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464-KO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464-KO는 제19K격리구역 표준 사물형 격리실에 격리한다. 연구 이외의 목적으로 대상을 반출하는 것은 금지된다.
설명: SCP-464-KO는 길이 75cm의 환도다. 손잡이 부분은 박달나무(Betula schmidtii)로 제작되어 있으며, 푸른 끈으로 칼자루싸개를 묶었다. 손잡이와 칼몸 사이에 존재하는 방패는 옥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나, 파손 정도가 심해 원형을 알아볼 수 없다. 칼몸 역시 심각한 수준의 부식이 진행되고 있다. 칼몸에는 두 수의 한시가 적혀 있지만, 이 역시 부식으로 정확히 해석되지 않는다.
연대 측정 결과 SCP-464-KO는 적어도 4000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원 간섭기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환도 양식을 따르는 SCP-464-KO가 어떻게 해당 시기에 제작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다. 또한 SCP-464-KO에서는 다량의 아키바 방사선과 양상방사선이 관측되며, 이에 대한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뿐만 아니라 SCP-464-KO의 또 다른 변칙성은 발성 기관을 지닌 생물, 혹은 이를 모사한 제작품에 대상이 관통될 때 발현된다. 관통당한 대상(이하 SCP-464-KO-1)은 이내 고통을 호소하며, 이는 모사체 SCP-464-KO-1에서도 동일하게 관측된다. 생물 대상의 신체에서는 SCP-464-KO로 인해 입은 상처로 인해 출혈이 발생하며,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과다출혈로 인한 실혈사로 사망하게 된다. 그러나 사망 상태 이후에도 고통을 호소하는 현상은 지속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SCP-464-KO-1과 소통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
아무런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SCP-464-KO에 접촉하게 될 시, SCP-464-KO는 접촉한 인원에게 B1 감각형 텔레파시를 방출한다.1 해당 현상으로 경험하는 심상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종류 | 설명 | 비고 |
---|---|---|
총성 | 다양한 종류의 화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총성. | 가장 빈번하게 발현됨. |
비명 | 연령과 성별이 다양한 인물의 것으로 추정되는 비명. | 총성 다음으로 빈번하게 발현됨. |
발화 행위 | 연령과 성별이 다양한 발화자가 각기 관련 없는 문장을 발화한다. 대표적으로 애원, 위협, 혹은 다수에게의 연설 등의 목적이 담긴 경우가 많다. | "살려주세요, 아저씨, 살려주세요.", "집에 가야 해요.", "뭐 하고 있어 이 새끼야! 환자 옮기지 않고!", "시내 곳곳에서 학생, 젊은이들에게…", "할매! 할매, 눈 좀 떠봐! 할매!" 등. |
기타 | 타격음이나 거친 숨소리 등의 잡다한 소리. | 질주하거나 다투는 상황에서 기인한 소리라고 추정됨. |
해당 현상을 경험한 인원은 많은 경우 실신하였으며, 이후 장시간 극심한 PTSD 상태를 경험했다. 그러나 기존에 전쟁, 학살 등을 경험한 전적이 있는 인원들은 우울증 증상만을 경험했다.
SCP-464-KO는 2023년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된 조소 작품 <죄인의 감옥>에서 사용된 상태로 발견되었다. 당시 SCP-464-KO는 190×30×30 크기의 무릎을 꿇은 자세를 취한 남성의 테라코타 조소의 흉곽 부분에 꽂혀 있었다. SCP-464-KO의 변칙성으로 인해 조소는 SCP-464-KO-1로 변환된 상태였다.
특기할 사항은 해당 SCP-464-KO-1의 발화가 상당히 입체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전시 도중 SCP-464-KO-1은 지나가는 관객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미지의 인물에게 위협과 사과를 반복하는 등 이후의 관찰에서보다 훨씬 더 다양한 반응을 드러냈다. 가장 많이 기록된 발화는 자신을 "풀어주길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부록 464KO.1: 면담
개요: 해당 기록은 최초로 발견된 SCP-464-KO-1의 제작자인 박██과의 심문에서 촬영되었다. 박██은 변칙예술계와 연관성이 없는 예술가로 알려져 있었으나, 해당 사건을 계기로 프로젝트 갤러리북의 주요 감시 대상이 되었다.
