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621-KO-2 면담 기록
SCP-621-KO-1 주변에 SCP-529-KO가 존재하였고, 그 과정에서 녹음된 기록이다.
(SCP-529-KO가 출몰한다. 개체는 SCP-621-KO-1로 접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SCP-529-KO와의 접촉을 위하여 개체의 연구 책임자인 클라라 박사가 SCP-529-KO와의 접촉을 시도한다.)
클라라 박사: SCP-529-KO!
SCP-529-KO: 오랜만입니다, 박사님.
클라라 박사: 그 이후로부터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었는데, 다시 여기 나타난 이유가 뭐죠?
SCP-529-KO: 팅커벨을 잡으러 왔죠.
(SCP-529-KO가 급격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SCP-529-KO는 SCP-621-KO-1 앞에 도달한다. SCP-529-KO가 일회용 라이터를 꺼내든다.)
클라라 박사: 잠깐잠깐, SCP-529-KO! 지금 당신이 불태우려고 하는 것은 재단의 연구 자산입니다.
SCP-529-KO: 아. (침묵) 그래도 안 됩니다. 해충은 죽이고 조지고 삶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이제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으-
클라라 박사: 이번 한 번만 협조해 주시면 됩니다. 한 번이면 돼요.
SCP-529-KO: 아, 현기증 날 것 같으니까 요점만, 요점만 후딱후딱 말해주셔유
클라라 박사: 저희는 지금 SCP-621-KO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보아하니 당신은 개체에 대한 정보를 꽤 아는 듯하고요. 그래서 당신이 일단 저걸 처분하지는 말고 조사에 협조해달라는 거죠.
SCP-529-KO: 오케이. 이번 한 번 만입니다. (SCP-529-KO가 갑자기 삽을 꺼내들기 시작한다. 삽으로 SCP-621-KO-1의 아랫부분을 후드려 팬다.)
클라라 박사: 지금 뭐 하는-
SCP-529-KO: 워워, 기다려봐요.
(SCP-621-KO-1에 작은 구멍이 생긴다. 작은 구멍 사이로 수만 마리의 벌레들이 튀어나오며 이들은 SCP-621-KO-2로 추정된다.)
SCP-529-KO: 아. 하필이면, 나 알레르기 있는데.
(SCP-529-KO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변에서 수십억의 매미나방의 일종으로 추정되는 생물체들이 SCP-529-KO를 뒤덮기 시작한다. 개체들은 어떠한 변칙적 특성도 지니지 않았다.)
클라라 박사: SCP-529-KO? 제 목소리 들려요?
SCP-529-KO: 악! 당연하죠.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다 처리할 테니까.
(SCP-529-KO가 소형 손전등을 꺼내들었다. 손전등을 손에 쥐고 팔을 위 쪽으로 높이 뻗어 올린다. 그러자, 매미나방의 떼들이 이전보다도 더 빠르고 많이 SCP-529-KO 근처로 접근하기 시작한다. 곧, SCP-529-KO는 매미나방의 떼 들에 뒤덮여 보이지 않게 된다.)
클라라 박사: 이거 지원 요청을 해야 하는-
(갑자기 폭발하는 소리가 들린다.)
SCP-529-KO: 클리어.
(SCP-529-KO 가까이 있던 벌레부터 불에 타기 시작한다. 이는 곧 주변의 벌레로 빠르게 퍼지며, 순식간에 모든 매미나방들이 전멸했다.)
SCP-529-KO: 좋아… 이제 됐죠? 1마리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다 불태우도록 하죠. (침묵)
클라라 박사: SCP-529-KO?
SCP-529-KO: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여기 벌레 한 마리가 살려달라고 구걸을 해서.
클라라 박사: SCP-621-KO-2가 지성이 있고 대화가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SCP-529-KO: 어, 일부는요?
클라라 박사: 그럼 지금 당신에게 빌고 있는 개체를 상대로 면담을 진행해 주세요, 지금 당장.
SCP-529-KO: 그렇지만 기록해도 댁들은 못 알아듣잖슈.
클라라 박사: 당신이 통역을 해줘야죠.
SCP-529-KO: 이런.
SCP-529-KO: 그럼 뭐, 이제 질문하세요. 제가 통역해드리죠.
SCP-621-KO-2: 항복! 항복!
클라라 박사: 아무도 당신을 죽이지 않습니다. SCP-621-KO-2, 아마도요.
SCP-621-KO-2: 뭐? 그럼 저거는? 저게 우리 동료 수억을 방금 죽였는데?
클라라 박사: 저 자는 우리와 관련이 없습니다.
SCP-529-KO: 헐.
클라라 박사: 또한 저희가 저 사람이 당신들을 더 공격하는 것을 막아줬지 않습니까?
SCP-621-KO-2: 어… 생각해보니 그렇지.
클라라 박사: 그렇습니다. 혹시 면담에 응해주실 수 있습니까? 응해주신다면 오늘 당신들 모두 해를 입히지 않고 돌려드리겠습니다.
SCP-621-KO-2: 선택권이 없군.
클라라 박사: 일단 본인에 대해서 먼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SCP-621-KO-2: 나는 제비꽃에서 살고 있던 옥색긴꼬리누에나방이야. 동족 간의 식별 번호는 옥색나방-24204230948.
