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968-KO
평가: +22+x

일련번호: SCP-968-KO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SCP-968-KO의 발생 범위는 대한민국 전역으로서, 정확한 발생 원인과 실질적인 분포 범위를 알 수 없어 모든 개체의 확보·격리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SCP-968-KO의 특수 격리 절차는 해당 개체가 민간에 발견되었을 시 즉각 대응하여 개체를 확보함으로서 SCP-968-KO에 대한 정보가 민간에 퍼지지 않도록 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에 따라 제35K기지 SCP-968-KO 담당 부서는 인터넷 감시를 담당하는 인원을 조직하고 감시 프로그램을 사용해 웹사이트와 SNS 등에서 '장수하늘소'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는 내용의 게시물들을 수집·분석한다. 이 작업은 상시 진행되어야 하나, 한반도 내에서 SCP-968-KO가 포함된 대형의 딱정벌레과 곤충류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6월~8월에 작업량이 대폭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해당 기간 동안 추가적인 인원이 필요할 수 있음을 염두한다.


인터넷 게시물을 감시하는 인원들은 '장수하늘소를 보거나 채집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서 작성자가 '장수하늘소'라고 주장하는 생물의 이미지 파일이 첨부된 게시물을 확인할 시, 즉각 첨부된 이미지 파일을 다운로드한 후 판독 프로그램인 'CALLIPOGON'을 사용하여 이미지 파일 내에 SCP-968-KO가 발산하는 고유한 파장이 존재하는 지의 여부를 확인한다.

CALLIPOGON을 이용해 분석했을 때 SCP-968-KO가 아닌 것으로 분석된 이미지 파일을 첨부한 게시물에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나, SCP-968-KO를 촬영한 것으로 분석된 이미지 파일을 첨부한 게시물에 대해서는 작성자의 위치를 추적·확인하고 게시물은 별도로 재단 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 후 원본은 게시물의 내용에 따라 삭제토록 하며, 확인된 작성자의 위치로는 요원을 파견하여 작성자가 채집한 SCP-968-KO와 그 채집 위치 및 채집 일자에 대한 증언을 확보하고 필요할 경우 작성자에 대한 기억소거를 실행토록 한다.

또한 민간에 채집되기에 앞서 재단이 사전에 SCP-968-KO를 확보하여 격리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주장에 따라 SCP-968-KO 담당 부서는 인원을 조직해 6~8월을 중점으로 대한민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곤충 채집 활동을 수행토록 하며, 채집 장소는 SCP-968-KO를 채집한 민간인이 증언한 채집 위치 일대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

채집 활동을 수행하는 인원들은 사전에 장수하늘소에 대해 교육 받는 동시에 채집 현장에서도 장수하늘소를 촬영한 사진·영상 자료를 지참토록 하며, 교육 받은 내용 및 지참한 자료와 대조했을 때 장수하늘소와 형태적으로 완전히 다른 것을 분명히 인지할 수 있음에도 관찰자 본인이 장수하늘소라고 인식하게 되는 곤충류를 확인하게 될 시 이를 SCP-968-KO로 간주하고 확보한 후 분석 장비를 활용해 SCP-968-KO에게서 발산되는 고유 파장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여 SCP-968-KO인지를 확실히 확인하도록 한다.


확보된 모든 SCP-968-KO는 확보된 일자와 위치, 해당 개체를 확보한 인원의 성함을 기재한 라벨과 함께 제35K기지로 이송한다. 제35K기지는 확보된 각 SCP-968-KO 개체들이 실제로 어떠한 종인지를 파악한 후, 각 개체를 재단 표준형 곤충 사육 용기에 개별적으로 격리해 해당 종에 알맞는 먹이를 급여하며 사육하는 것을 기본 절차로 한다.

같은 종인 것으로 확인된 SCP-968-KO의 수컷 개체와 암컷 개체를 합사하거나 같은 종의 비변칙적 개체와 합사하는 것으로 SCP-968-KO의 번식을 유도하는 것은 실험의 목적으로 격리 담당자가 승인한 경우에만 허락되며, 그렇지 않은 경우 SCP-968-KO의 교미·산란을 유도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이러한 원칙은 채집·확보될 당시부터 이미 체내에 알을 품고 있어 격리 중 산란할 가능성이 있는 암컷 SCP-968-KO 개체를 사육하는 환경의 조성에도 참고하여, 기본적으로 확보·격리된 암컷 SCP-968-KO 개체는 산란하지 못하도록 조성된 사육 환경에 격리하여야 한다.

