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13일부터 17일 사이에 제04K기지 안팎에서 14건의 화재가 발생하였다. 기지 측은 일련의 화재로 ████만원의 금전적 피해와 9명이 다치는 인명 피해를 보았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이상 징후를 분석한 함석균 박사가 SCP-930-KO로써 그 원인으로 여겨지는 SCP-930-KO-2를 제거할 방안의 틀을 제시하였다.
4월 19일 오전 4시 20분경 제04K기지의 저유소에서 폭발과 함께 대형 화재가 발생하였다. 당시 그 주변에 화재를 일으킬 만한 요소는 없었던 점이 나중에 드러났다. 불길이 지상 단지 전체로 퍼지면서 현장 인력 전원에게 대피 명령이 하달되고 기지 내 모든 장비를 진화 작업에 투입하였다. 진화가 어려워지자 함 박사의 제안에 따라 강준원과 SCP-930-KO를 동원하여 화재를 진압하는 계획이 급하게 시행되었다.
다음은 시행 과정을 바디 카메라로 기록한 것이다.
[기록 시작]
[방화복을 입은 함 박사와 강준원이 제04K기지 승강 통로를 향하여 뛰어간다. 강풍에 힘입어 그 근처에까지 번진 불길을 끄고 있는 방화복 차림의 기지 직원들이 보인다.]
함석균 박사: 지금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지하 시설은 무사한가요?
이상욱 요원: 승강 통로에 불이 번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바람이 거세서 이대로 가다가는 기지 전체가 불에 탈 겁니다. 헬기라도 띄워야 하는데 이 놈의 날씨가 문제입니다. 웬 바람이 이렇게나…
강준원: (함 박사에게) 역시 여귀 때문일 거에요. 제가 알아본 정보에도 바람을 일으킨다고 나와 있었어요. 우선 불이 처음 난 데를 알아야 해요.
이상욱 요원: (저유소를 가리키며) 저기 보이세요? 한 시간 전 즈음에 저유소의 휘발유 탱크가 갑자기 폭발했습니다. 불길이 쉽게 꺼지지 않아서 일단 급한 곳부터 해결하려고 하는 중이에요. 그것조차 쉽지 않지만요.
SCP-930-KO-1: 결국 뿌레기째 뽑아야 가달을 말라죽게 할 수 있는 법이지. 혼구멍을 내 줘야지 않겠나?
강준원: 그럼 거기로 가요.
함석균 박사: 이따가 일이 마무리되면 파란 불빛으로 신호를 보내겠습니다. 그 후에는 불길이 쉽게 잡힐 겁니다.
이상욱 요원: 그나저나 지금 이 계획, 가능한 일이긴 한가요? 심령 독립체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니, 믿기가 좀…
함석균 박사: 수십 번의 우연이 있었다면 패턴이나 다름없죠.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네요. 한 번 믿어주십시오.
SCP-930-KO-1: 허어, 느껴진다. 저기 불 타는 창고에서 여귀의 기운이 스멀스멀 하며 흔들리고 있어.
[함 박사가 카르덱 계수기의 전원을 켜자 계수기의 지침이 움직이면서 스피커에서 소리가 난다. 계수기를 저유소 방향으로 향하였을 때 지침이 가장 크게 움직인다.]
함석균 박사: 서둘러 저유소로 갑시다. 시간이 많이 없어요.
[함 박사와 강준원이 저유소를 향하여 뛰어간다. 바람이 불면서 저유소의 불길이 커진다. 강준원이 SCP-930-KO의 화면을 바라본다.]
함석균 박사: 계획대로 하실 생각입니까?
강준원: 네. 거북왕. 불 타입에는 역시 물 타입이 적격이고, 체력이랑 CP도 높아서 비등하게 싸워 볼 수 있어요. 이번에는 반드시 단판을 내고 말 거에요.
SCP-930-KO-1: 또 거북왕이야? 요새 니 자주 쓴다.
강준원: 그야 얘가 제일 익숙하니까죠. 제가 가장 좋아하던 포켓몬이기도 하고. 할아버지는 아니세요?
