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모임
평가: 0+x

“네가 새로운 편집자구나?”

“아뇨, 제 이름은 절단사입니다, '연출자' 양. 조금 더 샤프하죠. 가위처럼요.”

'절단사'는 윙크를 하며, 문가에 서 있는 여성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위질을 해 보였다.

“저것들 꼭 가져왔어야 하는 거야?”

“‘저 사람들’이겠죠. 물론 딱히 그럴 필요는 없었어요. 그렇지만 다들 여러분을 보고 싶어 해서요. 보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겠다더라고요.”

'연출자'는 썩은 살로 만들어진 의자를 보고는 코를 막았다.

“다른 사람들은 못 봤어?”

“제가 왔을 때는 아무도 없었어요.”

'연출자'는 탁자를 빙 돌아가 '절단사' 반대쪽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좋아. 물어볼 게 있어. 다른 사람 모르게 그걸 어떻게 갖고 들어온 거야?”

'절단사'는 멍하니 '연출자'의 치아를 보았다. 그중 하나에 립스틱이 묻어있었다.

“모르게라뇨?”

“…됐어. 별로 알고 싶지 않아졌어.”

둘 사이에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연출자'는 휴대전화로 배우들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솔리테어를 몇 판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가끔 고개를 들 용기가 난다 치면, '절단사'가 조심스레 사람의 손을 해체하고 있었다. 피부를 벗기고는 피투성이 손톱으로 근육을 뜯어냈다. 그는 힘줄을 잡아당겨 뼈 인형이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유치한 새끼, '연출자'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봐 친구들, 이것 좀… 아. 새로운 편집자구나?”

'작곡가'는 어색하게 문틀에 섰다.

“절단사에요. 그쪽은 '음악가' 씨겠군요?”

“어, '작곡가' 씨가 더 맞겠지. 저거…어우, 냄새 봐. 그거 사람이야?”

“‘그들’이겠죠. 맞아요, 사람이에요.”

“허. 멋지네. 좆나게 쩔어.”

“뭐, 이미 나 있긴 하지만요.”

'작곡가'는 돌아서서 '연출자' 옆에 앉았다.

“어쨌든 샌디Sandy, 이것 좀 들어봐. 내가 얼마나 그 샘플 하나에 매달려 있었는지는 알고 있지…그 ‘쿨한 것보다 더 쿨한 것은 뭘까?’ 말이야. 이제야 제대로 믹싱했는데, 한번 들어봐. 아, 둘 다 한번 들어봐. 여깄어.”

'작곡가'는 '연출자'에게 이어폰이 달랑거리는 채로 아이팟을 넘겼다. 그녀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는 재생 버튼을 눌렀다. 처음에는 얼굴에 금욕 생활을 하는 사람의 표정이 떠올랐다가, 기대감이 어리고, 곤혹감이 서렸다가 곧 절제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거 꽤 괜찮은데!”

“야, 편집자. 너도 들어볼래?”

'절단사'는 썩어가는 사체로부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절단사에요. 그러죠.”

손을 내밀자, '작곡가'가 그 피 칠갑 된 손에 아이팟을 떨궜다. 그는 조심스레 한쪽 이어폰을 꽂고는 다른 한쪽에도 꽂았다. '작곡가'는 기대에 가득 차, 표정 변화가 있나 얼굴을 살폈다. 변화는 없었다. 트랙이 끝나자, '절단사'는 아이팟을 다시 책상 위에 되돌려놓았다.

“이해가 안 가는데요.”

“뭐, 그래도 샘플링을 어디서 해온 것인지는 알겠지?”

“네.”

“그, 비명도 들었고 말이야?”

“네.”

“그래도…이해가 안 가?”

“네.”

'작곡가'와 '연출자'는 서로 다 알겠다는 듯이 끄덕거려 보였다. 존나 평범한 새끼. 둘은 그렇게 생각했다.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는 마. 좀 복잡한 작품이거든. 복합적이게 만든 것이라서.”

'작곡가'는 화면에서 내장을 닦아내고는, 다른 트랙으로 넘기며 나무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연출자'는 계속해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절단사'는 또 다른 손을 해체하고 있었다. '건축가'와 '조각사'는 대화에 열중하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봐, 네가 그 계단통 만들 때랑 같다니까. 아마….아, 그래. 이미 와있었네. 코 막으라고.”

“젠장, 악취가 진동하잖아.”

“내가 뭐랬어?”

“그래. 좆나게 쩌네.”

“사실 이미 나 있지만요.”

둘은 '절단사'의 양옆에 앉았다. '건축가'가 대화를 시작했다.

“그래, 편집자-“

“절단사에요.”