이미 최초 채집자에 의해 암컷 SCP-968-KO가 산란해 알 내지는 유충이 존재할 시에는 이 또한 확보해 어떠한 종인지를 파악하여 각 종에 알맞은 사육 방법으로 사육해 성충으로 성장시키며 그 과정을 기록하도록 하나, 이렇게 성충으로 완전히 성장한 개체들은 전술한 격리 절차에 따라 번식을 피하며 개별적으로 관리토록 한다.


격리 중 폐사 및 확보될 당시부터 죽은 채로 확보된 SCP-968-KO의 사체는 건조 표본화 하여 라벨과 함께 제35K기지 표본실에서 손상을 피하며 보관하도록 한다. 각 라벨에는 다음과 같은 정보가 기본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 SCP-968-KO의 표본임을 알 수 있는 표시
  • 실제 종(種)의 학명
  • 확보 위치
  • 확보 일자
  • 확보 인원 성함
  • (확보 후 격리 사육되다 폐사한 개체의 경우) 폐사 확인 일자




설명: SCP-968-KO는 실제 장수하늘소(Callipogon relictus Semenov, 1899)와는 형태적·생물학적 연관이 없음에도 관찰자에게 자신이 장수하늘소로 인식되도록 하는 변칙성을 지니고 있는 여러 종의 곤충류로, 대한민국 전역에서 그 존재가 확인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SCP-968-KO 개체들의 생물학적 종은 딱정벌레목(Coleoptera)에 속한다는 공통점을 지니는 것 외에는 매우 다양하여 이들의 생물학적 접점은 크게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대체로 장수하늘소와 같은 하늘소과(Cerambycidae)에 속하거나, 하늘소과에 속하지 않는다면 전체 길이가 대부분 4~5cm 이상의 크기인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SCP-968-KO가 관찰자의 인식에 혼동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화학 물질 방출을 통한 환각 등의 가설이 제시되었으나 조사 결과 SCP-968-KO는 고유한 빛 파장을 방출해 시신경과 뇌를 자극하는 것으로 관찰자가 자신을 장수하늘소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파장은 개체가 사망한 후에도 사체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죽은 후로도 그 사체를 장수하늘소로 인식하게 만드나 사체의 몸이 마디 별로 조각나는 등으로 심각하게 파손되어 원형을 잃었을 시에는 더이상 변칙성을 보이지 않았고, 파손된 사체를 조립하여 복원하여도 변칙성이 회복되지는 않았다.


SCP-968-KO가 지닌 변칙성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으로 외국인 등 '장수하늘소'라는 한국어 명칭과 그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인물들에게 장수하늘소의 표본, 사진 등을 제공해 장수하늘소의 생김새만을 인지시킨 후, 특정한 SCP-968-KO 개체의 표본 및 해당 SCP-968-KO 표본과 동일한 종의 비변칙적 표본을 함께 제공하여 이를 어떻게 인식하게 되는 지를 확인하는 실험을 시행하자 해당 실험의 모든 피실험자가 "SCP-968-KO의 생김새는 비변칙적 표본과 같고 장수하늘소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그럼에도 SCP-968-KO는 장수하늘소가 분명하다"라고 인식하게 됨이 확인되었다.

이와 대조되게 상기한 것과 동일한 조건의 피실험자에게 '장수하늘소'라는 한국어 명칭 및 학명만을 인식시키거나 명칭과 생김새 모두를 인식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실험을 진행하자 모든 피실험자가 제공된 SCP-968-KO 및 이와 같은 종의 비변칙적 표본 간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함이 확인되어 SCP-968-KO의 변칙성은 관찰자가 어떠한 형태로든 '장수하늘소'라는 종의 형태를 인지하고 있을 경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한, 장수하늘소와 같은 장수하늘소속(Callipogon)에 속해 형태적으로 유사한 근연종들의 표본과 사진을 이용해 동일한 조건의 피실험자들에게 장수하늘소가 아닌 해당 근연종들의 생김새를 인식시킨 상태에서 실험을 진행하자 모든 피실험자들이 "SCP-968-KO의 생김새는 비변칙적 표본과 같고 근연종들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그럼에도 SCP-968-KO는 근연종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인식한 등, SCP-968-KO가 발산하는 파장이 실제 시각적 정보와는 별개로 관찰자의 뇌에 '장수하늘소'의 형태를 전달하여 인식에 혼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여길 수 있어 보이는 결과가 확인되기도 했다.1

