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965-KO

2/965-KO 2/965-KO등급
보안인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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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965-KO
타이콘데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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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965-KO-2. 날짜 2005년 2월 12일.

특수 격리 절차: SCP-965-KO의 특성상, 격리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개체의 정보가 민간에 퍼질 경우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격리는 불필요하다고 생각된다. SCP-965-KO에 관한 자료가 발견될 경우, 충분한 조사를 거친 뒤 자료를 몰수한다. 해당 업무는 기동특무부대 요타-98 ("야쿠르트 아주머니")이 도맡고 있다. SCP-965-KO-1에게 기억 소거를 취할 필요는 없으나, 경우에 따라 역정보 공작이 시행될 수 있다.

설명: SCP-965-KO는 대한민국에 한해 발생하는 변칙 현상으로, 불특정 주기로 나타난다. SCP-965-KO는 한 번에 한 명1에게만 발생하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사 결과, SCP-965-KO-1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특성을 공유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10년 전후에 SCP-965-KO-1과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 사망했다.
  • 죽은 가족이 있거나, 가족과 떨어져서 지낸다.
  • 도시에 거주한다.
  • 대인 관계가 원만하며, 평탄한 삶을 산다.
  • 범죄 횟수가 없거나 적다.
  • 정신과 상담을 가진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

SCP-965-KO가 발생하고 시간이 경과하면, 이내 SCP-965-KO-1의 주위에 허깨비2가 출현한다. SCP-965-KO-2는 조류형 독립체로, 주로 까마귓과 조류의 모습으로 출현한다. 때때로 다른 종으로 나타나기도 하나, 항상 깃털이 검은 것은 동일하다. SCP-965-KO-2는 SCP-965-KO-1만이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으며, 다른 이에겐 보이지 않는다. SCP-965-KO-2는 허깨비이나, 개체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SCP-965-KO-2는 대략 한 달 동안 SCP-965-KO-1의 주위를 머물다 사라진다. SCP-965-KO-2는 SCP-965-KO-1과 어떠한 상호작용도 할 수 없고, 이는 SCP-965-KO-1 또한 마찬가지다. 마지막 과정을 제외하면, SCP-965-KO-2는 출현 기간 동안 날지 않는다. 출현 이후 SCP-965-KO-2는 SCP-965-KO-1에게 시각적으로 노출되는 장소에서 시간을 보낸다. SCP-965-KO-1은 SCP-965-KO-2를 처음 관찰한 경우, 대상은 개체를 항시 인지할 수 있게 된다.3 이는 대부분 SCP-965-KO-1이 SCP-965-KO-2에게 관심을 갖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관심은 곧 SCP-965-KO-1이 사진이나 서적을 남기는 등의 활동으로 발전한다.4 이 과정에서 SCP-965-KO-1은 개체를 자신의 죽은 가족/지인과 동일시 보려는 정황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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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중인 SCP-965-KO-2. 날짜 1998년 7월 14일 경.

마지막 과정이 오면, SCP-965-KO-2는 SCP-965-KO-1의 시야 정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을 끝으로 소멸한다. 이때 SCP-965-KO-1은 모든 상황적 요인과 관계없이 SCP-965-KO-2가 소멸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SCP-965-KO를 겪은 후 SCP-965-KO-1은 여타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을 해소하는 정황을 보였다. 또한, 자신의 경험을 외부에 발설하길 꺼린다. 이러한 까닭으로 대부분의 SCP-965-KO-1이 SCP-965-KO의 경험을 그저 개인적인 추억 정도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부록1: 수집된 SCP-965-KO 사례

부록2: 면담기록

번호: #.01

피면담자: 황인호

비고: 민간인 남성. 32세. 2021년 3월 21일에 SCP-965-KO를 겪은 적이 있음


그날은 따사로운 날씨의 오후였습니다. 당시 제 직장은 남들보다 일찍 퇴근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래서 다들 아직 일할 시간에 혼자 버스 정류장에 앉아 화창한 햇살을 만끽하는 여유를 즐겼지요.

그렇게 앉아 있다 보면, 어딘가 공허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면서. 어째서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거지? 라고 나 자신에게 질문하는 때도 있었죠. 뭐,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직결되지만. 뭐랄까, 머리로는 이해한다는데 가슴은 그렇지 못한? 그런 느낌이 있는 거예요. 직장 같은 거 때려치우고는 싶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죠. 돈 없인 살 수 없잖아요.

