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859-KO

일련번호: SCP-859-KO

등급: 유클리드(Euclid)

등급: 케테르(Keter)

특수 격리 절차: SCP-859-KO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기 위해 우연학부는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우연학부는 정식 동아리 활동으로써 공인 받았으며 이 활동을 방해할 수 있는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연학부는 규모를 더욱 확장시키기 위해 정규 학부 등재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SCP-859-KO를 막기 위해, 또는 맞서기 위해 지나치게 애쓸 필요는 없다. 우연학부를 정면에서 공격하는 이들은 그 어떤 노력에도 우리 부서에 설득당하거나 합류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신규 회원들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이를 기억하라.

우연학부는 정기적으로 밈 인자, 정신 오염, 세뇌 여부 검사를 받고 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단 하나의 회원도 이상 여부는 나타나지 않았다. 순수하게 자발적인 이 활동을 폄하하려는 859-KO는 이 사실을 외면한다. 이 역시 기억하라.

특수 격리 절차: SCiP는 각국의 재단 기지에서 열람할 수 있는 환경인 만큼 이 왜곡된 정보와 사상이 기지 외, 해외에까지 흘러 들어가는 것만은 결단코 저지해야 한다.

정보 중립성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한 연구진들은 해당 항목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요청했고 RAISA가 허하였다. SCP-859-KO 소속이 아닌 이들은 ''가 붙은 항목만 수정할 수 있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이런 조치는 양측간 발생하는 반달리즘을 우려한 것에서 기인한다.

SCP-859-KO의 잠식을 저지하고 해산시키는 것, 그리고 그 주동자의 처벌이 최종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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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학부 로고


설명: SCP-859-KO는 우연학부와 그 업적, 그 미래를 부정하고 와해하려는 세력 또는 움직임을 말한다.

설명: SCP-859-KO는 우연학부와 그것이 존립할 수 있도록 만드는 무언가를 통칭한다.

보충 설명: 우연학부는 2019년, 필자(이선아 연구원)의 제안에서 비롯된다. 이 제안은 당시엔 근거가 부족하단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연구는 계속되었다.

우연학부가 확보와 격리 등 재단 업무에 본격적으로 기여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7월부터의 일이다. 이 시점부터 학부원들의 수는 급히 늘기 시작했고 다양한 부문에서 성과를 올렸다. 정규 학부가 아닌 동아리 개념의 접근이 오히려 우연학부의 존재 이유를 뒷받침한 셈이다.

보충 설명: 우연학부장 이선아는 2020년 7월에 외부 세력의 테러로 사망한 █. ██████ 전 이사관의 딸이다. 이선아는 당시 사고의 충격으로 불안증세와 집착증을 얻었을 것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연학부란 개념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제04K기지에서 이렇게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은 █. ██████ 전 이사관이 기지 직원들에게 정신적 지주로서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7월의 테러는 단지 이선아뿐만 아니라 기지 모든 인원들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나 이들에게 처방된 상급 기관의 조치는 기계적인 심리 검사뿐이었다. 이선아는 사건 직후부터 지금까지도 상담 치료 역할을 하루도 멈추지 않았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과 유대감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부록-1: SCP-859-KO의 만행

SCP-859-KO는 우연학부와 대립하며 수많은 비이성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 우연학부원을 향한 조롱과 모욕적인 언사
  • 토론 중 화를 참지 못하고 멱살을 움켜쥠
  • 반달리즘 (RAISA의 제재 전까지)
  • 구내식당에서 우연학부장의 식판을 내던지며 소동을 일으킴
  • 작전 중 이탈
  • 허위 정보를 임원급에게 알려 강제 해산을 유도함. 이 사건으로 애꿎은 강현희 격리이사관보만 불이익을 당함.
  • 위와 같은 일들이 벌어졌음에도 이선율 요원에 대한 강제 전근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록-1: SCP-859-KO의 실체