“알았어, 절단사.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지는 않았고?”

“아뇨.”

잠깐 흐르던 짧은 침묵은 곧 긴 침묵으로 바뀌었다.

“그래….”

다시 한번 침묵이 흘렀다.

“야, 밥Bob. 나 하던 작품 끝냈어. 그 있잖아, ‘쿨한 것보다 쿨함’ 그거. 한번 들어봐.”

'건축가'는 침묵을 깨게 해준 것에 고마워하며 건네오는 아이팟에 손을 뻗었다. 처음에는 얼굴에 금욕 생활을 하는 사람의 표정이 떠올랐다가, 기대감이 어리고, 곤혹감이 서렸다가 곧 절제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거 꽤 괜찮은데! 야, 팀Tim. 이거 한번 들어봐.”

'조각사'는 '건축가'가 '절단사' 너머로 내밀어오는 아이팟을 받았다. '절단사'는 여전히 손을 해체하고 있었다. '조각사'는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처음에는 얼굴에 금욕 생활을 하는 사람의 표정이 떠올랐다가, 기대감이 어리고, 곤혹감이 서렸다가 곧 절제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거 겁나 좋은데. 어디서 틀려고?”

“이메일로 뿌릴까 생각 중이야.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오늘 꽤 흥미로운 소포를 받았어. 엉망진창이 된 버전의 ‘We Are The Champions’야. 프랑스어 리메이크를 겁나 못한 버전이더라고. 번역이 끔찍했어. 모든 부분이 틀렸더라고.”

'절단사'는 뭔가를 어렴풋이 알아보고는 얼굴이 굳어진 상태로 고개를 들어, '건축가'의 눈꺼풀을 바라보았다. '조각사'가 대답했다.

“그래. 안 그래도 그 얘기 할 거였어. 너만 받은 게 아니거든.”

“뭔 소리야?”

“모두가 도착하면 이야기하도록 하지.”

'화가'가 포스터를 손에 든 채로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웬 병신이 이딴걸 보냈어.”

그는 포스터를 펼쳐 모두에게 보였다. 대부분은 크레용으로 낙서가 되어있었지만, 포스터 중앙에는 정교하게 사람 엉덩이가 그려져 있었고, 그 밑에 금색으로 ‘참 쩌는 엉덩이야’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너무 가까이서 보지는 마. 너무 오래 보고 있으면 지릴지도 모르니까. 말 그대로 바지에 지린다고. 이걸 받은 다음에 '흠, 뭔 소리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고 있었더니, 짜잔, 새로 산 속옷을 버리게 됐어.”

'화가'가 '작곡가'와 '조각사' 사이에 앉으며 다시 포스터를 말아 올렸다. '절단사'는 더욱 얼굴을 굳히며 노려보았다.

“이쪽이 새로운 편집잔가?”

“절단사라는 이름을 더-“

“그래, 맞아.”

'절단사'가 이번에는 '연출자'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휴대전화로 솔리테어를 하고 있었다.

“흠, 그 늙은이 내칠 때가 됐었지. 쿨함도 잃어가고 있었고.”

'조각사'는 '연출자'의 말에 자리에서 불편하듯이 움직였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어. 나이를 먹고는 있어도,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그래도 말이지. 늙은이들은 쿨하지 않아.”

“'비평가' 한테 그 말 해봐. 말이 나온 김에 말인데, 아직 그 사람 안 왔어?”

“제가 왔을 때는 아무도 없었어요.”

“이상하네. 보통 제일 먼저 와서 앉아있는데.”

'절단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 말을 듣고 있기는 하신 건가요?”

모든 사람이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미친 싸이코새끼.


펠릭스 코리Felix Cori는 출입이 통제된 방에 들어섰다. 루이즈는 반만 노랗게 칠해진 탄소강 톱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로 고개를 들었다.

“편집자.”

“뒤샹.”

“피자는 잘 드셨고?”

“괜찮던데.”

“다행이네.”

루이즈는 고개를 내려 다시 톱을 칠했다.

“뭐 하는 거야?”

“탄소강 회전톱을 노랗게 칠하고 있어.”

“탄소강 회전톱은 왜 노랗게 칠하고 있는데?”

“노란색 회전톱을 안 팔더라고.”

“아.”

펠릭스는 작업실에 굴러다니던 나무 의자 하나에 앉았다. 작업실에는 전자기기며 실험실 용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조용히 돌아가고 있는 원심분리기까지 있었다.

“원심분리기에는 뭐가 들었어?”

“전염성 암.”

“그건 또 왜 만든 거야?”

루이즈는 펠릭스를 보았다.