그때였어요. 전깃줄에 앉은 새까만 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 거죠. 특출난 것도 없는 평범한 새였습니다. 저도 놀랐어요. 그런 새에게 관심을 둘 줄이야. 근데 말이죠. 그 새는 뭔가… 뭐랄까. 다르다고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눈에 들어오는 겁니다. 이게 뭐라 해야 할지. 영적인 기분을 체험하는 것 같았단 말이죠. 하, 미안해요. 계속 얘기할게요.

만남은 짧았어요. 저와 그 새는 버스 정류장에서 각자 깔끔하게 헤어졌죠. 저는 잠시 새에게 짧게 인사한 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우습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말이죠. 그다음 날 아침. 깜짝 놀랄만한 일이 생긴 거죠. 새가 있더군요. 어제 봤던 그 새가. 창문 앞 나뭇가지에 사뿐히 앉은 채로.

전 그때 깨달았어요.

이건 인연이구나, 하고.


번호: #.02

피면담자: 황인호


새는 절 졸졸 따라다녔지요. 제가 어딜 가든, 그 새는 제 뒤를 따랐죠. 솔직히 귀여웠어요. 하지만 그뿐이었죠. 녀석은 절 따라다니기만 할 뿐, 제 의사는 명백히 거절하는 거예요. 하루는 사료를 직접 사다 걔한테 먹으라고 던져본 적도 있었는데,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정말, 마음이 아팠죠.

하루는, 녀석이 뭘 하나 지켜보기만 했던 적도 있었어요. 아무리 녀석이라도 아무것도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단 말이죠. 근데 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어요. 녀석은 진짜 아무것도 안 했거든요. 녀석은 가만히 나뭇가지에 앉아 쳐다보는 절 시큰둥하게 노려보는 게 끝이었거든요.

그날부터 전 끝장을 보잔 심상으로 그 애가 하는 행동을 핸드폰으로 담았어요. 그러다가 이 새가 제 눈에만 보인다는 걸 깨닫고 말았죠. 다른 직장 동료들은 그 새가 보이지 않았더군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내가 헛것을 보는 줄 알았는데. 사진은 남아있고. 정말 아리송했어요. 지금은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죠. 네.

그러다가 제가 유독 사진을 잘 찍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네, 사진이요. 방금 준 그것들 맞아요. 잘 찍었죠? …고마워요. 32년을 재능 없이 살아가면서 내 유일한 재능이 사진 찍는 거였다니. 정말, 세상 알다가도 모를 일이에요. 그 새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무미건조한 삶을 살았을지도 몰라요.

죄송해요, 네. 계속해야죠. 하지만, 더는 말할 게 없는걸요. 그게 끝이에요. 연구원님. 저와 제 새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에요. …그럼, 더 말하자면. 한 달의 시간이 흘렀을 때였어요. 이른 오후였고, 집에 가려고 버스 정류장을 기다릴 때였죠. 네 그곳 맞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첫 만남의 장소가 이별의 장소가 된 거예요.

새는 절 힐끗 쳐다보더군요. 늘 그랬듯이. 그러고는 고개를 한 번 숙이더니, 그대로 획 날아가 버렸어요. 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요. 그 친구의 나는 모습을… 저는 그 새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걸 눈치챘어요. 어째선진, 모르겠어요. 아직도요.

전 그날 이후로 직장을 관뒀어요. 지금은 작지만 사진 찍는 일을 하고 있죠. 후회는 없어요.

저기, 연구원님. 연구원님이 건네주신 그 자료들을 보니 알 것만도 같아요. 그 새는 죽은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건 앙금이에요. 망자들의, 산 사람의, 쌓인 모든 앙금이 그 새를 만든 걸지도 몰라요. 그것들이 우리에게 날아오는 거예요. 새를 다시 날려 보내는 건 당사자의 몫인 거죠. 선택을 통해 앙금이 해소될 수도, 계속 이어질 수도 있는 거예요. 적어도, 저는 그러리라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요? 글쎄요. 제 새는 뭐로 만들어진 걸까요?



부록3: 2019년 12월 2일. SCP-965-KO를 겪던 재단 인원이 SCP-965-KO-2에게서 특이 사례를 목격하였다. SCP-965-KO-2는 부리를 이용해 모래사장에 모래로 문장을 새겼다. 문장은 다음과 같다.

떠나려 하는 모든 까마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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