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겨움에 사무쳐서



나는 반대를 하는 존재였다. 무언가를 천성적으로 거부했으며 어떤 것을 수용하기보다 거절하는 성향이 타고났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한 말을 습관적으로 반박했으며 이것은 흔히 재반박으로 이어졌다. 이야기를 할 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많은 부분이 있었지만, 나는 내 말을 막지 못 했다. 억 개의 약속과 관행이 있었지만, 나는 따르지 못 했다. 밀려오는 단어를 막아버리면 나는 역겨움을 느꼈고 나는 그 역겨움을 버티지 못 했다. 내가 토해낸 문장 무더기를 보고 아무도 혐오감을 표하지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역겨움을 느꼈다. 내 역겨움에 대한 역겨움이 들었기 때문에, 나는 끝없이 몰려오는 역겨움에 대한 역겨움을 몰아내려 했다. 그러기 위해 나는 문장 무더기를 토해 내야만 했고, 또다시 역겨움을 느껴야만 했다. 나에게 역겨움은 해야만 했던 것이고 하지 않아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 역겨움에 손이 떨리고 숨을 쉬지 못 해도 나는 할 수 밖에 없었고 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역겨움이 받아들여지길 원했다. 어떤 반박이나 반론도 아닌 그 순수한 역겨움으로 받아들여지길 원했다. 어찌할 수 없음에서 밀려오는 그 감각을 인정받길 원했다. 눈물짓고 상처받은 자로서, 이끌려 나와버린 그 본성으로서, 나는 인정받길 원했다. 순수하게 추악하고 더러운 본성을 가졌더라도, 그 자체로 남아있을 수 있는 안식처를 찾고 싶었다. 더럽고 이기적이더라도, 남에게 역겨움을 드러내면서까지 나는 인정받고 싶었다. 어떤 악의도 없는 그 순수한 마음으로서 나는 인정받고 싶었다. 무언가 되어버리고 변해버린 그런 모습이 아닌 순수한 나로 보이고 싶었다. 상대방의 망막 위에서 그대로 비치는 상이 되고 싶었다. 어떤 약속과 관행에도 해석되지 않는 그런 순수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싶었다. 그저 문장 무더기처럼 어질러진 내 생각의 먹물을 부어버리듯 만든 그 얼룩같은 순수함이 나였기에, 나는 그런 모습으로 서 있고 싶었다.

그러나 나에 대한 외부의 반응은 일반적이었다. 내 역겨움은 역겨움이 아니었고 정당한 반론이나 완고한 입장처럼 여겨졌다. 토악질해댄 무더기도 아름답게 포장되었고 결코 역겨운 무더기로 남지 못 했다. 문장 무더기는 점차 주장이 되어 갔고 내 역겨움은 점차 정돈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주장은 결코 문장 무더기가 아니었고, 정돈된 역겨움은 더이상 역겨움이 아니었다. 그 곳에 역겨움은 없었다. 역겨움은 그들의 무의식적 거부감에 의해 걸러졌으며 그 곳에는 정돈된 올바름만이 있었다. 내가 토해낸 역겨움은 없었다. 모두 가공되고 재배열된 올바름 뿐이라 순수하게 남은 역겨움이 없었다. 내가 토해낸 역겨움은 어디갔는가? 내가 나 자신을 옥죄고 뱉어낸 그 추악하고 혐오스러운 역겨움은 어디갔는가? 나는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이 세상에서 순수함을 잃어버렸고 올바름을 부여받았다. 다만 나는 역겨움으로 남고 싶었다. 그 자체로 남고 싶었다.

그러나 역겨움으로 남기에는 이 세상에 말들이 너무 많았다. 순수하게 남지 않게 규정시킨 것이 너무나 많았고 그건 역겨움을 만들지 못 했다. 말들이 되지 못 하는 말들이 내 속에 차오르는데 내가 그걸 뱉어내기 위해서는 말로 규정당해야만 했다. 그러나 말도 아닌 것을 뱉어낼 수도 없었다. 말이 아닌 것은 말이 되지 못 한 말이 될 수 없었다. 나는 말해야만 했고 그건 역겨움이여야만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 했다. 때문에 새어나가지 못 한 역겨움은 역겨움을 재생산할 뿐이며 나는 이 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 했다. 나는 단지 역겨움으로 보이고 싶었을 뿐인데 이 세상은 기꺼이 나를 역겨움으로 보지 않았다. 이 세상은 생각보다 밝고 아름답고 화창한 오후였으며 나는 역겨웠다. 나는 모든 곳에서 수용되는 반론가이자 완고한 사람이였으며 역겨움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역겨움이다. 어떤 것으로 바뀔 수 없고 바뀌어서도 안 되는 역겨움이다.

내가 규정당하고 망가져 아름다움이 되는 그날에도 나는 역겨움이다. 세상이 날 흔해빠진 그 어떤 사람으로 볼지라도 나는 역겨움이다.

나는 더 이상 그 다른 무언가로 있지 않겠다.

나는, 역겨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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