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927-KO
평가: +7+x

일련번호: SCP-927-KO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대한민국에서의 자수정 채광은 SCP-927-KO와 접촉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면 중지토록 한다. 이 중 SCP-927-KO가 위치한 광산은 지상으로의 전파를 막기 위해 매몰 처리한다. 화약을 터뜨리는 방식은 돌 틈으로 전파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기에 광산 초입 부분에 콘크리트를 부어 굳히는 방식으로 봉쇄하도록 한다.

하루에 한 번 씩, SCP-927-KO의 전이 진행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광산 내부로 초음파 검사를 실시한다. 만일 콘크리트에 손상이 생겨 그 내부로 전파가 진행되었을 경우, 광산 전체를 콘크리트로 채우는 방식으로 격리 절차를 강화한다.

설명: SCP-927-KO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에 위치한 탄광 내부에서 발견된 자수정과 유사한 광물의 일종이다. SCP-927-KO는 일반적인 자수정 원석과 색깔이나 모양 등은 동일하나, 스스로 짙은 보라색 가시광선을 발산하는 변칙성을 가진다. SCP-927-KO가 발광하는 원리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SCP-927-KO의 광선에 30분에서 50분 가량 노출될 시, 광선이 닿는 표면에 또다른 SCP-927-KO가 생성된다. 새로이 생성된 SCP-927-KO도 같은 변칙성의 빛을 발산하여 SCP-927-KO의 연쇄적인 전파를 일으키게 된다.

이 때 전파가 가능한 표면은 암석을 포함한 모든 고체에 해당된다. 이는 인간의 신체와 같은 유기물도 마찬가지이며, 피부 뿐 아니라 장기와 같은 신체 내부도 포함된다. 특히 내부로 전파되었을 때는 내장을 상하게 하거나 통로를 막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실제로 D계급 인원의 초기 탐사 시 코에서 생성된 SCP-927-KO가 기관지까지 전파되어 질식사한 사례가 있었다.

SCP-927-KO는 해당 광산에서 채광을 진행하던 도중 막장 에서 유난히 무른 부분을 수상히 여긴 광부들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보다가 처음 발견되었다. 당시에는 지름이 1m가 넘었으며, 광부들이 캐내려 충격을 가하자 작은 조각으로 산산조각나듯이 폭발하며 막장 근처에 달라붙었다는 증언이 있다1. 가장 가까이 있던 광부의 장갑과 작업복에도 SCP-927-KO가 붙은 것을 보고 위험성을 직감한 광부들이 바로 피신하여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탄광회사 상부에게 전해졌고, 회사 측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하려다 SCP-927-KO의 범위가 늘어난 것을 보고 개체의 전파하는 특성이 발견되었다. 이후 학계에서도 보고된 내용을 재단에서 입수하여 확보에 성공하였다.

부록 1: 탐사기록 927-KO-F

SCP-927-KO에 대한 초기 탐사는 정보 부족으로 인해 D계급 인원의 처분이나 손실로 이어졌다. 다섯 번에 이은 탐사에서 전파의 매개체가 SCP-927-KO의 광선이라는 점이 파악되었다.

여섯 번째 탐사에서는 빛을 거의 반사시킬 수 있는 재질로 탐사복을 제작하여 안정성을 올렸다. 다만 눈으로 보는 빛을 온전히 차단시킬 순 없었기에 핵심적인 내용을 파악할만한 숙련된 인원이 필요했다.

탐사자는 나훈 요원의 추천으로 자새정 요원이 선발되었다. 아래는 위의 슈트에 장착된 녹음기의 녹음 기록이다. 영상 장치는 전파의 위험성이 크므로 장착되지 않았다.

[기록 시작]

툭툭 건드리는 소리

나훈 요원: 음… (몇 번 더 건드리는 소리) 됐다. 기분이 어때?

자새정 요원: 아주 더러운걸. 진짜 이름 때문에 추천한 거 아니지?

나훈 요원: 아니라니까.

자새정 요원: 갔다 와서 대장한테 물어볼거야. 맞기만 해봐라.

나훈 요원: 속고만 사셨나, 출발!

