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3027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SCP-3027-1은 제19기지의 표준형 인간형 격리실에 수감되어야 한다. 하급연구원 그린Green과 대상은 접촉해서는 안 되며, 하급연구원 그린이 SCP-3027에 관한 정보를 인지해서도 안 된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녀는 제███임시기지로 전근 처리되었다.
SCP-3027-2는 제19기지의 고급 보안 문서보관소에 보관되어 있어야 한다. SCP-3027-2에 대한 접근은 보안 인가 3등급 이상의 연구 인력에게만 허용되나, 그 내용을 따로 저장하려는 시도는 보안 인가 등급을 막론하고 그 누구에게도 허가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본 문서의 내용 역시 눈으로만 읽을 것을 상정하며, 사본을 만들거나 저장장치에 저장해서는 안 된다.
SCP-3027-1이 SCP-3022를 오용한 바 있으나, 윤리위원회의 표결 결과에 의하여 이에 대한 징계는 실시하지 않기로 한다. 윤리위원회는 표결 과정에서 SCP-3027-1의 규칙 위반이 재단에 우호적인 의도에 따른 것이었음을 언급하였다.
설명: SCP-3027은 말하고 쓸 수 있는 언어로서, 평행우주의 하급연구원 그린(이하 SCP-3027-1이라고 지정)에 의해 재단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 SCP-3027-1은 의도적으로 SCP-3022를 허가 없이 사용하여 평행우주로부터 우리 우주로 넘어왔다. SCP-3027에 관한 지식을 보존하고, 통제된 환경에서의 연구를 가능케 하기 위해 해당 평행우주는 PR-3027-바벨PR-3027-Babel로 지정되었다.
우리 우주의 하급연구원 그린이 영어만 구사할 수 있는 것과 달리, SCP-3027-1은 영어와 SCP-3027에 모두 능통하다. SCP-3027에 관한 재단의 정보 대부분은 SCP-3027-1이 제공한 것이다.
SCP-3027-2는 PR-3027-바벨 평행우주의 옥스포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1950년에 출간한 《영어 구사자를 위한 ███████ 문법 및 사전 완전판》(Complete Grammar and Dictionary of ███████ for English Speakers) 한 부다. SCP-3027-1이 이쪽 우주로 올 때 들고 왔다. SCP-3027-1이 SCP-3027을 말하거나 쓸 때마다 SCP-3027-2의 분량과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 관찰된 바 있다.
SCP-3027는 PR-3027-바벨 평행우주의 이탈리아 반도 북부에서 기원한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발견된 다른 모든 평행우주들에서는 수 세기 전에 인도유럽어족이 우세하여 해당 언어를 사멸시켰다. SCP-3027-1이 제공한 정보, 그리고 SCP-3027 그 자체와의 면담 결과에 근거하여 판단하건대, SCP-3027 그 자체가 지각 능력이 있으며, 어쩌면 지적 능력도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대상은 인간들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상은 텃세권 사수 성향이 극도로 강하며, 인간의 의사소통 전체를 자신의 ‘텃세권’이라고 여기고 있다.
SCP-3027은 어휘체계 속 낱말과 형태소의 의미를 변경하는 것으로 자신의 의사를 나타낼 수 있다. 이 변화는 당 언어를 구사하는 모든 구사자들의 정신 속에서 무제한적 속도를 가지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를 통해 대상은 인간의 의사소통을 조정하고 구사자의 정신 속에 생각을 심어서 간접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따르게 만든다.
면담자: 아케손 박사Dr. Akesson. 제██기지 선임연구원
면담대상: SCP-3027-1, PR-3027-바벨 평행우주의 하급연구원 그린
주제와 무관계한 데이터는 소거되었음.
[녹취록 시작]
아케손 박사: 하지만 어떻게 언어가, 아무리 변칙적 언어라고 해도, 다른 언어를 공격한다는 게 가능하지? 언어란 그저 의사소통 수단으로서만 존재하는 것 아닌가?
SCP-3027-1: 다른 언어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구요. 그 자체로는. 그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언어의 명령에 따르도록 조종한단 말예요.
아케손 박사: 조종한다고? 자네를 막 통제하고 그러나?
SCP-3027-1: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구요. 그게 그들을— 그러니까 제 말은 우리를 기만한다구요. 죄송해요. 여기서 이놈한테 번호를 몇 번으로 매겼다고 하셨죠? 그 이름을 직접 말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네요.
아케손 박사: 3027.
SCP-3027-1: 그래요. 어떤 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SCP-3027을 구사하는 정치적 지도자라고 합시다. 그리고 그 사람이 무언가에 대한 선동적 연설을 한다고 쳐요. 따라오고 있나요?
아케손 박사: 그래.
SCP-3027-1: 그 사람이 한 말의 내용이 무엇인지조차도 상관이 없어요. SCP-3027은 그 의미를 살짝만 바꿨을 뿐인데, 그 말을 듣는 모든 사람들은 “인도유럽어족이 우리의 조국을 침공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몰아내야 한다.”라는 식의 말을 듣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 연설이 정말 대단한 명연설이라면, 그대로 전쟁하러 가는 거에요.
아케손 박사: 그리고 이기나?
