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947-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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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7월 16일에 열린 제4회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 당시 우루과이(위)와 브라질(아래)의 개략적 스쿼드.

일련번호: SCP-947-KO

등급: 안전 무효(Neutralized) (잠정적)

특수 격리 절차: SCP-947-KO는 10m X 10m X 2.5m 크기의 격리실에 보관한다. 격리실 내에는 통풍이 가능한 커다란 발코니 창을 하나 달고, 온도 조절이 가능한 냉난방 장치를 설치한다. 대상의 재료가 되는 나무의 부패나 금속의 부식을 막기 위해 1개월에 1번 씩 특수 약품으로 방부 및 방식 처리를 한다. 실험을 제외한, 유희를 목적으로 재단 직원들이 대상을 이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SCP-947-KO-A와 -B 개체들은 1주일마다 1번씩 약식 면담, 1개월마다 1번씩 단체 전수 심리 면담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꾀하며, 면담한 모든 기록들은 보존한다. 개체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개체들과 동일한 국적 또는 언어권 출신의 연구원이 면담을 담당할 것을 권장하며, 1개월마다 1번씩 특대형 수레에 SCP-947-KO를 올린 채 운반하는 식으로 기지 외부를 산책시킬 것이 권장된다. 개체들의 유희를 위해 격리실 내에 라디오, TV를 놓는 것이 허용되나, 개체들에 빙의된 것으로 미루어지는 선수들의 유가족과 접촉하는 것은 금지한다.

당시 경기를 뛰었던 인물들 중, 현재 생존해 있는 선수 또는 감독들은 요주의 인물로 분류하여 간접적 감시 체제를 유지한다.

2015년 7월 17일 부로, 상기된 격리절차는 폐기 후 보존처리 하며, 대상의 제작과 연관된 인물들에 대한 추적이 진행 중이다.

설명: SCP-947-KO는 테이블풋볼(일명 '푸스볼' 또는 '풋볼린')용 보드게임 기기다. 경기장 역할을 하는 대상의 가장자리 부분과 축구 선수 역할을 하는 인간형의 게임말들은 가공된 목재로, 게임말들이 끼워져있는 봉들은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다. 적지않은 시간의 경과로 인해, SCP-947-KO의 보존 상태는 다소 좋지 않은 편이다. SCP-947-KO의 옆면에는 포르투갈어로 '마라카나주Maracanaço, 25주년'라는 글귀가 필기체로 흘려쓴 듯한 글씨체로 새겨져있으며, 이걸로 미루어 대상이 1975년에 제조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대상의 뒷면 바닥에는 게임기의 제작자가 새겨넣은 것으로 보이는 서명이 있으며(부록-2 참조), 그것 말고는 SCP-947-KO 자체에서 대상의 기원을 유추할만한 그 어떤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보통의 테이블풋볼 게임기와 마찬가지로, SCP-947-KO에는 각각 SCP-947-KO-A와 SCP-947-KO-B로 지정된 게임말들이 건너건너 봉에 번갈아 꿰어져 있는 대신, 1950년 월드컵 결승전 경기 당시의 포메이션에 맞춰 배치되어 있다. 게임말은 후술할 변칙적 특성의 유무에 관계없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SCP-947-KO-A는 SCP-947-KO의 봉에 꿰인 축구선수 모양의 게임말 한 모음으로, 개체들을 개별적으로 가리킬 때에는 각각 SCP-947-KO-A-1 ~ -11로 지칭한다. 개체들은 상하의가 모두 흰색으로 칠되어있으며, 페인트 칠이 벗겨지고 있는 상태다. 모든 SCP-947-KO-A 개체들은 제각기 고유의 인격을 가지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1950년 브라질 월드컵 대회1 결승전에 출전했던 브라질 국가대표팀 선수였다고 주장한다. 개체들의 진술과 재단측의 사실 검증 과정을 토대로 작성된, 개체들이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격들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SCP-947-KO-B 역시 SCP-947-KO의 봉에 꿰인 축구선수 모양의 게임말 한 모음으로, 개체들을 개별적으로 가리킬 때에는 각각 SCP-947-KO-B-1 ~ -11로 지칭한다. 개체들은 상의는 하늘색, 하의는 검정색으로 칠되어있으며, 마찬가지로 페인트 칠이 벗겨지고 있는 상태다. 모든 SCP-947-KO-B 개체들 또한 제각기 다양한 인간 목소리를 내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1950년 브라질 월드컵 대회 결승전에 출전했던 우루과이 국가대표팀 선수였다고 주장한다. 개체들의 진술과 재단측의 사실 검증 과정을 토대로 작성된, 개체들이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격들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SCP-947-KO-A와 -B 개체들의 진술로 보아, 개체들의 의식, 인격 또는 정신은 그들이 사망한 직후에 게임말에 옮겨졌을 가능성이 있다. 개체들은 풋볼 게임이나 자연적인 부식 따위로 인한 육체적인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대신, 한 장소에 꼼짝없이 오랜 기간 동안 갇혀있다는 점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SCP-947-KO-C-1와 2는 피험자가 SCP-947-KO를 직접적으로 접촉하였을 때에 발현되는 인격들이다. 테이블의 중앙을 기점으로하여, 피험자가 브라질측 게임말에 꿰인 봉에 양손을 접촉시키면 SCP-947-KO-C-1에 "빙의"가 되고, 또다른 피험자가 우루과이측 게임말에 꿰인 봉에 양손을 접촉시키면 SCP-947-KO-C-2에 빙의가 된다. 빙의가 된 각 개체들은 각자 자신의 진영에 위치하여 테이블 풋볼 게임에 열중한다. 게임을 하거나 대기하는 시간에 관계없이, 빙의가 되는 순간부터 피험자들은 경기 중에 내지르는 탄성 따위를 제외하면 아무런 의사소통을 하지 않기에,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면담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허나 해당 인격들은 해당 경기가 열리던 당시에 각각 브라질 대표팀과 우루과이 대표팀의 감독직을 역임했던 플라비우 코스타(Flávio Costa, 1906.09.14 ~ 1999.11.22), 후안 로페스 폰타나(Juan López Fontana, 1908.03.15 ~ 1983.10.04)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이는 그간의 정황2이나 SCP-947-KO-A와 B 개체들의 진술들(면담 기록 947-KO.83.10.11, 947-KO.99.11.24 참조)을 종합한 결과다.

