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314-KO-1-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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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랑을 나눠요.

때 묻은 창 너머로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답지 않아요.

인간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사랑을 나눠요.

눈동자를 마주하는 찬란한 기적이 구시대적이라고 느낀다면, 그렇다면 새로운 방식으로.

저보다 불우한 분들께 먼저 이 행복을 드릴게요.

따뜻한 사랑을 나눠요.

-Young And Wide Corporation에서, 이 선물을 받는 모든 분들께


알레한드로의 저녁은 외로웠다. 알레한드로는 멕시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젊은 남자다. 불우한 가정사에서 간신히 벗어나, 지금은 도회지에서 혼자 살고 있다.

알레한드로에게 외로움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불청객. 길을 걷다 마주치는 건달이라고 할까. 갑자기 밧줄로 머리를 세게 묶는 듯 묵직한 두통이 찾아올 때, 언제나 알레한드로는 홀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머리가 아픈 것은 피곤함이 과해서가 아니라, 이 미묘한 피곤함이라도 표출해낼 상대가 곁에 없기 때문이다.

번듯한 직장도 있고, 사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것도 아니다. 집에 초대할 정도의 절친한 친구는 없지만,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을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그는 혼자다. 알레한드로는 창문 없는 감옥에 사는 기분이었다.

때 묻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햇살은 눈이 부실 뿐이다.

지문이 얼룩진 스마트폰 액정 너머로 건네지는 수많은 말에는 목소리가 없기에, 혀와 귀는 끼어들 틈이 없다.

이러한 감정의 기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도 알레한드로는 오른손과 입으로 식사를 진행하면서, 왼손과 눈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었다. 알레한드로는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그저 잠만 자는 사람은 아니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메신저 프로그램, 구글. 100년 전에는 하루를 꼬박 들여 해야 했던 일들이 지금은 한쪽 손과 눈만 있으면 밥을 먹으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이 감옥 같은 방 안에서도 얼마든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말로 전달받지 않더라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대략 알아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를테면 자신에게 선물로 피냐타 인형이 도착할 예정이라는 메일을 받는 것도, 아마 100년쯤 전에는 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피냐타 인형의 수취인은 알레한드로, 발송인은 Young And Wide Corporation.

알레한드로는 이런 인형을 주문한 적이 없었다.


알레한드라는 바빴다. 그녀가 확인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메일 계정과,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계정과, 자신의 메신저 프로그램 계정을 동시에 확인해야 하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알레한드라는 그녀의 직장 내에서 가장 성실한 사원이었고, 동시에 누구에게도 꺼려지지 않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전달할 말이라는 것은 대개 그녀를 통해 전해졌고, 평상시에 만날 일이 별로 없는 사람들 사이에 알레한드라가 들어가면 순식간에 자리의 분위기가 환해지기 시작했다. 알레한드라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는 누구에게나 성실하다. 수없이 많은 사람과 마주쳐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사람이다. 만약 직장 내에서 약간 붕 떠 있는 알레한드로의 프로필 사진을 신경 쓸만한 사람이 있다고 하면, 당연히 그녀가 첫 번째일 것이다.

따뜻한 사랑을 나눠요.

알레한드로의 상태 메시지가 그렇게 바뀌어 있었고, 프로필 사진은 뜬금없이 집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피냐타 인형이 되어 있었다.

이 피냐타 인형은 뭐지? 자선단체에서 만들어서 파는 상품 같은 건가?

알레한드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알레한드로에 대해 깊게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평소에 사내에서 보이는 알레한드로의 모습은 분명 이런 따뜻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는 사내 봉사활동에 단 한 차례도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고, 평상시에 어디에 자선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물론 그가 남몰래 이런 활동을 하는 성격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갑자기 이렇게 대외적으로 드러낸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그녀의 호기심은 진짜였다. 어쩌면 그것을 이유로 그녀가 알레한드로의 집에 찾아가는 것까지도 그녀에게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물론 이제는 모를 일이다. 이제 이 세상에 알레한드로는 가해자 1, 알레한드라는 피해자 1으로, 한 경찰관의 잃어버린 수첩에만 적혀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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