철문 열리는 소리, 곧이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삐거덕거리는 엘리베이터 내려가는 소리

나훈 요원: (무전기 너머로 잡음이 낀 목소리로)지금 여기엔 이런 승강기가 하나 더 있어. 너마저도 실패하면 이 승강기 통로만 막게 될 거야.

자새정 요원: 왜 제일 깊은 데는 안하고?

나훈 요원: 바로 전 탐사에서 두 번째 수직갱도 근처까지 번져있었거든. 너까지 갔다온다손 치면 작업하기가 아슬아슬해.

자새정 요원: 그래서 레펠을 줬구나. 수직통로까지 번지면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나훈 요원: 그건 빛을 100% 통과하는 재질로 할까 했는데 예산이 부족해서. 회수하지 않아도 괜찮아.

엘리베이터 도착하는 소리. 곧이어 철문 열리는 소리.

나훈 요원: 장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실은 네가 입고 있는 탐사복이 100% 안전을 보장해주진 못해.

자새정 요원: 그럴 것 같더라고. 정확하게 뭐가 문젠데?

나훈 요원: 재질 자체에 결함은 없어. 하지만 앞은 봐야하니까 눈구멍 뚫어둔 게 문제지. 빛을 최대한 막도록 조절해봤지만 어쨌든 앞이 보인다는 건 그것의 빛이 보이는 거잖아.

자새정 요원: 눈에 딱 붙은 이유가 그거였어? 혹시라도 몸에 붙을까봐?

나훈 요원: 눈치도 좋아라. 그러니까 나대지 말고 조심스럽게 해.

자새정 요원: 알았어. 쎄하면 바로 후퇴하면 되잖아.

[일상적인 잡담이므로 생략함]

자새정 요원: 두번째 수직 갱도에 도착. 엘리베이터는… 밑에 처박혀 있네.

나훈 요원: 아직 빛은 안보여?

자새정 요원: 밑에 어렴풋이 뭐가 보이는데, 엘리베이터에 가려져 있기도 하고 잘 안 보여. (레펠 설치하는 소리) 생각보다 전이가 덜 됐나본데?

나훈 요원: 우리야 좋지. 내려가봐.

자새정 요원: 라져.

[일상적인 잡담이므로 생략함]

나훈 요원: 근데 아까부터 목소리가 왤케 딱딱해?

자새정 요원: 아 예, 죽을 수도 있는데 퍽도 신나겠습니다. (철판 울리는 소리) 잠만. (두어번 철판 밟는 소리) 엘리베이터다. 여기가 바닥인가봐.

나훈 요원: 보석이 어디까지 전이됐는지 거기서 보여?

자새정 요원: 봐보자. (마구잡이로 철판 울리는 소리) 으흠, 조금조금씩이지만 갱도와 엘리베이터 사이엔 별로 없어. 안에 가득 차있나? 확인해보지 뭐.

철판 절단되는 소리

자새정 요원: 이런 씨발 빛 새어나오는거 봐.

나훈 요원: 욕 조심.. 아니다 빛이 아예 안 쏟아져 나오게 조심해. (철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굉음) 조심하란지 5초도 안 지났거든.

자새정 요원: 그게 들려?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 철판소리가 아니라 굵은 모래를 밟는 듯한 소리로 들린다.) 왜 하나하나 듣고 그래 변태같게.

나훈 요원: 우리 아까 한 한 시간 동안 그거 가지고 토론하지 않았어? 좀 더하려고?

침묵

나훈 요원: 새정 요원?

자새정 요원: 오우, 이거, 직접 봤어야 했는데. 색만 보이게 했어도 좋았을 거 같아.

나훈 요원: 그렇게나 아름다워? 목소리에 D계급 요원보다 못한 아마추어의 향이 느껴지니 좀 전문적으로 얘기해줘봐.