SCP-947-KO-C-1과 2가 테이블 풋볼의 봉을 잡고 서로 양쪽에 자리하는 순간, 게임기의 한복판에 나무로 된 공이 생성되면서 경기가 시작된다. 기존의 테이블 풋볼과는 달리, SCP-947-KO는 실제 축구 경기처럼 전반 45분과 후반 45분을 합하여 총 90분 동안 진행되며3, 전반전이 끝나고 15분 정도의 '휴식 시간'을 가지는데, 이 시간 동안 양 측 감독은 자신의 게임말에게 '전술 지도'를 하고, 이따금씩 시시콜콜한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게임은 일정한 루트를 거치면서 진행되며, 게임 도중의 감독과 선수말의 행동, 언행, 게임의 세부사항에 대해선 사소한 차이가 있으나, 경기의 결과는 언제나 게임 종료 직전에 터지는 우루과이 대표팀의 결승골로 2 대 1 승리로 끝난다는 점은 변함없다.

SCP-947-KO는 1978년 ██월 ██일 브라질 히우지자네이루의 어느 폐건물에서 발견되었다. 폐쇄되기 이전에 술집으로 사용되었던 점포 건물 내에 있는 테이블풋볼 기기에서 젊은 남성 한 명의 목소리4가 들린다는 신고를 접수한 재단에 의해 대상이 회수되었다. 대상을 확보할 당시, 남성의 목소리는 한동안 고립된 환경에 놓여있던 탓에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워하던 상태였다. 단계적 심리 치료를 거친 끝에 상태가 호전되었으며, 목소리의 진술을 토대로 문서가 작성되었다. 허나, 우루과이 대표팀 감독(후안 로페스 폰타나)이 사망한 이후에 새로운 특성이 발견된 이후, 문서는 현재와 같은 형태로 대대적으로 개편되었다.(본 문서의 초기 내역을 열람하려면 ⦿SCP-947-KO/rev.1/80.12.31.ftml을 참조)

부록1-1: 면담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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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옵둘리오 바렐라


면담 기록: 947-B-45
면담 일자: 1996년 8월 16일
면담 대상: SCP-947-KO-B-5 (당시 우루과이의 미드필더이자 주장이었던 옵둘리오 바렐라의 의식이 깃든 것으로 추정)
면담자: 기예르모 바르가스Guillermo Vargas 박사

서문: 면담은 바렐라가 사망한 시점, 즉 SCP-947-KO-B-5에 바렐라의 의식이 깃든 시점으로부터 2주가 경과한 시점에서 진행되었다. 해당 개체의 인격이 생전에 살았던 언어권을 고려하여, 모든 면담은 에스파냐어로 진행되었다.