“원하는 게 뭐야, 편집자? 나 바쁘다고.”

“난 더는 '편집자'가 아니야. 지겨워졌어.”

“그래서? 잘했다고 머리라도 쓰다듬어줄까? 꺼져.”

펠릭스는 얼떨떨하여 가만히 앉아있었다. 루이즈는 가끔가다 옆에 놓인 끈적이는 페인트 통에 붓을 담갔다 빼며 회전톱 칠하는 것을 계속하였다.

“적어도 ‘잘했어’라는 말은 들을 줄 알았는데.”

“왜?”

“다 두고 나왔으니까. 더는 걔들과 함께하지 않으니까.”

루이즈는 일어서서, 페인트가 떨어지는 톱날을 내밀어 가리켰다.

문제가 아녔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그게 나았어. 그 엿 같은 클럽에서 유일하게 신경 쓸 일이 없는 인간이었으니까. 그치만 이제 네가 떠났고, 내 좆같은 동생이 들어갔으니까 그 새끼가 전부 말아먹을 거야.”

“네 동생?”

쌍놈의. 피코. 윌슨.Pico Wilson 네 ‘친구’가 널 대체하려고 끌어들인 싸이코패스 새끼. 이렇게 되는 건 내 계획에 없었어. 걔가 전부 망쳐버릴 거라고. 씨발. 씨발!”

루이즈는 젖은 톱날을 프리스비처럼 반대편 벽에다가 던졌다. 회반죽이 버터처럼 잘려나갔다. 루이즈는 멍하니 있는 펠릭스를 응시하며, 버릇없는 꼬맹이처럼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저기, 루이즈. 그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그저-“

“나도 알아. 안다고. 썅. 씨발. 미안해, 편집자.”

“난 더는 편집자가 아니야. 펠릭스라 불러.”

“미안, 펠릭스.”

루이즈는 벽 쪽으로 걸어가 노란 태양 같은 톱날을 빼내려 했다.

“전에는 존나 간단했어. 이 일에 몇 달 동안 매달려 있었고, 계획해놓은 게 있었는데, 갑자기 이 쌍놈이 나타난 거야. 거지 같은 시체나 보여주면서 말이야. 그 새낀 예술가가 아니야. 단순한 괴물이지. 이제는 모든 걸 겁나 복잡하게 만들 인간이고.”

루이즈는 톱날을 뽑아냈다.

“넌 그 클럽에서 나와서는 안 됐어. 나갈 생각은 해도, 진짜로 나와서는 안 됐다고. 펠릭스, 도대체 왜 하필 이 시기에 종잡을 수 없이 행동하기로 한 거야?”

펠릭스는 할 말을 떠올리지 못했기에, 그냥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피코는 지가 무슨 일에 처한 건지 몰라. 걍 존나 미친놈이니까. 얼마나 제대로 미친놈인지 모를 거야. 이 미친놈이 전부 말아먹을 거라고. 씨발.”

루이즈는 앉아서 노란색 톱날을 계속해서 칠해나갔다. 펠릭스는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곳에 온 이유인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뭘 하려는 건데?”

“패러다임의 변동을 부추길 거야. 중앙으로 모인 권력 시스템을 없애는 거지. '비평가'를 퇴위시킬 거야.”

“그걸…어떻게?”

루이즈는 톱날을 들어 올렸다.

“이거 보여, 펠릭스? 이 톱날 하나에만 한 달을 들였어. 여태까지 만들었던 것 중에 가장 교묘한 녀석이야. 언뜻 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지. 선반에다가 올려놔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거고, 다른 톱날 몇백만 개와 함께 둬도 차이점을 느낄 인간은 없을 거야. 이 톱날 하나 앞에서는 여태까지 내가 만든 모든 작품이 애새끼가 낙서한 것이나 다름없어. 왜냐하면 아무리 열심히 이 톱날을 들여다봐도, 뭐 느껴지는 게 없을 테니까.”

“도대체 뭘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해. 펠릭스, 이 톱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 내 생애 가장 훌륭한 작품이야. 이곳에 한 국가를 통째로 없애버릴 작품은 충분히 있어. 그중에 현실을 부수는 것은 하나도 없고. 바로 이 작품이 '비평가'에게 보여줄 작품이야. 바로 이 작품이 그 인간을 미치게 만들 작품이지. 펠릭스, 난 방 하나를 너무나 뻔한, 정말로 병신같은 죽음의 덫으로 가득 채울 거야. 진짜 사용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Nobody 그런 덫으로 말이야.”


1막이 끝났습니다
« 새로운 품종 | 허브 | 장난감 상인과 박사 »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에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