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976-KO의 변칙성은 SCP-976-KO 내부로 바람이 불 때 나타난다. SCP-976-KO 내부에 부는 바람은 정신조작적 특징을 가진다. 1차적으론 바람 소리를 내부에 진입한 대상에게 가장 큰 감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생명체의 목소리로 들리게한다. 5분 동안 위 변칙성에 노출될 경우, 시각을 포함한 감각들을 왜곡시켜 대상이 해당 생명체와 관련된 공간에 있다고 착각하게 한다. 이 상태에서 하루가 지나면, 대상은 본인이 전부터 이곳에 있었다고 여기게 됨과 동시에 기억마저 재구성되어 혼자서는 변칙성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변칙성을 야기시키는 바람 소리는 SCP-976-KO 밖에서도 100m 안에는 영향 범위에 든다. 이 영역에서는 1차적인 변칙성에 영향을 받아도 SCP-976-KO 내부에 들어가 5분이 지나기 전까진 추가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SCP-976-KO은 장산 주변에 지속적인 실종 신고와 하얀 털을 가진 짐승의 목격담에서의 유사성을 의심한 재단의 조사 하에 발견되었다. 처음 재단은 목격담 속 짐승이 실종의 원인으로 판단하여 수색하였고, 1명의 인원이 실종된지 닷새 만에 SCP-976-KO 내부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이 때 당시만해도 SCP-976-KO이 원인으로 지목되지 않았기에, 재단의 대처는 SCP-976-KO를 중심으로 수색을 전개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실종자가 생겼다가 구조되는 일이 자주 발생했고, SCP-976-KO 곳곳에서 백골들을 발견했으며, 결국 인원 1명의 추가적인 손상이 있었다.
이 때 사망한 인원의 사인이 아사라는 점과, 나무에 긁힌 상처 외에는 외상이 없다는 점에서 예의 그 짐승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대두되었다. 따라서 유서령 교수의 주도 하에 변칙 현상의 중심지였던 분지 지형인 SCP-976-KO와 비슷한 환경을 만드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SCP-976-KO보단 약하지만 유사한 변칙 현상이 확인되었으며, 이를 통해 SCP-976-KO의 존재를 파악하고, 격리 절차가 수립 및 실행하였다.
기존에 있던 도시전설과 관련해선 두 가지 가설이 있다. SCP-976-KO의 변칙성에 의한 정신적 충격으로 머리가 센 조난자를 근처 거주민이 본 모습이 와전되었거나, SCP-976-KO 내부에서의 생존자가 내부의 백골과 백발인 상태로 부패한 사체를 보고 착각했을 가설이다.
SCP-976-KO가 특정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변칙성 관련 사건이 2010년대 중후반에 몰려있어, 인공적으로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해당 지점이 본래 어떻게 조성되었는지, 언제쯤 이런 배치의 식목이 자라났는지는 기록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 입증이 불가능했다. 현재로서는 인공적인 조성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추후 단서가 발견되는대로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하도록 결정되었다.
[기록 시작]
전기린 주무관: 네, 기록보안행정처 전기린 주무관입니다.
유서령 교수: 나야, 자기.
전기린 주무관: 아, 교수님! 승진 축하드려요.
유서령 교수: 음, 그래 고마워. 다름이 아니라 문서 수정 관련해서 부탁 하나 할까 해서.
전기린 주무관: 요즘 교수님 연구는 976-KO에 집중되지 않았어요? 그거면 상부에 직접 건의하셔서 바꾸셔도 되요.
유서령 교수: 상부는 절대 안 된다고 할걸. 이럴 땐 실무진을 포섭하는 게 더 빠르고 싸게 먹혀.
전기린 주무관: 무슨 내용인데요?
유서령 교수: 별 거 아니야. 전 사람들하고 똑같거든.
짧은 침묵
전기린 주무관: 그러니까, 무단 수정한 내용과 같은 거요?
유서령 교수: 응.
전기린 주무관: 그 털이 긴 짐승? 세간에 장산범으로 알려진 그거요?
유서령 교수: 응.
전기린 주무관: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면 이해해 줄 건가요?
유서령 교수: 그럼. 장산범을 없다는 사실을 내가 밝혀냈는데 왜 그러나 싶겠지.
전기린 주무관: 그걸 알면서도 저한테 연락을 하신 건 이유를 설명해 주겠다는 거군요.
유서령 교수: 엄밀히 따지면 설득하는 거지. 네가 문서를 바꾸도록.
전기린 주무관: 좋아요, 설득해보시죠.
유서령 교수: 그래. 우선적으로 주목해야될 점은 무단 수정된 내용들의 공통점이야. 다들 공통적으로 털이 희고 긴 짐승, 즉 장산범을 SCP 개체화했을 때의 내용을 보이고 있어. 한두번 정도야 우연이겠지만 열 몇 번,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의심해 볼만해.
전기린 주무관: 그렇죠. 하지만 그걸로는 모자라요. 실제로는 실체가 없다는 사실은 남아있죠.
