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5917
일련번호: 5917
Level2
격리 등급:
안전
2차 등급:
없음
혼란 등급:
커너크
위험 등급: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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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5917-2가 들어 있는 지통.

특수 격리 절차:

SCP-5917-1은 보존을 위해 제99기지 표준형 변칙시체 극저온실에 보관해야 한다.

SCP-5917-2는 제33기지 보안저장지대 1("사슬 걸린 도서관"The Chained Library)의 32-12 록박스에 넣고 잠가 둔다.
SCP-5917-2는 현재 GoI-5917 "권사단"에서 보유하고 있다. 재단은 그들을 계속 추적하고 있으나, 현재 소재지가 어디인지는 불명이다.

설명:

SCP-5917은 오스파랄론스제도에서 발견된 두 점의 유물을 집합적으로 이르는 것이다. 두 유물 모두 GoI-5917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SCP-5917-1은 그전까지 보고된 바 없는 조강(鳥綱) 동물종의 시체다. 수집된 증거들로 미루어 보건대, 이 시체는 “키라도르Kirador의 스무째 남권사”라고 불리는 존재 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SCP-5917-2는 갈색 양피지 두루마리로, 비변칙적인 은제 지통(紙筒)에 들어 있다. 이 두루마리를 끝까지 풀어보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풀려나는 양피지의 양은 언제나 정확하게 같다. 해서 현재로서는 양피지가 기능적으로 무한한 길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두루마리에서 시료를 채취하려는 시도도 실패했다. 찢어낼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두루마리의 내용은 일종의 지도로, 끝없는 두루마리를 따라 여러 개의 와선꼴이 그려져 있고, 와선 위 여기저기에 꼬리표 달린 점이 찍혀 있다. 꼬리표의 내용은 두루마리를 들고 있는 사람의 모국어를 기준으로 변화한다. 꼬리표 중 다수가 우리에게 알려진 평행차원들을 가리키고 있다.

두루마리에 그려진 삽화를 보면 심한 현기증이 일어난다. 인지재해 배제 바이저를 사용하면 이 효과는 부분적으로 무효화된다.

꼬리표가 붙은 차원들 중 하나의 이름을 큰 소리로 말하면 사용자는 그 차원의 임의의 위치로 순간이동한다. 순간이동한 위치는 항상 사용자의 생물종의 생존에 적절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지도를 여러 번 사용해본 사람들은 “의지”를 적용해서 특정한 위치로 순간이동하는 방법도 있다고 주장한다.

SCP-5917-2를 만성적으로 사용하면 사용자의 생리가 SCP-5917-1과 유사하게 변화한다. 또한 SCP-5917-2를 계속 사용하면 사용자는 다양한 언어의 구사능력을 개화하게 되는데, 그 중 상당수가 재단 인어학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는 언어들이다. 해당 언어들을 문서화하는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다.

SCP-5917-2를 계속 사용할수록 신체 변화는 더 가속된다.

회수 일지 1-3-20

SCP-5917은 에스파냐의 작은 어촌인 산치브라오읍 해안 앞바다에 소재한 오스파랄론스제도에서 회수되었다. 산치브라오 읍민들은 알아볼 수 없는 배가 며칠 동안 오스파랄로스제도에 정박해 있다고 당국에 신고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재단 회수반이 현장을 조사한 결과, 거룻배에는 머리에서 발까지 신장이 2.4 미터 정도 되는 조류 존재자(SCP-5917-1)의 시체가 실려 썩어가고 있었다. 이 생물체가 죽기 전에 여러 차례 날붙이에 찔린 자상을 입었던 것으로 보였다.

발견 당시 생명체의 앞발톱이 SCP-5917-2를 움켜쥐고 있었다.

사건 보고서 2-5-20:

연구원 반스Barnes는 밈 배제 바이저를 착용한 상태로 SCP-5917-2를 살펴보다 놀라서 “거미들의 보고(寶庫)”Spiders' Hoard라는 이름을 소리내서 말했다.

그는 그 즉시 차원 12-a-3-b로 이동했다.

