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943-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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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943-KO-1, 2, 3.

특수 격리 절차: 제777K기지에서 보관하고 있는 모든 SCP-943-KO 구성품은 본래의 포장을 제거하고 개별 조각 상태로 표준형 안전 등급 격리 용기에 보관해야 한다. 필요성이 인정될 때까지 관련 실험은 금지된다.

SCP-943-KO-A, B 및 양산품 제조 라인을 포함한 강원도 화천군 소재의 공장 설비는 위장기업을 통해 매입하여 관리한다. 각 시설물은 비가동 상태로 보존하되, 정기적으로 점검하여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확보한 시설물 및 51개 시제품 이외에 SCP-943-KO 완제품이나 원천 기술이 시중에 남아있다는 정황은 현재로썬 없으나, 개발 정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유통망을 역추적하기 위해 대한민국 국가초상방재원 및 경찰과 협조하여 조사를 진행한다.


설명: SCP-943-KO는 대한민국의 문구제조업체인 플루토상사에서 제조한 12색 블럭 색연필 제품이다. SCP-943-KO의 각부는 시판되는 동형 제품과 겉보기에 큰 차이가 없으나, 특정한 사용 방법으로 SCP-943-KO를 활성화시킬 경우 대상은 유도, 추진, 기폭 등 탄도유도탄의 기능을 변칙적으로 모사하여 살상능력이 있는 실제 극초소형 유도탄으로 기능하게 된다.

모든 SCP-943-KO 블록은 색상을 제외하면 상동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고내열성 소재를 이용한 플라스틱 틀 부분은 완전히 비변칙적이지만, 통상 제품에서 유성크레용 심이 위치할 부분에 독자적인 재질 및 기술력이 사용되었다. 심들에는 발색, 점착에 필요한 안료나 왁스가 전혀 포함되어있지 않음에도 색연필로써의 기능에는 이상이 없다.


SCP-943-KO의 각 구성 부품 및 장비들(이하 SCP-943-KO-1~12, A, B)의 특징과 기능은 다음과 같다.

  SCP-943-KO-1: 빨간색 블록. 유도코어 및 페어링.

  • SCP-943-KO-1에서 변칙적인 부분은 고유한 유도 신호를 방출하도록 설계된 크레용 심 뿐이다. SCP-943-KO-1은 발사체의 현재 위치와 표적의 위치 정보를 획득하는 데 필수적인 부품이며, SCP-943-KO-2를 보호하는 페어링 역할도 동시에 수행한다. 정밀 조사 결과 SCP-943-KO-1의 크레용 심은 고체 영귀와 코발트-60의 합금으로 판명되었으나, 외부로 누출되는 방사선은 극미량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인체에 무해하다.

  SCP-943-KO-2: 주황색 블록. 탄두.

  • SCP-943-KO-2의 크레용 심은 RDX-TNT 혼합 폭발물과 충격신관으로 구성되어있다. 고도로 압축되어 부피 대비 최대의 폭발 효율을 보이나, 폭발력 자체는 같은 무게의 동형 폭발물과 동등하다.

  SCP-943-KO-3: 노란색 블록. 종말유도 추진체.
  SCP-943-KO-4, 5, 6: 살구색, 연두색, 초록색 블록. 3단 추진체.
  SCP-943-KO-7, 8, 9: 하늘색, 파란색, 보라색 블록. 2단 추진체.
  SCP-943-KO-10, 11, 12: 분홍색, 갈색, 검은색 블록. 1단 추진체.

  • SCP-943-KO-3~12의 크레용 심 내부에 새겨진 기적학 술식은 원거리에서 조작 신호와 운동량 벡터를 직접 전송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들은 모두 추력편향 조종을 포함한 탄도유도탄 추진 모듈의 기능을 완벽하게 모사하며, 전부 정위치에 조립한 상태로 발사할 경우 위 설명대로 작동한다. 순서를 바꾸거나 일부를 제외한 채 조립할 경우 위치와 갯수에 맟춰 적절한 순서로 작동한다. 전부 조립했을 때 최대사거리는 약 ███ km이며, 하나만 조립했을 때 최대사거리는 약 █ km이다.

  SCP-943-KO-A: 중앙 연산 장치.

