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801-KO

SCP-801-KO

일련번호: SCP-801-KO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SCP-801-KO의 정보재해적 성질은 이한석 박사가 고안한 절차로 파훼할 수 있다. 이 파훼법에 대한 정보는 면담 주관자와 발화자에 따라 공개 범위가 다르다.

  • 첫째, 발화자는 묘사하고자 하는 원 의미를 직접 서술하지 않는다.
  • 둘째, 인공지능 징집병이 SCiP 빅데이터를 토대로 문장의 다음에 올 낱말을 예측하여 목록화한다. 발화자는 원하는 낱말을 찾지 못했을 때 새 목록을 요청할 수 있다.
  • 셋째, 발화자가 낱말을 선택한다. 이 단계에서 발화자는 올바르지 않은 낱말을 선택하게 된다.
  • 다음 절차는 발화자에게 알려진다.
    • 넷째, 발화자는 마지막 낱말 하나가 남을 때까지 위 절차를 반복한다.
    • 다섯째, 추려진 낱말들을 나열하여 문장을 만든다.
  • 다음 절차는 면담자에게 알려진다.
    • 넷째, 발화자는 마지막 낱말을 추려내는 것에 주목할 것이다. 하지만 피험자 대부분이 절차 자체를 의식하거나 알맞지 않은 낱말을 선택하는 일을 의식하는 탓에 원 의도가 전달되는 작업에 차질이 생겼다. 특히, 원래 추리고자 했던 낱말이 제외되더라도 그것을 쉽사리 알아차리지 못했다. 면담자는 시선 추적 장치 등 보조 수단을 통해 발화자가 실제로 주목하고 있는 낱말을 파악한다. 이 정보가 발화자에게 알려진다면 시선을 오래 두는 행동도 발화의 범주에 포함되어 파훼법이 무력화될 것이다.
    • 다섯째, 선택된 낱말을 나열하여 문장을 만든다.

밈학 부서는 위 파훼법을 단축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제안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와사비 자체를 원 의미로 서술하는 방법은 밝혀지지 않았다. SCP-801-KO가 다른 사물 또는 개념을 지칭하도록 조작하는 것이 밈학 부서의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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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보 후 첨부 예정

설명: SCP-801-KO는 어떤 개체가 지칭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정보재해다. 그 개체를 직접 발화하거나 묘사하려고 하면 '와사비'라는 단어로 대신 말하게 되며 간접적으로 설명하려 할 때 역시 '녹색의 매운 향신료' 따위로 발화하게 된다. 이 성질 자체를 서술할 때도 마찬가지며, 특히 SCP-801-KO를 중점으로 서술하는 자료는 직접 언급하는 문장이 아님에도 함께 영향받게 된다. 지금 이 문서의 모든 자료 역시 정보재해에 영향 받은 상태이며 원문은 다음과 같은 상태였다.

설명: 연륜의 아름다움은 과연 산호와 해마의 사랑을 연상시키듯 어떤 심상을 부르더라. 저 손님은 늘 항의할 때나 시비 걸 때나 '서비스 정신'을 트집으로 뭐든 요구하더라지, 사장님이 안 계실 때는 가끔 '밥이 죄다 쉬었잖아' 라면서 귀찮게 군다고. 만약 어버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되는 날이 온다면… (중략)

정보재해에 영향받은 서술은 강력한 인지재해 성질을 띠게 되어 발화의 어색함을 느낄 수 없다. 이 때문에 제27K기지는 SCP-825-KO 사건이 일어난 후 정상성을 회복하고도 9개월이 지나고서야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수 있었다. 밈학 부서에서 825-KO의 성질을 연구하던 중 와사비라는 별개의 변칙 개체가 존재함을 확인하였고 행정적 편의를 목적으로 개별 문서로 독립시켰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SCP-801-KO는 그것이 지칭하는 사물과 일대일 대응하는 개념이 아니다. 재단이 구금 중인 밀수업자들의 거래 연락망에서 종종 와사비가 언급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 시간대에 따라 지칭하는 대상이 다를뿐더러 정보재해 효과도 소실된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와사비 자체가 변칙 개체는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SCP-801-KO가 지칭했던 물품은 액상 대마를 포함한 마약류, 변칙 무기의 주요 부품 따위가 있다. 지금은 이 개체들을 정상적으로 지칭할 수 있다.

와사비는 재단이 확보한 정보만 보더라도 전국 각지에서 언급되어 왔으며 이것이 초상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미 막대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칭 중인 사물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이 가장 우선해야 할 목표이다.

재단이 구금 중인 PoI 중 일부는 SCP-801-KO와 와사비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다. 사건과 가장 밀접한 인원을 찾아 면담이 진행되었다.

부록: 면담기록 #1

(중략)

PoI-████: 알죠. 압니다. 사실 이쪽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죠. 의식하고 있는 사람도 없긴 하지만. 그래도 특별한 인간들은 알아채더란 말입니다.

이한석 박사: ██씨도 그 특별한 사람 중 하나입니까?

