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호 수색: 제1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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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호 수색 프로그램 첫 번째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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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2953 (옥리들),
신타마모노 (이자메아),


(이 문건은 한반도 뱀의 손에서 작성되었음)

개요

어떤 지적 존재를 다른 무언가로 벼려내는 것은 그 존재 스스로의 동의가 없다면, 설사 그 다른 무언가 역시 지적 존재라 하더라도 죄악으로 여겨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유사 이래로 반복하니, 이것은 그런 탐욕의 시도들 중 하나와 그 산물의 이야기이다.

지식

특징: 이 짓의 상세 과정을 여기에 적지 않을 것인데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러하다. 우선 이 짓을 하기 위해 필수적인 준비물 살생석(殺生石, 셋쇼세키)이 현재 옥리들의 손아귀에 있기 때문에 설명해 봤자 무의미하다. 둘째로 우리는 이 미친 짓거리를 단념시킬 것이며, 이 짓을 시도하고자 하는 자는 누구든 잡아 족칠 것이다.

이 짓의 기본 개념은, 살생석을 사용해 지적 존재를 요호(妖狐)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살생석이란 12세기 일본에서 죽었다는 전설적인 요호 타마모노 마에(玉藻の前)의 시체라고 전해지는 돌이다. 이자메아 문건에 따르면,1 이 돌에 접촉한 지적 존재는 신체에 여우의 동질이상이 나타난다.2 그리고 살생석의 유효성분을 혈관에 주입함으로써 누군가를 아예 요호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성질: 역사란 물적 토대라는 상수와 인간의 의지라는 변수로 이루어진 함수다. 충분히 강한 의지는 역사를-현실을 개변할 수 있으니 그것을 기적학적 작용이라고들 한다.

의지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 중 하나는 복수하고자 하는 의지다. 강력한 원한을 품은 누군가가 죽으면, 그 의지가 엑토플라즘을 형성하고, 그 엑토플라즘은 악의적 영으로 성장하는데, 이 영을 한국식으로는 원귀(寃鬼), 일본식으로는 원령(怨靈, 온료)이라고 한다. 원귀는 복수를 목표로 삼으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산 자들을 이용한다. 빙의가 가장 흔한 수단이고, 최악의 경우 산 자의 육체를 침식하여 자신의 옛 형태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원귀들의 복수를 도와줌으로써 산 자의 영역을 떠나도록 설득시킬 수 있다. 하지만 복수의 대상이 혼자 죽어버리거나, 원귀와 상관없는 다른 누군가에게 살해될 경우, 원귀는 자신의 복수가 더이상 불가능해졌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폭주한다.3

그러나 가장 강력한 복수의 의지도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는 못하고 조금씩 약해지고 바래지는데, 이것을 저장할 만한 적절한 "껍데기"가 있다면 보존될 수 있다. 예컨대 타마모노 마에의 살생석 같은 것.

내력 및 관계: 1936년에서 1945년 사이에 이자메아는 타마모노 마에를 "소환"하기 위한 일련의 인체실험을 실시했다("작전명 닷키"). 그들은 살생석의 성분을 추출해 조선인 피험자들의 몸에 주입했다.

1939년, 이자메아는 피험자 한 명을 겉보기에 완벽한 요호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셀 수 없이 많은 괴물딱지를 만들어낸 시행착오 끝의 결과였다. 하지만 그들의 "신타마모노"에게는 지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녀456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성체 요호의 몸을 가지게 되었으나,7 지능은 갓 태어난 아기의 수준과 같았다. 이후 이자메아 시설을 탈출한 그녀는 부산의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연쇄살인행각을 벌였다. 이자메아는 겨우 그녀를 회수했으나, 그 육체적 마술적 능력과 지적 능력을 조화시키는 데는 끝내 실패했다. 그들은 그녀를 전쟁기계로 만들고 싶어하여 산 인간을 먹이로 먹였고, 이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1945년,89 옥리들은 이자메아 시설에서 살생석을 찾아냈으나, 신타마모노는 이자메아 연구원들의 피떡이 된 시체들만 남겨놓고 피비린내 나는 공기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졌다.

