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 재단

면담 대상: SCP-364-KO-3-16 (서██)

면담자: 김██ 요원, 임상심리학 전공.

서론: 아래의 면담은 SCP-364-KO-2 오염의 3단계 판정을 받은 대상과 진행된 최초의 면담이다. SCP-364-KO-3-16은 심각한 수준의 관계망상에도 불구하고, 논리적 대화가 가능하단 점에서 면담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원활한 심리 분석을 위해, 임상심리학에 대한 지식을 갖춘 김██ 요원이 투입되었다. 면담의 목적은 연예계 정보 프로그램으로, 면담자인 김██ 요원은 리포터로 위장하여 면담이 진행되었다. 변칙성의 원활한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 정보를 주석으로 병기하였다.

<기록 시작>

김██ 요원은 SCP-364-KO-3-16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4분간 목적과 상관없는 대화를 나눈다.

김██ 요원: 그럼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해볼게요. 연예인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정말 사소한 곳에서 생긴 경우가 많은데, ████를 좋아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SCP-364-KO-3-16: ████를 좋아하게 된 것도 벌써 7년이 지났네요. 제가 처음으로 우리 ████를 알게 된 건 예능 때문이었어요. 제가 예능 프로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라고, 진짜 즐겨보는 프로가 하나 있거든요. 지금 제 최애가 처음으로 나온 프로가 그거였어요.¹

김██ 요원: 아, 저도 그 프로그램 자주 봤죠. ██ 씨가 고정 출연했던 그 프로그램 맞죠? 어렴풋이 기억이 나네요. ████를 그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접하신 건가요?²

SCP-364-KO-3-16: 음, 네. 맞아요. 솔직히 말하면, 예능 좋아하는 입장에서 보통 아이돌이 나올 땐 기대를 안 하거든요. 거기다 저는 ██를 거기서 처음 봤으니까, 기대치라고 할 게 전혀 없었죠. 그런데 사람이 진짜 웃기는 거예요. 좀 상관없는 이야기긴 한데, 전 기본적으로 웃겨주는 사람을 좋아해서. 그 때부터 ████를 알게 되고, ██에게 호감이 생긴 것 같아요.

김██ 요원: ██ 씨 예능감이 유명하긴 하죠. 필요한 곳에 멘트를 넣는 능력이 참 좋으시잖아요.

SCP-364-KO-3-16: 그렇죠. 뭘 좀 아시네요.

김██ 요원: 그럼 다음 질문, 많은 연예인의 팬분들이, 처음으로 팬이 되었을 땐 고민이 정말 많았다고 하시거든요. 서██ 씨도 그런 경험을 하신 적이 있나요?

SCP-364-KO-3-16: 네. 저도 ██에게 호감이 처음 생겼을 땐,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 게 맞나 싶어서 고민이 참 많았죠. 근데, 챙겨보는 프로그램에 ██가 나오기 시작하니 자꾸 눈길이 가고, 마음이 계속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고민은 접어두고, ██가 마음에 들었단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어요. 전 아직도 ██를 좋아하게 된 그 날을 기억해요. 이 사람을 좋아하더라도, 시간이 지나서 후회하진 않겠구나 싶은 감정을 처음으로 느꼈으니까.

김██ 요원: 좋아하게 된 그 날이라 하니, 꽤 낭만적이네요. 이제 다음 질문드릴게요. 연예인의 팬분들은 그 연예인과 관련된 자신만의 사연을 가지기 마련인데요. ████를 열정적으로 좋아하게 된,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으셨나요?

SCP-364-KO-3-16: 음, 아마 정확히 5년 전이었을 거에요. 그 날은 유독 사람한테 많이 치이고 집에 온 날이었어요. 제가 땀 냄새를 진짜 싫어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씻는 게 습관이거든요. 그런데 그땐 그냥, 집에 돌아오자마자 음악 방송을 켰어요. 딱 켰는데, 켜자마자 1위 후보에 우리 ████가 있는 거예요. 기자님도 아이돌 판에서 오래 구르셨으니 아시겠지만, ████ 진짜 힘들었잖아요. 음원 순위는 매일 요동치고, 소속사에선 애들 미친 듯이 굴려대고, 곡 좋게 뽑으면 활동 시기를 잘못 뽑고… 뭐 그랬었잖아요.

