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7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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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7923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초현실학부 소속이 아니라면 본 문서를 읽지 마라. SCP-7923 개체는 최소 5(오 (5))인 이상의 초현실학부 소속 인원으로 구성된 분위기 확인 위원회(Vibe Check Committee; VCC)에게 알린다. SCP-7923으로 보이는 개체는 즉시 제거한다.

설명: 좋아. 어디 보자.

보면,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상태가 있어. 그리고 엄밀하게 따졌을 때, 그 사이에는 어느 정도 연속성이 있지 않냐 말할 수도 있을 거야. 뭐, 수면이나 오르가즘 같은 상태 말이지. 그래도 유기체는 살아있거나 죽어있거나 둘 중 하나잖아. 하지만 세 번째 범주는 분명 존재해. 비사자Undead가 있잖아? 그러니까 좀비 같은 것들 말이야. 당장 격리하고 있는 것 중에서도 좀 있고, 나도 본 적이 있어. 생명체 내에 갇혀있는 혈액과 내장과 기타 등등이 제 할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활동성과 의지는 여전히 존재하며, 영혼이 잔류하여 신체를 조종하는 상태 자체는 유지되고 있는 것들 말이야. 모든 이들이 그걸 보면 무언가 잘못된 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지.

어쨌든.

우린 양복을 입은 한 남자를 구내식당에서 발견했어.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보기만 해도 말이야. 그자의 눈에서는 어떠한 빛도 느껴지지 않았어. 그래서 주변에 있던 동료들(초현실학부 동료들이다)에게 그 사실에 대해 말했더니, 다들 그래, 나도 봤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크게 신경 쓰진 않았어, 라고 하더라. 그래서 다 함께 계속 관찰했더니, 그가…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뭐랄까, 심장은 여전히 박동하고, 뇌는 보통 뇌가 하는 일들을 다 수행해. 심지어 EEG로 검사했을 때도 나와야 할 신호는 전부 검출되었어. 그렇지만 그 남자는 그냥 계속해서… 쳐다만 보고 있었어. 최면에 걸린 상태 같다고나 할까? 꼭 기저 신체 반응처럼 고통 자극에 반응하고 있는 것 같았어. 불 속에 손을 집어넣는다면 반사적으로 손을 빼잖아. 그런 식으로 말이야. 그건 그렇고 구내식당에 있던 이들 중 누구도 이 남자가 있는 걸 몰랐던 것 같단 말이지?

그래서 나랑 동료들은 가서 감시 카메라 영상을 확인했어. 보니까 어느 날, 이 남자는 그냥 그 자리에 앉더니(여기서 일하던 사람이다) 더는 움직이지 않더라. 한 며칠간을 그 자리에 그냥 그러고 앉아 있었어. 보아하니 그게 일반적인 현상 같았어. 그냥 그렇게 움직이는 걸 멈추는 거야. 알고 보니 그 남자가 처음 그러는 사람도 아니었어. 하지만 우리가 인식한 첫 번째였지.

그러니까, 산 자와 죽은 자, 비사자가 있었지. 그리고 우리는 이 사람들을 비생자Unalive라고 부르기로 했어. 그 말은 이 사람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고, 모든 "살아 있다"는 징후가 의미론적으로 한데 모여 있다는 소리야. 당신이 비사자를 본다면, 그 즉시 내면에서는 허, 이거 죽은 사람은 아닌데, 죽어있어야 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판단할 거란 말이야. 아마도 살아있던 사람이었는데 죽은 사람이 된 뒤에 비사자가 되었겠지. 그렇게 생각할 거야. 그러고 그 사람을 보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 거야. 진화의 과정이 우리에게 주입한 망자에 대한 기본적인 인간적 반응은, 시체 근처로 가지 않는 것이야. 그들의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다는 걸 알기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직감을 느끼게 되는 거지. 비생자는 뭐랄까, 그 반대야. 그들을 보고 있으면, 산 자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긴 한데, 산 자이여야 할 것 같음도 같이 느껴져. 아마도 살아있다가 비생자가 되었을 거겠지. 대다수의 사람은 비생자를 보면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딱히 무언가를 느끼지 못해. 밈적인 현상이 아니라 의미론적인 현상 같아. 그러니까, 비생자들은 비생Unaliveness이라는 개념이 실체화된 것이 아니라, 그냥 비생자인 거야.