  • SCP-943-KO-A는 개별 SCP-943-KO 개체들의 유도 계산을 중앙 집중 방식으로 처리하는 일련의 통신·연산장치이며, SCP-943-KO-1의 방출 신호를 수신하는 통신 모듈과 그 신호를 분석해 유도에 필요한 탄도학적 동체제어 데이터를 산출하는 연산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기상 여건에 방해받지 않았을 때 SCP-943-KO-A의 최대탐지반경은 약 600 km이다.1 SCP-943-KO-A가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SCP-943-KO 발사체 수는 120개라고 명시되어 있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SCP-943-KO-B: 추력 벡터 생성 장치.

  • SCP-943-KO-B는 지상 고정식 로켓 엔진과 연동되어 있는 벡터 전송 장치이다. 로켓 자체는 완전히 비변칙적인 액체연료 로켓이며, 구소련제 R-21 미사일2의 설계를 기반으로 조악하게 카피한 물건이다. 동구권에서 제조한 정격 부품 대신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대체품들로 제작되었으며, 그 결과 안전출력이 감소하였으나 외부연료탱크를 이용해 작동시간을 극대화시키고 있다.3 노즐 후방에 설치된 장비는 배기가스의 운동량 벡터를 채집하여 미리 설정된 SCP-943-KO-3~12에 원격 전송할 수 있다. 추진체 블록에 전송할 운동량의 크기 및 방향은 SCP-943-KO-A에 의해 제어된다.


제품설명서와 실험을 통해 파악한 SCP-943-KO의 발사 방법 및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1. 표적과 발사체의 위치정보 획득

  • SCP-943-KO-1은 코발트 동위원소의 감마선 방사 에너지를 대가로 귀기회로를 성립시키며, 발신 위치와 조립 상태, 고유 일련번호를 나타내는 전자기파 신호를 공중으로 방출한다. 이 신호는 전리층에서 반사되어 지면으로 되돌아오며, SCP-943-KO-A는 해당 신호를 수신하여 현재 탐지범위 내에 존재하는 SCP-943-KO-1의 위치를 정확하게 특정할 수 있다.
  • 사용자가 원하는 표적 위치에 SCP-943-KO-1로 표시하면4, 표적에 점착된 SCP-943-KO-1이 방출하는 신호 역시 SCP-943-KO-A에 포착된다. SCP-943-KO-A의 연산 모듈은 특정 일련번호의 SCP-943-KO-1이 방출하는 신호 중 가장 강한 것 또는 조립된 상태라고 표시된 것을 해당 SCP-943-KO 발사체의 현재 위치로, 그 외의 신호 중 가장 마지막으로 생성된 것을 표적의 위치로 파악한다.

  2. 점화 신호 입력 및 발사

  • 사용할 추진체 블록을 모두 SCP-943-KO-2에 조립한 뒤, 사용자는 발사 허가 신호로써 SCP-943-KO-2의 심을 플라스틱 틀 속으로 완전히 밀어넣어야 한다. 이렇게 조치한 SCP-943-KO 발사체를 적당한 위치에 세워두고 SCP-943-KO-1을 최종 조립하면 이로부터 15초 후 SCP-943-KO-B로부터 추력벡터가 전송되어 SCP-943-KO가 공중으로 발사된다.
  • SCP-943-KO-2의 심을 누르면 발사 모드로 전환함과 동시에 탄두 신관이 활성화되므로, 이 단계에서 SCP-943-KO-2에 충격을 가할 경우 폭발할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SCP-943-KO 추진체 블록에 추력 벡터가 전송될 때 이에 상응하는 반작용이 발생하므로 발사 대기중인 SCP-943-KO로부터 충분히 거리를 두어야 한다.

  3. 상승 단계

  • 10개의 추진체 블록을 모두 조립한 경우, 발사 직후부터 대략 90여 초 동안 SCP-943-KO 발사체는 추진체 블록에 전송되는 운동량에 의하여 마하 10의 속도로 상승한다. 그 결과 SCP-943-KO는 최대 고도 350여 km까지 상승하게 된다. SCP-943-KO 발사체는 SCP-943-KO-A의 계산에 따라 정확히 표적 방향으로 유도된다.
  • 각 추진체 블록의 심은 SCP-943-KO-B가 전송하는 에너지에 의해 급속도로 열화하여 약 10초 동안 벡터 전송 매개체로 작동한 뒤엔 완전히 소모된다. 따라서 둘 이상의 추진체 블록을 조립한 상태로 발사된 SCP-943-KO는 추진체를 하나씩 순차적으로 작동시켜 최대한의 가속시간을 확보한다. 소모된 추진체 블록은 3개 단위로 분리한다.
  • SCP-943-KO-4까지 완전히 소모하고 3단 추진체 블록들을 분리한 SCP-943-KO 발사체는 관성에 의해 잠시간 추가로 상승한 뒤 중력에 의해 낙하한다.