바르가스 박사: 안녕하세요, B-5, 오늘은 기분이 어떤가요?

SCP-947-KO-B-5: 나날이 좋아지고 있어. 옛 동료들 목소리 듣는 것도 오랜만이라 새삼 반갑기도 하고. 다만, 한 가지. 움직일 수 없다는게 이리도 큰 고역이었을 줄은 전혀 몰랐군.

바르가스 박사: 저희도 달리 수가 없는걸요. 며칠에 한 번씩 기지 앞 공터에 산책시켜주는 걸로라도 위안 삼으시죠.

SCP-947-KO-B-5: 뙤약볕에 테이블 놓아두는걸로 퍽이나… 근데, 오늘은 무슨 일로 온겐가?

바르가스 박사: 다름이 아니라, 혹시 1950년 월드컵 결승전 때에 대해 뭔가 특별히 더 기억하고 계신게 없으신가 해서요. 뭔가 특별히 기억에 남으시는 거라도?

SCP-947-KO-B-5: 어떤 얘기를 먼저 해줄까? 경기 시작 전에 설레발치던 셀레상 녀석들? 동점골을 넣은 페페5? 마라카낭 경기장에 찬물을 끼얹은 알시데스? 칠흑보다도 더 차가운 분위기에서 제대로 세레머니도 못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야 했던 우리들?

바르가스 박사: 경기 직전 상황부터 먼저 듣고싶네요.

SCP-947-KO-B-5: 뭐.. 결선리그에서 1위로 결승전에 진출하기 무섭게, 브라질 놈들은 설레발을 치기 시작했지. 신문이든 라디오든 말이야. 생각해보면 우리가 1위로 진출하고 놈들은 2위로 진출했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우승컵이 자기꺼라는 소리를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단 말이지.. 거기에다 브라질 우승 확정이라는 문구를 헤드라인으로 써제끼는데, 우리라고 가만히 있겠어?

바르가스 박사: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SCP-947-KO-B-5: 경기날 아침에 감독님이 먼저 우리들을 불러모아 그 신문을 보여주더군. 헤드라인을 보고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화도 안날 지경이었다니깐?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지만 다른 친구들은 그게 아니었나봐. 감독님은 나름 자극이 되라고 신문을 보여준건데, 선수단에게 역효과가 나타나는게 바로 느껴지더라구. 그중에는 벌써부터 의기소침해있던 친구들도 있었지.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감이고 뭐고, 가라앉는 숙소 분위기와 주장으로서의 부담감이 내 몸을 짓누르니 오금이 저리고 오줌이 마려워질 지경이었지. 나는 그 분위기를 바로잡고 싶었다네. 어떻게 해야 브라질놈들을 엿먹이면서 우리 팀에게 동기를 부여해줄까? 락커룸으로 향하면서 계속 그 생각을 했지. 생각을 하다하다 락커룸에 도착하니 머리가 다 아파오더군. 그래서 에라 모르겠단 식으로 팀원들과 감독님을 불러모아 내가 그 신문쪼가리를 들고 락커룸 한복판에서 오줌을 한바탕 싸갈겼지. 감독님이든 애들이든 얼마나 자지러지던지, 원. 오줌보를 비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 덕에 한결 속이 후련해진 상태로 경기에 임할 수 있었지. 킥오프 전에 브라질 놈들이 국가를 힘껏 부르고 미리 트로피를 수여할 때도 아무런 생각도 안들더라니깐? 이건 내 이때까지 살면서 했던 것 중에서 제일 후회없는 짓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네.

바르가스 박사: 알겠습니다. 시간이 되었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뒷얘기는 다음에 들어보도록 하죠.

SCP-947-KO-B-5: 그런가? 상관은 없지. 나도 아직 영광스런 내 팀메이트들과 나눌 얘기가 많이 남아있다구.

부록1-2: 면담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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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모아시르 바르보사


면담 기록: 947-A-56
면담 일자: 2000년 10월 7일
면담 대상: SCP-947-KO-A-1 (당시 브라질의 골키퍼였던 모아시르 바르보사의 의식이 깃든 것으로 추정)
면담자: 지오구 코엔트랑Diogo Coentrão 박사

서문: 해당 개체의 인격이 생전에 살았던 언어권을 고려하여, 모든 면담은 포르투갈어로 진행되었다.