참고 사항: 차원 12-a-3-b

차원 12-a-3-b는 최근 발견된 평행우주로, 대규모 지하 땅굴망으로 되어 있고, 그 땅굴들은 엄청난 양의 장물과 인간들(산 자와 죽은 자 모두)로 가득하다. 이 물건들은 준-지성체인 거대 거미들이 이 차원으로 끌고 들어온 것인데,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어떠한 차원간 이동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2020년 1월 1일, 기동특무부대 시그마-2 "옥수수 파수꾼"Corn Watchers이 미네소타주의 한 농촌지역에서 일어난 연쇄실종사건을 수사하던 와중 이 차원을 발견했다. 그들은 문짝거미과(Ctenizidae) 거미들이 만드는 것과 유사한 거대한 방들을 무수하게 발견했다.

레이더에서 동굴이 있다는 증거가 잡히지 않았음에도 이 토굴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이 방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거대 거미들과 그 희생자들이 득시글한 지하땅굴망의 일부라는 것이 밝혀졌다. 희생자 다수는 살아 있었으며, 알 수 없는 이유로 포박도 풀려 있었다. 또한 방마다 무작위적으로 다양한 물품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미네소타주경찰에 분실신고가 접수된 고가치 물품들도 이 땅굴에서 발견되었다. 거대 거미들이 이것들을 여기로 가져왔으리라 의심되지만, 아직 그것들이 이런 물품을 직접적으로 수집하는 장면이 관찰된 적은 없다.

이 공간에서 수색 및 구조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연구원 반스는 비교적 조용한 곳에 도착했지만, 거미 한 마리가 자기를 향해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공황에 빠졌다.

그는 바스툴 한 개를 들어올려 급조무기로 사용해 자위하려 했다가, SCP-5917-2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깨닫고 두루마리를 들어올려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로 “집”을 말했다. 연구원 반스는 우리 차원으로 돌아왔으나, 양 손의 새끼손가락이 없어지고 양 손의 피부껍질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귀환한 반스는 SCP-5917-2와 바스툴을 각각 한 손에 들고 있는 상태였는데, 바스툴은 반스의 피로 얼룩져 있었다. SCP-5917-2에서는 핏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반스는 전치 3일의 부상을 입었고, 그 뒤 치유된 손은 사람과 다른 형태로 재형성되었다.

claw

연구원 반스의 치유된 손을 검시관이 스케치한 것. SCP-5917-1의 손과 거의 똑같이 되었다.

면담 녹취록 2-10-20:

이사관 나카무라: 요원 브릭스, 방금 무슨 요청을 한 건지, 다시 한 번 말해 보겠나?

요원 브릭스: 아 옙, SCP-5917-2를 사용해서 요원 화이트를 회수하는 구출임무를 수행하고 싶습니다.

이사관 나카무라: 분명히 다시 묻는데, 요원 브릭스, 자네는 요원 화이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고 있는 건가?

요원 브릭스: 차원 12-a-3-b를 탐사하다 거미들한테 둘러싸였었죠. 요원 화이트가 주의를 끄는 사이 나머지 우리는 탈출할 수 있었고. 요원 화이트는 MIA로 처리되었죠.

이사관 나카무라: 그리고 연구원 반스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거 맞나? 우리에게 현재 그 변형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도?

요원 브릭스: 옙, 잘 알고 있슴다.

이사관 나카무라: 연구원 반스가 재활기간 내내 비명을 멈출 수 없어서 진정제를 맞으며 지냈던 것도 알고 있단 말이지?

요원 브릭스: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이사관 나카무라: 그러든가.

요원 브릭스: 저는……, 그냥 훌륭한 군인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 뿐입니다. 제가 무슨 전문가는 아니지만, 반스가 의자째로 돌아올 수 있었다면, 저도 게리를 붙잡고 같이 돌아올 수 있다는 거 아녜요…….
우리 입장이 서로 바뀌었어도 게리는 그깟 손 두 짝 몇 번이고 팔아먹어서라도 날 구하러 갔을 겁니다. 최소한 게리를 찾아오려는 노력이라도 안 하고서는 양심상 제정신으로 살 수가 없습니다.

꽤 긴 시간 동안 말이 없다.

이사관 나카무라: 종합심리검사부터 받고 얘기하세.

요원 브릭스: 고맙슴다.


