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512-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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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횡단 파이프라인 시스템의 사진.

일련번호: SCP-512-KO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현재 SCP-512-KO의 완전한 격리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그 존재가 외부에 드러날 가능성은 서식 환경 및 개체의 변칙성으로 인해 매우 희박하다. 초상동물학과 인원들은 개체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SCP-512-KO가 먹이활동을 하면서 남긴 흔적은 일반 야생동물이나 사보타주 활동 등으로 인해 생긴 것으로 조작한다. 알예스카 파이프라인 서비스 컴퍼니(Alyeska Pipeline Service Company)에 파견된 재단 인원들은 매일 파이프라인의 상태를 확인 및 기록하고, SCP-512-KO에 의해 손상된 부분을 보수한다.

SCP-512-KO의 활동범위를 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현재 초상동물학과 연구팀에서 개체의 습성 및 서식 환경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설명: SCP-512-KO는 알래스카 횡단 파이프라인 시스템(Trans-Alaska Pipeline System, TAPS) 주변에 출몰하는 변칙생물이다.

SCP-512-KO의 몸길이는 약 3~5m에 달하며1 깃털 달린 날개와 부리 등 현생 조류와 비슷한 신체적 특징을 여럿 지녔으나,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어떠한 조류종과도 유전적인 유사점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SCP-512-KO가 요주의 인물 또는 단체가 모종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낸 인공생명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아직까지는 그런 주장을 뒷받침해 줄 만한 근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SCP-512-KO는 특이하게도 오직 석유만을 먹이로 섭취하는데, 낮에는 주변 삼림에 은신해 있다가 매일 늦은 밤 또는 새벽에만 파이프라인이 있는 곳으로 날아와 먹이활동을 한다. 파이프라인에 남은 흔적을 바탕으로 추정해 보면 개체는 파이프 위에 올라앉지 않고, 그 주변에서 정지비행을 하면서 부리로 파이프에 구멍을 내 석유를 빨아먹는 것으로 보인다.2 SCP-512-KO가 어떻게 석유를 문제없이 소화해내 에너지로 전환하는지는 불명이며, 현재 초상동물학과에서는 여러가지 가설3을 토대로 그 원리를 밝혀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해당 개체의 또다른 특징은 변칙적인 기작을 활용해 전신을 투명해 보이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외부에 모습을 드러낼 때에는 항상 이런 식으로 위장한 상태이기에 주변 배경과 개체를 구분해내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깃털의 구조가 매우 특이해 날아다닐 때 소음을 거의 내지 않으며, 레이더 전파와 적외선을 흡수할 수도 있어 일반적인 광학장비를 비롯해 열화상카메라와 기타 탐지장비를 이용한 관찰이 거의 불가능하다. SCP-512-KO를 연구하는 초상동물학과 인원들은 그림자나 주변 배경과의 미세한 차이를 포착해 개체를 찾아내는 방법을 고안해 냈지만, SCP-512-KO가 주로 해가 진 다음 활동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만으로는 개체를 제대로 관찰하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수집한 SCP-512-KO 관련 이미지 데이터를 토대로 더 나은 탐지수단을 개발중이나,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위에서 언급한 특성들로 인해, 아직 재단이 SCP-512-KO를 근거리에서 성공적으로 관찰해낸 사례는 전무하다. 또한 SCP-512-KO는 인간을 비롯한 다른 생물의 접근을 극도로 경계하고, 감각기관이 매우 예민해 먹이활동을 하다가도 다른 생물의 기척이 포착되면 즉시 그 자리를 떠나 한참이 지나도록 되돌아오지 않는다. 개체의 공격성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확인된 SCP-512-KO 근접 조우 사례가 단 한 건 뿐이므로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당시에 발생했던 피해로 짐작해 보면 인간에게 매우 적대적인 것으로 추정된다.4 지금까지의 SCP-512-KO 관련 정보는 대부분 개체가 남긴 흔적 분석이나 원거리 관찰 등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얻은 것이다. 연구용 샘플 확보 및 더욱 효과적인 격리를 위해 SCP-512-KO를 포획하자는 제안이 수차례 제시되었으나, 비용 문제와 위험성 등의 이유로 대부분 보류되었다.

