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조건에 따라 PoI-7701은 제74기지 근처의 조그만 집을 제공받아 가택연금 상태로 생활 중이다.
PoI-7701: 안녕하십니까, 칼슨 박사. 또 봬서 반갑네요. 이번에는 테이프 리코더 가져오셨겠죠?
칼슨Carlson: 안녕하세요, 크래그스 박사. 벌써 녹화 중입니다.
PoI-7701: 그럼 바로 설명으로 들어가면 되겠군요?
칼슨 박사의 끄덕임.
PoI-7701: 흠, 뭐 어쩌다 이렇게 됐나 이해는 가실 거예요. 정의로운 미국에서 일한다. 변절하고 소비에트로 갔다. 소련이 무너졌다. 생물무기 연구하는 사람이 의미 있는 직장을 달리 어디서 찾을라고요?
PoI-7701이 픽 웃는다.
PoI-7701: 여하간, 저는 그렇게 반란에게 스카우트됐는데, 그때 GRU 옛날 장비 한 까치를 챙겨들고 왔죠. 직접 개발한 것도 있고, 다른 단체한테 '빌린' 것도 있어요. 그 중에 특히 옛날에 영국 국방부에서 개발한 프로토타입 장치가 있었는데, 그네들 무지개 코드 프로젝트 명명법으로는 그 장치의 이름은 '블루 팔콘(Blue Falcon)'이었어요. 그 이름 처음 보고 깔깔 웃었죠. 영국 애들이 미국식 군대 용어를 쓴다고 생각도 못했는데, 잘만 쓰더라니깐요.
칼슨: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PoI-7701: '블루 팔콘'은 '버디 뻐커(buddy fucker)'의 완곡어예요. 분대에서, 중대에서, 아니 어떤 군대든지 간에 자기 살겠다고 나머지를 내다버리는 군인 한 명을 말하죠. 그리고 이 '블루 팔콘' 프로젝트는 멀리 있는 한 사람을 마음대로 통제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저 영국 라이미Limey 녀석들도 이걸 가지고 적군끼리 아군 사격하게 시킬 방법을 모색했나 보죠.
PoI-7701이 손을 움직여 총을 쥔 척하더니 칼슨 박사에게 겨눈다.
PoI-7701: 제약은 많았습니다. 그리 멀리도 안 갔고, 시간도 짧았어요. 하지만 15초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죠. 퓽, 퓽, 퓽. 그러면 그 친구는 벌써 동료 세 명을 눕혀버렸고, 그 불쌍한 친구는 벌집피자로 변신하는 거죠. 나머지는 혼란과 경악 그 자체일 테고.
칼슨: 끔찍하네요.
PoI-7701: 그렇지만 문제는 그것 말고도 많았어요. 부피가 크고, 사용하기 어렵고, 운용자가 심리적 피해를 입고, 실패 확률도 적지않고… 하나하나 다 말 못합니다. 결국 저희는 그 아이디어를 완전 폐기했어요. 그 복잡한 두뇌를 장거리에서 조작하기엔 어렵다고 판단한 거죠.
PoI-7701: 하지만 그 계획이 좋이 출발점이 되어서 "마이크" 프로그램이 나왔죠. 아마 그것 이야기를 가장 듣고 싶을 테죠.
칼슨 박사의 끄덕임.
PoI-7701: 아군 사격 자체는 폐기하기로 했어요. 작용 거리를 맞추기 제일 힘들었죠. 뇌를 조종하는 방법도 많이 없었고, 대개는 자기가 고기 속으로 직접 - 어어, 물론 뇌라는 말이죠.
PoI-7701: 대신에 우리는 이 방법을 초보적이나마 정신조작 기술로 이용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왜냐면, 벌써 원리도 알고 과정도 알고 - 그리고 하드웨어를 한가득 사람 머릿속으로 집어넣고 나니, 그 안에서 일으키고 싶은 일이 더 교묘하고 수월하게 통제가 되었죠. 멀리서 무작정 무차별 사격하는 것보다 훨씬.
PoI-7701: 그래서 이 제안을 델타 사령부에게 보냈더니, 몇백만 달러, 실험실 하나, 살아 있는 실험에 백여 명이 돌아왔죠.
PoI-7701: 얼핏 많아 보이겠지만 사실 쥐꼬리나 마찬가지였어요. 요청한 준비물은 3분의 1밖에 못 받았고, 거기다 성공하지 못할 것 같으면 다음 사람 실험체로 나를 갖다쓰겠다는 소리까지 들었죠.
PoI-7701: 첫 번째 과제는 하드웨어 설계였어요. 완전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상황이었죠. GRU 'P'에서 이런 짓을 한 적도 없고, 당신들 재단도 분명히 한 적 없을 테고, 프로메테우스 연구소도 이 선까지 넘은 적은 없었죠. 완전 새롭고 생소한 분야이다 보니… 우선 시행착오가 많을 수밖에요.
