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720-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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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720-KO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SCP-720-KO의 존재는 각국과의 협력을 통해 현재 은폐되어 있다. 여기에 출입하고자 하는 모든 인원은 SCP-720-KO-01과 어떠한 종류의 의사소통도 하지 말아야 하며, SCP-720-KO의 ‘통제실’ 이외 다른 장소에 머물 수 없다. 이를 어길 시 사살한다. ‘통제실’의 모든 설정은 현재 ‘기본 상태’로 맞추어져 있으며, 오로지 실험 목적으로 3등급 이상 연구원의 승인을 받아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모든 실험에는 한 명 이상의 재단 소속 경제학자가 동반하여야 하며, 실험 결과는 기록하여 제출하여야 한다.

설명: SCP-720-KO는 [데이터 말소]에 위치한, 약 6만 명 가량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약 12000㎢의 구역이다. 이 구역은 완전히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여기에는 어떤 도로 또는 교통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SCP-720-KO에서 외부로 나가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SCP-720-KO의 거주자들(이하 ‘SCP-720-KO-1’이라 한다)이 그곳을 떠나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정보 누설이나 격리 실패의 위험성은 대단히 적다. 재단은 혹시라도 외부인이 SCP-720-KO를 발견하는 일이 없도록 적절한 은폐 공작을 벌이고 있으며, 아울러 연구를 위해 지하 터널을 증축하였다.

이 구역은 외부와의 교류를 전혀 하지 않으며, 자신들만의 사회를 이루고 거주한다. 실제로 SCP-720-KO-1들은 자신들의 의회와, 은행, 기업 등이 존재하고 의회 의원 200명을 직접 투표로 선출하는 등, 상당히 현대적인 민주주의 정치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것이 이들의 폐쇄적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된 것인지, 외부의 영향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SCP-720-KO의 중심에는 알프레드 마셜1와 로버트 루카스2의 동상이 있는데, 이 두 동상의 명판을 동시에 누르면 SCP-720-KO의 ‘통제실’로 들어가는 뚜껑문이 열린다. 이 통제실 내부에는 SCP-720-KO의 가계, 은행, 기업 등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들과, 실업률,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표시하는 모니터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계기판과 여기에 연결된 주 모니터가 있다.

현재 통제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계기판들로, 이들은 SCP-720-KO-1의 사고 체계 및 심리 체계, 나아가 SCP-720-KO의 수많은 사회 조건들을 바꿀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주로 경제학적 선택에 관한 의사결정, 경제정책에 대한 반응 등을 통제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이는데, 현금보유성향, 한계효용곡선 분포, 무차별곡선 분포 등이라고 라벨이 붙어 있는 버튼들이 발견되었다. 이들은 미시경제적인 인간 내면에서의 지표를 조정할 때는 완전히 변칙적인 방법으로 정신조작 내지는 정신자의 형태로 구현되는 것으로 보이나, 이자율, 물가상승률 등의 거시경제적인 지표의 조정은 대체로 통제실에서 입력하는 내용을 의회가 공포하는 형식으로 한다. 즉 여기에는 어떠한 변칙적인 과정도 개입되어 있지 않았을 가능성도 분명히 있으며, 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재단이 최초로 통제실에 진입하였을 때, 주 모니터에는 ‘기본 상태’라는 표시가 떠 있었으며, 모든 계기판은 특정 설정으로 맞추어져 있었다. 연구원들은 이곳에서 상주하면서 SCP-720-KO-1의 행태를 연구하였고, 그 결과 SCP-720-KO-1의 사고 체계가 현생 인류와 대단히 다르고, 이로 인해 이 구역은 일반적인 것과 완전히 다른 경제학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래는 ‘기본 상태’에서 SCP-720-KO-1이 보이는 행태와 목격되는 사회적 현상이다.

관측 기록 720-KO-1
1. 자신들의 행동이 가져오는 직접적인 영향에 대해 완벽하게 인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짐. 예를 들어, 기업에서 오염된 물을 배출한다면 즉시 이에 대해 인근 주민에게 보상금을 지급함.