이상한 점은 바로 이거야. 우린 이따금 그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알아차렸어. 그러한 현상이 발생한 사람들을 추적하기도 했어. 그리고 다른 모든 이들은 - 우리 초현실학부에 없는 이들 말이야 - 그냥 "아, 그렇군. 잘했어. 그거참 이상한 일이었네?"라고 하고 말아. 뭐, 그러라고 우리한테 월급을 주는 건 맞지? 이상한 걸 알아채고는 상자 속에 집어넣는 일 말이야. 그러니 괜찮아. 하지만 우리가 곧 깨달은 것은, 그러니까… 그 파킨슨병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어? 사람들이 그 여자를 테스트해 보니까, 막 "흐으으음, 이번에는 실수 하나를 했나 보네요"라고 하는데, 알고 보니까 파킨슨병이 없었다 생각했던 테스트 대상이 파킨슨병에 걸려있었고, 그녀가 그걸 감지할 수 있었다는 얘기 말이야. 뭐 어쨌든, 이 비생자 친구들 주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단 말이지? 한번은 그 양반들이 갑자기 긴장증 같은 증세를 보이고 막 그러더라고. 그때 알아낸 게 뭐랄까… 설명하기가 힘든 "느낌"이 있어. 전반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형태의 "잘못됨" 말이야. 우린 그걸 인지할 수 있더라고. 물리적인 것도, 형이상적인 것도 아니고, 기계론적으로 공식화할 수 있는 그런 것도 아니야. 우린 결국 그걸 "분위기"라고 부르게 되었어. 뭐, 그보다 적절하게 부를 단어가 없었으니까.

어쨌든 우리는 곧 비생자가 될 (거라고 우리가 생각한) 이들의 분위기를 잡아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 그걸 알았을 때 우린 멋지네, 우리 뭐 초능력자 같은 건가, 라고 생각했고. 하지만 우린 기다렸고, 저들은 뭐… 그러지 않았어. 아니, 다른 사람들은 다 저 양반들이 평범하게 행동하고 있고,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단 말이지. 우리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말할 수 있긴 해. 이제 우리가 이 주제를 다른 사람들한테 꺼내 들면, 사람들은 "그래, 그거 이상하긴 하네. 테스트 좀 돌려보자"라고 한단 말이지. 하지만 당연히 테스트 결과에는 아무 이상도 없단 말이야. 그냥 분위기일 뿐이니까. 무언가 물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의미론적 현상인걸. 의미론적인 거에 테스트를 돌릴 수 없는 법 아닌가. 우리는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고 다른 사람들도 살아있는 사람처럼 대해주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비생자가 있다는 걸 알아. 우린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이들을 상자 안에 집어넣자고 설득할 수도 없어. 테스트 결과가 전부 정상으로 나오잖아. 그러면 이제 사람들은 아, 그 괴짜 초현실주의자들 말이지? 뭐가 뭔지도 모르는 양반들이잖아, 라고 한다고!

내 뭐가 뭔지 알려주지. 비생자들은 모든 걸 말아먹고 있었어. 우리가 쭉 주목하면서 추적하고 있었는데, 비생자들은 거의 항상 잘못된 결정을 내리더군. 내가 잘못된 결정이라 할 때는 진짜로 잘못된 결정이란 소리야. 그러니까, 비밀 유출급 잘못이란 말이야. 울레오보리에 남은 사람들한테 기억소거를 실시하는 급이나 마찬가지고. (이게 유클리드 등급이라고 해도, 솔직히 말하자면 그건 케테르급 사고야.) 그래서 우리가 이걸 지적해도, 초현실학부 소속이 아닌 이들이 대상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 대상은… 더는 어떠한 잘못된 결정도 내리지 않아. 결국 우린 멀쩡한 이들을 막아내려고 한 등신들처럼 보이고 마는 거고. 아니 뭐, 그것도 괜찮아. 자잘한 잘못된 선택 정도는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단 말이야.

그러다가 그중 하나가 기지 이사관이 되더라.

아니 뭐, 그러면 이제 진짜 하지? 아니, 만약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한다면, 뭔 개지랄이 나더라도 우리 책임도 있는 거잖아. 우리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는 몰라. 우리도 제대로 조사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게 안 되는 거잖아.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는 건 아는데, 아무도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 누구도 우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어쨌든, 결국에는 우린 결론을 내렸어.

보호하기로 말이야.

그렇다면 설명을 해야겠지? 바로 우리가 말이야. 우린 설명 같은 건 좆도 못해. 그냥 분위기와 무엇이 올바르게 느껴지는지를 따를 뿐이니까. 그리고 그게 옳다는 건 알지만, 설명할 방법이나 논리정합성이 없을 뿐이지. 하지만 곧 깨달은 것은, 다른 이들도 확실히 알 수 있게 할 방법이 있다는 거야! 아니 뭐, 영지제 좀 놔주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설명해 주면, 다른 양반들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우리도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거 아냐. 그래서 우린 그렇게 했어.

그렇지만 우린 아직도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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