우리는 1955년 일본에서 살생석 실험에 관한 이자메아 측 문건 몇 개를 입수할 수 있었다. 그 이래로 우리는 신타마모노의 흔적을 쫓아왔다.101112 하지만 쭉 별 소득이 없다가, 2009년 한국의 유명 괴담 블로그에 두 건의 글이 올라왔다. 이 두 글은 긴 흰 털에 뒤덮이고 얼굴 이목구비가 흐릿한 이상한 인간형 생명체와 조우했다고 서로 독립적으로 주장했다. 그들의 목격담 주장에 따르면 그 목격 시점은 각기 10년 전과 25년 전, 즉 1999년과 1984년이었다.

두 목격담 모두 목격장소로 장산을 지목했다. 장산은 부산광역시(신타마모노의 마지막 소재지) 한복판에 위치한 사회산이다. 이 소위 "장산범"은 한동안 인터넷에서 미확인동물로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이후 많은 게시들들이 올라왔는데, 이 글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요소들은 다음과 같았다.

  • 매우 긴 흰 털로 덮여서 마치 길리수트 같음.
  • 환각 능력, 특히 목소리 모방 능력.
  • 긴 털 때문에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고, 섬뜩한 안광과 날카로운 이빨만 보임.
  • 높은 기동성으로 산을 매우 빠르게 오를 수 있음.
  • 목소리를 모방하여 사람을 유인해 잡아먹음.

재단이나 GOC 같은 억압기관들은 이 정보들을 평가절하했거나, 또는 조사를 했어도 별 건덕지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장산범에 관한 인터넷 게시물들이 거의 통제되지 않았음이 이 가설을 반증한다. 심지어 이 "장산범 유행"을 좇아 별 멍청한 만화영화까지 만들어졌지만, 놈들은 이런 것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전혀 막지 않았다.13

하지만 우리가 그녀를 찾아냈다. 2018년에 요호 수색 프로그램에 의해.

그녀는 한 암굴 속에 살고 있었는데, 이 암굴은 화산암설류로 덮여 있어서 그전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그녀는 이 암설류 밑에 70년 이상 도사리고 살면서 때때로 바위틈으로 기어나와 낙오한 등산객이나 지역민을 포함한 동물을, 잡아먹으며 살아왔다.

비록 그녀가 지적으로 백지인 모조품이고, 만성적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는 하나 꼬리가 아홉 개인 요호를 상대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우리는 밤을 샌 격렬한 싸움 끝에 그녀를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연이의 인발의 술이 제압에 큰 도움이 되었다. 특수한 인발이 찍힌 개목걸이를 이용하여,14 우리는 안전하게 그녀를 도서관 앞 우리 베이스캠프로 끌고 돌아왔다.

대장은15 그녀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주장은 미드나이트의 전갈에 의해 가로막혔다. 미드나이트는 그녀의 죽음에 반대한다는 뱀굴의 뜻을 전해왔다.1617

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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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녀를 찾아낸 암굴을 엎고 있는 장산의 암설류.