  4. 하강 및 종말유도 단계

  • 최고점에 도달한 SCP-943-KO 발사체는 중력에 의해 하강하기 시작하며, 이때 SCP-943-KO-1에 사용된 고체 영귀-코발트 합금의 무게에 의해 탄두방향이 아래로 정렬된다.5 SCP-943-KO는 상승 단계에서 받은 추력의 관성에 의해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목표 방향으로 낙하한다. SCP-943-KO-A는 낙하체가 표적을 향해 정상적으로 접근하고 있는지 계속 추적하면서, 필요하다면 SCP-943-KO-3을 이용해 낙하 궤도를 수정한다.

  5. 착탄 및 탄두 기폭

  • 지표면의 표적에 도달하기 직전6, SCP-943-KO-3이 최종 점화하여 탄두를 최고 속도로 가속시킨다. SCP-943-KO-1이 먼저 착탄하면서 무른 표면을 만나면 파고들고, 단단한 표면을 만나면 파괴된다. 뒤이어 SCP-943-KO-2가 단단한 표면에 부딪히면서 충격신관이 작동하여 탄두가 폭발한다.


SCP-943-KO의 제조사인 ㈜플루토상사는 2005년 개업한 대한민국의 문구·사무용품 제조업체이며, 조사 결과 이들은 2015년부터 GOI-1000 '셀레스트'에 가맹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2018년 11월, 셀레스트의 불법 활동을 추적하던 대한민국 국가초상방재원 측의 감시망에 플루토상사가 포착되었다. 방재원은 SCP-943-KO의 개발 현황과 대략적인 특성을 파악한 뒤 정보를 재단과 공유했다.

조사 자료에 따르면 플루토상사는 2014년 탈북 과학자 황의책 박사를 고용하기 전까지는 변칙 기술과 무관했던 것으로 보인다. SCP-943-KO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황 박사는 플루토상사 경영진을 강하게 설득하여 변칙문구 사업에 참여하게 했으며, 이후 셀레스트 측 요주의 인물인 ███이 플루토상사에 접촉해 가맹협약을 체결했다.7 이후 3년동안 플루토상사는 황 박사의 주도 하에 강원도 화천군에 SCP-943-KO 양산공장과 -A, -B 설비를 건설하였으나, 지나치게 폭력적인 제품 출시에 반대하는 셀레스트 내부의 반발과 판로 확보 난항으로 양산을 미루는 상태였다.

재단은 플루토상사 및 셀레스트 핵심인원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현장급습을 미루고 조사를 연장하길 제안했으나, 방재원은 SCP-943-KO의 한국내 유통이 야기할 피해를 막고 핵심 인원인 황의책 박사를 확실하게 체포하기 위해 조기 제압을 강하게 주장했고 결국 급습 작전이 불가피하다는 데 양측 합의가 이루어졌다. 3개월에 걸친 감시 활동 끝에, 방재원은 2019년 2월 대한민국 법원이 발급한 영장에 의거하여 플루토상사의 SCP-943-KO 생산공장을 급습, 관련인들 다수를 체포하고 SCP-943-KO 시제품 및 시설을 확보했다.

SCP-943-KO 생산공장에서 체포된 비무장 인원 대부분은 초상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단순 노무자들로 밝혀져 간단한 기억소거 조치 후 훈방되었다. 황의책 박사는 급습 현장에서 체포되었으며, 조선노동당의 초상기구와 연관성이 의심되어 즉시 국가안보사범으로 입건되었다. 재단이 신병 인도를 요구했으나 거부되었고 대신 구속 중인 황 박사를 면담할 수 있었다.


면담 기록 943KO-P01: 춘천교도소 ███호실에서 이루어진 황의책 박사의 초도면담이다. 면담자는 방재원과 국정원에서 먼저 실시한 심문 자료를 참고 목적으로 제공받았다.