2. 협상 과정이 존재하지 않음. 이를 경제학적으로 다시 말하자면, 협상 비용이 존재하지 않음. 이들은 상대방이 한 제안을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다면 거절. 이 때문에 제안을 하는 쪽 역시 이를 고려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선에서만 제안을 함.

3. 의사결정을 내릴 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안 다음 결정하려고 함. 즉 항상 어떤 물건을 살 때는 최저가에 구매하고, 사기나 횡령 등의 재산범죄가 거의 성공하지 못함.(D계급 인원을 이용한 실험에서 재차 증명됨.) SCP-720-KO의 의회는 여기에 자신들의 예산을 대부분 쏟아 방대한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음.

4. 모든 동일한 종류의 상품은 질적으로도 완벽하게 동일함.(단 여기에 무형의 서비스는 포함되지 않음.)

5. 물건의 유효 수명이 비정상적으로 짧으며, 생산에 필요한 기간도 비정상적으로 짧음. 관측 결과, 예를 들어 치약의 경우 불과 2번 정도 쓰고 나면 다 쓰게 되며, 치약 공장 역시 주문이 들어오면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물건을 생산함.

6. SCP-720-KO의 의회는 법정지급준비율을 5%로 설정하였으며, 은행은 이 비율 내의 지급준비금을 전혀 보유하지 않음. 아울러, 은행은 일반적인 예금 업무 이외 다른 은행 자체의 유동성 확보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음.

7. 모든 기업가는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하며, 모든 소비자는 자신들의 만족감을 극대화하려고 함.

수신 기록 720-KO-3
아래 기록은 위의 관측 기록을 민간 경제학자 [편집됨]에게 검토할 것을 요청하여 수신받은 것이다. 이후 [편집됨]은 기억 소거 처리하였다.

가장 먼저, 이 7가지 조건이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마 본인도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설마 그 정도의 판단 능력이 없지는 않겠지요. 이런 조건들이 만약 성립한다면, 이 사회는 완벽한 시장경제 체계를 달성한 겁니다. 완전한 유토피아,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궁극의 사회죠. 발전 속도 역시 엄청나게 빠르겠군요.

일단 경제학에서 시장실패로 외부효과3, 정보의 비대칭성, 독과점, 공공재 생산을 꼽는 건 아실 겁니다. 그런데 일단 1번 조건에 의해서 외부효과가 사라지고, 3,4,5,7에 의해서 완전경쟁시장4이 달성되어 나머지가 전부 사라집니다.

2번 조건이 코즈의 정리를 실현시킨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최고의 극치는 6번이군요. 저 조건 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압니까? 바로 완전한 경제 통제입니다. 통화승수가 지급준비율의 역수로 고정되기 때문에 본원통화량과 지급준비율을 조정하는 것으로 정부가 통화량을 완전히 틀어쥐는 겁니다. 경제정책이 100% 효과를 내는 거죠. 양적완화 같은 무식한 방법은 필요하지도 않고, 지금 현대 사회를 벌벌 떨게 만드는 실업, 살인적인 물가, 경제불황, 대공황 같은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당신이 말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곳이 있다면 나부터 가서 살고 싶군요.

어쨌든, 당신의 이야기가 경이로울 정도로 터무니없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지적해 두겠습니다. 말했다시피, 엄청나게 비현실적인 이야기이니까요. 후원금에 감사드립니다.

윤리위원회는 SCP-720-KO-1들이 완벽하게 신체적으로 현생 인류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린 후, 이들이 광범위한 정신조작 상태에 놓여 있고 독립적인 변칙적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 후 이들의 해방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 통제실이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단순하게 이 설정을 끄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상당히 우려되는 면이 있었다. 따라서 이에 따라 재단에서는 여기의 설정을 적절히 조정해 보며 그 영향을 판단해 보고자 하였다.