자새정 요원: 크게 바뀌는 건 없지. 갱도의 폭은 1.8m에 높이는 2.5m, 거기에 지름 5cm의 자수정 조각들이 여기저기에 박혀서 빛을 내뿜고 있어. 막장의 초입에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화사함이 동굴 안쪽까지 느껴지네. 안 쪽으로 들여다볼수록 SCP-927-KO가 더 촘촘히 박혔네.덕분에 보라색 빛이 나한테 그대로 쨍하게 비춰주고 있어. 그런데도 빛이 난반사 되지 않는 걸 보자니, 927-KO 자체에 빛이 통과하거나 반사하는 성질은 없는 것 같아. 오히려 내 수트에서 반사된 빛이 더 눈부시게 느껴질 정도야.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쌍정처럼 생긴 개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훈 요원: 시적이네. 넌 보고서 쓰면 안되겠다.

자새정 요원: 그리고 소리.

나훈 요원: 뭐?

자새정 요원: 이건… 바람소리인가? 어디선가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인데…

나훈 요원: 새정 요원?

자새정 요원: 응?

나훈 요원: 막장에 바람이 어떻게 불어.

자새정 요원: (침묵) 그럼 이 소리는 뭐야?

나훈 요원: 일단 우리 쪽에는 아무 소리도 안들려. 슈트 구조상으로 생기는 청각적 오류일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그냥 출발해봐ㅇ(굵은 모래를 밟는 듯한 소리) 말 다 안 듣고 가는 거냐?

자새정 요원: 착각할 만한 소리가 아닌데… 저 안쪽에서 들리는 것 같아. 더 들어가봐야겠어.

굵은 모래 밟는 듯한 소리가 이어진다. 나훈 요원이 자새정 요원에게 몇 번 일상적인 질문을 건네지만 자새정 요원은 건성으로 대답한다. 자새정 요원이 얘기한 낮은 잔향은 자새정 요원이 갱도에 진입한지 10분 즈음에 희미하게 들리다가 점점 뚜렷해진다.

발자국 소리는 30분쯤 지나고 정지되었다. 약간의 금속성 마찰음이 들린다. 잔향은 이 때 더 뚜렷하고 크게 들린다.

나훈 요원: 뭐해?

자새정 요원: 역시 쌍정이네.

나훈 요원: (침묵) 잘 안들려.

자새정 요원: 웅웅거리는 거 때문이지? 여기서 좀 크게 들려. 여기 쌍정 투성이야.

나훈 요원: 귀가 거슬려. 뭐야 이 낮은 데도 귀를 째지듯이 불쾌한 소리는.

자새정 요원: 나만 그렇게 들은거 아니구나. 여기 붙어있는 것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어.

나훈 요원: 시적인 표현은 자제 좀 해봐.

자새정 요원: 여기 금도 가있는 같고. 자기 자신에게 전파되었다고 이렇게 되는 건 너무 이상하잖아? 얘도 아파할 줄 아는 거야? 아니야, 전파하는 것 자체로는 고통이 없다고 들었다고. 왜 여기에만 이렇게 되있는 거지?

나훈 요원: 내 말 듣고 있어?

자새정 요원: 쌍정만 많은 게 아니라 여기 SCP-927-KO 개체들도 다른데보다 더 빽빽해. D계급이 여기서 죽었나? 시체가 없는데… 주황색 점프슈트도.

나훈 요원: 새정?

자새정 요원: 일단 계속 가봐야할 거 같아. 막장으로 간다. (달려가는 소리)

약 15분간 나훈 요원이 말리는 소리와 자새정 요원의 숨소리만이 이어진다. 발자국 소리와 자새정 요원의 숨소리가 빠르게 가라앉을 때 자새정 요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잔향은 15분 전보다 줄어들었으나 확연하게 들리고 있다.

자새정 요원: 막장이네.

나훈 요원: 지금 우리 상황이?

자새정 요원: 아니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맨 처음 발견된 데가 어디랬지?

나훈 요원: 막장의 오른쪽 아래 구석에. 근데 시간이 너무 지체됐어. 대충 보고 뛰어와.

자새정 요원: 오른쪽 아래… 잠깐만. 뭔가 이상한데

발걸음 소리

나훈 요원: 새정아?

자새정 요원: 왜 여기만 이렇게 불안정하게…

나훈 요원: 새정아, 안들려? 위험하다고. 새정아?