구출작전 사후보고서

작전명: 길찾기WAYFINDER

사령장관: 이사관 우스케 나카무라USKE NAKAMURA

현장 지도자: 요원 로저 브릭스ROGER BRIGGS

회수된 요원: 0

회수된 민간인: 6

발생한 부상: 예상된 신체개조


심리검사 2-20-20:

톰슨 박사: 자네가 제안한 그걸 꼭 자네가 할 의무는 없다는 걸 이해하고 있나. 요원 싱—

요원 브릭스: 외람된 말씀이지만, 박사양반. 페니는 근본은 똑바로 됐지만 아직 초짜예요. 그러니까, 아직 젊고 유망하다 그 소리죠. 이런 일에는 언젠가 1개 특무부대를 책임질 인재보다 나같은 퇴물 노땅을 보내는 게 나아요.

톰슨 박사: 요원 브릭스, 자네는 작전 중 부상자야. 지금 가지게 된 장애만 갖고도 재단에서 은퇴할 수 있을 정도라고.

요원 브릭스: 일어난 일에 대해서 굳이 깝죽대지는 않을게요. 하지만 저는 지금 제 꼴을 보고 장애인이라 부르진 않겠어요. 사격장 탄착군이 이렇게 잘 나오는 것도 생전 처음이라고요.

톰슨 박사: 그것 자체가 신경쓰인다고.

요원 브릭스: 보십쇼. 저 밑에 생존자들의 캠프가 있어요. 다들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고, 요원 화이트를 계속 찾고 있다 그랬다고요. 지금이 바로 게리를 저기서 꺼내올 수 있는 최선의 기회이고, 또 최대한 많은 민간인들까지 데려나올 수 있을 거란 말입니다.

톰슨 박사: 그런 경험을 하고도 자네의 공감능력이 살아남은 것은 참으로 기쁘네만, 자네가 이 임무에서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자네는 개인적 이해관계가 있어.

요원 브릭스가 긴 한숨을 내쉰다. 그의 새발톱이 면담 탁상을 두드린다.

요원 브릭스: 모두들 페니를 보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저도 동의하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저는 철저히 군인이란 겁니다. 명령을 따를 줄 아는 군인이요. 그래도 제가 할 말은 다 했어요.

톰슨 박사: 좋아……. 이 지도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우린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요원 브릭스: 여러분 모두를 대신해서 제 몸뚱이로 알아낼 수도 있겠죠. 어쩌면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날지도 모르고, 그럼 오히려 득 보는 거 아닌가? 아무튼 저는 제 목숨도 내려놓을 각오가 되어 있다구요. 그게 바로 특무대원이 된다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톰슨 박사: ……알겠네.


구출작전 사후보고서

작전명: 할인점 장보기DISCOUNT SHOPPING

사령장관: 이사관 우스케 나카무라

현장 지도자: 요원 로저 브릭스

회수된 요원: 요원 제럴드 화이트GERALD WHITE

회수된 민간인: 3

발생한 부상: 요원 화이트의 등에 작은 열상, 요원 브릭스의 발이 새발톱으로 변형됨, 요원 브릭스의 팔에 깃털이 돋아남.


면담 녹취록: 요원 페넬로페 싱Penelope Singh, 2-27-20

요원 싱: 우선 제일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요원 브릭스는 언제나 모범적인 군인, 그 밖에 다른 것이었던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재단이나 재단의 목적, 또는 정상성에 위해를 야기할 의도가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사관 나카무라: 나 역시 기록상에 남아 있는 요원 브릭스의 활약들을 존중하네. 하지만, 그래도 뭔가 보고할 게…….

요원 싱: 있습니다. 그……, 막사에서 자다가 말을 하고 그럽니다.

이사관 나카무라: 잠꼬대 같은—

요원 싱: 영어로 말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아는 브릭스 요원은 영어 말고 다른 언어는 할 줄 모릅니다……, 제가 몰랐을 수도 있지만요. 도대체 무슨 언어였는지 대체로 모르겠지만, 라틴어로 몇 마디 하는 건 들었습니다.

이사관 나카무라: 뭐라던가?

요원 싱: …… “설명되지 않은 것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말이 없다.

이사관 나카무라: 알았네. 상황을 좀 지켜보도록 하지. 보고해 줘서 고맙네, 요원.


wing

SCP-5917-2를 두 번째로 사용한 뒤 요원 브릭스의 팔.