면담자: 김성진 요원
면담 대상: 박██
[관련 없는 정보 말소]
김성진 요원: 좋습니다, 시작해볼까요? SCP-464-KO는 어디서 구했습니까?
박██: [침묵]
김 요원: 아, 선생님. 말씀이 빠를수록 일처리가 빨라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요 며칠 귀가도 못하시고, 이게 뭡니까?
박██: 억류하고 있는 쪽은 댁들입니다.
김 요원: 선생님 협조가 중요하다니까요. 잘 생각해보세요. 굳이 작업 시간을 여기서 이렇게 앉아있는데 쓸 필요가 없어요.
(면담 대상이 면담자를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쉰다.)
박██: 구할 만한 데에서 구했습니다.
김 요원: 정확히 어디서요?
박██: 이런 걸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좀 오래된 물건을 취급하는.
김 요원: 골동품 상인들을 말하는 겁니까?
박██: 아니요, 내 말은 진짜 오래된 물건들 말입니다. 신화시대의 물건들. 인간 사이에 신들이 내려와 살던 시기의 물건들. 혹은 신들 그 자체의 소유품들. 이해하겠습니까? 이런 물건들을 매매하는 이들. 그들 스스로는 MC&D나 뭐 그런 이름으로 부르던데요. 그들과 거래했습니다. 내가 군신의 물건을 찾는다고 하니, 그들이 나와 접촉했습니다.2
김 요원: 뭘 하시려고 그런 걸 사셨답니까?
(면담 대상이 면담자를 응시한다. 잠시 침묵이 이어진다.)
박██: 제공하기 어려운 정보입니다.
김 요원: 그건 선생님이 판단하실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박██: 강제로라도 말하게 만들 생각입니까?
(면담자가 웃는다.)
김 요원: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요. 거의 뻔한 이야기인데.
박██: [잠시 침묵] 뻔하다라.
김 요원: 이야기 하나를 해볼까요?
(면담 대상이 침묵한다.)
김 요원: 여기 어떤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외가는 광주에서 알아주는 세습무 가문이었고, 자연 남자 역시 그 피를 타고 태어났죠.
박██: [침묵]
김 요원: 아시겠지만 북부의 강신무와 다르게 남부의 세습무는 특정한 신을 모시지 않아요. 강신의 과정 같은 걸 겪는 일도 거의 없고요. 그런데 그 가문은 특정한 신을 모시고 있었죠. 어떤 신인지 아실 것 같은데요.
박██: 다 알고 왔습니까?
김 요원: 그건 답이 아닌데요.
박██: [무미건조하게] 솔직히 말하자면 유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김 요원: 정답은 군신이었습니다. 군신 왕사랑. 설화 내용은 아시죠? 천신과 지신의 아들인 나무꾼 왕장군이 어느 날 동해용왕의 편에 서서 서해용왕을 활로 쓰러트리고 싸움을 승리로 이끈 일. 그리고 그 대가로 동해용왕의 딸과 결혼하게 됐고.
박██: [침묵]
김 요원: 그리고 그 셋째 아들이 왕사랑이죠. 한반도를 관할하는 군웅… 그리고 그게 당신의 외가에서 모시던 신. 맞죠?
박██: 그건 본래 내 외조모의 것이었습니다, 그 칼은. 내가 그걸 다시 구한 게 문제가 되는지는 몰랐군요.
김 요원: 거기에 무슨 장난질을 쳤는지가 문제지요.
박██: 보아하니 그건 모르는 모양이군요.
김 요원: 자세히는, 그래요. 우리가 선생님을 모셔온 이유가 그것 때문이기도 하고요.
(면담 대상이 다시 침묵한다. 대상은 잠시 고개를 돌려 허공을 바라보다가, 면담자에게 진술한다.)
박██: 댁은 지금 무슨 소리가 들립니까?