  • 우연학부는 애시당초 기초적인 어떤 이론 따위에서 시작된 제안조차 아니다. 이것이 이론과 통계라고 주장하는 것들은 지극히 경험론적인 근거들이며 과학적 사고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확증 편향적이다.
  • 우연학부는 변칙성을 '가르치려 드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한다. '가르치려 드는 것'이란 어떤 변칙 개체의 성질 또는 격리 과정, 일으키는 사건 사고에서 시사하는 바가 명료히 드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제작자가 밝혀지지 않았거나 저절로 발생한 것이 사회 문제를 연상시키거나 풍자 역할을 하는 등 그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것들이 많다.
  • 우연학부장은 '가르치려 들지 않는 것'만을 순수한 변칙이라고 여기며 칭송한다. 재단이 격리해야 할 것은 이런 순수한 변칙 개체뿐이라고 주장한다.
  • 우연학부는 우연의 성질을 연구하며 우연공학적 격리 단위를 현장에 배치하고자 개발에 임한다.
  • 우연학부가 가져온 성과는 우연에 불과하나 이들은 이것이 우연공학의 본질이라 우긴다.
  • 우연학부장 이선아는 사건 816k와 그 피해자들을 기만한다. 이선아는 누군가를 더 끌어들이기 위해 '그 날 우연학부에 사상자는 없었다.'는 둥으로 말한다.
  • 그럼에도 상급 부서는 우연학부에 또다시 예산을 지원한다. 감찰부는 이에 의구심을 품지 않는다.

부록-2: 면담 기록

일자: 2020-12-21

면담자: 대한민국 지역사령부 연구평가심의회 소속 임한슬 박사

피면담자: 제04K기지 우연학부장 이선아 연구원

개요: 개인 심리 상담 및 예산 편성 계획의 고지를 위함.


<기록 시작>

임한슬 박사: 선아 씨. 어서 들어와요. 날이 춥죠?

이선아 연구원: 네, 박사님. 추운데 히터라도 틀고 계시지 그랬어요. 잠시만요.

이선아 연구원이 한 켠에 있는 온열기를 작동시킨다.

임한슬 박사: 난 괜찮으니까 선아 씨 쪽으로 해서 더 쐐요. 자, 그래서 그동안 어떻게 잘 지냈을까요?

이선아 연구원: 네! 어, 요즘 연구가 막힘없이 진행되고 있거든요. 전에는 못 봤던 규칙도 알아냈어요. 지금은 지뢰 탐지기에 우연공학을 접목시켜보려는 중인데—

임한슬 박사: 아뇨. 아뇨. 선아 씨. 연구 이야기 말고요.

이선아 연구원: 말고요?

임한슬 박사: 심적으로 여유가 있냐는 말이에요. 좀 어떤지.

이선아 연구원: 음… 딱히… 그냥 괜찮아요. 저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조금 지친 건 있어도 잘해보려고 해요.

임한슬 박사: 그래요. 음. 언니랑은 요즘도 대화가 없나요?

이선아가 눈에 띄게 표정 변화를 보인다.

이선아 연구원: 언니는 제 말을 안 들으려고 해요.

임한슬 박사: 으음.

이선아 연구원: 그래서 너무 미울 때가 있어요. 언니도 절 미워하고요.

임한슬 박사: 선아 씨, 선아 씨를 미워하는 게 아니에요. 지금은 다들 혼란스러울 시기니까 신경이 쓰이는 걸 거예요. 다른 직원들도 그렇고요.

이선아 연구원: 네…

임한슬 박사: 지금처럼만 해요. 계속 성과를 내다보면 언젠가 선율 씨도 인정해줄 겁니다.

이선아 연구원: 알겠어요. 사실은 그 생각 때문에라도 못 멈추는 거기도 해요. 많이 힘들어도 인정받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에.

임한슬 박사가 끄덕인다.

임한슬 박사: 선아 씨, 잠시만요.

임한슬 박사가 가방에서 통장을 꺼낸다.

이선아 연구원: 어.