요원 브릭스에 관한 최초 연구노트의 음성 녹취록:

“나는 호프스테드 박사Dr. Hoffstead고, 오늘은 20년 2월 27일이다. 비정상적인 야간활동이 여러 번 보고되어 추가 시험을 위해 요원 브릭스를 데려왔다.

“팔에 돋아난 깃털이 상당히 자라나 있고, 관절도 미묘하게 변형되었다.

“요원 브릭스는 재단에서 알고 있는 5개국어, 그리고 재단에서 아직 알지 못하는 더 많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

“심리학적으로, 요원 브릭스는 현재 상태에 대한 불편감을 호소했다. 요원 브릭스는 자신의 정신적 변화에 대해 걱정하고 있고, 우리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 요원 브릭스는 가장 최근에 SCP-5917-2를 사용했을 때 어지럼증을 덜 경험했고, 의도한 목적지에 확연히 가까이 순간이동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그 밖에 다른 정신적 변화는 감지된 것이 없다.

“연구 계속될 예정.


브리핑 녹취록: 요원 브릭스, 3-15-20

요원 브릭스: 절 좀 보자 그랬다면서요. 이사—

요원 브릭스가 말을 멈추고, O5-6이 동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두 사람은 예전에 다른 임무로 안면이 있었다.)

O5-6: 열중쉬엇, 요원 브릭스.

이사관 나카무라: 요원……. 내 정말 자네한테 이런 소리 하고 싶지 않네만, 자네가 해 줘야 할 임무가 있어.

O5-6: 약 20분 전, GOC 머저리들이 방랑자의 도서관이라는 외부차원 공간에서 뱀의 손과 교전을 시작했다. 기동특무부대 시그마-3 산하 1개 소대가 거기서 정보수집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 총싸움 사이에 갇혀서 옴짝도 못하고 있다.

이사관 나카무라: 자네가 그들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그것조차 우리는 지금 유의미하게 아는 게 없다네.

O5-6: 하지만, 그 친구들 생명을 구하려면 다른 수도 없다.

잠시 다들 말이 없다.

요원 브릭스: 지도 어딨는데요?


구출작전 사후보고서

작전명: 까마귀는 날아가고AS THE CROW FLIES

사령장관: O5-6

현장 지도자: 요원 로저 브릭스

회수된 요원: 12

회수된 민간인: 0

발생한 부상: 요원 세 명이 KIA. 두 명은 빈사상태로 회수. 요원 브릭스가 아군 오사로 어깨에 총상을 입음. 요원 브릭스는 이제 생리학적으로 SCP-5917-1과 동일한 신체가 되었고, 더 이상 치료는 필요하지 않음.

망실한 자산: SCP-5917-2. 상세 내용은 사건 보고서 참조.


사건 보고서 3-15-20

보안 카메라 영상에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요원 브릭스가 보인다. 그의 두경부는 이제 칠면조독수리처럼 보인다. 예전에 비해 키도 커졌고, 깃털도 더 자라났다.

그가 다치지 않은 왼쪽 앞발톱으로 SCP-5917-2를 움켜쥔다.

고통스러운 목소리에 왠지 비음이 많이 섞여 있다. 그가 말함에 따라 부리가 부드럽게 움직인다.

기동특무부대 시그마-3의 생존자들이 요원 브릭스를 포위하고 총을 겨누고 있다.

요원 브릭스: 위생병……. 부상자 다수!

요원 그라임스 (MTF 시그마-3): 입 닥쳐! 우릴 어디로 데려가려고? 너 누구야? 너 뭐야?

이사관 나카무라: 요원 제군, 당장 그 총 집어넣게 어서!

카메라 시야에 이사관 나카무라와 요원 화이트가 들어오고, 다수의 의료진이 그 뒤를 따른다. 의료진이 부상자들을 돌보기 시작한다. 요원 브릭스를 치료하라고 지시받은 팀은 머뭇거린다.

이사관 나카무라: 요원 브릭스라니까. 빨리 치료해!

의료진이 요원 브릭스도 마저 치료하기 시작한다. 기동특무부대 시그마-3이 무기를 내려놓는다.