자새정 요원: 들려. 하지만 이걸 조금만 뜯어내면 알 거 같다고.

나훈 요원: 가까이 다가가면 더 위험하다고. 뭐가 이상한지는 나와서 얘기하자. 새정아?

자새정 요원: (침묵) 이건 말도 안 돼. 여기가 지하 몇 미터인데 흙이 이 정도로 무를 리가 없어. 이런 빛깔과 입자는 표토층에서나 보일 법한….아아악!!!

나훈 요원: 새정아!

자새정 요원: 눈 앞이… 불.. 불타오르고 있어. 온통… 온통 보라빛이야! 그 자식이 눈 안으로 들어왔어!

나훈 요원: 이런 씨발. (바로 옆의 요원에게) 지금 수직갱도 방향으로 전이과정 확인하러 간 2명 있지? 지금부터 구출 작전으로 변경한다고 전해.

자새정 요원: 아니야… 이 좁은 데서 세 명이 있으면 방해돼. 걸어갈 순 있으니까, 내 레펠 줄 잡고 대기하라고 그래.

나훈 요원: 앞도 안 보이면서 어떻게 하겠다고!

자새정 요원: 다리는 잘 움직이거든! 방금 방향 잡았으니까 안 도와줄거면 닥치고 있어.

나훈 요원: (한숨 소리) 알았어. 일단 수직갱도 근처에 전파된 것들만 치우라 할게. 도착하면 도착했다 얘기하고.

긴 침묵

나훈 요원: 새정아?

자새정 요원: 시발 내 눈알.

[기록 종료]

자새정 요원은 사고 발생 1시간 20분 이후에 구조되었다. 탐사복 자체의 좋은 성능과 곡선이 거의 없던 광산의 구조가 빠른 구조에 도움이 되었다. 자새정 요원이 지상으로 올라온 직후 광산은 콘크리트로 봉쇄되었다.

자새정 요원의 안구는 탐사복에서 눈이 닿는 부분에 짓이겨진 채 발견되었다. 안구가 튀어나온 것에 비해 출혈은 유의미하게 적었는데, 안와2 내부에 SCP-927-KO가 채워졌기 때문이라 파악된다. 이에 자새정 요원을 E계급 요원으로 분류하였고, 현장에서 눈을 가린 채 격리하였다.

추가로 탐사복의 손바닥 부분에 자새정 요원이 언급했던 토양이 발견되었다. 연대 검사 결과 지금으로부터 약 1700년 전에 묻힌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전까지 해당 위치에서 채광이 이루어졌다는 기록이 없기에, 어떤 변칙적인 수단으로 SCP-927-KO를 이동시켰는지는 의문이다.

부록 2: 사건기록 927-KO

자새정 요원은 격리된 지 일주일 뒤에 격리실 내부를 꼼꼼하게 맨손으로 더듬어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배수로나 환기구와 같이 외부로 통하는 통로 등의 위치를 파악하려는 행위를 취했다.

2주 뒤, 즉 사고 발생 3주 뒤, 자새정 요원은 검은색 시트지 여러 장을 요구했다. 물품을 보급 받은 이후로 자새정 요원은 이전에 파악해둔 모든 통로 및 틈에 시트지를 바르기 시작했다. 배수구를 막았을 즈음에 E계급 관리 인원이 CCTV를 확인하고 격리실에 연락했으나, 자새정 요원은 환기구까지 막을 즈음에 응답했다.

아래 내용은 CCTV 영상과 통화 녹취록을 적절하게 편집한 것이다.

(자새정 요원이 수화기 앞에 서있다. 오른손으로 수화기를 잡고 있으며, 왼손은 가슴 높이까지 들어올려 내려다보고 있다. 물론 눈은 감고 있는 상태이다.)

지금부터 보안인가 3등급 인원의 직권에 따라 E계급 격리실 103호를 영구폐쇄한다. 만일 이를 어길 경우 SCP의 보안 파기가 일어날 수 있으며, 기지 폐쇄로 이어질만한 손실이 일어날 수 있으니 유의할 것.