면담 일시: 2019년 3월 5일
면담자: 김남석 연구원
면담 대상: 황의책 박사


<기록 개시>


김 연구원:
— 본인의 신원정보를 말씀하십시오.

황 박사:
— 거 지난번에 다 들었음서, 쓸데없이 왜 또 묻소.

김 연구원:
— 절차입니다. 신원정보를 말씀하십시오.

황 박사:
— …황의책. 김책공대에서 로케트 공학을 배웠소.

김 연구원:
— 좋습니다. 2014년 5월에 중국을 경유해서 탈북했죠?

황 박사:
— 맞소.

김 연구원:
(SCP-943-KO 발사체와 SCP-943-KO-B의 사진을 내밀며) SCP-943-KO와 노동1호 로켓의 설계도 그때 이미 갖고 있던 겁니까?

황 박사:
— 에스…? …아, 길쿠만. 당신 남조선 경찰이 아니라 재단 짝 사람이었구만 기래?

김 연구원:
— 묻는 말에만 대답하십시오. 협조하지 않으면 심문 수단만 더 강화될 겁니다.

황 박사:
— 알갔소. 히히… 그래서, 943번이 그 연필들 말하는 게 맞소?

김 연구원:
— 맞습니다.

황 박사:
— 말할 수는 있소. 내도 비칠대는 공화국에 목숨 내맡기고 평생 충성할 생각일랑 없으니… 기캐도, 이북에 두고 온 가족들이야 별 수 없대도 내가 안전할 것이란 보장 정도는 있어야 협조를 하건 말건 하지 않갔소? 남조선 아새끼들은 내보고 간첩입네 안보사범입네 길길이 열불이지만, 당신네들은 사정이 다르지 않소.

김 연구원:
—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면 검토해보겠습니다. 지금은 묻는 말에만 대답하세요.

황 박사:
— 에라이, 내 기칼 줄 알았지.

김 연구원:
— SCP-943-KO에 적용된 변칙적 기술들, 군용 로켓의 설계, 이것들은 개인이 마음대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정부는 북한이 당신을 통해 남한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려고 지령을 내렸다고 판단하고 있고요. 그래서, 이 기술들의 출처는 북한이 맞습니까?

황 박사:
— 기카믄 내가 남조선 문방구사에 취업해서 기런 기술들을 어디서 구했갔소?

김 연구원:
— 긍정의 대답으로 이해하겠습니다. 플루토상사와 셀레스트에 접근하는 것도 북한 당국 차원의 계획이었습니까?

황 박사:
— 가만 보니까 내보단 공화국 쪽이 더 궁금한가보구만 기래. 차라리 최고지도자 동지한테 직접 물어보는게 낫지 않갔소? 평양에 직통전화까지 깔았음서 내같은 일개 쁘락치한테 묻고 그러시오.

김 연구원:
— 정보를 어떻게 얻을지는 우리가 결정합니다. 당신은 대답만 하세요. 이상교화국에서 내린 지령대로 행동한 겁니까, 아니면 스스로 판단한 일입니까?

황 박사:
— 이상교화국도 아오? 거 조사 열심히 했구만 기래. 맞소. 자본주의 경쟁사회에 내몰린 학생들을 부추겨 소형 연필꼴 로케트로 남조선 곳곳을 뻥뻥 터트릴 작정으로 내려왔고, 량산할 시설을 대어줄 만한 후보군도 추려서 전달받았소.

김 연구원:
— 셀레스트에 가맹하는 것도 계획된 일이었습니까?

황 박사:
— 남조선에 하늘교육련맹이란 이상단체가 있다는 것은 들어 알았소.

김 연구원:
— …그리고요?

황 박사:
— 아직 신변의 안전을 보장을 못 받았는데 내가 어디까지 대답해야 하는거요?

김 연구원:
— 더 대답할수록 우리가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황 박사:
— 지금 내가 전부 털어놓으면 기것만 죄 뽑아먹고 입 닦아버리면 끝 아니오?

김 연구원:
— 재단과 방재원은 당신을 북한의 초상기술 수준을 증언할 중요 참고인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협조만 잘 해준다면 얼마든지 당신을 위해 손써줄 수 있어요.