발견: SCP-512-KO는 1989년 4월 6일, 알래스카주 폭스(Fox) 인근에서 "투명한 괴물에게 공격당했다"라는 내용의 신고전화가 들어온 이후 발견되었다. 변칙 관련이 의심되어 신고 내용을 가로챈 다음 알래스카주 경찰로 위장한 재단 요원들을 급파했으나, 현장에 도착했을 때 문제의 변칙개체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공격당한 민간인은 총 세 명이었으며, 그중 리처드 멘데스Richard Mendes와 웬디 고어Wendy Gore는 부상 상태가 심각해 즉시 재단 소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신고자인 엘리엇 카슨은 극도의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지만, 약간의 찰과상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무사했다. 요원들은 카슨을 진정시킨 뒤, 곧바로 조사를 위해 페어뱅크스 경찰서로 이동했다.

아래의 면담 기록에서 얻은 정보와 현장에 남아 있던 흔적 일부를 토대로 파이프라인 근처를 몇 주간 철저히 감시한 결과, 기록과 일치하는 변칙생물이 존재함을 증명해낼 수 있었다. 이후 해당 변칙개체에는 SCP-512-KO라는 일련번호가 부여되었다. 개체의 특성상 관련된 기록이나 목격담 등이 전무해 정확히 언제 SCP-512-KO가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TAPS 가동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이프에 SCP-512-KO가 남긴 것과 유사한 흔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SCP-512-KO는 최소한 TAPS가 건설되기 이전부터 해당 지역에 존재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록 1: SCP-512-KO 목격 직후 진행한 면담 녹취록

면담 일자: 1989/04/07

면담 진행자: 테리 브로워Terry Brower 요원

면담 대상: 엘리엇 카슨Eliot Carson

비고: 해당 면담은 페어뱅크스 경찰서 조사실에서 진행되었으며, 경찰관으로 위장한 재단 요원이 진행하였다.


[기록 시작]

브로워: (서류철을 넘겨보며) 어디보자, 이름은… 엘리엇 카슨이고, 나이는?

카슨: …16살이요.

브로워: 그래. 지금부터 간단한 질문을 몇 가지 할 건데, 사실대로 잘 대답해 주기만 하면 금방 집으로 보내 줄 거다. 알아들었지?

카슨: (머리를 푹 숙인 채로 고개를 끄덕임)

브로워: 간밤에 파이프라인에 접근한 이유가 뭐지?

카슨: 저- 전 아무것도 몰라요. 그냥 웬디가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간 것 뿐이라고요. (잠시 침묵) 릭한테 물어보세요. 릭이라면 다 알고 있을 거예요.

브로워: 릭? 리처드 멘데스 말인가?

카슨: 네. 무슨 환경단체에서 일한다던데… 그, 뭐였더라, 얼마전에 배가 암초에 부딪히는 바람에 기름이 왕창 쏟아졌었잖아요.

브로워: 엑슨발데즈호5 말이냐?

카슨: (고개를 여러번 끄덕이며) 네, 네. 그거요. 릭이 말하길 못돼먹은 석유회사들한테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그래서 다같이 거기로 간 거예요.

브로워: 그래서 너도 그… '본때 보여주기'에 동참했던 거고?

카슨: 어, 아뇨. 저는 그냥 운전만 했어요. 면허 딴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파이프에는 손가락 하나도 안 댔고요. 릭이랑 웬디가 파이프를 망가뜨리는 동안 저는 근처에서 망이나 보고 있었는데, 어차피 엿볼 사람도 없긴 하겠지만 여기까지 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서 있을 거면 차라리 망이라도 보라고 릭이 그랬거든요. 어쨌든 그렇게 망 보는 척을 하고 있었는데-

브로워: 그런 건 우리도 다 알아. 여기 서류에 네가 신고한 내용이 적혀 있거든. 다른 건 필요 없으니 네가 봤다던 그 괴물 얘기로 넘어가 주면 좋겠는데.

카슨: 그 괴- 괴물이요? 그건 왜- 왜요? 그건 그러니까, 몰라요. 기억이 안 난다고요. 전 그냥 아무것도-

브로워: 내가 아까 말했을 텐데, 사실대로 잘 대답하라고. (한숨 내쉬는 소리) 엘리엇 카슨, 집에 돌아가기 싫은 모양이지?

카슨: (침 삼키는 소리) 아- 아- 아뇨.

브로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엘리엇? 순순히 잘 대답해야 할까, 아니면 지금처럼 헛소리나 쳐 지껄이고 있어야 할까?

카슨: …순순히 잘 대답해야 돼요.

브로워: 잘 아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고.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카슨: 그… 괴물 얘기까지요. 이- 이번에는 제대로 잘 대답할게요. 정말로요.

브로워: 물론 그래야지.