임한슬 박사: 받아요. 재무팀에 연락해서 팠네요. 이제 학부 유지비랑 성과금은 여기로 들어갈 겁니다.

이선아 연구원: 감사합니다, 박사님. 잘 써볼게요.

임한슬 박사: 감사는요. 성과를 내면 누구나…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임한슬 박사: 어라. 찾아올 분이 없는데. 이사관님이신가?

임한슬 박사가 일어나자 문이 열린다. 이선율 요원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임한슬 박사: 선율 씨. 작전 중인 줄로 알고 있었는데.

이선율 요원: 일이 생겨서 말입니다. 잠깐 시간 좀 내주시죠.

이선아 연구원이 급하게 녹화 장치를 종료한다.

<기록 종료>


부록-2: 녹화 기록

일자: 2020-12-21

녹화자: 제04K기지 직할 부대 이선율 요원

개요: SCP-859-KO의 진상과 의도적으로 이메일을 등한시하는 상급 기관의 속내를 파헤치기 위해 면담을 요구할 것이다.


<기록 시작>

엘리베이터 문 열린다.

화면, 좌측 복도 쪽으로 잡힌다.

이선율 요원이 면담실 쪽으로 걷는다.

면담실 문손잡이를 잡아 돌리지만 잠겨 있어 열리지 않는다.

요원이 안주머니에서 개인 키카드를 꺼내 들고 망설인다.

<카메라 꺼짐>

<카메라 켜짐>

이선율 요원이 문을 두드린다. 잠시 기다려보지만 응답이 없다. 요원은 망설이다 어느 연구원의 키카드로 문을 열어젖힌다.

면담실 안에는 임한슬 박사와 이선아 연구원이 있다. 이선아 연구원이 요원을 보자 놀라 일어선다.

임한슬 박사: 선율 씨. 작전 중인 줄로 알고 있었는데.

이선율 요원: 일이 생겨서 말입니다. 잠깐 시간 좀 내주시죠.

이선아 연구원: 언니…

이선율 요원: 박사님. 제가 보낸 메일은 못 받으셨나요?

임한슬 박사: 아직 면담이 덜 끝났어요. 조금만 있다가 대화해요. 이렇게 불쑥 들어오면 안 되죠!

이선율 요원: 안 돼요? 박사님이 지금 제 기분을 알아요? 세상 모두가 미쳤는데 나 혼자만 멀쩡한 기분을? 차라리 내가, 나 혼자 미친 거면 잡아다가 약이라도 먹여요. 왜 안 그러는데!

이선율 요원이 소리친다. 임한슬 박사가 한 걸음 물러난다.

이선아 연구원: 언니 이제 그만해!

선율이 이선아를 쳐다본다.

이선율 요원: 너 손에 그건 뭐야?

임한슬 박사: 선율 씨, 일단 진정하고…

이선율 요원이 이선아 연구원 쪽으로 걷자 이선아도 움직여 피한다. 둘은 가운데 탁자를 두고 반 바퀴를 돈다. 이선아가 임한슬 박사 뒤로 숨는다.

임한슬 박사: 선아 씨는 보내줘요. 다 설명할게요. 선아 씨는 보내주고요.

이선율 요원: 예산이겠지. 왜 모르겠어요? 그런데 재단이 왜? 왜 저딴 허무맹랑한 데에…

이선아 연구원: 언니가 뭘 안다고 그래!

선아가 소리친다.

이선아 연구원: 우리 학부는 이제 내 전부야. 왜 함부로 말하는 건데!

이선율 요원: 너는 지금 네 꼴이 정상으로 보여? 그래? 언니를 SCP로 써 박아두질 않나—

이선아 연구원: 그건 언니가 먼저— (울먹이는 소리 때문에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음)

임한슬 박사: 지금 다들 흥분한 것 같은데, 일단 앉아서…

이선율 요원: 이선아! 언니가 이러려고 구해줬어? 내가 이런 꼴 보자고?

