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400-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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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400-KO

등급: 유클리드(Euclid) 무효(Neutralized)

특수 격리 절차:
SCP-400-KO는 제12K기지의 비변칙적 예술품 창고에 보관된다. 이 이상의 조치는 불필요하다.

설명: SCP-400-KO는 일련의 변칙적인 과정을 통해 출생한 인간(Homo sapiens)이다. 신장 179cm에 몸무게 89kg(20██/09/19 측정 기준)으로, 해당 질량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는 불명이다. 성기가 부재하지만 외관상 남성에 근접하며, 관찰 가능한 신체의 나이는 20살에 맞춰져 있다.

SCP-400-KO는 외관상으로 비변칙적인 인간과 유사하다. 그러나 두께 6mm 이하의 피부 조직 밑으로는 신체 내부가 완전한 공동(空洞)이다. 존재하는 해부학적 기관은 안구가 유일하며, SCP-400-KO의 피부 조직은 내부의 공동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인체의 피부 조직이 갖춘 형태와 장력을 유지하고 있다. SCP-400-KO는 관련 장기의 부재로 인해 영양 공급과 호흡이 불가능하며,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발성 기관이 부재하므로 발성도 불가능하다.

SCP-400-KO는 평균적인 성인 남성의 운동 능력을 그대로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지적 능력은 영아의 수준에 가깝다. 이는 SCP-400-KO가 최초 발견 당시 생후 1년을 넘기지 않은 상태였다는 정보와 부합한다.

부록 400-A: SCP-400-KO는 20██/09/18 제12K기지 입구 앞에서 최초 발견되었다. SCP-400-KO는 발견 당시 나체였으며, 손에 그림 1장(사진 자료 참고)을 쥐고 있는 상태였다. 구류 후 면담 시도는 대상의 낮은 지적 수준으로 인해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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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400-KO가 소지한 그림의 사본.

부록 400-B: 20██/12/29 SCP-400-KO를 본인이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자칭 변칙예술가 1명(PoI-91902)이 제12K기지를 통해 자진해서 재단에 구류되었다. SCP-400-KO의 출생 상세 경위에 대한 PoI-91902의 진술은 다음의 진술을 참조.

이름을 붙이진 않았어서 여기서 그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네요. SCP-400-KO? 그건 너무 건조하지 않아요? 너무 길기도 하고 [불필요한 내용 편집됨]

편하게 그냥 사백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괜찮죠?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제가 그걸 처음 만들었던 때? 제가 처음으로 예술가 명함을 달았던 때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그때가 저 막 20살 됐을 때였는데 [불필요한 내용 편집됨]

그렇게 23살을 처먹었는데, 배운 건 어설픈 요행 뿐이고, 그림을 제대로 배운 건 하나도 없었어요. 3년을 더 처먹었는데, 할 줄 아는 게 기초적인 크로키밖에 없어요. 믿어지세요? 크로키! 크로키 하나밖에! 이럴 줄 알았으면 멀쩡하게 미대 입시나 준비할걸 싶었죠. 그때가 분명 새해였는데, 그날 홧김에 저질러 버렸습니다. 늘어난 건 술배 뿐이고, 배운 건 요행 하나 뿐이니 그거라도 한 번 제대로 시도해 보려고요.

저는 그림이 사람을 해치게 한다거나 하는 건 원하지 않았어요. 그런 새끼들의 최후가 어땠는지는 3년 동안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으니까요. 저는 그냥… 그냥 제 작품이 더 나아지기를 바랐어요. 어떤 방식으로든. 더 나아지기를. 그렇게 될 줄 몰랐어요. 살아있을 줄은 몰랐어요.

그림이 지면 바깥 공기에 닿으면, 그 시간부로 그건 이미 제 손을 벗어난 겁니다. 제 재능과는 전혀 상관 없는 물건이 되버려요. 제가 만든건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만든 건지 알 게 뭡니까.

이유야 어찌 됐든 그게, 사백이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알몸뚱이로. 무슨 터미네이터처럼. 혼란스러워 보였어요. 그건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눈만 깜빡였어요. 망막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듯이. 저는 그 자리에서 도망쳤습니다.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기어가며 도망쳐서 문을 잠갔습니다. 죽도록 무서웠어요. 뭐가 그렇게 무서웠냐구요? 보고도 몰라요? 그건 좆도 안 달렸다고요! 거기가 그냥 민둥이였어요!

