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324-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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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촬영된 SCP-324-KO.
붉은 원으로 표시되어 있다. 사진은 컬러 복원됨.

특수 격리 절차: SCP-324-KO는 R1 기지의 항공우주변칙연구소 안전등급격리동에 격리하며, 보관에는 표준형 안전 등급 격리 용기를 사용한다. 보관 시에는 파손을 막기 위해 스티로폼 등의 완충재를 이용해야 한다.

SCP-324-KO를 실제 함선이나 항공기에 적용하는 실험은 충분히 완수되었으므로 더이상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설명: SCP-324-KO는 항공모함에서 비행갑판과 격납고의 항공기 현황을 관리하기 위해 활용하는 모형판, 일명 '위자보드1'에 사용되었던 항공기 모형이다. 해당 개체는 미합중국 해군의 요크타운급 항공모함 CV-8 '호넷' 함2과 에식스급 항공모함 CV-12 '호넷' 함3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주익을 접은 함재기의 형상 위에 아라비아 숫자 '2'가 적혀 있다.

SCP-324-KO는 동시기에 제작되어 사용된 통상적인 위자보드의 부속품들과 비교할 때 재질, 형상, 용도에서 전혀 차이가 없다. CV-8에서 사용될 당시엔 제8폭격비행대대(VB-8) 소속의 SBD 돈틀리스 급강하폭격기를 지시하는 모형으로 쓰였고, 해당 함선이 침몰할 때 운용장교에 의해 회수되어 CV-12에 옮겨진 뒤 1944년부터 제2폭격비행대대(VB-2)의 SB2C 헬다이버 급강하폭격기의 모형으로 재사용되었다.


SCP-324-KO의 변칙적 효과와 기제는 명확하지 않지만, 태평양 전쟁 당시 1942년의 산타크루즈 해전과 1944년 레이테만 해전에 걸쳐 벌어졌던 불가사의한 현상에 핵심적으로 연관되어있다는 것은 확실시된다.

1942년 10월, 미군은 남태평양 방면의 전선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해 일본군 점령지인 과달카날에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 미 해군 항모 CV-8 호넷은 자매함 CV-6 엔터프라이즈와 함께 기동부대를 구성하여 일본군의 항공모함 세력을 배제하는 역할을 맡았고, 동월 26일 일본 해군 항공전력과 전면 격돌하게 되었다. (산타크루즈 해전)

전투 과정에서 CV-8 호넷은 일본 해군의 항공모함 즈이가쿠와 준요의 함재기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기능을 상실했다. 한동안 승조원들의 노력으로 피해 복구와 예인이 이루어졌지만, 일본 수상함대의 접근으로 부대의 안전이 위협받자 결국 함선을 포기하고 퇴함 조치가 이루어졌다. CV-8 호넷은 자침시키려는 미 해군의 어뢰 공격과 이후 도착한 일본군의 공격을 한참 더 버텨내다가 늦은 밤에 침몰했다.

당시 CV-8 호넷 휘하에서 참전했던 비행대는 호넷이 대파당한 이후 CV-6 엔터프라이즈나 인근 과달카날의 핸더슨 비행장으로 퇴각했으나, 적지 않은 수의 항공기가 난전 중에 격추되거나 미귀환 처리되었다. CV-8 호넷의 위자보드에서 SCP-324-KO로 지시되던 SBD 돈틀리스 급강하폭격기도 격추가 확인되지 않은 미귀환기 중 하나였다. 해당기에는 조종사 니콜라스 "닉" 체셔 대위와 후방사수 도니 하우스 중사가 탑승해있었으며 두 명도 기체와 함께 작전 중 실종 처리되었다.

CV-8 호넷의 항공기 함상조업 담당관4인 존 맥그레이브 소령은 퇴함하기 전 위자보드에서 SCP-324-KO를 챙겨 나왔으며, 이후 취역한 CV-12 호넷에서 같은 보직을 맡게 되면서 SCP-324-KO를 해당함의 위자보드에서도 사용하기로 했다. SCP-324-KO는 하디 블레이나젤 중위의 SB2C 헬다이버 급강하폭격기에 대응하는 모형으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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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군의 항공모함 즈이카쿠를 공격하는 SBD 돈틀리스.
붉은 원으로 표시되어 있다.

