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제목: SCP-743-KO 찢고 죽인다!
저자: Navla
🏳️🌈 알림!
이 글은 젠더에 대해 이분법적인 인식에 기반한 고전 심리학 이론인 아니무스-아니마 이론을 차용하였습니다. 고로, 현대의 논바이너리의 관점과 상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작품에서 언급되는 모든 남성성 및 여성성이란 용어는 '사회적으로 형성된' 남성성과 '사회적으로 형성된' 여성성의 축약어로 사용하였음을 알립니다.
작가의 말: 아! 전기톱. 때론 훌륭한 대화 수단이 되기도 하지.
∇
license:
Filename: delay.png
Summary: 답변 지연 그래프입니다.
Author:Navla
License: CC BY-SA
Source Link: 모두 Adobe illustrator로 제작하였습니다.
🏳️🌈 content notice ↑
특수 격리 절차
SCP-743-KO의 영향으로 의심되는 꿈에 대한 자료를 재단 크롤링 봇이 수집한다. SCP-743-KO의 변칙성을 직접적으로 나타내고 의문을 제기하는 자료는 즉시 삭제한다.
현재 분석심리학부를 중심으로 SCP-743-KO를 무효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현재 분석심리학부에서 둠, 기가 채드, 스티븐 암스트롱 등 인터넷에 남성성과 관련한 인터넷 밈을 통해 SCP-743-KO의 영향을 받은 개인이 이러한 인터넷 밈으로 인해 관련된 꿈을 꾸게 된 것이라 인식하게 만들고, 그와 동시에 SCP-743-KO의 영향받을 수 있을 가능성을 줄이는 방안이 논의 중에 있다.
설명
SCP-743-KO는 주로 여성에게 영향을 끼치는 변칙적 아키타입1 독립체의 일종으로, 후술할 공통점을 가진 느슨한 공유몽과 개인무의식속 컴플렉스의 상호작용을 유발한다.
SCP-743-KO의 영향을 받은 인원은 모두 유사한 내용의 꿈을 꾸게 된다. 꿈의 내용은 다음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 외계/이계의 적대적 존재가 다수 나타남. 대표적으로 땅속에서 올라온 악마, 고블린, 혹은 하늘에서 침공해온 외계인 등이 해당된다.
- 적대적 존재의 수는 최소 수백 마리, 많게는 수만 마리에 다다르기도 한다. 소수의 적대적 존재가 등장하는 경우는 확인된 바 없다.
- 본 꿈의 주인은 대개 강력한 무기를 들고 홀로 적대적 존재와 맞서 싸운다. 대개 할버드, 대검, 미니건과 더블 배럴 샷건, 레이저 총 등이 자주 등장한다.
- 적대적 존재는 용맹한 꿈의 주인의 무력과 강력한 무기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 해당 꿈 내에서 꿈의 주인은 커다란 시가를 입에 물고 있거나 큰 흉터가 얼굴에 나 있고, 단단한 근육질의 몸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며 드물게는 큰 남근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기도 하다.
- 꿈의 주인의 이러한 활약으로 인해 꿈 속에서 큰 평판을 얻고 영웅으로 추앙받는 경우도 존재한다.
<부록1> 발견 기록
SCP-743-KO는 2021년 3월 중순부터 높은 빈도로 생성된 공유몽과 관련한 SNS기록을 통해 그 존재가 발견되었다. 관례에 따라 초기 SCP-743-KO의 대응은 수면변칙부에 의해 진행되었으나 대상의 심상과 꿈의 내용이 일관된 감정을 내포하고 있음에 따라 본 SCP의 조사에 분석심리학부가 참여하게 되었다.
분석심리학부는 선례에 따라 해당 SCP가 변칙적 아키타입임을 상정했고, 결과적으로 해당 가정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이에 따라 수면변칙부와 분석심리학부의 합동 조사팀이 수립되었다.
천세윤 박사의 수면변칙부 브리핑 기록 발췌
"꿈은 무의식의 창이다." 이거 누가 한 말이게? 맞아 프로이트가 한 말이야. 그리고 칼 융 박사는 프로이트를 싫어했지만 그의 영향을 무진장 많이 받았기에 그 이론을 거의 그대로 차용했어.
그래서 우리 분석심리학부의 관점에서도 꿈 속에 나오는 많은 요소들은 바로 그 꿈의 주인의 무의식에 있는 것들에 기반한다고 바라봐. 오케이? 이건 여기 수면변칙부의 이론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거야.
근데 조금 더 나아가서 분석심리학부의 이론을 조금 더 알려줄 게.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꿈은 어떤 무의식의 요소가 등장하는지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어.
첫번째는 작은 꿈. 대충 우리가 겪은 기억이 꿈을 통해 상징화되어 나타나는 거야. 그, 내가 이야기 해 줬나? 내가 한창 다크소울에 빠져 있었을 때 이틀에 한번 꼴로 재의 심판자 군다와 맞다이 까는 꿈을 꾸곤 했어. 그때 존나 멋있게 패링하는 내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수면변칙부 여러분에게 그걸 보여주지 못해서 너무 아쉽군.