유서령 교수: 그래서 난 여기에 단 한 가지만 바꾸려고 해. 장산범에겐 실체가 없는 거야. 물론 유령과 같은 심령 독립체라는 얘기가 아니야. 개념적 독립체가 더 맞는 표현일지도.
신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해? 물리적으로 존재한다고 볼 순 없지만 심령 독립체로도 보기에도 애매해. 사람들이 믿고 있고, 믿음에 기반한 신화들이 존재를 뒷받침해주고 있지. 쉽게 말해 '신앙을 먹는 짐승', 사람들이 믿기에 그 믿음 속에서 존재하는 존재라는 말이지.
전기린 주무관: 꽤나 재밌는 가설이네요. 그래서 이번 건의 사항과의 연결지점은 뭐죠?
유서령 교수: 우리는 장산범이 실존하지 않다는 걸 알아냈어. 근데 그 믿음이 끊긴다면, 장산범은 실존하지 않게 되어버려. 그래서 우리 개념 너머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으려는 본능에 따라 우리에게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 문서조작을 하도록 경비 인원의 정신을 흔들어 놓는 거야.
전기린 주무관: 흠… 우리가 믿기에 존재한다라…
유서령 교수: 나의 달뜬 연설은 여기까지. 네 생각은 어때?
전기린 주무관: 솔직히 흥미로운 내용이긴 해요. 잘하면 상부에게도 먹힐 것 같고요. 그런데,
유서령 교수: 그런데?
전기린 주무관: 정반대의 의견도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요. 허락해주시면 얘기해봐도 될까요?
유서령 교수: 해 봐.
전기린 주무관: 일단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사람의 말을 따라하는 그 특성에 장산범이 탄생했다는 거죠. 따라서 그 개념 너머에 장산범이 있다 하더라도 나무의 배치와 바람 소리가 메인으로 들어가야지, 장산범이 메인이면 안되는 겁니다.
유서령 교수: 호오, 그럼 문서의 변경은?
전기린 주무관: 그건 듣는 사람의 감정을 동요시키는 소리를 낸다는 특성을 좀 생각해 봐야 해요. 보통적인 사람이라면 죽은 가족이나 연인, 반려동물의 목소리를 듣겠죠. 하지만 경비 인원은 선별된 재단 직원이고, 경비 구역은 정신조작 효과가 미약한 가청 범위의 가장자리에요. 이 상황에서 혈육이나 연인의 목소리에 반응이 제대로 될까요?
우리가 거기서 두 명의 인원을 잃었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그 사람들이 장산범을 믿고 있다는 사실까지도요. 경비 인원들은 죽어가는 인원들의 목소리를 들은 거예요. 장산범을 두려워하며 이들에게 속삭이는 소리를요. 거기에 버티지 못하면 본인의 고통을 합리화하려고 문서에 손을 대고요. 솔직히 선별되서 열 몇 번이지, 일반적인 인원이었으면 문서 수정 몇 백은 일어났을 걸요. 제 얘기는 대충 이 정도에요.
긴 침묵. 약간의 잡음
유서령 교수: (한숨)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전기린 주무관: 네?
유서령 교수: 우리가 믿어서 존재한다는 것도 그래. 우리가 장산범에 대한 역정보를 퍼뜨린 것도 아니잖아? 우리가 지키고 선다면 오히려 장산범을 더 믿게 되지 않을까? 그 알비노 호랑이가 어지간한 욕심쟁이가 아닌 이상 말이야.
전기린 주무관: 잠깐만요, 지금 무슨 상황이죠?
유서령 교수: 아 미안, 여기 976-KO 모의 실험 세트장이야.
전기린 주무관: 네?
유서령 교수: 직원 복지 시설 겸해서 나무를 남겨뒀거든. 대형 선풍기만 설치하고 돌렸는데 잘 작동하네.
전기린 주무관: 잠시만, 그럼 아까 한 말은…
유서령 교수: 내가 한 말 아니야. 바람 소리.
전기린 주무관: 대체 왜…
유서령 교수: SCP-976-KO 문서의 무분별 수정 사태에 대해 실은 SCP-976-KO가 장산범 형태의 개념적 독립체 아닌가 하는 가설이 상부에서 나왔거든. 그래서 경비 인원이 아닌 사람에겐 어떻게 되나 개인적으로 실험해봤어. 근데 네 얘기를 들어보니 좀 복잡해졌네.
전기린 주무관: 아니, 저기, 야…
유서령 교수: 일단 당신 얘기를 자세히 들어야겠어. 보안 요원과 함께 갈게, 자기.
전기린 주무관: 야!!!!
[기록 종료]
비고: SCP-976-KO가 개념적 독립체란 사실은 실제론 반박이 어느 정도 완료되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SCP-976-KO와 비슷한 변칙성이, SCP-976-KO와 관련성이 경비 인력보다 느슨한데도 털이 희고 긴 짐승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했던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 자체로 위 짐승이 개념적 독립체로서 생존을 위해 기존 인원의 인식을 바꾸려 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증거 수집을 위해 SCP-976-KO 문서는 동결하지 않는다. 이후 SCP-976-KO 문서를 수정하는 인원은 보안 요원 인솔 하 구속 이후 편집 정황에 대하여 심문토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