요원 화이트: 좀 낫네. 여기는 제33기지다. 거기서 너흴 꺼내 온 브릭스한테 미안한 줄이나 좀 알아라.

요원 그라임스 (MTF 시그마-3): 뭐라고……? 아니 어느새 우리가—

이사관 나카무라: 나중에 차차 브리핑해 주지. 지금은 일단—

목청을 가다듬는 헛기침 소리가 난다. 정교한 드레스를 입고 중산모자를 쓴, 좀전까지 보이지 않던 커다란 독수리 같은 생명체가 카메라 시야에 들어온다.

또다른 SCP-5917-2 개체로 보이는 물건이 그 허리에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인다.

정체불명의 존재자: 이사관님, 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을까요?

방 안의 모두가 정체불명의 존재자에게 총을 들이민다.

정체불명의 존재자는 회유하는 듯한 몸짓으로 발톱을 내밀었다.

정체불명의 존재자: 폭력을 휘두를 필요 없어요. 죄송하지만, 이사관 당신의 펜을 좀 빌려주시면 좋겠어요.

이사관이 눈썹을 치켜뜬다.

이사관 나카무라: ……넌 뭐냐?

정체불명의 존재자: 당신의 펜을 잠시 빌리고자 하는 사랑스러운 아가씨랍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펜을 빌리고 싶어하는 건 어디까지나 예의상 그러는 거거든요. 순순히 제가 펜을 쓰게 해 주든지, 아니면 무슨 장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든지, 알아서 하세요. 선택은 당신들 몫이니까.

이사관 나카무라: ……내가 널 왜 믿어야 하지?

정체불명의 존재자: 왜냐뇨 그야 난 기자니까요! 진실이라는 궁극의 미(美)를 찾아 자신의 표준적인 미를 불태워 버린 존재, 그게 바로 저랍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여권사가 되는 건 참 쉬운 일이 아니에요. 아무튼 이제 펜.

잠시간 말이 없다가, 이사관 나카무라가 자기 펜을 그녀에게 넘긴다.

정체불명의 존재자: 좋아요! 우린 잠시 뒤에 돌아오도록 하죠.

정체불명의 존재자와 요원 브릭스가 사라진다.


보안 알림

이하 내용은 이사관 나카무라의 펜에 숨겨진 녹음기에서 추출된 것이다.

우리는 이하 녹취록의 진실성을 검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기록에는 어떠한 위변조도 가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이든, 마술이든, 기타 다른 무엇이든.

정체불명의 존재자가 이사관 나카무라의 녹음기 펜을 일부러 “빌려”서 이하 내용을 우리에게 전달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녹음 및 녹취록의 변칙적 성질들은 우주의 근본적이고 자연적인 속성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속성들이 안보에 위협이 될지 여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


이사관 나카무라의 펜에서 회수된 녹취록:

여권사: 아, 좋아라. 완전히 충전되었네. 자, 이 몸은 첼론의 넷째 여권사이며, 우리 고결한 동업조합의 피선중재관입니다. 제가 쓴 멋진 기사들이 실리는 우리 공보는 방랑자의 도서관을 비롯해서, 그 밖에 고품격 차원간 정기간행물이 판매되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구해볼 수 있습니다. "그 카터"the Carter를 위해서 고품격이라고 명시를 한 부분인데요. 우리는 기업 선전은 받지 않고요, 앞으로도 계속 그쪽 광고에는 관심이 없을 겁니다.

요원 브릭스: 여기가 어디요? 무슨 짓을 한, 거…….

여권사: 차 들어, 약차야. 치유를 가속시켜주니 몸에 좋지. 그 정도 총구멍은 장기적으로 보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저절로 아물 때까지 이틀이나 기다릴 필요도 없잖아.

요원 브릭스: 어……, 예 뭐 고마워. 내 동료들은—

여권사: 그 군인들이라면 살아남을 거야. 네가 제 때 도착했고, 너희들 재단에는 아무리 크게 다쳐도 생채기처럼 하찮게 만들 수 있는 약이 잔뜩 있잖아. 하지만 네가 상실한 것에 대해서는 참 유감이야. 나도 최근에 형제 한 명을 잃어서, 어떤 괴로움일지 잘 알지.