코엔트랑 박사: 오늘도 인사드립니다. 어젯밤은 잘 지내셨는지요? 이곳에 오신지 6개월이 되는 날이네요.

SCP-947-KO-A-1: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아니 아니, 아직도 그것밖에 안지났나?

코엔트랑 박사: 그것밖에 라뇨?

SCP-947-KO-A-1: 내 말이 이상하게 들리는감? 앞으로 여기서 얼마나 더 갇혀야하는지, 어쩌면 영겁의 시간을 보내야될지도 모를 팔자인데, 그렇게 반문하는게 더 자연스럽지 않겠나?

코엔트랑 박사: …대충은 이해합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SCP-947-KO-A-1: 됐어. 어쩌겠나, 여기에 있는 9명6의 영혼이 모이게 된 것도 터놓고 보면 전부 내 탓 아니겠나. 먼저 왔던 8명의 얼굴도 ㅡ 특히 치쿠, 아데미르, 다닐루 말일세 ㅡ 보기 미안해 미칠 지경이었는데, 앞으로 12명이나 더 맞이해야 할 생각을 하니, 있지도 않는 닭살이 절로 돋아나겠구먼. 오해는 말게, 그래도 자네들이 그동안 보살펴준 덕에 그나마 불안감이 덜다고 생각한다고.

코엔트랑 박사: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다행이네요. 그저께 저희가 나눴던 이야기를 마저 끝낼 수 있을까요? 아마 알시데스 기지아 씨가 득점했…

SCP-947-KO-A-1: 알시데스, 알시데스! 알시데스 기지아, 그 놈은 절대 잊을 수가 없지. 그 녀석은 희한하게 더 기억에 남는게, 그 골을 넣고나서 녀석이 다시 공을 집어드는 그 순간, 그라운드 위에 널부러져있는 나를 향해서 지었던 표정이 참으로 묘하더군. 기쁨, 경멸감, 통쾌함 따위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되는 감정이 담긴 표정… 그 날 이후로도 나날이 절망감에 빠져 지내던 시기에도 그 표정이 불현듯 떠오르더군. 살아있을 적에 마음만 먹으면 그를 찾아가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도저히 마주할 자신이 생기질 않았다네. 그를 마주하면 그의 모습에서 절망의 늪에 빠져 아둥바둥 허우적대는 등신같은 내 모습이 떠오를까봐 도저히 그럴 수 없었지. 지금 와서는 저기 우루과이 녀석들한테 그 놈에 대해 물어봐도 자기들은 모른다고 하더이. 하긴, 50년이나 지났는데 지네들도 알리가 있겠나.

코엔트랑 박사: 저도 출신이 출신이라 그런지, 그 광경을 직접 보지도 못한 입장에서도 응어리가 없다곤 장담도 못하는데, 그정도라면 그 분에게 악감정이 지금까지 남아있는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겠네요.

SCP-947-KO-A-1: 저번에도 자네들에게 몇 번 얘기했었던 대로지. 경기장 관리인에게 나무로 된 골포스트 조각상을 선물받은 직후에 골포스트를 불태워버린 날에도,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대놓고 비극의 원흉이라고 면박주던 날에도, 매년 그 날만 되면 저주를 퍼붓는 전화가 받기 싫어 일부러 전화선을 빼놓았던 날에도, 심장마비에 걸려 생을 마감하던 날에도, 알시데스의 얼굴을 단 한순간도 잊은 적은 없었다네. 처음 몇 십년 동안은 그를 정말로 원망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평생갈 것만 같던 원한도 서서히 사그라들더군. 그치만 내 의구심은 변하지 않았다네.

코엔트랑 박사: 그 사람이 여기로 온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라도 있으신가요?

SCP-947-KO-A-1: 있지, 있고말고.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그 골을 넣고나서 내 얼굴을 바라본 그 찰나의 순간에, 무슨 생각을 하고있었냐고.

부록1-3: 면담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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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시데스 기지아, 1953년.


면담 일자: 2013년 12월 8일
면담 대상: 알시데스 기지아(PoI-████)
면담자: 헤로니모 메르카도Gerónimo Mercado 요원

서문: 본 면담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개최 기념을 구실로, 우루과이 지역 신문사 인터뷰를 가장하여 진행된 면담으로, 모든 면담은 스페인어로 진행되었다.