황 박사:
(갑자기 웃음을 터트림.)

김 연구원:
— 이봐요, 뭐가 그렇게 웃깁니까?

황 박사:
— 아니, 내 우스워서 그러니 용서하시오. 히히…

김 연구원:
— 무슨 말이죠?

황 박사:
— 나야 사정이 급하니 댁들한테 졸랐소만, 댁들은 무얼 믿고 남조선 당국이 구속한 내 신병을 자기들이 어떻게 해줄 수 있다고 그리 쉽게 말하는 게요?

김 연구원:
— 재단과 대한민국 정부는 공동 이익을 위해 협력을…

황 박사:
— 내 말이 기거요. 요전에 남조선이 이상 사무를 다시 시작했지 않소? 거 방재원인가 하는 그치들이 얼마나 골치가 아픈지 모를게요. 당신네 재단은 동네방네 나서는 데 비해 깊이가 얕아서 하늘교육 아새끼들처럼 은근하게 숨어대는 놈들은 잡지를 않는데, 방재원 동무들은 남조선 영역에서 벌이는 일들에는 끈질기게 들러붙는단 말이오. 이번에도 재단이 몇 년을 못잡고 방치한 일을 방재원이 혼자 열불내서 잡아쳐넣었지 않소? 기캐서 내는 이제 공화국이 남조선에서 이짓거리 해먹기는 글렀구나 했소. 긴데… 이거 보아하니 결국 핵심은 댁들이 죄고 있는 게 아니오?

김 연구원:
— …

황 박사:
— 그거 아오? 쏘비에트가 망하기 전에 활동했던 정보총국 정신전자공학부, 고거이 우리 공화국 인민군에도 있기는 있소. 댁들도 조국해방전쟁 때 총부리를 겨눠봤으니 알 테지만 원래는 공화국에서 이상 문제는 요 정찰총국 정신전자공학국에서 꽉 잡고 있지 않았소.

김 연구원:
(팔짱을 끼고 황 박사의 말을 듣고 있음.)

황 박사:
— 긴데 어째서 정신전자공학국은 지금 뒷방 늙은이가 되고 교화국이 중핵을 꿰찼는지 알갔소? 주체성이요, 주체성. 아무리 쏘련이 사회주의 우방국이라도 이식받은 조직으로는 공화국의 일을 충실히 할 수 없었다 이거요.

김 연구원:
—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황 박사:
— 거 기분 풀고 들으시오. 내는 댁들한테 협력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니. 방재원이 교화국처럼 자주적인 조직이었다면 댁들에게 조른다고 내 사정이 바뀌기나 했겠소? 내게는 운 좋은 일이라 신나서 이러니 이해 좀 해주시오.

김 연구원:
— 불필요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요구사항만 말하세요.

황 박사:
— 기야 내 일신의 자유 아니겠소? 교도소 독거실은 고작 닷새 있었는데도 온몸이 배겨 못 살겠소. 여기서 빼 주겠다, 처벌받지 않도록 하겠다 적확하게 약조를 해준다면야 내 아는 건 뭐든 불겠소.

김 연구원:
— …당신 입장에선 운 나쁘게도, 재단은 방재원에 명령을 내릴 입장이 못됩니다. 특히나 국가안보 문제가 끼어 있다면 더욱이요.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단과 방재원은 정보 공유에 적극적이기도 하죠.

황 박사:
— …

김 연구원:
— 우리는 그냥 한국 법원이 당신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게 두고 보면서, 방재원이 밤마다 당신을 심문해서 얻어낸 정보만 넘겨받으면 그만입니다. 당신이 협조하면 더 쉽게 얻을 정보니까 설득하고 있을 뿐이죠. 거래를 제안하려면 우선 자기 입장부터 명확히 파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황 박사:
— 기캐서, 요구사항을 들어줄 생각이 없으시다?

김 연구원:
— 윗선에 보고는 할 겁니다. 하지만 별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겠군요. 생각이 바뀌거든 다시 절 찾으십시오. 면담은 여기까지입니다.

<기록 종료>

비고: 황의책 박사는 이후 몇차례 더 사법거래를 제안해왔지만, 방재원에서 명확한 거부 의사를 표명하여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2020년 9월 현재 황의책 박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및 총포법 위반 혐의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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