이선아 연구원: 그 소리 좀 그만해!

이선아 연구원이 뒤돌아 걷는다.

이선아 연구원: …진짜 언니도 아닌 주제에.

이선율 요원: 너—

선율이 뒤따라가려다 온열기 전선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

임한슬 박사가 놀라 부축하려 한다. 선율은 일어나려다 손을 헛디뎌 온열기에 화상을 입는다. 선아도 뒤돌아본다.

선율이 일어나 이선아의 얼굴을 보며 말한다.

이선율 요원: 나도 후회해. 그때 그날, 너 말고 엄말 구조하러 갔어야 했다고 후회한다고.

이선아 연구원이 뒤돌아나간다.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힌다.

선율이 일어난다. 이선율은 천천히 걸어서 닫힌 문 앞까지 간다. 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으려 하자 데인 부위의 통증을 느낀다. 그러다 주먹을 꽉 쥐고는 문을 마구 친다.

철제문이 크게 흔들린다.

이선율 요원은 임한슬 박사가 말릴 때까지 울며 주먹을 휘두른다.

이선율 요원: 저도 동생한테 상처 주고 싶지 않아요.

임한슬 박사가 잠자코 듣는다.

이선율 요원: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임한슬 박사: 좀 진정되셨나요?

이선율 요원: 조금요.

요원이 손에 감긴 붕대를 만진다. 의료팀 직원이 나가며 문을 닫는다.

임한슬 박사: 선율 씨. 우연학부에 학부원이 총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이선율 요원: 글쎄요. 드글드글하던데.

임한슬 박사: 이 기지 외부 시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랑 임원만 제외하면 선율 씨 빼고 다예요.

요원이 듣다가 헛웃음 한 번 뱉는다.

임한슬 박사: 그런데 그건 우연학부장 생각이고. 실제로는, 그러니까 전산상에 올라와 있는 공식 인원수는 이선아 씨 한 명뿐입니다.

이선율 요원: 무슨 말이에요?

임한슬 박사: 기지 사람들이 테러를 겪고 힘들어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선아 씨는 가족을 잃었고 가장 힘들어한단 걸 직원들은 다 알고 있었던 거죠.

이선율 요원이 가만히 듣는다.

임한슬 박사: 우연학부에 사상자는 없었다는 말… 우롱이라고 생각하세요? 선아 씨 맘은 그런 게 아니었어요. 그건, 죄책감에서 나온 형태에요. 그리고 정말 우연학부로 데려와야 다신 잃어버리지 않을 거란 믿음 때문에.

이선율 요원: 다들 알고 있었군요. 우리 직원들… 그냥 맞장구만 쳐줬던 거고.

임한슬 박사가 끄덕인다.

이선율 요원: 모르고 있었어요. 선아가 지금은 많이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나도 그만큼 아픈 상태였네요.

임한슬 박사: 기지에서 가장 힘들 두 사람이니까요. 선아 씨도, 선율 씨도.

이선율 요원: 예산도 다 제 착각이었나요?

임한슬 박사가 탁자의 서류철에서 무언가를 찾아 꺼낸다. 종이에는 조잡한 이미지 자료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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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율 요원: 이게 뭐죠?

임한슬 박사: 우연학부의 이론은 완전히 엉망이에요. 비전문가가 봐도 금방 모순이나 허점을 찾을 수 있죠. 그런데 우리가 주목한 건 그 적중률과 성과. 변칙적이랄 만큼 무지막지한 예측력 때문에 4등급 인가 SCP로까지 분류됐어요. 우연학부는 우리 재단이 손에 넣은 가장 강력한 확률 변칙 현상 중 하나에요.

이선율 요원: 우연학부… 그걸 존립할 수 있게 만드는 무언가1가…

임한슬 박사: 있다는 것이 정론입니다. 확률 변칙 부서가 있는 각국의 기지에서도 주목했죠. 그렇게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기를, 우연에 근간한 변칙인 만큼 외부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그래서 지금까지 제대로 말해줄 수 없었던 거예요. 미안합니다, 선율 씨.