메르카도 요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미스터 기지아. 어제 과거의 적 브라질에서 열리는 월드컵 조 추첨식에 참여하셨는데,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요.

알시데스 기지아: 재밌는 경험이었지. 오랜만에 가서 그런지, 걱정과는 다르게 다들 나를 환영해주는 분위기더군. 브라질 땅을 밞은 이후로 바깥 구경을 잘 안해서 그런가? 허허. 다른 동료들도 살아서 같이 참여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젠 나 혼자밖에 안남아서 조금은 적적하구먼.

메르카도 요원: 현재 우리 우루과이는 지난 1950년 브라질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ㅡ 제 앞에 계시는 미스터 기지아의 짜릿한 역전골로 ㅡ 우승한 이후로 지난 63년 동안 우승컵을 만져본 적이 없는데요, 우루과이 내 유일한 월드컵 우승 경험자로서 이번 월드컵에 나서는 대표팀에게 전해주실 말씀 있으신가요?

알시데스 기지아: 저번 월드컵에서 기세가 좋아 오랜만에 우승하나 싶었는데 아쉽게 됐어. 그래도 저번 월드컵에 나온 젊은 친구들의 활약을 보아하니 다음 월드컵에서는 기어이 우승을 해낼 수 있을거란 희망이 생기는군.7 기대가 돼.

메르카도 요원: 월드컵 시즌마다 들으시는 식상한 질문이겠지만, 역시 시기가 시기다 보니, 63년 전에 장내를 침묵으로 몰아넣었던 충격의 득점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알시데스 기지아: 아, 또야? 60년대, 70년대, 80년대, 90년대… 매 시기마다 매번 똑같은 질문만 받다보니, 이젠 머릿속에 그 질문에 대한 매뉴얼이 자동으로 생겨날 지경이야. 좀 그밖에 다른 신선한 질문은 없나?

메르카도 요원: 하하, 그러실줄 알고 다른 질문들도 준비해왔죠. 그 동안은 저희 우루과이 대표팀만 조명하는 질문만 있어왔으니, 이제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얘기를 해보죠. 결승골을 넣었을 당시 피치 위에는 기뻐하는 우리나라 축구팀 뿐만이 아닌, 브라질 대표팀도 있었을텐데요, 경기장에 있었던 그 선수들에 대해서는 따로 기억나거나 하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알시데스 기지아: 여부가 있겠나? 나는 그저 우루과이의 국민, 우루과이 대표팀의 공격수로서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네. 그들은 그 임무를 다하지 못한 것 뿐이지. 그 댓가는 내가 봐도 조금 가혹하긴 했지만. 특히 그 브라질 골키퍼, 그 친구는 좀 불쌍해. 골을 넣은 직후에 그의 표정을 잠깐 본적이 있는데, 정말이지 나라를 잃었다는 표정이 뭔지 딱 알겠더라고. 그때 그걸 보고 난 '저 친구 표정 참 볼만하네…'라고 생각하고 말았지만, 참 신기하긴 해, 내가 넣은 골로 인해서 인생이 그렇게 바뀌었다는게… 그치만 그게 어디 내 잘못인가? 허허. 축구란게 본디, 이기면 장땡이고, 지면 모든게 끝 아니겠나?

부록2: 2015년 7월 16일, 22명의 인물 중 마지막까지 생존해있던 알시데스 기지아가 사망하였다. 기지아가 사망하자마자, SCP-947-KO 위의 모든 게임말 개체들이 음성 활동을 중단하였다. 그리고 SCP-947-KO와 직접 접촉해도 SCP-947-KO-C-1과 C-2는 더이상 발현되지 않았다. 무효화 여부를 점검하던 와중에 기기 아래 쪽에 다음과 같은 메모가 적힌 것을 발견하였다.

옛날 생각이 나는구나.