카슨: 처음에는…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게 보였어요. 구름 때문인가 했는데, 이상하게도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안 떠 있더라고요. 그림자는 천천히 움직이더니, 곧 웬디랑 릭이 있는 쪽으로 가까워졌어요. 그때만 해도 졸려서 헛것이 보이는 줄만 알았는데… (잠시 침묵)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워지니 웬디랑 릭도 뭔가 이상한 낌새가 들었는지 공구를 내려놓고 하늘을 올려다보던데, 갑자기 휙 하고 바람소리 같은 게 크게 나더니 웬디가 공중으로 떠올라 파이프에 내동댕이쳐졌어요. 웬디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기절했고, 릭은 그걸 보고선 혼비백산해서 괴물이 나타났다고 소리치며 제 쪽으로 달려왔어요.

브로워: 그래? 너는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고?

카슨: 저는 차 뒤에 숨어 있었어요. 너무 무서워서… 그런데 달려오던 릭의 몸이 갑자기 확 꺾이더니, 목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고 거기서 피가 뿜어져 나왔어요. 쓰러진 다음에도 피가 분수처럼 엄청나게 쏟아져 나와서 눈밭이 온통 새빨개졌는데, 그리고… 그리고… (잠시 침묵) 그 다음부터는 솔직히 잘 기억이 잘 안 나요. 정신을 차려보니 제가 차 뒤에 주저앉아 휴대폰을 부여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더라고요.

브로워: 어떻게든 쫓아내 보려고는 안 해봤나? 뭐, 거기까지 가면서 총 한 자루도 안 챙겨 갔을 리는 없고.

카슨: 총이야 있긴 있었죠… 차 트렁크 속에요. 릭이 당하는 걸 보고 머릿속이 하얘져 버려서 미처 꺼내볼 생각도 못 했어요. 사실 그때 제 손에 총이 들려 있었더라도 겁에 질려서 아무것도 못했을 것 같긴 하지만요…

브로워: (서류철을 덮으며) 좋아, 질문은 이걸로 끝이다. 협조해 줘서 고맙다, 꼬맹아. 곧 경찰관들이 와서 집으로 데려다 줄 거다.

카슨: ……저,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브로워: 그래. 뭐가 궁금하냐?

카슨: 웬디… 웬디는 무사한 거죠?

[기록 종료]

면담이 끝난 뒤, 엘리엇 카슨은 A급 기억소거제를 처방받고 방면되었다. 병원으로 옮겨졌던 두 명 중 리처드 멘데스는 과다출혈로 사망했으며, 웬디 고어는 생존했으나 척수신경이 크게 손상되어 하반신불수가 되었다. 치료가 끝난 후 고어는 카슨과 마찬가지로 기억소거 처리를 받고 퇴원했다.

은폐 공작의 일환으로, 지역 신문에 캠핑 중이던 젊은이 세 명이 회색곰에게 습격당해 그중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멘데스의 시신은 시애틀에 거주중인 유가족에게 인계되었으며, 그곳에 있는 공동묘지에 매장되었다.

부록 2: SCP-512-KO 관련 갱신 내역

1995/12/01 갱신됨 | 알래스카에서 생산되는 원유량이 점차 감소함에 따라 SCP-512-KO의 먹이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초상동물학과에서는 개체 포획 작전을 재시도해 볼 것을 제안했으나, 아직은 그런 조치가 필요할 만큼 위태로운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져 보류되었다.

2001/10/04 갱신됨 | 리벤굿(Livengood)에 있는 파이프라인이 SCP-512-KO에 의해 심하게 훼손되어 976.8 ㎥에 달하는 양의 원유가 유출되었다. 재단 인원들이 시설 보수 및 은폐 작업에 긴급 투입되었으며, 취객이 쏜 총에 맞아 파이프가 파손되었다는 내용의 역정보가 유포되었다.

2002/11/03 갱신됨 | 데날리 국립공원 지하에서 지진이 발생해 파이프라인 지지대가 다소 손상되었다. 원유 유출은 없었으나, 시설 점검을 위해 파이프라인 가동이 3일 넘게 정지되었다. 개체 포획 작전이 재시도되었지만, 또다시 실패로 돌아갔다.

2002/11/20 갱신됨 | TAPS가 정상화된 이후에도 SCP-512-KO가 먹이활동을 한 흔적이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 개체의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 수색을 벌이던 도중, 유콘 강에서 심하게 부패한 정체불명의 동물 사체가 발견되었다. 사체에서 검출된 유전자는 SCP-512-KO의 것과 일치했으며, 부검 결과 사인은 아사(餓死)였다.6

초상동물학과에서는 사망한 개체 이외에 또다른 SCP-512-KO 개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으나, SCP-512-KO가 생존해 있다는 증거가 더이상 포착되지 않는다면 해당 항목은 무효(Neutralized) 등급으로의 재분류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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