이선율 요원이 얼굴을 감싸고 깊게 숨을 내쉰다.

이선율 요원: 됐어요. 이젠 상관없는 일이니까.

이선율 요원이 일어나자 임한슬 박사도 일어난다.

이선율 요원: 가족으로써 못할 짓을 너무 많이 했어요. 이제 뭘 해야 할지 알 것 같아요.

임한슬 박사가 이선율 요원의 등을 토닥인다.

이선율 요원: 가볼게요.

<기록 종료>


부록-3: 이선아 연구원은 자신의 자리에 예산 통장과 편지를 남겼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작은 전기밥솥이었습니다. 휴가를 몽땅 쓰고 나와서는 집에 혼자 있을 때요. 따뜻하게 맞이해 보고 싶단 생각에 밥을 지어놓고 있었어요. 집 구석구석 먼지도 다 닦고 나서 힘이 쭉 빠진 날이었죠. 우리 집은 깜깜한 밤에 불을 다 꺼놓으면. 그러고 거실 소파에 누워있으면 작은 주황빛이 부엌에서 혼자 깜빡이는 게 보여요. 그날은 문득 궁금한 맘에 일어나서 보러 갔어요.

34H. 보온 켜둔 지 벌써 하루가 꼬박 지났었구나. 저는 그대로 밥솥을 바닥에 내려놓고, 그 앞에 앉아서 멀뚱멀뚱 쳐다봤어요. 만약 98H를 넘고 99H까지 넘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 그러곤 그렇게 될 때까지 앉아있었어요. 숫자는 가속도가 붙으면서 다닥다닥 올라갔고, 그거는 꼭 시간 신속 현상을 겪은 것 같았어요. 마침내 99H에 다다르고 나서야 해가 떴단 걸 알고 놀랐고요. 일어나려는데 몸이 휘청거리면서 고꾸라졌어요.

정신도 못 차리고 헐떡거리고 있을 때 언니가 집에 벌컥 들어왔어요. 자빠져있는 저를 보면서… 복귀일이 됐는데도 안 들어와서, 위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지 확인 보냈다고─

아. 그래서 온 거구나. 그래서… 그렇게 생각할 때 보온 시간이 99H에서 넘어갔어요. 드디어. 그러고는 이제 죄송합니다. 더 낮은 인가도 볼 수 있어야 하는 쪽지라서요. 그래도 이건 알려줄 수 있어요. 우린 변칙이 발현하는 순간을 관측했고, 그건 그야말로 무작위적이었어요. 완전무결하고 순수한 변칙. 어떤 의미에도 매달리려 하지 않고, 누구 눈도 신경 쓰지 않고. 우연히 나타나 스스로 존재하는 것. 저는 그때부터 우연에 매료되었습니다.

우연학부의 그 기적들도 이 순수함을 좇았기 때문에 찾아왔을 테죠.

하지만… 이제는 내 의지로 뭔가를 해보려 합니다. 더 이상 판단을 우연에게 맡기지 않고. 오늘 외출은 그 첫걸음이에요. 필연의 순수함을 사랑하다 보면 어떤 결과를 얻을까요? 모르겠네요. 언젠간 다시 봐요.

— 우연학부장 이선아.


이선아 연구원은 현재 2주 이상 실종된 상태이다. 상급 기관의 관찰 연구 역시 중단되었다. 이선아 연구원의 행방을 쫓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부록-3: 이선율 요원은 PoI 추적팀에 편성되어 실종된 이선아를 찾기 위해 배정되었으나 작전 중에 무단으로 이탈하였다. 이선율 요원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흔적 수사니 과학 수사니, 이런 식으로는 죽도 밥도 안 되겠습니다. 이제부터 따로 다니려고요.

뭐에도 의존 않고 돌아다니다 보면 '우연히'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만나서 복귀하겠습니다.

이선율 요원 역시 실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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