SCP-364-KO-3-16: 1위 후보로 올라온 것도 처음이라 조마조마하게 보고 있는데, ████가 1위라고 딱 뜨는 거예요. 첫 1위였죠. 정말 쌓였던 피로가 다 날아가면서, 좋아했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쓱 지나가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내가 저 사람들한텐 뭘 해줘도 아깝지 않겠구나.³

김██ 요원: 기억나네요. 그 당시에 아이돌 좋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 1위는 응원해본 적 있으니까. 1위 딱 떴을 땐 저도 같이 기뻤었죠.

SCP-364-KO-3-16: 과장 좀 섞으면, 팬덤의 공통 과제였죠. _(웃음)

김██ 요원: 흠, 조금 불편하실 수도 있겠지만, 실례가 안 된다면 다음 질문드릴게요. 연예인의 팬은 한 편으론 여러 이유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서██ 씨도 ████를 좋아하게 되며 생긴 고민이나 걱정이 있으신가요?

SCP-364-KO-3-16: _(한숨) 요즘 들어 ████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제가 자주 가는 아이돌 관련 커뮤니티가 있거든요? 최근에 글을 몇 개 남겼는데, 계속 그런 아이돌이 어딨냐, 병원이나 가보라는 식의 댓글만 자꾸 올라오는 거에요. 이건 진짜 돌려까는 거잖아요. 같은 덕질을 하는데 상도덕도 없나 싶더라고요.

김██ 요원: 정말 악성 댓글은 언제나 문제인 것 같아요.

SCP-364-KO-3-16: 맞아요. 그리고 개떡같은 소속사… 아, 죄송해요. 음, 아무튼 소속사도 이제 손을 놨나봐요. 음원 순위는 자꾸 떨어지는데, 활동은 가면 갈수록 줄어들고 있잖아요. 이젠 예능도 잘 안 꽂아주더라고요. 기자님도 7년 징크스 아시죠? 보통 계약 기간이 7년이라, 계약을 연장해야 될 때인 7년 차에 해체하는 그룹이 정말 많다는 거.

SCP-364-KO-3-16: 우리 ████도 그렇게 될까봐 걱정스럽기도 하고… 음, 툭 터놓고 말하면, 덕질 그 자체가 소속사의 돈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 소속사에서 빨리 탈출하는 게 그룹 유지를 위한 길인 것 같기도 하고. 다 불안해요 요즘은.⁴

김██ 요원: 소속사가 참 팬의 마음을 몰라주는 일이 많죠. 음, 인터뷰의 첫머리에서, 이번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으신 이유도 ████를 위한 결심 때문에 그렇다고 하신 게 생각나네요.

SCP-364-KO-3-16: 네. 제가 일주일 전에 결심을 하나 했죠. ████를 내가 지켜줘야겠다고. ████가 나를 지켜준 시간 만큼, 뭘 해줘도 아깝지 않은 멤버들에게 이번엔 확실히 보답을 해주리라. 항상 보고만 있었던 내가 너무 괘씸하니까… 멤버들을 어떻게든 만나서, 잘하고 있다는 격려라도 아낌없이 해줘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꼭 실천할 겁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김██ 요원: 그 꿈, 꼭 이뤄지시길 바라겠습니다. 아쉽지만 이제 인터뷰를 마쳐야 할 시간이 온 것 같아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혹시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SCP-364-KO-3-16: 아뇨. 제가 더 감사하죠. 기자님도 우리 ████ 계속 사랑해주세요.

김██ 요원은 SCP-364-KO-3-16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 뒤, 건물 바깥에서 이송을 담당할 현장 요원을 호출한다. 20초 뒤, 준비된 차량을 통해 SCP-364-KO-3-16이 재단 시설로 이송되기 시작한다.

<기록 종료>

결론: 면담을 진행한 지 2개월이 지난 2013년 1월 2일, SCP-364-KO-3-16은 제13K기지의 안전 등급 인간형 개체 격리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자살로 결론지어졌다. 대상과의 면담은 SCP-364-KO-2 오염 시 발생하는 심리적 문제와,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으며, 2015년에 SCP-364-KO-2 오염의 표준 치료법이 완성되었다.

면담 대상: SCP-364-KO-1-9

면담자: 이██ 요원,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기자로 근무한 경력이 있음

서론: 아래의 면담은 SCP-364-KO-1 개체 중 처음 면담에 응했던 SCP-364-KO-1-9와 진행한 면담이다.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제작진으로 위장한 현장 요원 3명의 지속적인 작전 수행 끝에, SCP-364-KO-1 개체와 접촉하는 데 성공하였다. 본 개체와의 면담은 실제 탐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기자로 근무한 바 있는 이██ 요원이 진행하였다.