관찰 및 이야기

H.
그럼 이… 존재의 처리에 관한 논의를 시작해 보자고. 우리는 자유로운 인간들의 자발적 결사니까, 자유롭게 발언하도록. 애초에 이놈의 대장 자리에 날 앉힌 것도 내 생각이 아니었으니, 내 눈치일랑 보지 말고.
M.
내가 뱀굴의 입장을 다시 말해줘도 될까?
H.
그러셔. 그리고 끝나면 꺼져.
M.
뱀굴은 그녀의 죽음에 두 가지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첫 번째로 뱀의 손은 옥리도 아닐 뿐더러 망나니는 더더욱 아니야. 우리를 이 세상의 압제자들과 구분되게 해 주는 그 선을 지켜야 한다는 거지. 두 번째로 그들은 위대한 경이의 종족인 요호의 절멸을 막고 싶어해. 비록 인공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이 종의 절멸위기를 막는 데 그녀는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야.
S.Y.
하라는 대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H.
뱀굴은 우리 상급단체가 아냐. 조언이랍시고 하는 걸 참고할 수는 있지만 의무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어. 우리의 총의가 저쪽과 불일치한다면, 그냥 좆까라 그러고 우리 해야 할 바 하면 그만이야. 그래, 내가 먼저 이야기해야 하나? 아니면 먼저 얘기하고 싶은 사람 있어?
Mrghn.
네가 먼저 해.
H.
그래. 가장 먼저 밝혀야 하는 건, 나는 요호 종족의 보존이라는 개념 자체에 동의를 못 한다는 점. 이놈의 핏줄은 정상세계와 변칙세계 양면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단절되어야 한다. 모기를 잡거나 세균을 멸균한다고 망나니씩이나 될 필요는 없지.
M.
우와, 벌써 알고는 있었다만 네 종족에 대한 그런 혐오 가득한 발언을 네 입으로 직접 듣자니 상당히 충격적인 걸.
H.
우리 논의 결론 나기 전까지 저 망할 스피커 꺼 버려. 이제 닥치고 쳐 듣기나 해, 미드나이트. 이건 우리 문제고, 더 이상 끼어드는 건 노 웰컴이다.
Mrghn.
미드나이트가 스피커 다시 켜라고 찡찡대는데.
H.
씹어 그냥.
Mrghn.
그러지 뭐.
S.Y.
어, 이 존재가 원래 인간이었던 게 맞나요?
Y.Y.
대장님. 전 그녀를 보통의 요호처럼 취급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는데요. 원래는 사람, 정상적인 인간이었잖아요.
H.
하지만 그 사람의 정신은 이제 아무 데서도 찾을 수 없지. 그저 원귀에 의해 변형된 살덩어리와 그 안에 도사린 짐승의 넋만 있을 뿐. 어떻게 이것과 그 사람이 동일인이라고 말하지.
Y.Y.
어떻게 확신을 할 수가 있죠? 어쩌면 그 의식 심층에 원래의 정신이 갇혀 있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적절히 상호작용하면 그 정신이 되돌아오게 만들 방법을 찾을지도 모르고요. 아니면 적어도 지금의 그녀에게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규범과 도덕을 가르칠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 가능성을 아예 박탈하는 건 불공정하지 않나요.
Y.L.
내 생각은 달라, 누나. 설사 인간이라고 인정해 준다 해도, 그럼 1945년 이후로 벌여온 범죄는 다 어떻게 할 건데? 아니, 일본 애들이 살아있는 사람을 밥으로 먹였다며. 그냥 얘는 그 존재가 만들어진 순간부터가 인도에 반한 죄의 연속이었던 거야. 인간임을 인정한다면, 자기 인생에 형법적으로 책임이 있고, 사형을 피할 수 없어 보이거든.
B.B.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하는 점은, 그녀의 지적능력과 육체능력, 마술능력 사이의 불일치가 이자메아의 격리와 실험 때문이라는 겁니다. 식인은 생존본능의 표출의 결과지, 굳이 사람만 먹겠다고 의도한 건 아니잖습니까.
H.
그러면 교수형을 당해야 하는 인간 사형수와 해수구제를 당해야 하는 해로운 짐승의 차이는 뭔데? 이거나 저거나 죽어야 하는 건 똑같잖아.
H.H.
덩치 말은 대부분의 요호는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자유의지에 의해 의도적으로 인간을 죽이고 잡아먹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경우에는 아니라는 거고요. 내 말 맞아?
B.B.
그래, 고맙다, 희지.
H.H.
은신처에서 찾아낸 증거들로 미루어 보면, 딱히 인간만 잡아먹은 게 아니라 되는 대로 모든 동물을 잡아먹은 거라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어쩌면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대중의 관심이나 억압기관 요원들의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은 이유가 그래서일지도요.
Mrghn.
그럼 결국 문제의 핵심은 인간의 윤리가 없는 존재의 죄를 어떻게 물을 수 있느냐겠네. 게다가 그 윤리의 부재가 인간 사회로부터의 격리 때문이고, 그 격리는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경우에 말야.

의문점

우리는 신타마모노를 죽이지 않고 줄무늬뱀의 손 — 일본열도 뱀의 손 — 에 보내기로 했다. 어쩌면 일본의 우리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인간성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될지도 모르지.1819

그럼에도 여전히 몇 가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는다. 그녀가 자신의 죄가 용서받을 수 없는 것임을 이해하게 된다면, 그때 가선 또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책임을 조각한다고 해도, 그녀에게 잡아먹힌 피해자의 존재는 부인할 수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녀가 적절한 지적 수준을 갖추게 된 뒤 탈주해버리는 것이다.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에게 그 책임이 있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참사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타마모노를 일본으로 보내기 전에 금제들을 걸어 두었다. 이 금제들을 해방하는 열쇠는 우리 대장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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