각설하고, 두번째는 큰 꿈이야. 내가 겪지 않은 어떤 심오하고 신비로운 상징적 요소가 나타나는 꿈을 의미해. 여기도 예지몽 연구하나? 만일 그렇다면 약간은 익숙한 개념일 수 있어. 분석심리학적으로 예지몽이 이러한 꿈을 통해 나타난 싱크로니시티 현상을 말하는거거든. 싱크로니시티에 대한 건 너희들이 알아서 찾아봐. 여기서 그거 이야기하려면 이 브리핑이 세시간은 더 길어질 테니까.
자, 융 심리학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이 두 꿈이 각각 어디의 무의식을 말하는 지를 눈치 챌 수 있을 거야. 그래. 맞아. 개인무의식과 집단무의식. 작은 꿈은 개인무의식에 기반한 꿈이고, 큰 꿈은 집단무의식에 기반한 꿈이야. 자, 그럼 이제 SCP-743-KO가 변칙적 아키타입이라는 우리의 가정에 대해서 조금 눈이 트였을 거라고 생각해. SCP-743-KO는 일반적인 공유몽이라기엔 모호하고 상징적인 공통점만을 지니고 있어. 이건 얘가 어떤 몽중독립체라거나, 몽중시공간연속체라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지. 다만, 얘는 어떤 집단무의식 속 아키타입인 것이고, 이게 다수에게, 아니 정확히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어.
이게 왜 갑자기 나타났는지, 그리고 이것이 인류의 집단무의식에 어떤 손상을 가할지는 아직은 분석심리학부에서 판단하고 있는 중이야. 실제로도 많이들 불쾌해하는 꿈이라니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해. 솔직히 나라면 오지게 재미있을 거 같은 꿈인데 말이야. 하하. 뭐, 그러니까 변칙적인 아키타입이라는 거지.
아무튼 그래서 너희들의 임무는 바로, 이 아키타입과 직접 대면을 해 보는 거야. 얘가 가진 상징성은 마치 강력한 남신이나 영웅과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러니까 너희들도 집단무의식 구역에 접속할 때 뱀과 용의 상징이 달라붙지 않게 조심해야 해. 영웅은 용을 무찌르기 위해 존재하고, 강력한 남신은 언제나 뱀과 싸우니까. "모든 종교는 뱀을 물리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썰을 아는 사람은 내가 뭘 말하고 싶은지를 알 거야.
<부록2> 접근기록: SCP-743-KO
개요: SCP-743-KO의 더욱 명확한 특성을 파악하고 해당 원형 구성체가 독자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MTF 오미크론 로("드림 팀") 분대원이 직접 큰 꿈 구역에 접근하였다.
내부 진입 팀: 로-1, 로-2, 오네이로이.sac
외부 공조 팀: 분석심리학부 천세윤 박사
꿈의 주인: 분석심리학부 강다홍 연구원
<기록 시작>
천세윤 박사: 음… 다들 준비된 거죠?
로-1: 수신. 취침 준비 완료.
로-2: 취침 준비 완료.
강다홍 연구원: 에에… 취침 준비 완…료?
천세윤 박사: 군대 말투로 취침준비 완료라니… 뭔가 느낌이 이상하군요. 아무튼, 아까 브리핑을 잘 들었다면 아시겠지만, 우리는 꿈의 집단무의식적 측면을 향해 갈 겁니다. 바로 다홍이의 개인무의식을 경유해서 말이죠. 다홍, 혹시 숨기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미리 이야기해. 의도치 않게 모두에게 수치플 당할 수도 있으니까.
강다홍 연구원: 전 괜찮아요!
천세윤 박사: 드림 팀 여러분도 숙녀의 개인무의식을 염탐하지 말고요.
로-1: 물론이죠.
로-2: 당연한 말씀을요.
천세윤 박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2?
로-2: 로-2 여기.
천세윤 박사: 여성분이니까 SCP-743-KO에게 영향받을 수 있는 확률이 크다는 거 알고 있죠? 몸 조심… 아니 정신 조심히 갔다 오세요.
로-2: 수신. 알겠습니다.
천세윤 박사: 자. 그럼 이제. 꿈나라로 고고.
로-1: 로-1 도착했습니다.
로-2: 로-2 도착했습니다.
천세윤 박사: 오, 저도 잘 보이네요. 어디 한번 다홍이의 개인무의식을 염탐해 볼까?
로-1: 엄… 천박사님?
천세윤 박사: 농담이죠 당연히. 아, 저기 오네이로이가 있네요. 구면이시죠?
오네이로이.sac: 오랜만입니다.
오네이로이.sac가 오미크론 로 분대원에게 인사한다.
로-1과 로-2가 가볍게 경례한다.
천세윤 박사: 오네이로이.sac는 현재 분석심리학부에서 꿈과 관련한 집단무의식적 신호를 탐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원래는 조나단의 업무였는데, 일손이 늘어서 좋군요.
로-2: 워낙 꼼꼼한 친구라 그런 일을 잘합니다.