김 요원: [살짝 멈칫하며] 아뇨. 선생님은 무슨 소리가 들립니까?
박██: 아뇨. 그러나 어릴 적에는 이러고만 있어도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대개 말소리였습니다.
김 요원: 말소리요?
(면담 대상이 다시 침묵한다.)
박██: 깊은 목소리였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오래된 목소리란 것도 알 수 있었죠. 늘 정신이 멍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바닥에 드러누워 있을 때면 슬그머니 나타나 제 귓전을 때리곤 했습니다. 뭐, 물론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는 안 되었지만요. 그러나 외조모는 이해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몇 시간이고 그 목소리와 대화를 나누셨으니.
김 요원: [침묵]
박██: 그분은. [잠시 멈춤] 신들을 공경하라 하셨습니다. 어릴 적부터 내게 한 말씀이었습니다. 신과 설화의 세상, 조상과 우리를 잇는 다리… 저 멀리 제주의 설문대할망이나 마고할미, 삼신… 이런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해주면서 그런 말을 주고받았었죠.
(면담 대상이 잠시 침묵한다.)
박██: 종내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지만.
김 요원: [잠시 침묵]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압니다.
박██: 조사를 많이 하신 모양입니다.
김 요원: [침묵]
박██: 그때가 80년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하고 기일이 같아서 늘 같이 제사를 지내죠.
김 요원: 그래서 왕사랑을?
박██: 나는 외조모의 재능을 물려받았습니다. 내게도 보이지 않을 것들이 보여요. 신의 물건은 알아보기 쉽죠. 영롱한 초록색으로 번들거리고 있으니. [잠시 멈춤] 장물로 나돌고 있던 조모의 물건을 찾는데 성공했고, 왕사랑을 다시 불러들였습니다. 신주(神主)가 필요했거든요, 신을 잡아두려면.
김 요원: 왕사랑을 그 안에 가두었다는 뜻입니까?
박██: 그래요. 외조모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을 되살려서 인발을 만들었습니다. 저건 나도 못 깨요. 인발이 다 할 때까지, 어쩌면 억겁의 시간 동안 저 안에서 고통받게 될 겁니다.
김 요원: [잠시 침묵] 하지만 갇힌 것만으로는 저렇게 고통스러워할 것 같진 않은데…
박██: 기억을 넣어줬습니다.
(면담 대상이 잠시 침묵한다. 대상의 주먹 쥔 손이 하얗게 변한다.)
박██: 그때 거기 있던 사람들, 참극을 경험한 사람들의 기억을 모아 그 안에 넣었습니다. 영광스러운 자리 지휘관이 아니라 민간인으로 그런 일에 연루되었던 사람의 삶과 의식을. 군신이 평생 느껴보지 못했을 그런 경험을 말입니다.
김 요원: 복수군요.
박██: [침묵]
김 요원: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잠시 주변을 둘러본다] 왜 하필 왕사랑입니까? …그들을 해한 건 왕사랑이 아니잖습니까.
(면담 대상이 면담자를 응시한다.)
박██: 외조모가 죽고, 우리에게 남은 건 그저 오욕과 불명예뿐이었을 때, 신은 어디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외조모가 그렇게 죽고 못 살던 그 수많은 신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 어디서 무얼 하기에 이 모든 일에도 코빼기 하나 비치지 않는지.
김 요원: [침묵]
박██: 해한 자들… 한때는 그 울분을 풀어보겠다고 나섰지만 헛수고였습니다. 우리에게 있던 일을 부정하고, 알지 못하고, 곡해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논리와 이성은 용을 쓰지 못하더군요. 거대한 무지와 악의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면담 대상이 잠시 침묵하면서 목을 쓸어내린다. 목에는 큰 흉터가 남아 있다.)
박██: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했습니다. 인력(人力)으로 막지 못 할 일이었다면 적어도, 외조모가 보인 그 공덕…그 노력을 감안해서라도 나설 수 있었을… 그러나 끝내 나서지 않은 그 존재에게 본을 보이는 것.
김 요원: [침묵]
박██: 복수라고 하셨습니까?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