실험 기록 720-KO-1
설정: 의회의 목표 물가상승률을 0%로 조정함
결과: 필립스곡선에 근거하여 실업이 발생하고 경제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이러한 현상 없이 SCP-720-KO의 의회가 물가상승률 목표를 0%로 선언한지 이틀 만에 물가상승률이 0%에 도달했다. 실제로 의회가 어떤 정책을 취하지 않았음에도 이런 현상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SCP-720-KO-1들이 자신들의 예상 물가상승률을 의회 발표에 맞추어 즉각적으로 조정함에 따라 필립스곡선이 이동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실험 기록 720-KO-2
설정: 법정지급준비율을 100%로 조정함.
결과: 이 경우 통화승수가 1이 되므로 물가상승률이 0%가 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은행들이 예금금리 0%를 선언함에 따라 모든 사람들이 예금을 인출해 각종 기업에 투자하고 새롭게 창업을 하는 등 다른 투자 행위를 시작하였다. 이에 대해 연구원들은 본원통화가 통화량과 일치하므로 사람들이 투자를 해도 화폐량의 부족으로 기업이 투자에 대한 대가를 상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였으나, 기업은 법정지급준비율이 내려가면 투자금액을 지급하겠다는 채권을 사람들에게 발급하기 시작하였다. 약 2개월 후 SCP-720-KO-1들은 이 채권을 가지고 물건을 샀고, 시중에 돈이 아닌 이 채권만이 거래되었는데, 재단 소속 경제학자들의 경고에 따라 법정지급준비율을 기존의 5%로 낮추기로 하였다. 그러자, 은행은 현금이 전혀 확보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의 지급을 위해 대출을 요구하는 기업들을 상대해야 했고, 결국 일제히 영업정지를 선언했다. 이는 기업 발행 채권을 사실상 무가치한 것으로 바꾸어 놓았고, SCP-720-KO-1들은 대대적인 패닉에 빠졌다. 곧장 이는 폭동, 방화 및 [데이터 말소]로 이어졌으며, 의회가 임시 총리를 선출해 모든 권한을 위임하며 1인정치가 생겨나는 등 정치 체제까지 붕괴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재단은 긴급히 통제실을 통해 의회에 무제한 통화 발행을 허가하였고, 의회가 은행에 필요한 모든 유동성을 공급함에 따라 경제가 안정을 되찾았다.

앞서 두 실험의 실패는 단순하게 거시경제지표를 조정하려 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SCP-720-KO-1이 현생 인류와 완전히 다르게 행동하기 때문에, 지금 우리의 목표가 이들을 해방시키는 것이라면 당연히 사고 체계를 바꾸어 놓았어야 했다. 더군다나 거시경제지표를 바꾸는 것이 사회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해 두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의 실험에서는 미시경제지표를 우선하여 변경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실험 기록 720-KO-3
설정: 치약의 한계효용곡선을 x축으로 고정함. 즉, 치약의 한계효용을 0으로 설정함.
결과: 예상했던 결과가 발생하였다. 치약을 사용하려는 SCP-720-KO-1들이 없어졌으며, 이를 닦을 때 치약 대신 소금을 사용하였다. 곧 치약회사들은 모두 파산하였다. 이에 따라 경제학자들은 소금의 수요가 늘어난 만큼 실업자들은 염전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대부분의 SCP-720-KO-1들은 염전에서 일하는 육체노동을 거부하였으며, 계속해서 실업자 상태를 유지하였다. 의회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면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하였는데, 이에 대해 재단 경제학자들은 이 사회의 잠재적 성장가치가 모두 실현되고 있어서 염전 이외 다른 분야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예측이 들어맞고 의회가 실업급여를 중단함에 따라, 이들 실업자 집단은 대규모의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아울러, 이들은 ‘완전고용보호협회’를 설립하고, 의회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금전적 로비를 벌이기 시작했고, 의회는 곧 새로운 실업급여 법을 통과시켰다. 구직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도 새로운 일자리를 잡을 때까지 이전에 받던 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상했던 대로, 합리적 무시5의 작용으로 사회적인 반발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으며, 6개월 후 의회의 재정은 이 실업급여의 지급으로 거의 모라토리엄 수준에 이르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재단이 통제실을 통해 개입하여 이 법안을 폐기하고 모든 실업자의 염전 노동 생산성을 대폭 높인 후, 이들의 염전 노동수요를 조정해 모든 실업자가 염전에서 일하도록 조치하였다.

