더 많이 알고자 하였다. 이 현상이 가벼운 변칙효과인지 혹은 단순한 호기심인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 인쇄 및 제본 장비. SCP-204-FFR를 최초 격리할 당시에 같이 회수했으며, 대상을 제작하는 도구로 추정된다. 특별한 변칙성은 띠지 않는다.
- 헤-204 구역의 지형을 표시하는 지도. 1820년 제작되었다. 해당 지도는 문서고에서 열람할 수 있으며, 3등급 인가가 필요하다.
- 제각기 다른 모양을 띠는 군복 여러 벌. 20세기 초에 제작되었다고 추정된다. 해당 군복들은 실제로 20세기 초에 사용되었던 어떠한 군복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 1855년 출간된 《마을과 들판의 이야기와 소식Contes et Nouvelles des Villes et des Champs》이라는 문집. 저자 루트비히 츠바이슈타인Ludwig Zweistein은 미텔하임의 문단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해당 서적은 문서고에서 열람할 수 있으며, 2등급 인가가 필요하다.
- 19세기 말에 출간된 초등학생용 역사서. 공국의 역사를 간단히 기록했다. 해당 서적은 문서고에서 열람할 수 있으며, 2등급 인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