CV-12 호넷은 1944년 6월 필리핀해 해전에 참가했다. 이때 위자보드 상에서 SCP-324-KO로 관리되고 있던 블레이나젤 중위의 SB2C 헬다이버 폭격기는 즈이카쿠에 피해를 입히고 귀환 중에 일본군 항공기를 다수 격추하는 등의 전과를 올렸지만 기체에 피해를 입은 상태로 귀환했다. CV-12 호넷의 정비사들이 일선 정비를 수행해 블레이나젤 중위와 그의 헬다이버는 다시 임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기관부 피탄으로 인한 내부 손상은 제때 발견되지 못한 채 방치되었다.

이후 동년 10월, 미군이 필리핀 탈환 작전을 개시하면서 미 해군과 일본 해군은 각자 동원 가능한 최대한의 함대전력을 레이테만에 전개하여 전면 충돌하게 된다. (레이테만 해전) 동월 25일, 미 해군 제3함대는 항공모함 즈이카쿠를 포함한 일본 해군 항모 세력을 발견하여 공격을 가한다.5 즈이카쿠를 공격하기 위해 미 해군은 CV-12 호넷과 CV-16 렉싱턴의 항공대를 투입했다.

CV-12 호넷의 지휘실에서 맥그레이브 소령은 VB-2에 하달된 출격 명령을 집행하기 위해서 SCP-324-KO를 포함한 해당 대대 항공기들의 모형을 위자보드의 출격 대기 위치로 이동시켰지만, 블라이나젤 중위의 기체는 전투 피해로 인한 갑작스런 기능 이상이 발생하여 출격할 수 없었다. 갑판과 지휘실의 혼잡한 상황으로 인해 블라이나젤 중위가 출격하지 못한 사실은 맥그레이브 소령에게 적절히 전달되지 못하였고, 위자보드 상에서 SCP-324-KO는 편대기와 함께 그대로 출격 위치로 이동되었다.

이함 후 목표 위치로 이동하면서 VB-2의 공격 편대원들은 블라이나젤 중위가 출격하지 못한 것을 인지했지만, 편대기 수에는 결원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 직후 대원들은 편대에 SBD 돈틀리스 폭격기가 합류해있는 것을 발견했다. 돈틀리스는 1943년 헬다이버가 실전 배치된 이후 일선에서 물러나 훈련기나 정찰기 등으로 운용되고 있었으므로 대함 공격 편대에 돈틀리스가 편성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편대원들은 이러한 상식 외의 상황에 혼란을 겪었으나 편대장이 임무 강행을 결정한 것에 따라 그대로 적 함대 공역으로 이동했다.

상술한 신원 불명의 돈틀리스를 포함한 제3함대의 항공기들은 함재기를 모두 잃고 떠다니던 즈이카쿠와 호위 경항공모함들에 폭격을 가했다. (사진 참조) 해당 돈틀리스는 2발의 항공폭탄을 즈이카쿠에게 명중시켰으며, 이를 포함한 총 5발의 명중탄에 의해 즈이카쿠는 치명상을 입고 함체가 기울어 결국 침몰했다.

임무를 마친 VB-2의 공격 편대들은 호넷에 귀환했지만, 의문의 돈틀리스는 공격이 끝난 후 편대에서 이탈하여 이후 행적이 묘연하다. 편대가 귀환했을 때 블라이나젤 중위의 헬다이버는 수리가 완료되어 출격 가능 상태가 되었다. 이로 인해 위자보드 상에서는 SCP-324-KO가 멀쩡하게 출격해서 임무를 마치고 귀환해 임무 대기에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가 되었다. 맥그레이브 소령은 전투가 마무리되고 나서야 조종사들의 증언을 통해 이 사실을 알아챘으며, 보고 체계를 거쳐 재단 태평양사령부가 SCP-324-KO를 확보했다.


면담 기록 324KO-07: 이 기록은 미 해군 장교이자 SCP-324-KO의 최초 발견자인 존 맥그레이브 소령과의 초도 면담 기록이다. 면담은 CV-12 USS 호넷의 장교 선실에서 이루어졌다.