하지만 이러한 SCP-968-KO의 변칙성은 관찰자가 SCP-968-KO의 실물을 직접 관찰했을 때에만 발현된다. SCP-968-KO를 직접 관찰하지 않고 이미 촬영된 사진 등 인쇄·전자 매체를 통해 관찰할 시에는 파장이 방출되지 않아 이러한 파장의 영향을 받지 않으나 SCP-968-KO를 촬영한 이미지 파일 내에 고유 파장이 함께 촬영되어 이를 식별 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이미지 파일 내에서 SCP-968-KO의 고유 파장을 감지하는 프로그램인 'CALLIPOGON'이 재단에 의해 제작, 사용 중에 있다.


이러한 변칙성을 지닌 SCP-968-KO 개체들이 언제부터 발생하였는지는 불명확하나, 이들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확인되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의 발달로 민간인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을 쉽게 게재·공유할 수 있게 된 이후부터이다.

전혀 다른 종의 곤충 사진을 게재하며 장수하늘소라고 주장하는 인터넷 상의 게시물들은 단순히 곤충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민간인들이 다른 대형 곤충류를 촬영한 사진을 장수하늘소로 착각하고 게재한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일부 곤충학자들 사이에서 장수하늘소와는 외형이 완전히 다름에도 실물을 관찰했을 시 장수하늘소로 인식하게 되는 곤충들이 존재한다는 소문이 도는 것을 입수한 재단의 조사로 SCP-968-KO의 실체가 확인되었고, 상기한 게시물 중 일부가 SCP-968-KO의 영향을 받아 작성된 것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변칙성 규명 과정에서 제작된 분석 프로그램인 CALLIPOGON을 통해 인터넷 상에 '장수하늘소'라는 내용으로 게재·공유된 곤충류의 사진을 감시 및 조사하는 것에 기반을 둔 현재의 특수 격리 절차가 수립되었다.

SCP-968-KO의 변칙성은 위험도가 낮을 뿐더러 인쇄·전자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관찰할 시에는 변칙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특성으로 인해 SCP-968-KO의 존재가 민간에 대대적으로 알려질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전술한 것과 같이 곤충류에 대한 지식이 있는 민간인이 SCP-968-KO의 생체 및 사체를 입수할 시 해당 민간인에 의해 SCP-968-KO의 변칙성이 분석되어 알려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 존재가 민간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데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까지 확보된 SCP-968-KO들은 대체로 수컷 개체들의 비율이 높았으며 하늘소과에 속한 종일수록 암컷 개체의 비율이 높았고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등 암수간의 형태적 차이가 분명한 종일수록 암컷 개체의 비율이 적었는데, 성별에 관계 없이 유전자 분석에 사용된 SCP-968-KO 개체들은 모두 자신들의 실제 종과 큰 유전적 차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큰 유전적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것과 같이 각 SCP-968-KO 개체들은 자신의 실제 종과 같은 비변칙적 개체들과 교미하여 번식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은 되었으나 이렇게 비변칙적 개체와 SCP-968-KO 개체 사이에서 태어난 개체들은 변칙성을 지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같은 종에 속하는 SCP-968-KO의 암수 개체를 교미시켜 태어난 개체들은 SCP-968-KO 고유의 변칙성을 지닌 것으로 확인되어 해당 변칙성이 동형접합으로 유전됨을 추측할 수 있었는데, 알, 애벌레, 번데기 상태일때는 변칙성이 발현되지 않았고 번데기에서 우화해 어른벌레가 되었을 때 비로소 변칙성이 발현되었다.