<기록 시작>

이██ 요원은 약속한 장소에 도착해 SCP-364-KO-1-9와 짧은 인사를 나눈다. SCP-364-KO-1-9는 감시로부터 안전한 장소로 이██ 요원을 안내한다. 3분 20초 뒤, 안전한 면담이 가능한 곳에 도착한 이██ 요원과 SCP-364-KO-1-9는 20분가량 SCP-364-KO의 전체적 구조에 대해 간략한 대화를 나눈다. 대화가 끝나고, 이██ 요원은 심층적인 질문을 시작한다.

이██ 요원: 기획사에 처음 오게 되었을 때, 그때를 기억하고 계십니까?

SCP-364-KO-1-9: 예. 기억하죠.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이██ 요원: 그때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SCP-364-KO-1-9: 그때가 아마… 2000년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기획사에 들어간 지 2년 만에, 데뷔가 확정이 됐었어요. 그래서 막바지 연습을 한창 하던 중이었습니다.

SCP-364-KO-1-9: 그런데, 평소 같지 않게 춤을 조금만 춰도 너무 어지러운 거예요. 그래서 데뷔하기 전에 아프면 큰일인데 생각하면서 의자에 걸터앉았죠. 그러다가 순간 아래로 훅 꺼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그대로 쓰러졌어요.

SCP-364-KO-1-9: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진 모르겠는데, 눈을 떠보니까 처음 보는 건물에 있더라고요. 의자가 쫙 놓여있고, 앞에선 누가 마이크를 잡고선 중얼거리고, 되게 혼란스러웠죠. 그게 뭐였는진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어요. 거기는 세미나실이었고, 저는 신입생 교육을 당하고 있던 거죠.

이██ 요원: 그 교육의 내용에 대해서 기억하시는 점이 있으신가요?

SCP-364-KO-1-9: 내용이 잘 기억나진 않아요. 말을 듣는다기보단, 멍한 상태에서 세뇌를 당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아직 짬이 부족해서, 다른 신입들 교육할 때 가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뭐, 최첨단 시스템이라는 내용으로 뭐라 뭐라 지껄이던 기억은 있네요.

이██ 요원: 일단 여기 오신 게 2000년이라면, 그 이전부터 건물이 운영되고 있었단 거네요. 혹시 건물이 언제 세워졌는지 아시는 정보가 있으십니까?

SCP-364-KO-1-9: 아마 이 짓거리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했을 거예요. 제가 2000년에 여기 끌려왔는데, 대부분의 시설들을 이미 다 들여온 상태더라고요. 지금은 낡아빠진 기계긴 하지만, 제가 있던 기획사에선 보지도 못한 최신 음향 장비도 있었어요. 90년대 중후반이 아이돌 산업의 태동기였거든요?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잘 맡는 회장이 시장 선점의 기회를 놓치려 하진 않았을 겁니다.

이██ 요원: 최소한 2000년 이전부터 완성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겠군요.

SCP-364-KO-1-9: 예.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그렇습니다.

이██ 요원: 음. 혹시 ████에 대해서 무엇이든 아시는 점이 있다면 얘기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제가 취재한 내용이 맞는다면, ████는 분명히 이곳 소속일 텐데도 자료를 찾기가 어렵네요.

SCP-364-KO-1-9: 어, 여기 월말 평가에서 어떻게든 고득점 받는 애들이 ████로 데뷔하는 건 맞아요. 그, 기자님도 녹음실에서 녹음하는 소리는 들은 적 있으시죠? 곡 받고 녹음하는 게 ████ 데뷔의 마지막 과정이거든요.

이██ 요원: 하지만, 어디서도 ████가 데뷔했다는 근거를 찾을 수가 없어서요.

SCP-364-KO-1-9: 그래요. 저도 그게 석연치가 않아요. 한 번씩 ████ 포스터도 보고, 뭐 새로 나왔다는 굿즈도 만져보고, 정규 앨범 하나 나왔을 때 경영하는 놈들이 뭐 자랑스러운 듯이 들고 오길래 음악 감상까지 해보긴 했어요. 그런데 저도 걔네가 활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아니, 데뷔조에 낙점된 애들조차 다시 본 적이 없다니까요. 뭐 이 회사가 굴러가는 걸 보면 ████가 진짜 어디서 돈을 벌어오긴 하나 보죠. 그런데 왜 모습을 볼 수가 없냐고. 이상해요.