천세윤 박사: 아무튼, 지금은 개인무의식의 요소가 상징화된 작은 꿈 구역에 있어요. 그리고 큰 꿈 구역으로 가고자 한다면 다홍이의 개인무의식적 요소가 아닌 상징을 그쪽에서 캐치해 내야 합니다.
로-1: 그 상징은 어떻게 찾아냅니까?
천세윤 박사: 그냥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요소를 찾으면 됩니다.
로-2: 어디 보자…
로-1과 로-2가 주변을 둘러본다.
로-1: 케이크랑 마카롱, 그리고 떡볶이랑 불닭볶음면, 그리고 삼겹살이랑 연어회… 다 먹는 거 밖에 없지 말입니다.
천세윤 박사: 요새 다이어트 한다더니, 못 먹어서 개인무의식에 한이 서렸구만.
로-2: 저거, 조금 주변과 안 어울리지 않습니까?
로-2가 갈색 갈기를 가진 말이 잔디를 뜯고 있는 모습을 가리킨다.
천세윤 박사: 어, 아무래도 저건 개인무의식 요소가 맞을 거예요. 다홍이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승마를 해보고 싶다고 저한테 조른 적이 있거든요. 단칼에 거절했죠 당연히. 분석심리학부에 마구간을 설치할 수는 없잖아요?
로-1: 저길 보십쇼. 앵무새입니다. 좌우로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네요.
천세윤 박사: 저것도 개인무의식적 요소입니다. 다홍이가 분석심리학부에 앵무새를 데려오고 싶다고 해서 제가 기각했죠.
로-1: 저기 다비드 상처럼 생긴 벌거벗은 남자가 있습니다.
로-2: 설마 저것도…
천세윤 박사: 음… 저건… 아! 아무래도 저게 아니무스인 거 같은데? 가까이 가보세요.
로-1: 수신. 음… 조금 익숙하게 생겼습니다. 저 보고 윙크를 하네요. 조각 미남같은 얼굴에 상당히 느끼한 성격입니다.
천세윤 박사: 다홍이 닮지 않았나요?
로-2: 오, 그러고 보니 그렇습니다. 정말 닮아 있군요. 아니, 거의 다홍씨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이런 모습일 거 같다고도 느껴지네요.
천세윤 박사: 오호라, 다홍이의 아니무스를 이렇게 만나볼 줄이야. 가둬 두거나 곪아 있지 않고 잘 살고 있는 거 같아서 마음이 놓이네요.
로-1: 그래서 이게 뭡니까? 저희가 찾던 집단무의식적 요소입니까?
천세윤 박사: 아니무스는 여성의 무의식 속 남성성이 뭉쳐 만들어진 개인무의식 속 아키타입입니다. 남성의 무의식 속 여성성은 아니마라고 하죠. 그러니까 저게 다홍이의 남성성이란 거죠. 우리가 찾던 집단무의식적 요소는 아니지만, 그래도 개인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죠.
강다홍의 아니무스가 매혹적으로 스킨을 바르는 시늉을 한다.
그리고 총모양을 한 오른손으로 어딘가를 격발하는 시늉을 한다.
아니무스(강다홍): 뱅! 하하.
로-2: 그… 좀 노홍철 같지 말입니다.
천세윤 박사: 뭐, 좋은 거죠. 여성성이 강요되거나 남성성이 억압되어 아니무스가 곪아 있다면 점점 비대해져 컴플렉스화가 되니까요. 그럼 아무래도 당신들은 여기서 대피해야 했을 걸요.
강다홍의 아니무스가 미소를 띈 채 양손으로 총모양을 한채로 먼 곳을 겨누고 빠르게 연발한다.
로-1: 무슨 소리 안 들립니까?
로-2: 아니무스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십쇼.
커다란 균열이 나 있고, 붉은 빛이 그 내부에서 번쩍인다. 외계인의 형상을 한 소수의 독립체가 틈에서 기어올라오나 아니무스의 손가락 총에 의해 손쉽게 격퇴된다.
천세윤 박사: 오! 운이 좋군요. 아무래도 SCP-743-KO가 개인무의식으로 밀려들어오려는 그 현장을 저희가 파악한 거 같은데요.
로-2: 하지만 알려진 바와 다르게 그 수가 현저히 적습니다.
천세윤 박사: 뭐, 그건 이따가 이유를 알아보는 걸로 하고, 빨리 저쪽으로 가봅시다. 큰 꿈 구역으로 갈 수 있는 도약판이 될 거에요. 오네이로이? 도약 준비해줘요. 드림팀이 SCP-743-KO와 접촉할 겁니다.
오네이로이.sac: 네 알겠습니다.
드림팀이 붉은 틈으로 향한다. 외계인들이 틈의 안쪽으로 빠르게 도망가고 있다.
로-2: 놓친 것 같습니다.
천세윤 박사: 잠깐만요, 오네이로이? 이 틈이 도약판으로 기능할 수 있겠나요? 제가 아는 한에선 다홍이의 기억엔 이런 지옥문에 대한 건 없는 걸로 아는데요.