아버지, 그러니까 너의 할아버지는 목수 일을 하면서 가끔씩 아이들이나 주변 술집 주인들을 위해 주변의 고철 재료들을 모아 푸스볼을 만들어주곤 했지. 가업을 이어야한다며 아직 망치도 제대로 못쥐던 나에게 가구나 게임기를 만드는 법을 설교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더이. 아버지는 목수 일이 끝나면 손에 톱밥 가루를 묻힌채 집으로 들어와 제일 먼저 집에 있던 낡은 고물 라디오부터 틀었지. 까샤사를 홀짝이는 아버지와 함께 멩강8이나 셀레상의 경기를 듣던 때가 어찌보면 정말로 행복했었던 시절인 것 같구나. 특히나 셀레상의 경기를 듣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지. 아이들이 보는 소설이나 만화 속 주인공이 항상 이기는 것처럼, 브라질이 이기는 것은 지구가 도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라디오로 듣는 것을 넘어서, 그들이 축구를 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지. 리그 경기를 보러 축구 경기장에는 몇 번 가보았지만, 셀레상 경기를 눈으로 본 적은 한번도 없었으니까. 그러다가 기회가 생겼어. 브라질에서 열릴 첫 번째 월드컵을 기념해서 우리 동네에 경기장을 짓는다고 하더군? 우리 동네에 그렇게 큰 경기장을 짓고, 대회 기간 중에 셀레상의 경기를 모두 거기서 한다는데, 가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치만 월드컵이 열린 직후에도 경기장은 계속 지어지고 있었기에, 우리는 계속 기다렸지. 나와 네 할아버지는 완벽한 경기장에서 완벽한 축구팀의 완벽한 경기를 보고 싶었다네. 그리고 결승전 전날 경기장이 완공되었다는 소식이 들렸고, 마침내 때가 찾아왔지.

…그날 오후는 정말로 완벽한 하루였지. 삐까번쩍한 새 경기장, 적당히 구름낀 날씨, 시장의 우승 축하 연설, 셀레상의 주장에게 넘겨주던 트로피, 경기장 안팎으로 울리는 삼바 음악과 사람들의 환호성… 이 모든게 공이 굴러가기 시작하기 전의 풍경이었다. 우루과이가 동점골을 넣었을 때부터 모든 것이 어긋나버렸지. 기어코 우루과이가 역전골을 넣었을 때는 그냥 머릿 속의 모든 활동이 멈추는 기분이더군. 나를 비롯한 경기장의 모든 브라질인들에겐 '결승에서의 패배'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거지. 새로운 개념을 서서히 받아들이기에 10분이라는 시간은 우리들에겐 너무 짧았다. 심판이 종료를 선언한 순간까지 정적을 유지하던 관중들은 곧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더군. 가만히 앉아 그저 허공만을 바라보거나, 눈 코에서 물을 연신 쏟아내거나, 서로를 부여잡고 스탠드가 떠나가라 통곡을 하거나, 나처럼 잔혹한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한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보내거나…

이걸로 내 작품은 수명을 다했다. 모든 선수들의 영혼이 작품에 얽매이게 만들었지. 한 쪽은 우리의 가슴 속에 비수를 꽃은 죄, 또 다른 쪽은 우리의 가슴에 비수를 꽃히게 만든 죄로. 근데 참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선수 한 명 한 명이 하나 둘씩 세상을 뜨면서, 그 영혼이 내 작품 속으로 들어오는 와중에도, 정작 가장 큰 비극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옴으로서 비극의 대미를 장식했다는 사실 말이다. 하지만 1부가 진행되는 동안 몇 차례 단막의 희, 비극이 열렸고, 그 1부가 채 막을 내리기도 전에 2부가 시작되고야 말았지.

아들아, 너도 보았을거다. 우리의 골문으로 골이 하나씩 들어가 점수판에 7이란 숫자가 보이는 순간, 너도 나와 내 아버지가 느꼈던 참담함을 경험했으리라 짐작이 간다. 아직 댓가가 완전히 치뤄지지 않았음에도 또 하나의 참극이 우리에게 새로운 차원의 비극을 안겨주었지. 나는 이 일을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늙고 병들어서, 이제는 과업을 너에게 넘겨줄 때가 되었구나. 너의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의 가업을 이어나가거라. 너의 그 분노와 슬픔으로 조각한 결과물을 기대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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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은 위의 내용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전 브라질 대 독일 경기에서 비롯된 미네이라주Mineiraço 사태와 연관성이 있을거라 판단, 브라질과 독일 일대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메모에 적힌 내용을 단서로 'j.gusto'라고 알려진 SCP-947-KO의 제작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현재 개체의 제작자로 추정되는 줄리우 비니시우스 다시우바 구스투Julio Vinicius da Silva Gusto와 줄리우 비니시우스 다시우바 구스투 주니오르Julio Vinicius da Silva Gusto Junior의 소재를 추적 중에 있으며, 메모의 내용에 암시된 잠재적 대상자들910에 대한 감시도 검토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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