SCP-930-KO-1: 뭐… 니 어려서 같이 게임 할 땐 거북왕을 많이 쓰곤 했었지. 강하기도 하니까. 그건 그때 얘기고 지금은—
[저유소에서 화염이 솟아오른다. 검은 연기가 퍼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다. 강준원과 함 박사가 조심스럽게 저유소에 접근한다.]
SCP-930-KO-1: 에헤이, 여귀 자식. 어째 이리저리 날뛰는 거 같다?
함석균 박사: 얼른 앱을 켜서 확인해 보십시오.
[강준원이 SCP-930-KO에서 〈Pokémon GO〉를 실행한다. 그래픽이 깨져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리자몽이 화면 속 지도 위에 나타난다. 곧이어 화면이 전환되어 리자몽을 포획할 수 있게 된다.]
강준원: 리자몽… 하필이면 강한 포켓몬에 깃들어 있어요.
함석균 박사: 다른 장비라도 챙기면 좋았으련만. 예산 없다고 구비하는 걸 차일피일 미룬 대가군요, 이게. (강준원에게) 궁금해서 묻는 말인데, 이대로 바로 잡아도 되지 않나요?
강준원: 저도 그러고 싶은데, 여귀의 기운을 가라앉히지 않으면 포획 확률이 너무 낮아져서 잡는 게 아예 불가능해요. 바람이 더 강해지면 초점도 잘 안 잡혀서 실질적인 확률은 더 낮아지고요.
함석균 박사: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합시다.
SCP-930-KO-1: 그래, 몸 한 번 풀르자고. 닌 이제 뒤졌다.
강준원: 할아버지, '비바라기'!
[SCP-930-KO가 진동하면서 그 정도가 강해진다. 한편, 기지 상공의 상승 기류가 가속하면서 적운이 형성되고 약한 소나기가 내린다.]
강준원: 여귀의 움직임을 주춤하게 했어요. 연기가 좀 가라앉고 있는 거 보이시죠?
함석균 박사: 이 흐름 계속 타서 서서히 힘을 빼 버리자고요.
강준원: '물의 파동'!
[앞서 형성된 적운의 일부분이 저유소를 향하여 빠른 속도로 하강하고 지면에 충돌한다. 불길이 흔들리면서 그 크기가 작아진 것이 눈에 띈다.]
SCP-930-KO-1: 물에 즞은 쥐새끼가 다 뎄구만. 세 번은 안 당해, 이 자석아!
함석균 박사: 현재 상황이 어떻습니까?
강준원: 방금 전보다 그래픽 깨진 게 덜해진 걸 보면 효과는 제대로 나타났지만, 아직은 무리에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밀어붙이기만 하면—
함석균 박사: 앞에 봐요!
[띠 모양의 연기 덩어리가 두 사람을 향하여 날아오지만, 저유소에서 떨어져 나온 철판이 날아와 이를 막는다.]
함석균 박사: 괜찮으십니까? 하마터면 휩쓸릴뻔했네요. 그래도 저희에게 아직 승산이 있습니다. 조금만 버텨 봅시다.
SCP-930-KO-1: 염병, 불길이 다시 커졌는데. 기껏 맹글어 놓은 구름도 그새 사라져 버렸어. 체력은 좀 깎아놓은 것 같지만… 준원이, 떠오르는 다른 좋은 생각 읎니?
강준원: 그렇긴 한데, 원래 계획을 완전히 바꿔야 할 거 같아요. 공격으로
함석균 박사: 침착하게 생각하다 보면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겁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일 많이 겪어보셨다면서요.
강준원: 그때는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어요. 흉가에 자리잡은 팬텀이나 질뻐기 정도만 상대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저 녀석은 쉽지 않아요. 거의 수십 년 넘게 묵은 놈이니까…
SCP-930-KO-1: 그럼 남은 방법은 단 하나 아니냐? 예전에도 그 기술 쓸까 생캈었잖니.
함석균 박사: 그 방법이 뭐죠?
강준원: '하이드로펌프'.
SCP-930-KO-1: 여귀 눔 힘 빼기도 벅차면 그긋밖에 답이 읎다. 세게 한 방 멕이기!