PoI-7701: 그거 아세요? 뇌수술을 집도할 때 환자들이 깨어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뇌수술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점이 많고, 사실 환자가 수술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 있어야지 잘라내는 게 그렇게 안 중요합니다 하고 설득할 수 있으니까요. 처음 15명쯤은 수술 중에 죽었고, 다음 15명쯤은 혼수상태 내지는 마비환자가 되어 버렸어요.
PoI-7701: 그렇게 한 30명쯤 연습 수술로, 어떤 모듈이 어디서 좋이 기능할지, 어디다 하드웨어를 붙여놔야지 운동기능 등등이 망가지지 않을지 알아보고, 그러고서야 진척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몇 명 이곳저곳 어이쿠야 했던 때 빼고 다음 50명은 이식에 성공했어요. 더구나 대개는 전전두엽 피질을 대다수 살리기까지 했죠.
PoI-7701: 어차피 쓸모는 없었겠지만요. 칩이 들어가면 피질의 원래 제어 기능은 무시되거든요.
PoI-7701: 다음 단계는 조종자였어요. 여기는 많이 단순했죠. 맨 먼저 협조해줄 만한 실험체가 있어야 하는데, 조달하기 어렵지 않으니까요. 그 다음에 꽤나 평범한 수술, 나중에 이식체 몇 개, 그러면 뒷머리에 직렬 포트가 생기게 되죠. 그리고 기계에다 플러그를 꽂으면, 부와암! 실험체 모두를 '조종할' 수 있게 됐어요, 우리 조종자들 뜻대로.
PoI-7701이 '조종할'에 손따옴표를 친다.
PoI-7701: '조종할'이라 한 건, 제가 이해하기로는 이게 직접 조종까지는 아니거든요. 목표를 부여하거나 무언가를 지명할 수는 있지만 어떤 일을 하라고 직접 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뭐 그래도, 처음치고 결과가 괜찮잖아요.
칼슨: 조종법의 기작을 기억하십니까? 조종자가 의지라든가 생각을 따로 행사해야 하나요?
PoI-7701: 흠… 지금으로선 별로 기억이 안 나요. 맛 좋은 스카치 위스키랑 인터넷만 생기면 기억이 날 법도 한데.
칼슨: 논의해 보겠습니다. 계속 말씀하세요.
PoI-7701: 그래서 연구 결과를 델타 사령부에다 보내줬는데, 그 다음으론 표적을 지정해 줬어요. 처음엔 실망부터 했죠. 얘네들이 쓰임새가 얼마나 많은데! 지뢰밭 철거하고, 생물무기 살포하고, 위험 노동 시키고. 적어도 총알받이라도 시킬 만하잖아요.
PoI-7701: 하지만 계속 읽었죠. 옛날 GRU 기지였는데, 담당자가 제가 아는 사람이었어요. 드미트리 칼라소프Dmitri Kalasov인가 하는 놈이었는데, GRU 'P'에서 심문관으로 있었죠. 자기가 뼈를 몇 개나 부러뜨렸는지 세어보고 다니는 놈이었어요. 한 몇천 개 된다고 알아요. 제 차에다 기스도 낸 적 있을걸요. 아무튼, 그때는 늙고 쇠약해져서 편안히 말년 보직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CI에서 누가 변절해서 그 기지로 갔던 모양인데, 바로 그놈을 치워버리라는 명령이었죠.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 기회에 확실히 실전 예시를 보여주겠다고 대답했죠.
PoI-7701의 휘파람.
PoI-7701: 와우, 실전 예시 그 자체였어요. 그 불쌍한 자식들 머리에 오만 가지 선물들을 꽂아넣어 줬죠. 이식체가 멀쩡하고 근육만 움직여지면 그놈들은 사실상 죽지 않는다구요. 그리고는 이 피험체들한테 오랜 소비에트 무기, 칼이나 AK-47이나 기타등등을 쥐어주고 즐거운 여행길을 시작시켰죠. GRU 기지에는 보안 인원 한 75명, 기타 인원 백여 명은 있었을 거예요. 모두들 다 처참하게 죽어버렸어요. 믿어지나요, 우리 드미트리가 자기 지팡이에 맞아죽었다고 하면? 어우 끔찍해.
PoI-7701이 걸어가 캐비닛을 열고 파일들을 뒤적거린다.
PoI-7701: 그때 당시 사후 보고서 사진이 남았을 텐데, 한번 볼래요?
칼슨: 전번에 주신 공식 파일 속 내용입니까? 그러면 굳이 필요 없습니다.
PoI-7701: 어우 재미 없으시게. 아무튼…
PoI-7701이 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
PoI-7701: 아, 점심 먹어야겠네. 다음 주에도 박사님 뵈나요?
칼슨: 아무래도요. 또 달리 누구를 보내겠습니까.
PoI-7701이 어깨를 으쓱.
PoI-7701: 뭐 그렇죠? 포스터 박사님 호들갑 너무 심하시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