오네이로이.sac: 네, 여전히 이 틈은 집단무의식에서 연결된 것입니다. 이 틈을 통해 큰 꿈의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어요.
천세윤 박사: 들었죠? 음… 틈으로 들어가면 되겠죠?
로-1: 어… 맞습니다. 네.
로-2: 조금 찝찝하지만요.
오미크론 로 분대원이 잠시 망설이다 틈 안으로 뛰어든다.
로-1: 아니 세상에…
로-2: 이게 다 뭐죠…?
틈의 내부엔 붉은 산맥을 뛰어다니는 악마들로 가득하다.
악마들은 집단무의식의 한 구석을 찢고 수많은 개인무의식으로 침투해 들어간다.
개인무의식으로 들어 갈 때 악마들의 모습은 외계인이나 좀비, 고블린 등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천세윤 박사: 아무래도 여러분은 SCP-743-KO의 내부에 도달한 것 같군요.
오네이로이.sac: 오 이런, 이 아키타입이 차지하는 정신에너지는 워낙 미미한 수준이었는데요. 내부가 이럴 줄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습니다.
로-2: 수만, 수천만… 아니, 수억 마리는 되 보입니다. 수억 마리의 악마들이 집단무의식에서 개인무의식으로 침공을 가하고 있어요!
천세윤 박사: 어… 대피! 대피하세요! 돌아왔던 대로 다홍이의 개인무의식으로 돌아와요!
로-1: 제기랄, 놈들이 저희를 봤습니다!
수많은 악마 떼들이 천천히 이들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한다.
로-2: 무기! 저기에 무기가 있어요! 빨리 들어요!
로-2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는 탄약상자를 가리킨다.
로-1: 잠깐, 이거 너무 대놓고 있는 게 아닙니까?
로-2: 일단 빨리 무기를 장착하세요!
로-1이 전기톱을 든다.
로-1: 오우 쓋! 이거 묵직한데요!
로-2: (플라즈마 라이플을 들며) 지금 감탄할 때가 아닙니다! 빨리 저놈들을 찢어버리십시오!
악마들이 로-1에게 달려들지만 로-1의 전기톱이 굉음을 내며 도륙한다.
사방에 악마들의 피가 흩뿌려진다.
로-1: 이 녀석들 생각보다 맷집이 약한데요?
로-2의 플라즈마 라이플이 번쩍이며 악마들을 전소시킨다.
악마들의 시체가 점차 쌓이며 산을 이룬다.
로-2: 하하! 이거 스트레스 풀리는 군요.
묵직한 전기기타 소리가 들려온다.
로-1: 아, 잠깐만, 이거 너무 익숙한 풍경인데… BGM도 그렇고…
천세윤 박사: 아 이거… 그… 저도 알듯 말듯 한데요? 주변 심상을 말씀해 주세요. 있는 대로 다요!
로-2: 배경은 붉은 바위산이 있고, 탄약상자에는 전기톱과 권총, 샷건과 미니건, 로켓런처랑, 플라즈마 라이플이 있습니다. 엄청 무식하게 큰 레이저 총도 있고요.
오네이로이.sac: 적들 중에는 큰 눈알 하나가 있는 가시 돋친 무언가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고, 불타는 뿔 달린 해골도 여기저기 공중에 떠있고… 샷건을 든 좀비들도 있습니다.
로-1: 잠깐만! 이거 게임 둠이잖아!
천세윤 박사: 아! 그러네!
오네이로이.sac: 아니 잠깐, 그렇다면… 어떤 미친놈이 둠을 집단무의식에 포팅한 건가요?
천세윤 박사: 미친, 진짜 그러네요. 어떤 새끼가 이런 상큼한 발상을 한 거지? 그, 둠 챌린지라고 여러 기기에다가 둠을 구동 시키는 챌린지가 외국에서 인기를 얻은 적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누군가가 이 챌린지의 일환으로 집단무의식에다가 둠을 포팅한거 같네요.
오네이로이.sac: 골목길의 게임골 사람들이려나요? AWCY?
천세윤 박사: 잠깐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 악마들이 더 몰려오고 있어요!
로-2: 으아아아! 샷건이나 먹어라!
로-2는 더블 배럴 샷건을 들고 돌진한다.
폭발음이나 다름없는 격발음이 들리고, 한때 악마였었던 잔해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다.
천세윤 박사: 아니 미친! 저기! 사이버데몬이 있어요!
로-1: 하하하! 찢고 죽인다!!!
로-1이 로켓런처를 날린다. 로-2가 그를 도와 플라즈마 라이플을 연사한다.
로-2: 이런! 피통이 만만찮아요. 큰 총이 필요해요! 그것도 존나게 큰 총이요!
사이버데몬의 어깨에 달린 미사일이 발사된다.
오네이로이.sac: 조심해요!
로-1이 크게 굴러서 폭발을 피하는 동시에 바닥에 떨어진 BFG9000을 집어 든다.
로-1: 오우 예…
녹색의 섬광이 번쩍이며 수백 마리의 악마들이 동시에 바싹 타버린다.
