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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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는 가면 뒤에 자신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숨기고, 최대한 사람을 연기했다. 하지만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에서부터 다른 사람과 구분이 되었다. 그리하여 둘째는 가면을 벗으면 다른 사람의 모습을 흉내 냈다.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얼굴을 한 둘째를 매도하고 욕하며 내쫓았다. 둘째는 슬피 울었다. 되고자 하였으나 될 수 없었다. 흐느껴 울며, 둘째는 아비를 찾아갔다.

“아버지, 오 아버지!” 둘째가 흐느끼며 외쳤다. “저는 이 모습을 감추고 사람을 따라 하였습니다. 가면에 의구심을 감추면 모습마저 따라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저는 사람이 되지 못하였나이까!”

아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미련한 녀석.” 아비가 나지막이 말했다. “제 본모습을 숨긴다 한들 그 누가 널 봐주랴! ”

아비는 크게 호통을 쳤다. 둘째는 깜짝 놀라 주저앉았다.

“행동을 사람같이 해도, 그 모습은 고작해야 다른 사람의 모습을 베낀 것에 불과하며 인간의 본질에는 가까워지지도 않았으매 어찌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는 것이냐!”

벌벌 떠는 둘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아비는 저주를 퍼부었다.

“멍청하구나, 참으로 멍청하구나! 이 무지몽매한 녀석아, 네가 사람이 될 때는 오직 죽음과 함께할 때뿐이리라!”

아비의 저주를 견디지 못하고 둘째는 뛰쳐나갔다. 그 후로 사람의 모습을 따라 하면 원래의 사람은 반드시 죽어버리고 말았다. 그때마다 둘째는 주저앉아 울었다. 슬펐다. 밑으로 가라앉고 또 가라앉던 슬픔은 결국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어째서 본질에 다가가지 못하는가?

어째서 나는 사람이 아닌가?

절망에 휩싸이자 모든 것이 허물어졌다. 둘째는 슬피 울며 가면 뒤에 숨을 뿐이었다.

둘째는 절망에 무너져내렸다

곧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림자 하나가 어둠 속에서 낄낄 웃었다

나는 사람이 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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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사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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