실험 기록 720-KO-4
설정: 3번 설정을 끔.
결과: [데이터 말소].
앞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3번 설정을 끄는 것은 허가되지 않는다. 이를 시도하는 인원이 있다면 즉시 사살한다. 사회의 다른 조건들을 변경하지 않고 3번 설정만을 끄게 되면, 이는 마치 현대 사회에서 중세 시대 사람을 데려다 놓고 알아서 살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이상의 실험에 대하여 O5 평의회는 즉각적인 실험 중단을 명령하였다. 그 결의문은 아래와 같다.

O5 평의회 긴급 소집 결정문
..(상략)..이에 따라 평의회는 윤리위원회의 결정을 파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물론, SCP-720-KO-1은 통제실의 감시로 인해 사생활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며, 자유로운 사고를 보장받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들은 동시에 재단 경제학자들이 일치된 의견으로 평가한 것처럼 ‘이상적인 경제 체제’와 ‘안정된 사회’를 이루고 있다. 이 사회가 과연 우리 사회보다 불행하다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오히려 이 사회를 파괴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지적 또한 공리주의적 전제에서 판단할 때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실험이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로 완전히 실패한 것을 고려할 때, 남은 대안은 모든 설정을 동시에 종료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는 실질적으로 SCP-720-KO의 퇴역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SCP의 퇴역 또는 파괴를 지양하는 재단의 정신과도 어긋난다.
이와 다른 근거로 판단한 윤리위원회의 결정은 부당하다. 따라서 윤리위원회의 결정을 파기할 것을 명령한다.

O5 평의회의 결의에 따라, 연구원들은 곧 현재의 격리 절차를 수립하였으며, 앞으로의 설정의 변경을 부득이한 경우나 실험을 목적으로 한 경우를 제외하고 불허하기로 하였고, SCP-720-KO 내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부록 720-KO-1
SCP-720-KO에 배치된 연구원 중 하나인 K가 무단으로 SCP-720-KO의 통제실을 벗어나 의회로 들어가서는, ‘소비자 선택 모델 ver.2.05’ 프로그램을 실행해 사용하였다. 이 때 통제실의 주 모니터에는 ‘주민 수 67000-67001로 조정됨’이라는 메시지가 떴으며, 보안 요원들은 이를 K 연구원의 행동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그를 제압하였다. 심리 검사 결과 K 연구원은 SCP-720-KO-1이 된 것으로 판단되었고, 이들과 동일한 사고 체계를 나타내었다. 심리 검사 이후, L 박사에 의해 면담이 이루어졌다.

L 박사: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격리 절차를 어기고 SCP-720-KO의 시설을 이용한 건지 한 번 말해보게. 이유가 뭔가?

K 연구원: 글쎄요. 말해도 이해하실지 모르겠군요. 제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만 낳을 것 같습니다만.

L 박사: 그래? 자네가 SCP-720-KO-1이 된 게 바로 보이는군. 비용-편익 분석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지금 말하지 않으면 자백제를 쓰도록 하겠네. 편하게 하는 게 어떻겠나? 지금 말하지 않고 버텨봤자, 벌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되지 않을걸.

K 연구원: 뭐 좋습니다. 그렇게 나오시겠다면야. 재단은 지금 SCP-720-KO에 대해서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천문학자니 물리학자니 화학자 같은 과학자들만 잔뜩 고용했으니 제대로 알 리가 있나. SCP-720-KO가 가진 변칙적 능력은 정신조작입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아주 뚜렷한 목적이 있지요. 대단히 뚜렷하고 강력한 목적이 있다는 겁니다.

L 박사: 그 목적이 뭔가?

K 연구원: 바로 경제학을 현실로 불러내는 것입니다.

L 박사: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그런 뜬구름 잡는 소리를 지금 알아들으라고 하는 건가?