SCP-968-KO의 상호 작용 실험 결과에 따를 시, SCP-968-KO 개체들은 자신과 같은 종의 비변칙적 개체보다도 같은 변칙성을 지닌 SCP-968-KO 개체와 교미하는 것을 선호했으나 자신과 다른 종에 속하는 SCP-968-KO 개체들과는 통상의 비변칙적 곤충들에게서 관찰되는 것 이상의 상호 작용을 보이지 않았다. 실제 장수하늘소와의 상호작용을 관찰한 실험에서도 모든 SCP-968-KO 개체들은 실제 장수하늘소와는 괄목할 상호작용을 보이지 않아 자신들과 같은 곤충류에게는 SCP-968-KO의 변칙성이 교미 상대를 선정하는 수준 정도의 영향만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SCP-968-KO의 변칙성은 철저히 인간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대한민국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제218호, 대한민국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되어 대한민국의 법률에 따라 보호 받는 생물인 장수하늘소로 위장하는 것으로 인간으로 인한 위험을 모면할 목적을 지녔다는 추측이 유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해당 추측을 따르더라도 이들이 어떻게 장수하늘소가 법적으로 보호되고 있어 포획 등이 금지된 생물임을 인지하였는지와 이러한 변칙성을 습득한 명확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부록 1: 현재까지 확인된 SCP-968-KO의 구성 종 일람

하늘소과
(Cerambycidae)

  • 하늘소 (Neocerambyx raddei Blessig, 1872)
  • 버들하늘소 (Aegosoma sinicum sinicum White, 1853)
  • 알락하늘소 (Anoplophora chinensis (Förster, 1771))
  • 유리알락하늘소 (Anoplophora glabripennis (Motschulsky, 1854))
  • 털두꺼비하늘소 (Moechotypa diphysis (Pascoe, 1871))
  • 우리목하늘소 (Lamiomimus gottschei Kolbe, 1886)
  • 톱하늘소 (Prionus insularis insularis Motschulsky, 1857)
  • 참나무하늘소 (Batocera lineolata Chevrolat, 1852)
  • 뽕나무하늘소 (Apriona germari (Hope, 1831))
  • 사향하늘소 (Aromia orientalis Plavilstshikov, 1933)
  • 벚나무사향하늘소 (Aromia bungii (Faldermann, 1835))
  • 울도하늘소 (Psacothea hilaris hilaris (Poscoe, 1857))
  • 남색초원하늘소 (Agapanthia amurensis Kraatz, 1879)
  • 큰넓적하늘소 (Arhopalus rusticus rusticus (Linaeus, 1758))

사슴벌레과
(Lucanidae)

  • 사슴벌레 (Lucanus maculifemoratus dybowskyi Parry, 1873)
  • 왕사슴벌레 (Dorcus hopei binodulosus Waterhouse, 1874)
  • 넓적사슴벌레 (Dorcus titanus castanicolor (Motschulsky, 1861))
  • 애사슴벌레 (Dorcus rectus rectus (Motschulsky, 1858))
  • 홍다리사슴벌레 (Dorcus rubrofemoratus rubrofemoratus (Snellen van Vollenhoven, 1865))
  • 톱사슴벌레 (Prosopocoilus inclinatus inclinatus (Motschulsky, 1858))
  • 다우리아사슴벌레 (Prismognathus dauricus (Motschulsky, 1860))

풍뎅이과
(Scarabaeidae)

  • 장수풍뎅이 (Trypoxylus dichotomus septentrionalis (Kono, 1931))
  • 애기뿔쇠똥구리 (Copris tripartitus Waterhouse, 1875)

딱정벌레과
(Carabidae)

  • 진홍단딱정벌레 (Coptolabrus smaragdinus branickii (Taczanowski, 1888))

사슴하늘소붙이과
(Trictenotomidae)


  • 영양사슴하늘소 (Autocrates maqueti Drumont, 2006)

부록 2를 확인할 것.





부록 2: 확보된 SCP-968-KO 표본 중 영양사슴하늘소 표본의 발견 경위 및 경과

2006년 8월 4일, SCP-968-KO 담당 부서 소속의 한희해 연구원이 해당 부서에 배정되는 신입 요원들에게 SCP-968-KO를 안내하는 데에 사용할 영상을 직접 촬영하던 과정에서 재단에 확보되어 있던 SCP-968-KO로 분류된 표본 중 당시 민간 학계에 어떤 종인지 정확히 규명되어 있지 않은 종이었던 영양사슴하늘소(Autocrates maqueti Drumont, 2006)가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본문은 한희해 연구원이 촬영했던 영상의 내용을 옮긴 것이다.