요원 브릭스: 지금……, 감히 비교하지 마, 뭐하고 비교하든 간에—

여권사: 미스터 브릭스. 내가 요구하는데, 우리 조직을 모욕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어. 우리도 남들 돕자고 목숨 걸고 살거든. 장담하건데, 키라도르의 스무째 남권사는 다중우주의 여러 백성들에게 지식이라는 무기를 쥐어주기 위해 여러 번 목숨과 팔다리를 걸어 왔어. 그의 매발톱에 얼마나 많은 공허의 졸개들이 쓰러져갔는지. 또 그의 말로써 더 많이 쓰러졌지.

요원 브릭스: 그럼 에스파냐에선 뭘 하고 있었던 건데?

여권사: 아, 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어차피 모든 질문의 답을 차차 다 알게 될 텐에 뭘! 다만 방금 물어본 그거는 공보의 내부감사판이 나올 때까지 37년을 기다려야 해. 어쨌든 간에 지금 그 문제는 별로 유의미한 게 아냐.

요원 브릭스: 아이고 그러세요. 그럼 뭐가 유의미하시나이까?

여권사: 이 대화의 요점은, 네가 지금 내 형제의 지도를 사용하고 있고, 또 그걸 사용할 만한 자격이 있음을 입증했다는 거야. 문제는, 네가 그걸 원하느냐, 그거지.

요원 브릭스: ……흉측한 대머리수리 괴물이 되는 것 말고도 또 무슨 의무사항들이 더 있을 것 같은 느낌인데?

여권사: 나는 우리를 흉측하다고 형용하는 걸 반대하겠어. 미(美)라는 건 결국 보는 사람 눈에 달려 있는 것.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는 이 몸뚱이가 오만 데서 오만 극형을 받고도 살아남을 수 있어서 마음에 드는 걸. 뭐 그래도, 네 말도 틀린 거 없지. 이 외모 때문에 너와, 네 동료 인간들 사이에 엄청난 거리감이 생겼을 테니까. 그 거리감, 그리고 탈바꿈 과정의 고통. 그것들이 바로 네 결의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야.

요원 브릭스: 내 결의? 무슨 결의?

여권사: 생명과 관점들이 공허 속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내겠다는 결의. 전자에 관해서는 네가 이미 충분한 능력 그 이상을 확실히 증명해 보였다고 할 수 있어. 하지만 후자에 관해서는 네가 별로 헌신한 게 없다는 점이 나는 참 신경쓰이네.

요원 브릭스: 관점에 대한 헌신이라고?

여권사: 그렇지. 그……, 뭐라 하더라? 기억소거?Amnesticization 이거 옮겨 쓰느라 고생들 하겠다. 아무튼, 너는 네가 구해준 “민간인”들의 기억을 소거함으로써 그들의 관점을 없애는 데 아무런 반대가 없었지 않아. 우리 조직에서 그런 종류의 행위는 진짜 가장 정말 어려울 때나 제한적으로 허용된다고.

요원 브릭스: 내가 헌신하겠다고 맹세한 건 "정상성"을 지키는 거다. 게다가 그런 기억들은 안 잊고 가지고 있어 봤자 고통스럽기만 할 뿐이야.

부드러운 한숨소리가 들린다.

여권사: 이 대화가 너에게 무의미하다면, 적어도 고통스러운 기억도 가치가 있다는 것만은 좀 알아라. 고통스러운 기억도 제대로 이해되면 큰 힘이 되는 것이고, 심지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자산이 되는 법.

요원 브릭스: ……그건 이해하겠어. 하지만 내 기존의 신념을 바꿀 이유는 못 찾겠는걸.

여권사: 그럴 거 같네……. 차라리 메카네인이나 낼캐 쪽에 자기소개를 돌리는 편이 낫겠어. 아무튼 그래도, 네가 내 마음에 들었다는 건 알아 둬. 한 수천 년 지나면 생각이 바뀔지도 몰라? 그럼 이제 너희 이사관한테 돌려보내 줄까?

요원 브릭스: 그……게 최선일 것 같군.

여권사: 아주 좋아. 그 지도는 내가 잘 갖고 있을게. 이 펜이나 도로 갖고 갈래?


보안 알림:

현재로서, 요원 브릭스에 대한 공식적인 격리 절차는 필요하지 않다고 간주되고 있다.

그는 우리 동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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