그 어마무시한 반동으로 인해 로-1은 몇 미터 뒤로 날아간다.
사이버데몬은 표효와 함께 폭발하며 비처럼 내리는 핏물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천세윤 박사: (환호를 지름) 그래! 이거지!
로-2: 그래도 저희가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수가 많습니다.
오네이로이.sac: 혹시라도 방심하게 되면 큰일이 날 지도 모릅니다. 적당히 대응하다가 빠르게 후퇴하십쇼!
로-1: 그럼 이만 무리하지 않고 후퇴하겠습니다. 강다홍 연구원의 개인무의식으로 향하는 틈을 열어주세요.
천세윤 박사: 네, JUNG 아키텍쳐의 직관 모듈을 이용해서 통로를 열어 둘게요.
천세윤이 인터페이스의 이곳저곳을 더듬거리며 누른다.
오미크론 로의 뒤편에 있던 틈이 크게 확장된다.
로-1: (틈 너머로 뛰어 들어가며) 어… 천박사님? 틈 크기가 너무 큰 거 같지 말입니다.
로-2: 이런! 천박사님! 악마들이 이쪽으로 넘어옵니다! 저희는 모두 통과했으니 빨리 틈을 닫으십시오!
천세윤 박사: 어어어… 아 씨바 어떻게 닫지?
수십 마리의 조무래기 악마들과 사이버 데몬 한 마리가 틈을 비집고 강다홍의 개인무의식으로 향한다.
아니무스(강다홍): 이 몸이 나설 차례로군.
강다홍의 아니무스가 커다란 체인건을 들고 나타난다. 그가 살인적인 미소를 유지한 채로 총알을 뿜어 댄다.
사이버데몬은 속수무책으로 총탄의 세례에 무릎 꿇고는 다시 틈 안으로 도망친다.
아니무스(강다홍): 어때. 잘 봤어? (윙크한다.)
뒤늦게 틈이 닫힌다.
천세윤 박사: 오호… 그렇게 된 거였군. 이거 되게 흥미로운데.
오네이로이.sac: 다들 무사합니까?
로-1: 괜찮습니다.
로-2: 이상 없습니다.
천세윤 박사: 이상 없어요.
로-1: 네? 천박사님은 당연한 거 아닌가요?
천세윤 박사: 일단, 다들 수고 많으셨고요, 뭔가 짚이는 게 있는지라, 저는 빠르게 다음 면담을 준비해 봐야 할 거 같네요. 다홍이도 슬슬 깨우고요.
로-1: 음… 수고 많으셨습니다.
로-2: 저희는 이만 기상하겠습니다.
오네이로이.sac: 수고하셨습니다.
<기록 종료>
결과: 강다홍 연구원은 문제없이 기상하였다. 꿈의 많은 내용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본래의 모습(여성)으로 오미크론 로 분대원들과 함께 악마들을 무찌른 장면은 기억하였다. 이때 자신이 강력한 무기로 악마들을 해치웠을 때 큰 희열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부록3> 면담기록: SCP-743-KO의 영향을 받은 개인
탐사 작전 이후에 천세윤 박사는 확인된 SCP-743-KO의 영향을 받은 민간인 중 세 명을 선정하였고, 분석심리학부의 인원이 해당 민간인에게 면담을 실시했다. 해당 면담은 모두 심리 상담의 일환이라는 역정보 하에 진행되었다.
대상: 유명 대기업 그룹 회장의 딸. 어려서부터 엄격하고 권위적인 아버지에게 자랐다.
면담자: 강다홍 연구원
천세윤 박사의 주석: 가장 일반적으로 SCP-743-KO에게 영향을 받는 유형이다.
<기록 시작>
강다홍 연구원: 어머, 안녕하세요! 우와… 진짜 예쁘시네요.
대상: 아… 네, 감사드려요. (웃음) 차 드실래요?
강다홍 연구원: 네네! 차 좋아해요!
대상이 강다홍 연구원에게 얼그레이 차 하나를 대접한다.
강다홍 연구원: 앗 뜨뜨…!! (움찔하며 바닥에 조금 차를 쏟는다. 손가락에 묻은 차를 입으로 가져다 대 흡입한다.)
대상이 짧게 강다홍 연구원을 노려본다.
대상: 심리 상담 센터에서 오셨댔죠?
강다홍 연구원: 네네! 최근에 이상한 꿈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면서요?
대상: 네, 조금… 조금 많이 이상한 꿈이에요. 최근에 계속 이런 꿈을 꾸고 있어서 스트레스가 많네요.
강다홍 연구원: 무슨 꿈이길래 그래요?
대상: 그게… 별로 유쾌한 이야기는 아닌지라…
강다홍 연구원: 그래도 숨김 없이 말씀해주세요. 저희는 그런 내면의 깊은 이야기를 듣고 해소하기 위해 왔으니까요.
대상: 그러니까, 제가 마치 야만인이 된 것처럼 날뛰는 꿈을 꾸었어요.
강다홍 연구원: 야만… 야만인이라고요?