<기록시작>

한희해 연구원: 저희 SCP-968-KO 팀에 배치되신 걸 환영합니다. 앞으로 벌레들은 질리도록 보시게 될 텐데, 아시겠지만 당연히 보통 벌레들이 아니라 사람들을 속이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벌레들이죠. 우리가 자기들을 천연기념물인 장수하늘소라고 믿게 만드는 벌레들입니다.

한희해 연구원: 우선, 진짜 장수하늘소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실제 장수하늘소 암수 각 한 점의 표본이 들어있는 작은 표본 상자를 들어 카메라 앞에 비추며】 왼쪽이 수컷, 오른쪽이 암컷입니다. 【상자를 뒤쪽 탁자에 내려놓음】 뭐, 자료로 질리도록 보시게 될 테니 나중에는 눈 감고도 어떻게 생겼는지 그릴 수 있는 수준이 되시겠지만, 일단 그렇게 생긴 건 잡으시면 안 된다고 생각해 두시면 되겠고. 우리가 맡을 SCP-968-KO들은 이것과는 완전히 다르게 생겼지만 아까 본 이 장수하늘소라고 믿게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한희해 연구원: 어디까지나 '직접 봤을 때' 이야기라 영상으로는 못 느끼겠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일단 한 번 보시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일시 정지 기능이 작동해 화면이 잠깐 암전된 후 우측 하단에 표시된 촬영 시간을 통해 실제 시간으로는 3분이 경과한 것으로 확인되는 시점에 다시 작동하며 한희해 연구원이 기지 표본실의 'SCP-968-KO 표본'이라는 표지가 붙은 금속 수납장 앞에 서 있고, 수납장을 열여 '-기타 01-'이라는 라벨이 붙은 표본 상자 하나를 꺼내는 모습을 비춤】

한희해 연구원: 【표본 상자를 열고 수컷 장수풍뎅이형 표본을 꺼내 들며】 이건 장수풍뎅이입니다.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릴 수도 있는데, 얘는 '풍뎅이'입니다. 굳이 어디가 다른지 일일이 설명하기 민망할 정도지만, 보다시피 더듬이는 짧막하고, 몸은 두툼하고 둥글한데다 머리에는 뿔이 길게 뻗어서 장수하늘소와 헷갈릴 건 없겠죠.

한희해 연구원: 하지만 지금 이걸 보고 있는 제 뇌는 이게 장수풍뎅이가 아니라 장수하늘소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장수풍뎅이지만 머리에 뿔이 달리고 두툼하게 생긴, 장수풍뎅이를 닮은 장수하늘소라고요.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상당히 강력하게 우리 인지 능력을 건드린다고 할 수 있겠죠. 【꺼내든 표본을 원 위치에 내려 놓는다】


한희해 연구원: 【수컷 넓적사슴벌레형 표본을 꺼내 들며】 이 넓적사슴벌레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세하게 볼 것도 없이 전혀 장수하늘소와는 안 닮았지만 직접 보면 이것도 턱이 길고, 검은색인. 넓적사슴벌레를 닮은 장수하늘소라고 인식하게 되죠.

한희해 연구원: 【암컷 넓적사슴벌레형 표본을 꺼내 들며】 크기가 더 작은 이 암컷도 똑같습니다. 어디가 하늘소류와 닮았는지 찾는 게 힘들 수준이지만 '그래도 이건 장수하늘소다' 하고 믿게 만들죠. 우리 딴에는 "그렇게 믿게 만든다"는 걸 알고 있으니 안 속아 넘어가지만, 그걸 모르고 접한다면 속아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꺼내든 두 표본을 모두 원 위치에 내려 놓고 상자를 닫는다】