(자새정 요원이 왼팔을 내리고 불안한듯이 몸을 움직인다.)

늦지 않았어. 그래 늦지 않았다고. 근데 생각보다 그 순간이 빨리오고 있어. 녀석들이 내가 눈치 챈 거에 화가 난 거야.

불타고 있어서 그래. 눈 안에서 타오르던게 신경을 자극해서 내 뇌까지 보라색으로 태워버렸어. 이젠 그게 손으로 다리로 넘어가는 게 보여. 눈은 잃어도 보라색 너머로 보인다니까! 결국 다 채워졌는지 보라색에 절여진 머리에서 파리한 풍경이 보였어.

(이 때부터 자새정 요원의 팔 윗부분이 빛나기 시작한다. 색깔은 보라색으로, 이후 팔 아래 쪽으로 퍼져나간다.)

자수정 무리의 끝자락에서 숨을 헐떡이던 D계급을 넘어 보라, 보라색으로 뿌얘진 하늘이 보였어. 하늘을 향해 손을뻗은 사람들도 모두 보라색이거나 일부라도 보라색. 주변에 내려다보는 사람도, 어디를 기어올라가려는 사람도 있었으니 어느 구덩이였을거야. 긴 막대기를 짚은 사람이 내려다보는 사람들을 지휘하고 있었어. 일부는 올라가는 이들을 저지했고, 일부는 나에게 흙을 뿌렸지.

난 이미 보라색. 저항도 못하는 보라빛. 가만히 누워있다가 시야가 덮히고 난 움직이지 못했어. 주위는 꽁꽁 싸매진 흙들과 서서히 가빠지는 숨들, 어렴풋이 눈길을 잡은 보라색 발광… 정신을 차렸을 땐 밑으로 내려오는 색이 느껴졌어.

그래, 이건 이 땅 속에서 난 존재가 아니야. 오래 전에는 지상에서 사람들을 잡아다가 자기 것으로 만들었겠지. 그 때도 광석이었을까? 하지만 처음으로 죽은 사람이 광석을 남겼겠지. 거기서 번져 하나하나 사라지자 결국에는 모두를, 살아있는 사람들도 제손으로 없애버리고… 그 자국들이 눈에서 뇌로… 자신들의 흔적을… 거기 주변에 내가 묻혔던 구덩이가 있을 거야 분명히…

(빛이 팔꿈치를 지나면서 목부분도 같이 빛나기 시작한다. 나머지 부분은 옷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내가 탐사를 갔을 때 D계급 인원의 시체가 없었어. 수습했다는 말도 못 들었는데 그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 갈 때는 경황이 없었고, 올 때는 눈이 멀었으니까….

(자새정 요원이 이제는 빛나는 왼손을 내려다본다.)

그래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내 생각이 맞으면 지하에 묻은 지상의 비극을 내 손으로 퍼올린 거니까. 난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을 뿐이야. 그러니까.

(자새정 요원이 쓴웃음을 짓는다.)

어쨌든 이럴 것 같았다고.

(자새정 요원이 고통스러운 듯 눈을 뜨고 입을 벌린다. 이목구비에서 보라색 빛이 쏟아져 나온다. 손이 떨리다가 펼쳐지면서 수화기가 떨어진다. 이내 CCTV 화면 전체가 보라색으로 가득 찬다. 위 과정은 수화기가 떨어지는 순간을 빼고 소리없이 진행되었다.)

E계급 격리실 103호의 CCTV는 현재도 보라색 빛만을 송출하고 있다. 옆 격리실에서 초음파 검사 결과 벽 여기저기에서 돌기가 발견되었다. 이것이 SCP-927-KO인지, 자새정 요원의 유해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자새정 요원이나 그 시신이 격리실 내부에서 발견되지 않았기에 자새정 요원은 실종으로 기록되었다가 이후 사망 처리 되었다.

자새정 요원이 언급했던 구덩이는 현재 발견되지 않았다. 일대의 흙의 연대를 조사하면 위치를 특정할 수 있으나, 드는 비용에 비해 가능성이 너무 낮아 기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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