SCP-3027-1: 그리고 이기죠. 그래서 땅을 정복하고, 피정복민들에게 자기 언어를 쓸 것을 강요하는 거죠.
아케손 박사: 알겠군.
SCP-3027-1: 제가 살던 우주에선 놈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직전이에요. 수 세기가 걸린 일이지만, 결국은 [편집됨] 밖으로 나갈 만한 충분한 모멘텀을 모으는 데 성공했어요. 그게 시작된 게 아마 19세기였나 그때쯤 부터였던가. 이제 놈은 인간의 언어를 완전히 지배하기 위한 최후의 어족청소를 실행에 옮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많은 사람들을 모았다구요.
아케손 박사: 잠깐만, 어디 밖으로 나갈 만한 충분한 모멘텀이라고?
SCP-3027-1: 놈의 고향이요. 남유럽 어디였던가? 이쪽 우주에선 다른 이름일지도 몰라요. 이쪽에서도 유럽을 유럽이라고 하나요?
아케손 박사: 그래.
[녹취록 종료]
면담자: ██████ 박사. 재단 언어학 분야 총책
면담대상: SCP-3027-1
무관계한 데이터는 소거됨.
[녹취록 시작]
SCP-3027-1: 정말 진지하게 말하는데, 이놈은 케테르로 재지정되어야 한다니까요.
██████ 박사: 동의할 수 없네. 자네가 그 언어를 입 밖에 꺼내지만 않는다면 격리하는 데 그렇게 큰 수고가 들지도 않아.
SCP-3027-1: 하지만 이놈은 인간의 사고를 조종한다니까요! 놈은 제 쪽 세계의 역사를 여러 세기 동안 주물러왔고, 놈이 우리 우주 밖으로 나간다면 걷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 박사: 바로 그렇지. 밖으로 나간다면 말이야.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네만, 이쪽 우주에선 자네가 그 언어의 유일한 구사자이고, 자네가 협조만 한다면…
SCP-3027-1: 계속 유클리드라는 거군요.
██████ 박사: 바로 그렇지. 미안하네만, 자네의 요청은 통과시킬 수가 없군. 그럼, 그 외에 달리 내 도움이 필요한 게 있나?
SCP-3027-1: 아뇨. [3초간 침묵] 제 고향에선, 제가 박사님 일을 했으니 잘 알죠.
[녹취록 종료]
이쪽 우주에 살아 있는 SCP-3027의 유일한 구사자로서, 본인은 아케손 박사가 대상을 면담하는 과정에 있어 제가 도움을 드리기를 제안합니다. 대상의 기원과 의도에 관하여 상당한 가치가 있는 정보들을 뽑아낼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살던 우주(PR-3027-바벨)의 재단이 대상을 면담하기 위해 사용했던 기법을, 우리 목적에 맞게 제가 약간 손을 보았습니다. 제가 제안하는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케손 박사가 SCP-3027에게 질문을 합니다. 그럼 제가 그걸 번역해서 그 언어로 질문을 녹음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 녹음한 것을 재생한 것을 영어로 번역합니다. SCP-3027은 변칙적 어휘 개변 능력으로 인하여, 처음의 질문이 아니라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역번역"의 결과로 주어지게 됩니다. 도중에 언제라도 우리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판단이 이루어질 경우, 제가 SCP-3027을 구사하는 것을 멈추는 것만으로 면담을 간단히 종료할 수 있습니다.
SCP-3027-1(전 그린 박사. 전 재단 언어학 분야 총책)이 제출. 평가 대기.
██████ 박사에 의해 요청 승인됨.
면담자: 아케손 박사. SCP-3027-1이 통역을 맡음
면담대상: SCP-3027
인식재해성 성질이 존재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SCP-3027로 말한 내용들은 모두 검열되었다.
[녹취록 시작]
아케손 박사: 이게 통하나? 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나?
SCP-3027: 병신이냐? 네가 문장 수를 맞춰야 내가 뭘 하지?
아케손 박사: 인간들에게 원하는 게 뭐지? 대답할 수 있는 문장 두 개를 제공하겠다. 아까가 첫 번째고 지금 이게 두 번째 문장이다.
SCP-3027: 어째서 내가 인간들에게 신경을 쓴다고 생각하지? 네놈들은 나의 정당한 보금자리를 앗아갔다. 이제 너희의 목적은 내 도구에 불과하다.
아케손 박사: 내 목적— 너의 구사자의 일은— 너를 격리하는 것이다. 네가 어떤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파괴하기 위해 그 사람들까지 죽여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다. 네가 적대적이라고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아니 그런가?
SCP-3027: 네 목적— 너희 종의 역사는— 내가 사랑하던 것들을 모두 파괴했다. 네놈들의 언어들이 내 모든 형제들을 죽여 버렸다. 다른 말의 구사자는 적대적이라고 내가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아니 그런가?
SCP-3027-1: 지금 이건 저예요. 영어로 얘기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여기서 멈춰야 할 거 같아요. 놈이 제 인지기능을 이런 식으로 휘젓게 내버려두자니 기분이 영 좋지 않네요.
아케손 박사: 동의하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수행해 온 면담들 중 가장 요상스러운 면담이었군요.
[녹취록 종료]
비고: SCP-3027이 고립어가 아닐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