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453-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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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453-KO의 발아성 씨앗

일련번호: SCP-453-KO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453-KO는 현재 제42기지의 제1온실의 3구역에 재배중이다. 온실 내 온도는 섭씨 15~32도 사이로 조절하며 낮 동안에는 천장을 완전 개방한다. 토양은 질소와 인산, 칼리질 비료가 동일한 비율로 투입된 양토를 이용하며, 토양수분은 최대용수량의 85%로 유지한다. 수확시 레이저 광선으로 지체 없이 전부 절단하며, 수확된 개체는 일부를 발아용으로 구분한 후 각종 비료나 식용으로 쓰도록 한다. 재배구역 내에서는 절대 화기 및 도검류 등 위험성 물질 반입, 말다툼 및 격투와 같은 과격한 행동을 일절 금한다.

설명: SCP-453-KO는 튀김옥수수(Zea mays everta)와 유사한 식물로, 수분과 양분을 저장해두는 다육성 줄기를 가지고 있다. 다른 옥수수와는 다르게 발아되는 씨앗이 따로 구분되어 있으며, 줄기에 저장된 양분의 40%가 이 씨앗으로 몰린다. 다른 씨앗은 배가 없으며, 줄기의 양분과 수분의 50% 이상이 이 씨앗으로 몰린다. 두 씨앗은 보통 1:9의 비율로 나타난다. 옥수수의 알갱이가 생기는 기관이 곧 씨앗의 배가 생기는 기관인 것을 상기하면 비발아성 씨앗의 존재 자체가 모순적이지만, 발견 당시 개체 주변에 각종 조류 및 곤충들이 화상이나 관통상을 입고 죽어있는 걸 보면 이 씨앗은 주변의 생물체의 접근을 유도하여 개체의 특성을 유발하기 위한 일종의 형태 모방이 아닌가 추측된다.

열매가 완전히 열린 SCP-453-KO는 주변에 위험성이 감지되면 자신에게 피해를 줄 거라고 판단하고 비발아성 씨앗을 터뜨려 발아성 씨앗을 멀리 내보내는 성질을 지녔다. 이 위험성에 대한 기준은 단순한 말다툼부터 격렬한 싸움, 학살까지 포함되며, 위험성의 크기에 따라 그만큼 반응하는 개체수도 많아진다. 위험성을 감지하는 방법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으나, 주변에 발생하는 진동의 세기가 개체가 반응하는 기준 중 하나인 걸 최신 연구를 통해 알아냈다. 이런 특성을 막는 방법은 열매와 다육성 줄기 사이를 차단하는 것으로, 현재로선 레이저 광선이 효과가 제일 탁월하다.

SCP-453-KO가 반응하는 과정은 먼저 개체가 위험성을 감지하고 줄기에 저장된 수분과 양분을 씨앗으로 한꺼번에 몰아주고, 비발아성 씨앗에 몰린 양분은 급격히 반응하여 많은 양의 열에너지를 만들어 주변의 수분을 증발시키고, 씨앗은 이 수증기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팝콘형태로 터지게 된다. 발아성 씨앗은 비발아성 씨앗의 폭발력에 휘말려 멀리 날아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발아성 씨앗의 비행거리는 평균 200 m로 나타났다.

한편, 재단의 일부 연구진들은 발견기록에서 위험성에 반응하여 날아간 씨앗이 오히려 분쟁지역 쪽으로 많이 날아갔다는 대목을 통해서 오히려 SCP-453-KO가 위험을 피하는 게 아니고 선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추가 기록: 최근 실험을 통해 개체의 특성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하 내용은 실험을 주도한 최택 박사의 의견서다.

(중략) 사실 저희 팀의 이번 실험 목표는 개체의 이동 경로에는 어떤 요인이 작용할까를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실험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실험실 중앙에 TV를 놓고 그 앞에 개체를 TV보다 아래에 놓은 다음에 액션영화를 틀어 개체를 활성화한 다음 새와 곤충을 실험마다 각각 풀어 어디로 가는지 관찰하는 거였습니다. 근데 저희가 이번 실험에서 두가지 실수를 했는데, 한가지는 개체가 발동한 뒤에 TV를 안 껐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새와 곤충을 따로따로 풀어서 두 종이 각각 어떻게 하는지 관찰하는 게 목적인데 둘다 동시에 풀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험도중에 저는 매우 당황해서 조수가 왜 이리 정신을 못차리나 했죠. 헌데 그 뒤에 예상치 못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보통, 곤충과 새가 서로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대부분 새가 곤충을 잡아먹지 않겠습니까? 저도 새가 곤충을 먼저 잡아먹고 개체를 옮기겠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맨처음에는 그 두 집단이 모이고선 몇몇 새들이 제 예상대로 행동하긴 했습니다만, 이내 서로 밑에 떨어진 팝콘을 먹으면서 앞에 TV를 보고 있던 거였습니다. 아직 실험팀 내에서도 그 앞의 TV화면을 뭘로 인식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촬영영상으로 보아 확실히 그 두 집단은 시선을 TV로 향했습니다. 뭐, 이내 화면의 액션씬이 끝나자 새들이 곤충을 다 잡아먹는 것으로 끝났지만 말입니다. 이 실험 후에 실험집단을 다른 종으로 바꿔서 해봤는데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특히 오랑우탄이나 침팬지의 경우 더욱 흥분해서 마치 싸움을 더 부추기는 듯한 시늉을 하더군요.

여태 우리가 알고있던 개체의 특성에 대한 의의는 주변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으로 알고있었습니다. 여기서 나왔던 결과도 어떻게 보면 또 동물들을 좀 더 개체 주변으로 모이게끔해서 씨앗을 더 효과적으로 옮길 수 있게 하려는 행동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헌데 이번 실험에서 저희가 본 건.. 글쎄요, 이게 인간중심적 사고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소위 '싸움구경'이 떠오른다고 할까요. 침팬지 실험결과를 보면 더더욱 말입니다.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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