대상: 네… 제가 야만인이 되어서 막 무기를 휘두르고, 그… 적들을 때려잡는 그런 꿈이요. 이틀에 한번 꼴로 계속 그 꿈을 꾸는 거 같아요. 제가… 그… 양 손에 총을 들고 원시인처럼 소리치는 그런 꿈을요.
강다홍 연구원: 그게 그렇게 불쾌한 건가요? 전 재미있을 거 같은데요? 게임 같은 거 잘 안하시나요? 그런 게임 엄청 많잖아요. 막 무진장 많은 적들을 총으로 쏘고 하는 그런 거요.
대상: (한숨을 쉬며) 숙녀답지 못한 것이니까요. 게임은 남자애들이나 하는 폭력적인 거 잖아요.
강다홍 연구원: 으흠… 그런데 그런 꿈을 꾼다는 게 그렇게 스트레스 받을 일인 건가요? 저는 아직도 잘 이해가 안되어서요.
대상: 심리 상담가 맞아요? 그 유명한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이렇게 말했잖아요. '꿈은 무의식의 창이다.'
강다홍 연구원: 오 네, 그렇죠.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대상: 그러니까 제가 그 꿈을 꾸었다는 건 결국 제 무의식 속에 그런 야만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거죠.
강다홍 연구원: 아하… 그래서 자신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그런… 야만성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신가 보군요.
대상: 네. 그거에요. 평생을 단정한 숙녀로 살아가고자 노력했는데, 제 무의식이 그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강다홍 연구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군요… 아가씨로 사는 것… 왜 아가씨로 사는 것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죠?
대상: 저는 ██ 그룹 회장의 딸이니까요. 제 모든 행동들이 아버지의 이미지를 망가뜨릴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아버지는 절 엄하게 키우셨습니다. 기본적인 예절과 교양 등등 말이에요.
대상이 고개를 돌려 책장을 가리킨다.
책장에는 다양한 고전 문학과 바이올린, 플룻 케이스가 놓여 있다.
강다홍 연구원: 오오… 대단하네요…
대상: … 그럼 그래서 이제 뭐하나요?
강다홍 연구원: 아! 네, 간단한 검사를 할 예정이에요. 단어 연상 검사라고, 제가 어떤 단어를 말해주면 바로 생각나는 단어를 이야기해주면 됩니다.
대상: 네 알겠습니다.
[단어 연상 검사에 대한 결과는 후첨함.]
<기록 종료>
대상: 트렌스남성(FTM) 아직 성별 정정 시술을 진행하지 않음.2
면담자: 천세윤 박사
천세윤 박사의 주석: 첫번째 사례와 반대되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동일한 케이스.
<기록 시작>
천세윤 박사:(노크를 한다.)
대상: (천세윤을 위아래로 훑어봄) 왜요.
천세윤 박사: 최근들어 꿈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잠깐, 면담 가능할까요?
대상: (목소리를 듣자 얼굴이 밝아진다.) 아 네, 들어오세요.
천세윤 박사: FTM 트랜스젠더라고 하셨는데, 맞나요?
대상: 네. 저는 남성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느꼈어요.
천세윤 박사: MTF는 직장에서 많이 봤는데… 아무튼, 남성 분이라고 생각하고 대하겠습니다. (주먹을 들어 브로피스트를 요청한다.)
대상은 마지 못해 주먹 인사에 응한다.
천세윤 박사: 아무튼, 최근에 어떤 꿈을 꾸신 건가요?
대상: 제가 로봇 갑옷을 입고 그… 막 폭력적으로 전기톱을 휘두르는 꿈을 꾸었어요. 피가 이리저리 튀고… 너무 잔인한 그런 광경이었어요.
천세윤 박사: 흠, 그렇군요. 또 다른 뭔가 특이할 사항이 있나요?
대상: 음… 막 제가 영웅이 된 듯한 느낌도 받았네요. 꿈 속의 모든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치켜세워주고요.
천세윤 박사: 그럼 그건 좋은 꿈 아닌가요? 마음껏 스트레스를 풀고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남는 꿈이라니, 얼마나 즐거운 꿈이에요.
대상: 꼭, 라노벨 같잖아요. 와아 대단해! XX쿤! 하는 그런 느낌도 들고요. 또 거기다가 남자들이 하는 게임 같은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그런 내용이기도 하고요. 그런 걸 좋아하면 안되잖아요.
천세윤 박사: 좋아하면 안된다고 누가 그러나요? 전 그런 거 되게 좋아하는데요.
대상: 뭐 그냥 인터넷에서 많이들 그렇게 이야기 하잖아요. 막 여자 캐릭터의 가슴만 좋아하고 툭하면 폭력적인 게임만 하고, 또 내가 마치 펄프 픽션 느와르의 영웅이라도 된 것처럼 굴고 그런 거요.
천세윤 박사: 음… 그렇군요. 사실 그게 상당히 고전적인 관점의 남성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고전적 남성상이란 그런 용맹함에 대한 상징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또, 남자는 언제나 인정에 목말라 하기도 하고요.
대상: 전 그런 게 싫은 거고요.
천세윤 박사: 아하. 네… 음… 그런데 스스로를 남성이라고 소개하셨잖아요.