이██ 요원: 사측에선 있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활동을 목격한 적은 없으신 거군요.

SCP-364-KO-1-9: 네. 맞습니다.

이██ 요원: 취재 내용을 종합해봤을 때, 저는 지하실에 들어가야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지하실로 들어가는 입구가 막혀있었습니다. 혹시 지하실에 대해서 무엇이든 아시는 게 있으십니까?

SCP-364-KO-1-9: 이 회사엔 항상 잠겨있는 방이 딱 두 개예요. 그중 하나는 회장실. 그런데 회장실은 가끔 호출이 있을 때마다 불려가서 뭐 온갖 욕을 듣기도 하고, 그래서 기자님은 모르실 수도 있지만 저흰 생각보다 친숙한 곳이에요. 그런데 지하는 진짜 감춰진 곳입니다. 한 번 문이 열렸을 때, 용감하게 들어가 봤던 애들은 죄다… 사라졌어요. 음,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에 조금만 가까이 가도 느낌이 굉장히 이상하거든요. 취재하러 들어가려면 준비 단단히 하셔야 될 겁니다.

이██ 요원: 흠, 정확하진 않더라도, 경험에서 추측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

SCP-364-KO-1-9: 추측이라… 개인적으로, 우리가 먹는 약이나 제품 같은 것들이 전부 다 저 밑에서 올라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여기선 외부인도, 외부 물건도 오래 들어와 있을 수가 없죠. 그런데 저희가 먹는 의약품들은 왜 여기 나뒹굴고 있을까요? 외부에서 들여오지 않았다면, 그게 어디서 왔겠습니까. 뻔할 뻔 자죠 뭐.

이██ 요원: 설득력이 있네요. 음, 저희가 다른 분을 인터뷰했을 때, 2013년 7월에 벌어졌던 어떤 사건을 언급하시던데, 혹시 ███ 씨에 대해서 아시는 점이 있으십니까?

SCP-364-KO-1-9: 아 그래 걔, 걔 또렷하게 기억하죠. 걔는 항상 정의감에 불타고 있었어요. 생각이 통하는 애들끼리 뭉쳐서, 이 회사 시스템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했죠. 음… _(한숨) 걔는, 자기한테 회장이 그런 짓거리까지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에요.

이██ 요원: 그런 짓이라는 건, 회장의 행동을 눈으로 보셨습니까?

SCP-364-KO-1-9: 흠, 아직 깊게 들어가진 못하셨구나. 폭력을 보여주는 것은, 회장이 절대 권력을 유지하며 이 기획사를 굴려댈 수 있는 두 개의 수단 중 하나입니다.

이██ 요원: 음, 그 수단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SCP-364-KO-1-9: 지금이야 뭐 회장한테 대드는 꼴을 상상할 수도 없지만, 옛날엔 그런 일이 자주 있었어요. 흠, 그거 아시나요? 회장이 뭔 짓을 해놨는지 여기선 늙지도 죽지도 못해요. 회장은 그걸 악용하는 거죠. 무슨 말인지 이해되십니까?

이██ 요원: 아. 죽음보다 더 강력한 수단을 사용한다?

SCP-364-KO-1-9: 네. 죽을 수도 없게 만드는 거죠. 이 회사엔 아직도 경비라는 명목으로 세워둔 깡패들이 있는데, 뭔 일이 생기면 걔네를 불러서 죽을 만큼 팬 다음에, 숨만 겨우 헐떡이는 동료의 모습을 알게 모르게 보여주는 겁니다. 죽을 수도 있다는 건 효과적인 통제 수단이 아니죠. 죽지도 못한다는 걸 보여줬으니 대들 생각을 못 하죠. 저도 그걸 본 이후론 여기서 탈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접었으니까.

이██ 요원: 그렇다면, 남은 하나는 무엇인가요?

SCP-364-KO-1-9: 남은 하나는… 월말 평가입니다. 기자님은 세미나실에서 하는 세미나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적 있으세요?

이██ 요원: 세미나실, 강당 모두 잠입 취재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내용을 정확히 기억한다곤 못하겠지만, 꽤 자세히 기억하고 있어요.

SCP-364-KO-1-9: 그럼 설교의 내용을 잘 아시겠네요. 아시다시피, 설교의 마지막은 월말 평가에서 실적을 내는 것의 중요함과 그에 따른 차별의 정당함을 알리는 궤변으로 끝나죠. 그런데 그게 잘못된 행위라는 걸 저는 이제야 깨달았어요. 제 주위의 다른 애들은 아예 그걸 깨닫지도 못한 것 같고요.

