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948-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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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948-KO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948-KO는 현재 재단이 매입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하루마다 경비팀을 교대하는 방식으로 민간인의 출입을 막도록 한다. 경비에 참여한 인원은 하루에서 이틀간 간단한 변칙적 영향 하에 있으니, 관리하는 기지 내 모든 인원은 이 사실을 주지하도록 한다.

설명: SCP-948-KO는 전북 군산시에 위치한 일본식 가옥 형태의 변칙 개체이다. 크기는 평균적인 일본식 가옥과 비슷하며, 다락방을 포함하여 도합 3층으로 되어있다. 다락방 내부에는 '過去'1와 '未來'2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SCP-948-KO는 담장 내부에 하루 이상 머무른 인원에게 변칙적 영향을 끼친다. 해당 변칙성의 대상은 SCP-948-KO 밖에 나가 마주치는 사람 중 일부에게 강력한 기시감을 느끼며, 그 강도와 빈도는 SCP-948-KO에 머무른 시간에 비례하여 커진다. 이러한 현상은 SCP-948-KO가 대상의 기억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따라서 명확한 시간이나 공간적 배경이 부재한 느낌에 불과한 일반적인 기시감과 달리, SCP-948-KO가 일으키는 현상은 대상의 그 감각을 더 강하게 일으킨다. 다만 이러한 특성은 SCP-948-KO가 기억 조작을 일으킨다는 의미는 아니다. SCP-948-KO의 영향력은 변칙성의 대상이 마주한 사람을 어디서 보았을지 생각할 때에 과거의 어느 시점이나 장소를 지정하는 데에 있다. 이를 통하여 대상은 그 사람을 이 특정 시간이나 장소에서 보았다고 여기나, 실제 기억에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에 기억이 조작되지 않았더라도 혼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SCP-948-KO의 변칙성은 기시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으로 정의된다.

SCP-948-KO는 소유주가 서울역 2층 난간에서 투신한 사건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을 때에 재단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소유주는 10년 가까이 SCP-948-KO에서 거주했으며, 지속적으로 변칙적 현상에 따른 불편감을 호소하였다. 이후 현지 경찰 조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고, 소유자의 거주지 자체가 문제임을 재단이 확인 할 수 있었다. 사건이 재단에 인계되고 난 다음 추가적인 실험을 통해 SCP-948-KO의 변칙성이 명확히 확인되었다. 전 소유주는 재단에 소유권을 이전하였으며, 기억소거 절차 이후 정신과 입원을 통해 정신적 문제가 완치되어 정상세계에서 생활 중이다.

부록: SCP-948-KO 전 소유주 면담기록
SCP-948-KO의 소유주에 대한 면담은 총 3번 이루어졌으며, 이 중 2번은 면담 대상의 정신이 불안정하고, 미약한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었기에 유의미한 대화가 진행되지 않았다. 다만 SCP-948-KO의 추후 활용 용도(면담기록-3의 비고 부분 참조)에 따라 모든 면담 기록을 첨부하였다.

면담기록-1

면담자: 정수화 (제61K기지 조사관)

피면담자: 박윤영 (SCP-948-KO의 전주인)

<기록 시작>

정수화: 안녕하세요, 박윤영 씨.

박윤영: (침묵)

정수화: 경찰에서 왔습니다. 이미 전에 오신 분들에게 진술 다 하셨겠지만, 더 확인이 필요해서요. 번거롭겠지만 더 얘기해 주실 수-

박윤영: 혹시 저희 어디서 본 적 있나요?

정수화: 네? 아니요, 아닐 거예요.

박윤영: 아니에요. 분명 어디서 봤는데. 잠시만요…

정수화: 저, 박윤영 씨, 질문을 할 테니 대답을 해주셨으면…

박윤영: 혹시 군산에 사신 적 있나요?

정수화: 어, 아니요?

박윤영: 어어, 그럼 대학을 광주에서 다닌 적 있으신가요?

정수화: 아뇨, 없어요.

박윤영: 그럼, 그럼, 준호 형 결혼식이라던가, 제 조카 백일 잔치라던가… 오신 적 없으세요?

정수화: 없습니다. 박윤영 씨, 여쭤볼게 있어서 왔는데요-

박윤영: 아닌데… 어디서 분명 봤는데…

정수화: 박윤영 씨? 박윤영 씨?

박윤영: 당신을 분명 어디서 봤단 말이에요. 잠시만 기다려 봐요. 떠올려볼게요.

이후 박윤영은 계속 정수화 조사관을 어디서 봤다고만 주장하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정수화 조사관은 당장은 조사가 불가능함을 확인하고 녹음을 종료했다.

<기록 종료>

면담기록-2

면담자: 정수화 (제61K기지 조사관)

피면담자: 박윤영 (SCP-948-KO의 전주인)

<기록 시작>

정수화: 안녕하세요, 박윤영 씨. 경찰에서 왔습니다.

박윤영: 아, 안녕하세요. 혹시 저희 어디서 본 적 있나요?

정수화: 네, 어제도 방문했습니다. 그 때는 도저히 면담하실 상태가 아니라서 돌아갔는데-

박윤영: 어제요? 아뇨, 그 전에 어디서 봤는데요.

정수화: 아뇨, 저희 (한숨) 분명 어제 뵙습니다.

박윤영: 아닌데… 혹시 군산에 사신 적 있으신가요?