대상: 네.
천세윤 박사: (침묵) 으음… 혹시나 해서 여쭤 보는 것인데… 자신이 남성인 게 싫나요?
대상: 그… (한숨) 네. 때로는요.
천세윤 박사: 답변 감사합니다. 이제 간단한 검사를 할 거에요.
대상: 단어 연상이라면, 단어를 보고 연상되는 걸 말하는 그런 건가요?
천세윤 박사: 네. 바로 그겁니다. 그냥 단어 하나 보여주면 바로 생각나는 단어 하나를 최대한 빠르게 말씀 주시면 돼요.
대상: 네.
천세윤 박사: 좋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할 게요.
[단어 연상 검사에 대한 결과는 후첨함.]
<기록 종료>
대상: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을 가지고 있음.
면담자: 곽수일 박사
천세윤 박사의 주석: 가장 SCP-743-KO의 기작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케이스.
<기록 시작>
곽수일 박사: 안녕하세요. 한국 융 연구소에서 왔습니다.
대상: 오 반갑습니다.
곽수일 박사: 엄청 아리따우시네요. 향수 뭐 쓰시나요?
대상: 하하 감사합니다. 향수는 디올의 쟈도르 오 드 퍼퓸을 씁니다.
곽수일 박사: 확실히 화사한 느낌이 좋네요. 동료한테 추천을 해 줘야 겠습니다.
대상: 여성분에게 어울리는 향수죠. 그나저나 어쩐 일로 오셨나요?
곽수일 박사: 최근에 동일한 꿈을 연달아 꾸는 것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상: 음, 네. 맞습니다.
곽수일 박사: 미니건을 들고 좀비들을 학살하는 꿈이라고 써 주셨는데, 맞나요?
대상: 네. 때론 좀비 대신 고블린이나 악마들이기도 해요.
곽수일 박사: 좀비를 무서워 하시나요? 악마 같은 것 도요.
대상: 아니요. 딱히 그렇게 겁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아닙니다. 그냥 그 꿈에서 그 광경을 즐기고 있는 듯한 제 모습이 너무 보기가 불편하네요.
곽수일 박사: 흠…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이러한 꿈이 무의식 속에 잠재된 남성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대상: 네. 꿈은 무의식을 비추는 창이라고 누군가 이야기했던 게 떠오르네요.
곽수일 박사: 네. 프로이트가 한 말이죠. 저희 융 연구소에서도 비슷한 관점을 공유하고요. 아무튼,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꿈에 대해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게 일종의 방어기제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자신의 무의식 속에 남성성이 억압된 것이죠.
대상: (침묵) 그, 제가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이 있다고 말씀드렸나요?
곽수일 박사: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이요?
대상: 그쪽이 보시기에, 저는 여자로 보이나요, 남자로 보이나요?
곽수일 박사: 여성 분 아니십니까?
대상: 틀렸어요. 사실 저는 XY염색체를 가진 남성이에요. 하지만 남근은 없고, 흔적뿐인 자궁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전 불임이죠.
곽수일 박사: 예전에 그러한 경우를 TV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성적을 낸 여성 육상선수가 사실 염색체 상으로는 남성이지만 여성의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고요. 본인도 모르던 사실로 인해 그 사람은 실격당했다고 들었습니다.
대상: 네. 제가 바로 그런 케이스입니다. 저는 갓 스무살이 되던 해에 제가 본래 남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그리고 아무래도 그때부터 조금은 이러한 여성성에 대한 집착이 생겨난 것 같아요.
곽수일 박사: 자신이 남성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자 하신 것 이군요.
대상: 후우,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전 더더욱 여성적인 것을 찾고 남성적인 것을 멀리하고자 했어요. 만일 꿈이 무의식의 창이고, 제가 그런 꿈을 꾸게 되었다는 건, 결국 전 남성이 맞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일테죠. 솔직히 말하자면, 전 그 꿈을 즐겼으니까요.
곽수일 박사: 그 꿈을 즐겼다고요?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해 주실 수 있나요?
대상: 그러니까, 그 좀비를 도륙하는 꿈은… 확실히 통쾌함이 있었어요. 제가 강력한 영웅이 되어서 무기를 휘두르고,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적들을 보자니 왠지 모를 후련한 마음도 들고, 좀 기분이 나아지는 거 같더라고요. 뭔가… 마음속 응어리가 조금 풀린 느낌이려나요. 하지만 그렇게 희열감에 젖어 잠에서 깨고 땀에 젖은 저를 바라보니… 저는 이게 제 염색체에서 비롯된 남성성이라고 생각했고… 그 때문에 계속…
곽수일 박사: 부정하고자 하셨던 거군요. 자신은 그걸 절대 즐기지 않았다고요.
대상: 하아… 네. 맞습니다. 오히려 그것 때문에 풀렸던 응어리가 다시 쌓이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무의식적으로 그 꿈을 원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기도 했고, 그때마다 본능을 이기지 못하는 저 자신이 조금 한심하고… 두렵게 느껴 지기도 했어요.