한희해 연구원: 뭐, 이 변칙성은 '직접 관찰했을 때'만 영향을 미치니 영상으로 보고 있으실 분들은 전혀 못 느끼겠지만은, 일 하시다 보면 알게 되실겁니다. 【한희해 연구원이 기타 01 표본 상자를 수납장에 넣고 수납장에서 '-하늘소 형 01-'과 '-하늘소 형 02-', '-하늘소 형 03-'이라는 라벨이 붙은 새로운 상자들 세 개를 차례로 꺼낸다】


한희해 연구원: 그래도 여기 이 하늘소들은 좀 헷갈릴 수도 있을 겁니다. 【한희해 연구원이 카메라를 집어 들어 시점을 01 상자의 하늘소형 표본에게로 비추며】 이건 그냥 '하늘소'인데, 한국에 사는 하늘소들 중에서는 장수하늘소 다음으로 커서 변칙성 없는 것도 장수하늘소하고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죠. 인터넷에서 "이거 장수하늘소인가요?"하는 글들을 수집하시면서 제일 많이 보게 되실 겁니다.

한희해 연구원: 【시점을 이동시켜 그 옆의 버들하늘소형 표본들을 비추며】 이건 버들하늘소입니다. 크기는 장수하늘소보다 훨씬 작은데, 사진만 보면 묘하게 닮아서 변칙성 없는 것도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죠. 얘도 자주 보시게 될 겁니다.

한희해 연구원: 【02 상자의 알락하늘소형, 유리알락하늘소형 표본들을 비추며】 얘들은 알락하늘소와 유리알락하늘소들입니다. 둘이 너무 닮아서 이 둘을 서로 구분하는 건 힘들기는 한데, 그래도 둘 다 검은 바탕에 흰 점박이라 장수하늘소와는 헷갈릴 일이 전혀 없지만 변칙성 때문에 '흰 점박이 무늬가 있는 조그만 장수하늘소'로 인식하게 됩니다. 게다가 얘들도 변칙성 없어도 사람들이 "이거 장수하늘소 아니냐"고 많이 그럽니다.

한희해 연구원: 【02상자의 털두꺼비하늘소형 표본들을 비추며】 얘들은 전부 털두꺼비하늘소인데, 크기도 작은게 이 상자의 거의 반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걸 보시면 얼마나 흔한지 아실겁니다. 봄철에 대량으로 나타나고 가을에도 나타나는데, 커 봐야 3cm 정도 밖에 안되지만 모르는 사람이 변칙성이 있는 개체와 접촉하면 '초소형 장수하늘소' 아니면 '아직 어려서 크기가 작은 장수하늘소' 정도로 믿어버리기 딱 좋습니다. 물론 곤충은 번데기에서 나오면 1mm도 안 크니 다들 유의하시고요.


한희해 연구원: 그 밖에도 많은 하늘소들이 있는데, 뭐 더듬이 길다란 하늘소라는 점 빼면 장수하늘소하고는 완전히 다르게 생겼으니 굳이 하나하나 안 보여드려도 될 것 같습니다. 그냥 가볍게 쭉 보시죠. 【카메라로 03상자의 전경을 비춰 왼쪽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이동했다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기를 반복해 여러 종의 표본들을 쭉 비추며 지나감】 잠깐, 이거 뭐야. 【지나쳤던 표본 한 점으로 카메라 시점이 다시 되돌아가 잠깐 동안 해당 표본의 전체적인 모습이 비춰짐】

【한희해 연구원이 카메라를 근처에 내려 놓아 한희해 연구원이 상자를 열어 해당 표본을 꺼내 살펴보는 모습이 화면에 비춰짐】

한희해 연구원: 【휴대전화를 꺼내 SCP-968-KO 격리 담당자 함우로 박사를 호출함】 아, 박사님? 오셔서 표본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신입 안내 영상 만든다고 한 걸 찍다 보니까 하늘소 3번 상자에 이상한 게 하나 들어 있어서요. 네, 네.【통화를 끝내고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음】


【약 5분여 간 한희해 연구원이 표본을 계속 살펴보는 모습이 화면에 비춰지다 함우로 박사가 도착해 한희해 연구원에게서 표본을 넘겨 받음】

함우로 박사: 한국에 이런 하늘소가 있었나? 【함우로 박사가 표본을 집어 들어 살펴봄】 잠시만, 하늘소면 부절2이 넓적한 게 세 마디 보여야 하는데, 얘는 다섯 개 다 보이잖아, 모양도 아예 다르고. 이거 하늘소 아닌데? 그 뭐냐, 이거, 그 동남아 쪽 곤충 중에서 이런 걸 본 것 같은데…