이██ 요원: 설교의 내용이, 이 회사 내부에선 당연하게 여겨지는 건가요?

SCP-364-KO-1-9: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10대 때 여기에 끌려와서, 같은 내용의 설교를 수백 번 반복하면서 들어왔어요. 그러니 완전히 세뇌가 된 거죠. 설령 모두가 합심하더라도 이 시스템이 무너질지 의문인데. 뭐, 최하위면 다 끝나는 마당에 눈에 뵈는 게 뭐겠냐마는.

이██ 요원: 잠시만요, 최하위면 다 끝난다… 취재를 할 때마다 월말 평가의 마지막을 볼 수 없었는데,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가요?

SCP-364-KO-1-9: 최하위인 애는, 월말 평가가 끝나고 의자에서 일어나질 못합니다. 음, 그런데, 언젠가 최하위의 표정을 본 적이 있었거든요. 분명 가만히 있는 게 아니었어요. 움직이려 하듯이 악을 쓰는… 그런 얼굴이었으니까.

SCP-364-KO-1-9: 어, 이건 꽤 공공연한 비밀인데, 월말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연습생은 회장이 직접 박스에 넣어버립니다. 평가가 끝나고, 잠긴 문에서 나오는 박스요. 저희는 박스가 어디로 가는진 전혀 모르지만, 박스의 내용물이 뭔진… 정확하게 안다고 생각합니다.

이██ 요원: 정말…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어떤 수단이든 쓰는 거네요.

SCP-364-KO-1-9: 음, 평범한 악덕 기획사들은 어마어마한 빚을 연습생들한테 전가해서 목을 조이는 방식을 쓰거나, 뭐 계약 해지에 대한 협박을 한다거나. 그런 짓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여긴 그렇게 번거로운 방법을 쓸 필요도 없죠. 월말 평가 하나만 확실하게 굴려도 연습생들을 장악할 수 있으니까요.

SCP-364-KO-1-9: 뭐 상위권 찍는 애들은 그렇게 될 가능성도 없고, 괜히 나대면 손해니까 지들끼리 하하호호 잘 지내요. 그런데 하위권 애들은… 몸이 좀 안 좋거나 하면 최하위권으로 굴러떨어지곤 하니까 항상 불안에 떠는 거죠. 하위권 애들은 앞에선 좋게 좋게 말하고, 뒤에선 칼을 겨누고 있어요. 원래 최하위던 애가, 그 위에 있던 애 인대를 끊어서 최하위로 만들었던 일은 유명하죠. 월말 평가 하나 때문에 서로를 모함하고, 따돌리면서 모두가 피의자로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겁니다.

이██ 요원: _(침묵) 좋습니다. 말씀 감사드립니다. 이야기해주신 내용은 취재에 큰 도움이…

SCP-364-KO-1-9: 기자님, 잠시만요.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이██ 요원: 어떤 부탁이요?

SCP-364-KO-1-9: 제가 이런 말을 한 게 새어나가면 ███랑 같은 꼴이 될 걸 알고도 제보하는 이유가 있거든요.

이██ 요원: 말씀해주시죠.

SCP-364-KO-1-9: 이 기획사의 고리를 꼭, 꼭 좀 끊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공간에 수년, 길게는 수십 년 갇혀있는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고, 보이지도 않는 탈출구를 향해 달리려 남을 견제하고… 이런 꼬라지를 저는 너무나도 많이 봐왔고, 저 역시 그런 짓을 저지르고 다녀야만 했습니다.

SCP-364-KO-1-9: 회사에서 이런 꼴이 벌어지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을, ████의 팬까지 방관자가 되는 시스템이죠. 바깥이라고 안의 현실을 모르겠습니까? ████의 팬도 알면서 기획사에 끌려다니는 거예요. 저는… 이 시스템의 끝을 보고 싶습니다.

이██ 요원: _(침묵) 꼭 노력해보겠습니다.

SCP-364-KO-1-9: _(한숨) 감사합니다. 취재 꼭 성공하시길.

<기록 종료>

결론: SCP-364-KO-1-9는 면담 이후 이전보다 심한 불안 증세를 보였으며, 2018년 1월 월말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후 실종되었다. SCP-364-KO-1-9와의 면담 내용을 교차 검증하기 위한 후속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