K 연구원: 간단합니다. 경제학 역시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가정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가정 때문에 경제학은 비현실적으로 변하죠. 하다못해 간단한 수요-공급 모형도 현실에서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상승한다? 그건 다른 어떤 요인도 변하지 않는 한 타당한 거죠. 그게 현실적으로 말이 됩니까? 그 비현실적인 경제학을, 구현하고 실현해 낸 것이, 바로 SCP-720-KO라는 겁니다. 아마 SCP-720-KO는 어느 경제학자가 만들었을 겁니다. 자신이 연구한 학문이 완벽하게 성립하는 곳을 만들려고 했던 누군가가 만든 곳이겠죠. 그건 인류에게 궁극적인 행복을 안겨 줄 겁니다.

L 박사: 그래? 비약에 비약을 거듭한 결론같이 보이는군. 그래, 설령 자네의 말이 맞다고 생각해 보지. 어느 천재 경제학자가 이 곳을 만들었다고 말이야. 그의 목적이 과연 이상적인 사회였을까? 그렇다면 왜 통제실이 존재하겠나? 자네 말대로 누군가가 이 곳을 만들었다면,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통제실에서 볼 수 있는 건 하나일세. 실험이지. 경제학이 다른 과학과 달리 할 수 없는 한 가지. 실험이 아니냐는 걸세.

K 연구원: 그럴 지도 모릅니다. 물론 SCP-720-KO를 만들어낸 경제학자는 재단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현명하겠죠. 재단의 완전히 실패한 실험들을 보면 더더욱 말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머리가 좋은 자가 사라져서, 자신의 창조물을 내버려두고 떠났다면, 과연 그리 쉽게 돌아올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설령 돌아온다 하더라도… 뭐 글쎄요, 재단의 뛰어난 요원들이 잘 막아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L 박사: 그렇다면 도대체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나? 모든 사람들이 SCP-720-KO-1이 된다면? 그게 무슨 결과를 가져오겠나? 그건 생각해 본 적 있나?

K 연구원: 그래요? 결국 재단의 목적은 인류의 행복 아닙니까? 인류의 행복이라는 면에서, 무엇이 더 소중합니까? 실업도, 경기침체도 없고, 빈민도 사라져 가는 그런 세상이 중요합니까, 아니면 알량한 자유니 사생활이니 하는 게 중요합니까? 뭐가 우선순위에 서야 하는지 착각하는 거 아닙니까?

L 박사: 공리주의적인 얘기군. 자네도 알 텐데. 인간을 수단으로 이용하지 말라. 자네 말대로 인류가 부유해질 수 있다 치지. 그 후의 사회가 생각할 자유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다른 자에게 정신을 포기하고 얻어낸 부가 아니냐는 걸세.

K 연구원: 제가 보기에는 그저… 두려워하는 걸로밖에 안 보이는군요. 도대체 뭘 잃어버렸다는 겁니까. SCP-720-KO가 의회 같은 민주적인 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 봐도, 이들은 아무것도 잃어버린 게 없다는 건 분명합니다. 재단은 그저 정신조작이라는 것 때문에, 완벽히 제어하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그저 외면하고 격리하려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제가 직접 보여드리려는 겁니다. SCP-720-KO가 과연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L 박사: 그만, 그만하게. 보아하니 자네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군. 이쯤에서 그만해야겠군.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라네.

K 연구원: 제가 박사님께 해 드리고 싶은 말이군요…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랍니다.
(면담 종료)

비고: SCP-720-KO의 통제실 외 다른 시설을 이용하면 SCP-720-KO-1의 일원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격리 절차는 강화되었으며, 아울러 K 연구원은 제명된 후 처분되었다.

부록 720-KO-2: 관련 인원 전체 공지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현재 SCP-720-KO의 격리를 담당하는 인원들이 SCP-720-KO를 오히려 이상적인 사회로 인식하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벌써 격리 관련 요원 중 일부러 SCP-720-KO-1이 된 사람들이 백 단위를 넘어갔습니다. 나는 물론 그 빌어먹을 SCP-720-KO가 우리 사회보다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세계가 완전히 그런 특성을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물론 완벽할 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를 이루는 모든 다양성들, 불확실성들이 통째로 사라지게 될 겁니다. 그 다양성과, 불확실성에서 오는 것이 기쁨 아닙니까? 이 사회는, 불완전하기에 아름다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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