함우로 박사: 이거 누가 잡아온거야, 【표본에 동봉된 라벨을 확인함】 최██? 얼마 전에 임시로 맡았던 사람이지? 【한희해 연구원이 고개를 끄덕임】

함우로 박사: 당장 최씨 좀 불러봐, 아, 카메라 아직 켜져 있는데? 뭐 계속 찍을거야?

한희해 연구원: 아뇨.

함우로 박사: 안 찍을 거면 일단 카메라 꺼 봐. 이건 가져가서 최씨 만나 확인 좀 해야겠다. 【한희해 연구원이 고개를 끄덕인 후 카메라 쪽으로 다가와 손을 뻗음】

<기록 종료>




비고

최██ 요원은 기존의 SCP-968-KO 담당 부서 소속 정규 요원들이 작전 중 부상을 입어 부상당한 정규 요원들의 회복 기간 동안 임시로 배정되었던 인원으로, 최██ 요원을 비롯해 당시 임시로 배정된 요원들은 타 SCP 담당 부서 소속으로서 임시로 맡게 된 SCP-968-KO 관련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못했다.

함우로 박사의 최██ 요원 면담 결과, 최██ 요원은 2006년 7월 3일 경상북도 영양군의 가로등 아래에 사망한 상태로 놓여 였던 해당 표본의 '장수하늘소처럼 생겼으나 비교해 볼 때 장수하늘소는 아닌' 모습에 이를 SCP-968-KO인 것으로 판단하여 수거해 왔으나 정확한 종을 알 수 없어 라벨에 학명을 적는 것을 미루다 이를 타 인원에게 보고하는 것 마저 잊어 학명이 작성되지 않은 라벨을 부착한 채 같은 시기에 확보된 다른 표본들과 함께 해당 표본 상자에 넣게 된 것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함우로 박사가 해당 표본을 확인한 결과, 해당 표본은 안동대학교 이종은 교수가 경상북도 영양군 일대에서 2001년 7월 22일, 2003년 6월 30일에 한 개체 씩을 채집해 발견된 지역의 이름을 따 '영양사슴하늘소'라는 가칭을 붙인 종과 같은 종의 수컷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당시 이 영양사슴하늘소는 정확히 어떤 종인지 민간 학계에 규명되지 않고 동남아시아 일대에 서식하는 말레이시아사슴하늘소(Autocrates aeneus (Parry, 1847))와 같은 종으로 여겨지고 있었으나, 2008년 드미트리 텔노프(Dmitry Telnov)와 이종은 교수에 의해 곤충학자 알라인 드뤼몽(Alain Drumont)이 중국 구이저우성, 광시 좡족 자치구 일대에서 채집된 표본들을 기준으로 2006년에 신종으로 발표한 Autocrates maqueti같은 종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민간 학계의 사정과는 별개로 함우로 박사는 입수 경위 확인 후 즉각 최██ 요원이 확보한 영양사슴하늘소 표본이 SCP-968-KO인지의 여부를 분석하였으나, 3주 간의 조사 결과 해당 표본에서는 SCP-968-KO에게서 방출되는 고유한 빛 파장이 전혀 감지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어 SCP-968-KO와는 무관하게 단순히 장수하늘소와 형태적으로 유사하여 혼동을 유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현 시점까지 영양사슴하늘소의 형태를 한 SCP-968-KO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매년 채집·관찰되는 영양사슴하늘소의 개체 수가 매우 적고 서식지 또한 제한되어 있어 민간인의 관찰 빈도가 적은 것 또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부록 2-1: 영양사슴하늘소의 완모식표본(Holotype)3, 별모식표본(Allotype)4 사진 자료

maqueti_holo

수컷 개체
완모식표본

사진: Jonathan Brecko
CC BY-NC-ND

maqueti_allo

암컷 개체
별모식표본

사진: Jonathan Brecko
CC BY-NC-ND




🈲: SCP 재단의 모든 컨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