강준원: 하지만 이 주변에는 강이나 저수지 같은 물웅덩이가 없잖아요. 그 기술이 가능했으면 진즉에 물 타입 기술을 잔뜩 써서 해치웠겠죠.
SCP-930-KO-1: 이보오, 함 선생. 여기 기지에 물 저장해 둔 곳이 어딨소?
함석균 박사: 물을 담아둔 탱크가 저 편에 있긴 하지만, 거긴 식수 공급을 맡는 중요한 시설입니다. 함부로 그 안의 물을 사용하는 건 곤란해요.
SCP-930-KO-1: 됐네, 그럼. 아무탄 잔떡 있기만 하면 된다며?
강준원: [침묵] 그렇다면 한 번 시도해 볼까요? 밑져야 본전이니까요.
SCP-930-KO-1: 해보지도 않고서 미서워할 이유는 읎지.
함석균 박사: 아니, 이봐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기지 시설을 멋대로 이용하면 저만 책임을 뒤집어 써서 징계를 받는다고요! 제 형편 좀 생각해 주시고, 애초에 기름에 붙은 불을 물로만 끌 수 있기는 한—
강준원: 지금 불이 쉽게 꺼지지 않는 건 여귀의 힘을 억누르지 못해서에요. 그걸 해내기만 하면 바람처럼 방해되는 요소도 전부 사라질 거에요. 한 번만 믿어 보세요!
SCP-930-KO-1: 기지가 통째로 불타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방법이다!
[저유소 건너편의 저수조실에서 지면에 고정된 철판과 파이프가 뜯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함석균 박사: (저수조실로 고개를 돌리고) 설마…
SCP-930-KO-1: 간만에 힘깨나 써 보자. 내 아직 안 너굴었다.
강준원: '하이드로펌프'!
함석균 박사: 잠깐만요, 멈춰요! 멈추라고!
[저수조실의 철제 지붕이 안쪽에서부터 부수어지고, 측면이 다소 찌그러진 저수조 4개가 지붕의 구멍 위로 떠오른다. 그 후 잠시 멈춰 있다가 저유소를 향하여 천천히 날아간다.]
SCP-930-KO-1: 이거나 먹어!
함석균 박사: 안 돼!
[저수조가 날아가는 속도가 빨라진다. 불길 위에 멈춘 저수조의 맨홀이 뜯어지고 그 안에서 다량의 물이 저유소 위에 쏟아져 내린다. 불길의 크기가 크게 줄어든 것이 카메라에 포착된다.]
SCP-930-KO-1: 좋다! 아주 시원하게 쏟어진다!
강준원: 효과가 굉장한걸요. 그래픽도 원래대로 돌아왔어요.
[강준원이 SCP-930-KO를 들고 리자몽의 포획을 시도한다.]
강준원: 원 안에 붉은 원 고정시키고 몬스터볼 터치해서…좋아, 잡았다! 해냈어요, 할아버지!
SCP-930-KO-1: 그래. 호되게 당했으니 당분간 여귀 저 눔이 또 기어나올 일은 읎겠제. 고생했수, 선생. 자기 덕분에 묘기 한 번 부려 봤어.
함석균 박사: [침묵] 예, 정말 감사합니다…
[함 박사가 손전등을 켜 파란 빛을 비춘다. 화재가 신속하게 진압되기 시작하여 당일 오전 6시 35분경 진화 작업이 마무리된다.]
함석균 박사: 내 월급…
[기록 종료]
기지 사령부는 인명 피해 및 격리 파기 없이 화재가 무사히 진압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함석균 박사를 표창하는 동시에 손상된 저수조실 복구를 담당하는 것으로 책임을 묻기로 하였다. 강준원은 상술한 임원 회의 결과에 따라 이전의 동일한 조건으로 민간 사회에 복귀하되, SCP-930-KO에 관한 호출에 응할 권한이 주어졌다.
재단에 적대적인 또 다른 SCP-930-KO-2가 타 지역에도 존재할 우려가 생기자, 이를 대비할 "마스터볼" 절차가 함 박사의 제안에 기반하여 확립되었다. 기기를 이용하여 강원도 일대의 이상 징후 원인을 분석하는 연구도 더불어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