면담 일시: 1944년 ██월 ██일
면담자: ███ ████ 박사
면담 대상: 존 맥그레이브 소령


〈기록 개시〉

[편집됨]

████ 박사:
— 그러면 그때 벌어진 괴현상이 이 위자보드용 모형 때문이라고 생각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맥그레이브 소령:
— 편대에 있었던 조종사들이 더 잘 알 겁니다. 그 돈틀리스는 닉의 비행기였어요. VB-8의 대대번호를 박고 치즈 플랩6에 진짜로 노란색을 칠하고 다니는 돈틀리스가 그 밖에 있다면 더 놀라울 겁니다.

████ 박사:
— 니콜라스 체셔 대위와는 친분이 있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맥그레이브 소령:
— …닉과 도니, 그 둘은 자기들이 호넷의 비행단원인 것을 항상 자랑스러워했어요. 닉은 원래 전투기 조종사였으면서 둘리틀 특공대에 반했답시고 폭격기로 옮긴 녀석이었고, 도니는 수병이었는데 호넷에 타고 싶다고 기관총 사수로 넘어온 놈이었으니 말 다 했죠. 스탠호프가 개삽질해서 미드웨이에서 아무것도 못했을 때에 제일 분기탱천한 것도 이 둘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시에는 이런 친구들이 부대의 사기를 북돋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때 호넷의 장교단 중에 닉과 도니와 안 친했던 녀석은 별로 없을 겁니다. 하여튼 얘네는 살아도 호넷과 함께 살고 죽어도 호넷과 함께 죽을 놈들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였겠죠. 1942년에 우리 항모들이 하나둘씩 소모되면서 극한의 상황에 몰려갈 쯤, 닉이 저한테 할 말이 있다더군요. 만약 자기가 돌아오지 못하거든, 위자보드의 자기 말을 유품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호넷의 함재기로 써달라고 말이죠. 그때는 뭔 농담을 그리 비장하게 하냐고 받아 넘겼습니다. 그야 원래 위자보드 말은 위에 써놓은 번호만 바꿔서 계속 쓰는 거니까요. 하늘에서 죽을 생각 하지 말고, 죽더라도 일단 귀환한 다음에 호넷 갑판 위에서 죽으라고 한소리 했더니 껄껄 웃어 넘기더군요. …그게 산타크루즈 해전 직전이었습니다.

████ 박사:
— 그리고 체셔 대위는 실종됐고, CV-8은 침몰했지요.

맥그레이브 소령:
— 그렇습니다. 퇴함할 때까지 닉은 연락이 없었죠. 엔터프라이즈에 가 있는지, 격추되어 말이 없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만, 그때 문득 녀석의 유언이 되어버린 그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지휘실을 나설 때 위자보드에서 닉의 돈틀리스에 쓰던 말을 챙겨서 나왔죠. 시간이 흘러 새로운 호넷에서 일하게 됐을 때 그 말을 위자보드에 올린 것은, 그렇게라도 다시 호넷에서 함께 싸우는 것을 닉과 도니가 바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레이테에서의 전투가 끝나고, 하디가 자기는 출격을 못했다는 얘기를 했을 땐 일처리를 실수했다는 아찔함 뿐이었습니다. 잘 풀려서 망정이지 제 실수로 편대가 완편되지 못한 채 투입되었다가 피해를 입었다면 그건 완전히 제 책임이었을테니까요. 그런데 복귀한 녀석들이 돈틀리스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즈이카쿠에 두 방이나 처먹이고 유유히 사라진 노란 플랩의 돈틀리스 이야기를.

…닉과 도니는 계속 호넷 곁에 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함급과 함번은 바뀌었어도 선대 호넷의 혼은 이 배에 이어졌으니까, 녀석들도 이 말과 함께 호넷의 분전을 지켜보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음, 제 실수로 기회가 생기자마자… 슬쩍 날아올라서, '해피 호넷'의 목숨을 앗아갔던 즈이카쿠에게 복수를 해준 거죠. 저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 박사:
—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편대 조종사들에게도 증언을 구해야겠군요.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기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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