PoI-████: 저? 아니요! 으하하.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전 그냥 불쌍하고 평범한 소시민이에요. 같이 일하던 아저씨가 알려준 거죠 뭐.

이한석 박사: 그래요? 그런 것 치고는 굉장히 익숙해 보입니다.

PoI-████: 규칙만 이해하면 너무 쉽잖아요. 뭣보다 먹고사는 직업이 되는 데 적응조차 못하면 큰일 나죠. 사실은 그런 이유로 큰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는데 이야기를 좀 풀자면… 이제 보니 우리 모두 주어를 씹고 말하고 있네요.

이한석 박사: 이야기나 계속 해 주세요.

PoI-████: 제가 일할 때 퍼 나르던 건 캡슐 대마라는 화끈한 제품이 있었는데… 사실 이름만 대마지 진짜 대마는 아니고요. 어쩌다 현장엘 들려보니까 해파리 양식장에서 오던 거라고요. 두꺼비 진액으로 환각제 만든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해파리라니?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죠. 아마 해파리 캡슐이라 하면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껴서 그랬을까요? 아니, 하기야 생각해보면 어차피 그런 이름으로 부를 수도 없었을 텐데. 왜 캡슐 대마라고 기억하고 있는거지?

이한석 박사: 지금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건…

PoI-████: 맞아요. 지금은 캡슐 대마가 아니란 거죠. 하여간 그 큰 양식장은 하루아침에 통째로 사라졌어요. 누가 조졌는지는 몰라도 굉장히 실력꾼인가 보죠.1 진짜 문제는 따로 있어요. 우리가 물건 싣고 가는 와중에 터져버렸으니 제 입장에서는 봉급 받을 곳이 사라진 거죠. 거래처는 돈 굳은 셈이 될 테고요. 저는 배에서 아저씨를 설득했고 그 거래처 마지막 물량을 통째로 훔치기로 했어요. 양으로 따지자면 장독대만 한 플라스틱 대야 정도? 배는 제가 돌렸어요. 이 정도 양이면 어디든 갖다 팔아버려서 한탕 치고 잠적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게 실수였어요.

이한석 박사: 그 부분이 우리한테 기록되어있네요. 거래처 일당이 나타나서 잡혀들어갔고, 아저씨란 분은 사망. 일당은 재단 청산 작전 중에 소탕됐고 그때 ██씨도 구출됐죠.

PoI-████: 소탕. 글쎄요. 그럴지도요. 저는 이게 주술이나 마술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 꼭 마술이 아니더라도 조작하는 누군가가 양식장쪽 사람이었다면 그 일대가 터졌을 때 이미 사건 해결이었겠죠. 그런데 그게 아니니까요. 그래! 그러고 보니 그때부터 대마 캡슐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됐네요. 걔네는 우리가 삥땅치려는 걸 알자마자 살균력을 줄였단 말입니다. 이러면 힌트 다 나왔네요. 그쵸? 마술사는 20℃, 대체로 흐리단 거에요.

이한석 박사: ██씨?

PoI-████: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대한민국. 죄송합니다. 지금 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방금 제가 뭐라 그랬죠?

이한석 박사: 발현했습니다.

PoI-████: 이거 되게 소름 돋네. 내 뇌가 내 것이 아닌 느낌이에요.

이한석 박사: 몇 가지 절차만 따라주세요. 소통하기에 더 수월할 겁니다.

PoI-████: 아뇨. 그럴 필요까진 없는 게, 제가 뭘 알고 있어서 입을 턴 게 아니라 이러이러하지 않을까… 그런 의도로 한 말이라서. 흐, 아무튼 아마 아직도 살아있겠죠. 소탕된 게 아닐 겁니다.

이한석 박사: 그렇군요. 더 아는 건 없으십니까?

PoI-████: 할 수 있는 말은 다 했어요.

<기록 종료>


연구원 기록: SCP-801-KO, 와사비로 지칭되는 대상. 그것이 인공적으로 조작되는 중일 것이란 심증이 나온 셈이다. 하지만 그건 예상 못 한 범주도 아니었다. 이번에도 가치 있는 정보는 캐내지도 못했다.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사막에서 바늘 찾기. 재단이 확보한 정보망으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다. 어쩌면 그 방법만이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처음 제안됐을 때는 미친 소리라며 기각당했던, 제27K기지 황보현욱 전 이사관에게 정보 협조를 요청하자는 제안.

기지를 통째로 잡아먹었던 인물과 손을 잡자는 데에 적개심을 드러내는 의견도, 최고 위협 수준의 PoI를 함부로 건드는 데에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모두 이해는 가지만 내 고집은 여전하다. 무엇 하나 갈피 잡기 힘든 상황에서는 조금이나마 더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벌어진 참사는 뼈아프다. 상상되는 사고는 두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겁먹어야 할 것은 우리가 손 놓고 있는 와중에 음지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고로 바로 내일, 정식으로 작전 요청을 올릴 것이다.

— 반밈 전문가 이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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