곽수일 박사: 흠, 그럼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이것입니다. 거기에 너무 죄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됩니다. 사실 누구나가 일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성향이니까요.
대상: 보편적이라면…
곽수일 박사: 융 심리학적 관점에서 우리 모두는 자신의 성과 반대되는 무의식적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남성이고, 그렇기에 개인무의식 내에 여성성을 가지고 있어요. 이걸 아니마라고 하죠. 여성의 무의식 속 남성성을 아니무스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어릴 적에 마법소녀 애니메이션을 매주 챙겨봤었어요. 천사소녀 네티를 그렇게 좋아했죠. 그리고 지금도 꽤나 여성적인 취미를 여럿 가지고 있기도 해요.
대상: 하하, 의외네요. 이렇게 건장하신 분이.
곽수일 박사: 이러한 것들이 사회적으로 강요되거나 억압되는 점 때문에 선을 긋고 스스로를 그 틀에 계속 끼워 맞추려고 하거나 계속해서 자기 부정을 하며 개인을 깎아내리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이분법적인 선은 결국 인위적이고 임의적인 것일 뿐이고, 결론적으로 우리는 그 모두를 함께 포용해야 하죠. 우리의 자아와 그림자의 조화도 마찬가지고요.
대상: 그렇군요. 우리 내면의 여성성과 남성성의 조화… 빛과 어둠의 조화… 약간 동양 철학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곽수일 박사: 칼 융 박사님이 바로 그 동양 철학에서 많은 모티프를 따왔다고 하죠.
대상: (가볍게 미소지음) 이 면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이 이야기 덕분에 저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곽수일 박사: 아, 아닙니다, 제가 드릴 말씀이죠. 최근에 연구하고 있는 것과 많이 연결이 되네요. 감사드려요.
대상: 하하, 그럼 면담은 여기까지 인가요?
곽수일 박사: 아, 마지막으로 단어 연상 검사를 할 예정인데, 괜찮으시겠나요?
대상: 네. 물론이죠. 단어 연상 검사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단어 연상 검사에 대한 결과는 후첨함.]
<기록 종료>
<부록4> 단어 연상 검사 결과

천세윤 박사의 주석:
그래. 너무나도 확실한 연관성이지. 피험자들은 모두 스스로의 여성성을 강요하고 남성성을 억압하는 환경에 있어. 이는 사회적인 영향이 아무래도 크겠지. 고전적인 관점의 성역할도 그렇고, 최근 인터넷에서 다른 성에 대한 공격들도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것도 그렇고. 고로, 이런 환경에선 과도하게 팽창되고 곪아 컴플렉스화 된 아니무스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재미있는 건, 저 악마에 대한 답변 지연이 상당히 낮다는 것이야. 즉, SCP-743-KO는 이러한 컴플렉스 형성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거야. 그 대신, 통쾌함에 대한 답변 지연을 보면 알 수 있듯, 모두들 이러한 꿈의 파괴적인 내용을 내심 통쾌해하고 즐겼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이것은 결국 한가지 사실을 가리키고 있어. SCP-743-KO는 집단무의식의 포팅 된 1993년 이드 소프트웨어의 둠 이자3, 그 자체로써 아니무스와 융합된 아키타입이야. 둠을 집단무의식에 포팅한 게 누구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는 못했을 거야. 사실 생각해 보면 조금 당연한 게, 둠과 둠 가이는 그 자체로써 매우 강력한 남성성에 대한 상징이라고 볼 수 있거든. 그러니 이렇게 쉽게 융화될 수 있었겠지. 그리고 만일 누군가가 배드 애플4을 집단무의식으로 포팅했다면 아마 동방프로젝트 캐릭터가 아니마와 융합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 미안 뻘소리였어.
그래서 SCP-743-KO는 여성성이 강요되고 남성성이 억압되는 사람들의 개인무의식에 찾아가서 그것을 해소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그 악마들이 보기엔 흉악하고 강력해 보여도, 실제로는 주먹질로도 충분히 격퇴할 수 있어. 버서크 모드를 켠다면 더 좋겠지 아무래도.
아무튼, 아니무스가 그리 곪아 있지 않은 경우엔 SCP-743-KO가 굳이 찾아오지 않거나 너무나 손쉽게 격퇴당하는 경향성을 보여. 아무래도 SCP-743-KO가 필요하지 않은 개인무의식일테니까. 하지만 아니무스가 억압되어 같혀있는 경우엔 이런 강력한 악마들이 나타나고, 아니무스에게 둠 가이의 상징을 씌워 줘서 그것을 해소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 거지.
이것을 돕는 다는 점에선 SCP-743-KO를 아르콘5으로 두고 싶기는 한데… 아무래도 그건 힘들겠지.
결국 이것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하나야. 우리는 우리 구석의 다양한 측면을 사랑하고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거지. 그렇게 한 방향으로 천착하지 말고 자신의 다양한 측면을 발전시켜 나가야 해, 억압하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이게 바로 칼 융 박사님이 그토록 강조했던 것이고, 그렇기에 분석심리학의 근간 철학이라고 할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