클라라 박사: 제비꽃?
SCP-621-KO-2: 그 제비꽃은 아니고, 이 가로등 보이지? 이 안에는 모종의 여분 차원이 존재하고, 거기를 제비꽃이라고 불러. 왠지는 모르겠지만.
클라라 박사: 제비꽃에 대해 더 알려주실 수 있나요?
SCP-621-KO-2: 오, 당연하지. 뭘 먼저 물어볼 거야?
클라라 박사: 당신이 제비꽃에 대해 아는 것 전부를 말해주세요. 전부요.
SCP-621-KO-2: 제비꽃은… 근본적으로 이곳과 같아. 지구. 하나 차이점이라면, 우리 말고는 동물이 아무도 없었다는 거? 처음에 우리가 제비꽃을 발견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어. 말 그대로.
클라라 박사: 그리고요?
SCP-621-KO-2: 우리가 거기에서 살기로 했지.
클라라 박사: 우리라면 당신과 같은 곤충들을 말하는 겁니까?
SCP-621-KO-2: 맞아, 곤충들. 아니, 좀 특이한 곤충들. 모두 지적 능력이 있고, 몇몇은 더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
클라라 박사: 계속 말해주세요.
SCP-621-KO-2: 아무튼 우리는 저곳에서 자급자족하면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제비꽃이 황폐해지기 시작했어. 땅이 썩어가고, 물이 더 이상 흐르지 않고, 공기는 텁텁해지고…
클라라 박사: 왜 그런지 아시나요?
SCP-621-KO-2: 몰라.
클라라 박사: 흠, 알겠습니다. 그럼 당신들이 왜 이런 일을 하는 건가요?
SCP-621-KO-2: 다시 고향을 살리려고, 한때 제비꽃은 지금과 달리 생명이 붐비는 곳이었지. 외부에서는 온갖 변칙 벌레들이 들어오고.
클라라 박사: 그렇군요.
SCP-621-KO-2: 아. 내가 이걸 말했나? 방금 제비꽃이 황폐해졌다고 했잖아. 그들 중에서 모두가 제비꽃을 살리는데 동조하지는 않았어.
클라라 박사: 그게 누구죠?
SCP-621-KO-2: 다른 벌레들. 특히 파리, 바퀴벌레, 매미, 모기… 뭐 너희들이 이름만 들어도 질색하는 그럼 놈들 있잖아.
클라라 박사: 좀 더 자세히 말해주세요.
SCP-621-KO-2: 제비꽃의 황폐화가 초기였을 때는, 모두가 제비꽃을 살리는 것에 찬성했지만 전혀 호전세가 보이지 않자, 그들은 탈주를 감행했어. 그리고 이렇게 주장했지. "우리는 외부에서 식량과 자원을 공급해야 한다. 더 이상 제비꽃을 살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여기서 "외부"가 뭔지는 안 봐도 알겠지?
클라라 박사: 그게 뭐죠?
SCP-621-KO-2: 진짜 모르겠는 거야? 너희들, 인간들의 집을 말하는 거지. 그 녀석들은 너희들의 거주지에 침략해서 너희들의 것을 먹고 빼앗지.
클라라 박사: 아.
SCP-621-KO-2: 그 과정에서, 우리는 그들의 의견을 반대했어. 일단 다른 건 둘 째 치고, 너무 위험이 커. 걔네들처럼 빠르고 잽싼 놈들은 그렇다고 쳐도. 대부분의 벌레들은 인간과 만나면 그대로 죽음이야. 죽음.
클라라 박사: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SCP-621-KO-2: 인간과의 공존을 추구한다. 우리는, 이 방법으로 말이야.
클라라 박사: 그렇군요.
SCP-621-KO-2: 뭐, 우리는 어디까지나 인간과의 공존을 추구했지만 인간들은 항상 우리를 좋아하지는 않더군. (침묵) 나는 이것이 제비꽃에서 떠난 벌레들 때문이라고 생각해.
클라라 박사: 왜죠?
SCP-621-KO-2: 자, 생각해봐. 제비꽃의 탈주자들, 그러니까 모기, 파리, 바퀴벌레 같은 놈들을.
클라라 박사: 아.
SCP-621-KO-2: 더 나아가서는, 개중 변칙적인 놈들은. 역병신과 결탁해서 역병을 퍼뜨리거나… 아니면 그 자체가 막대한 위험이 되거나. 요즘 벌레들 엄청 많다며? 알잖아? 그런 거처럼 말이야.
클라라 박사: 알겠습니다. 이쯤이면 면담은 충분한 것 같네요. SCP-529-KO, 협조 감사드립니다. 이제 철수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SCP-529-KO: 아, 끝났어요?
클라라 박사: 네.
SCP-621-KO-2: 이제 약속대로 우릴 살려줘!
SCP-529-KO: 그럼… 게임을 시작하지…
SCP-621-KO-2: 뭐?
(SCP-529-KO가 일회용 라이터를 꺼내든다. 그 직후 알 수 없는 폭발이 발생하며, SCP-529-KO가 소실된다. 추후 조사를 위해 인원을 파견한 결과, 해당 장소에는 수억의 SCP-621-KO-2의 사체들이 있었다.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살아있는 SCP-621-KO-2 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