그건, 그러니까 사백은 하루가 지나도록 방 안에서 나올 기미도 없었어요.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그냥 바닥에 드러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더라구요. 손에 자기가 나온 그림을 꽉 쥔 채로. 위험하진 않은 것 같아서 다가갔는데 저를 경계하지도 않았어요. 이게 살아있는 게 맞긴 한 건지 의구심이 들었고, 제발 살아있다고 생각했던 게 착각이었기를 바랐는데, 아니더군요.

시선이 텅 비어있긴 했어도 그건 살아있었어요. 밥이라도 먹여보려고 수저를 입 안에 들이밀어 봤는데, 입 안에 이빨도, 잇몸도, 혀도 없이 그냥 텅 비어있었어요. 머리 전체가 텅 비어있었어요. 입 안으로 대가리 천장을 들여다볼 수 있더군요. 그래도 살아있었어요. 살아서, 왜 살아있는지 의문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의문하고, 누구 때문에 살게 됐는지 의문할 수 있었어요. 가능하다면 원망도 할 수 있었겠죠. 살아있는 이상 제 책임이었어요.

3년 동안 귓동냥한 게 있어서 막연하게나마 당신들 존재를 알고는 있었어요. 아는 거라곤 이 기지의 위치 뿐이었지만, 그걸로 충분했어요. 저는 그, 사백을 당신들 앞으로 유기했습니다. 어떻게든 제가 그를 책임지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는 다 큰 어른의 몸뚱아리지만 속은 텅 빈 채로 태어났습니다. 그게 어떤 일인지 상상이 가세요? 우린 갓난아기로 태어나서, 성인의 몸이 될 때까지 그 안을 채울 시간을 갖지만, 그는 성인인 채로 태어나서 그대로 세상에 던져졌어요. 저 때문에. 그게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 상상이 가세요?

이제 와서 그를 책임지고 싶어졌다고 하는 건 아닙니다. 저는 저 하나도 책임지지 못하는 걸요. 저는 여전히 무책임하고, 제대로 배운 건 하나도 없고, 세상에 남긴 것도, 남길 것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냥 그를 한 번만 더 만나 보고 싶었어요.

그가 손에 쥐고 있던 그림을 뺏으신 건 아니겠죠? 제가 아무리 손에서 빼내려 해도 놓으려 하질 않던데요. 그게 없으면 굉장히 섭섭해 할 겁니다.

조사 결과 PoI-91902의 주장을 입증할 물적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PoI-91902가 실제로 변칙적인 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도 입증되지 않았으며, 대상이 주장하는 초상 사회에서의 신분도 확인되지 않았다. PoI-91902의 SCP-400-KO와 대면하게 해달라는 요청은 거부되었다.

PoI-91902는 기억소거제 처방 후 사회로 복귀되었다.

업데이트: 20██/01/011 SCP-400-KO가 소지 중이던 그림 속으로 "들어간"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격리실 내의 CCTV에 고스란히 녹화되었다.

SCP-400-KO는 격리실 안을 오랫동안 서성이다가 그림을 바닥에 내려놓고 손과 발을 지면(紙面) 위에 올려놓았다. 이때 대상의 손과 발이 지면 안으로 가라앉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후 관성적으로 끌려가듯이 SCP-400-KO의 나머지 몸이 지면 안으로 우겨넣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대상의 육체가 눈에 띄게 왜곡되고 훼손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SCP-400-KO는 지면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기 직전까지 극도의 고통을 호소했다.

담당 인원이 격리실 안에 들이닥쳤을 땐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였으며, 즉시 해당 그림이 SCP-400-KO로 명명되었다. 이 사건을 "격리 실패"로 봐야 할지 "무효화"로 봐야 할지를 두고 기지 내에서 논쟁이 벌어졌으나, 20██/12/28 SCP-400-KO는 무효(Neutralized) 등급으로 갱신되었다.

비고: SCP-400-KO를 담당했던 재단 측 아동심리상담사는 해당 사건을 두고 "책임을 느낀다. 우리 모두 그래야 한다. 그는 다시 자궁 속으로 돌아갔다."라고 논평했다.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함은 명시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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