이후 면담 내용은 면담기록-1과 유사하기에 하략하였다.

<기록 종료>

비고: 이 면담을 통해 박윤영이 기억상실증 또한 앓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재단은 이것 또한 SCP-948-KO의 영향이 있으리라 판단하였다. 따라서 다음 면담은 일주일 후로 잡아, 박윤영이 정수화 조사관이 방문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게 하였다.

면담기록-3

면담자: 정수화 (제61K기지 조사관)

피면담자: 박윤영 (SCP-948-KO의 전주인)

<기록 시작>



정수화: 안녕하세요, 박윤영 씨.

박윤영: (침묵, 정수화 조사관은 이 때 박윤영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봤다고 얘기하였다.) 혹시 저희 어디서 본 적 있나요?

정수화: 네, 일주일 전에 봤었죠. 여기 같은 병실에서.

박윤영: 아, 맞아요, 그랬죠. 그 때 무슨 일로 왔었죠?

정수화: 투신 사건에 대해서 확인 진술이 필요해서요. 특히 당신이 머물렀던 그 집에 대해서 말이죠.

박윤영: 아아 제가 살던 집 말이죠? 저를 이렇게 누워있게 만든 그 집. 솔직히 집값이 쌀 때부터 눈치 챘어야 했는데, 누워서 말하기에는 이미 늦긴 했죠. 부동산에서 이 집에서 살아서 정상적으로 나간 사람 없다고 경고까지 했는데 그냥 제가 어리석었던 거죠. 하 참.

정수화: 정확하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박윤영: 프리랜서로 살다 보면 집 밖으로 나갈 일이 별로 없죠. 그래서 이사하고 한 이틀 동안은 짐정리하랴, 밀린 업무 처리하랴, 밖으로 나가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오랜만에 바깥음식 먹고 싶어서 밖으로 나갔죠. 그러다가 고등학교 동창을 만난 거예요! 물론 실제론 아니었지만.

정수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박윤영: 제 고향이 군산이니까, 고향에 돌아와서 동창을 만날 순 있었겠죠. 그런데 이상하게 보자마자 반갑다기 보다는 정말 저 사람이 내 동창이 맞나라는 생각 먼저 들더라고요. 분명 어디서 봤는데, 고등학생 때, 스쳐지나가던가 했던 거 같은데, 곰곰히 생각해봐도 기억이 안 나니 미칠 지경이더라고요. 비유적인 표현이에요. 실제론 그 때 바로 미치지는 않았고요.

정수화: 그리고 그게 점점 심해졌고요?

박윤영: 처음 그 날부터 조금 심해졌어요. 식당에서 건너편에 앉은 사람은 그제 서울에서 스친 사람 같고, 돌아오는 길에는 동아리 친구를 본 거 같았어요. 그 느낌만이 남아있었지만 너무나도 기묘한 일이었죠. 그 뒤로는 나갈 때마다 이런 일이 일어났어요. 10년 동안. 가면 갈수록 어디서 본 거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길거리에 나서면 바로 앞에 어디서 본 거 같은 교수님이, 조금 뒤로 건너면 장례식에 본 거 같은 누군가가, 뒤를 돌아보면 며칠 전 같은 장소에서 본 거 같은 누군가가. 하지만 본 느낌만 있을 뿐 실제 기억에는 없었어요. 그렇게 점점 채워가다 보면 바깥 세상의 모두가 알지만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어요. 그게 떨어지기 하루 전에 일어난 일이었네요.

정수화: 떨어진 곳은 서울역이던데요?

박윤영: 올라가는 고속버스에서도 익숙한데 모르는 사람, 지하철 속에서도 이상하게 알겠는 사람, 심지어는 역사에 노숙하는 사람도 술집 어딘가에 앉아있던 사람일까라는 그 느낌이 전혀 가시지 않았어요. 그렇게 서울역으로 왔어요. 저랑 전혀 연고가 없는 사람이 모여있을 만한 곳. 거기 위쪽으로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봤죠. 전혀 바뀌지 않았어요. 기억에 없는 데 아는 사람, 대구 가는 사람도, 수도권을 벗어난 적이 없을만한 사람도, 강원도로 떠나는 대학생들도, 주변의 모든 상황들이 제 기억을 부정하고 있었어요. (웃음) 그래서 저도 그러기로 했죠. 기억을 믿고 사는 바보같은 정상인이 되기 보단, 이딴 기억 따위 잊고 사는 미치광이가 되기로. 높은 곳에서 그런 붕괴를 겪고 나니깐 현기증이 좀 심하게 나서… 네, 그렇게 됐네요.

정수화: 지금 본인이 기억상실증을 겪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신 거 같네요?

박윤영: 네, 그럼요. 이건 그 집 때문은 아니에요. 그냥 제가 기억을 그 집에 맡기고 꼭꼭 숨은 거지.

(침묵)

박윤영: 혹시 저희 어디서 본 적 있나요?

정수화: (침묵) 면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록 종료>

비고: 해당 면담을 통해 박윤영이 겪고 있는 기억상실증은 SCP-948-KO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는 했으나, 박윤영이 변칙적인 영향을 받음에 따라 부차적으로 생긴 문제임이 드러났다. 이는 아무리 미약한 변칙적 영향을 주더라도 민간인에게 노출된 이상 예상치 못한 큰 결과가 나타남을 방증하며, 동시에 장막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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