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스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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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커피 먹고 싶다."

"그냥 먹지 그래?"

"알잖아요. 나 커피 마시면 두통 엄청 오는거. 참아야지 별 수 있나."

이지윤 박사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연소하 박사는 웃으면서 이지윤 박사를 달랬다.

"조금만 참아."

"한마디만 더 할래요. 인사 이사관보는 편하다면서요! 가끔 운동화 정리하고, 경상도 공장지대 감시하는거 빼면 서류 정리만 하면 된다면서요. 근데 이게 뭐야. 왜 인사이사관보가 셀레스트 건물에다 불지른 재수생이랑, 미친 오징어게임을 주최하려하는 욕쟁이 할머니 신상 조사까지 해야 하는거죠?"

"하하. 우리 인력이 부족한 탓이지. 우리 기지는 한반도에서 제일 위험한 기지라고 말 안했었나?"

"이건 취업 사기야."

이지윤은 입을 삐죽이면서도 바쁘게 기계 장치를 만지작거렸다.

"그래서, 이건 대체 어떻게 쓰는 거래요?"

"융 아키텍쳐 기반 심상 스캐너. 우리 지윤 박사님을 심문에서 해방시켜 줄 수도 있는 위대한 도구지."

"이사관님이라면 저한테 심문을 먼저 시킨 다음에 이걸 써서 교차검증을 하시겠죠."

연소하는 이지윤의 말을 무시한채 말을 이어갔다.

"인간의 정신은 한 가지 장면만 끄집어서 보여주지 않아. 막대한 양의  정보가 겹쳐서 쌓여있고, 그렇기에 선명한 기억이나 생각을 끄집어 내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지. 용량도 엄청나고."

"그렇겠죠. 기억이라는게 정확한 건 아니니까."

"그래서…그 이상은 기밀이라 이야기 해 줄 순 없지만, 쓸데없는 정보는 지우고, 필요한 정보는 가공해서 무작위로 뒤섞인 정보를 우리가 인지할 수 있도록 바꿔주는 거야."

"뭐…듣기엔 확실히 편해 보이네요. 바로 심문에 적용하나요?"

"아니, 테스트를 해야 겠지. 정확도도 봐야 하고, 인간의 뇌파를 얼마나 잘 읽나 확인해 봐야지."

"네. 테스트 일정은 제가 정하겠습니다."

"아니, 지금 해야지."

"네? 그래도 절차가 있어야…"

"기지 이사관이 지금 여기 있잖아. 절차가 필요없지."

연소하는 이지윤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지윤은 잠깐 어리둥절해 있다가 머리를 탁 짚었다.

"박사님! 제가 왜…"

"인사 이사관보님께서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기회인걸."

연소하의 웃음에 이지윤은 정색했다.

"이거 정식으로 항의할 겁니다! 윤리위원회 가고 싶으신거 아니면…"

"3달동안 삼대천 관련 심문 안하게 해줄게."

"…허, 그런 게 통할 거 같아요?"

"받고 한달 유급 휴가."

"이사관님. 적당히…"

"손수월 특무이사관보 6개월 전근보내줄게."

"콜."


"으으. 이거 참 긴장되네요."

"자, 그럼 간단한 것부터 테스트 해 볼께. 연소하를 떠올려 봐."

잠시 후, 지직거리던 화면에는 연소하의 얼굴이 나타났다. 원래 얼굴보다 약간 사나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음. 얼추 괜찮네. 계속 진행할게. 호명하는 인물을 떠올려. 만찬 박사. 심민경."

"좀 천천히 해 줘요!"

이지윤은 투덜대면서도 착실히 얼굴을 떠올렸고, 연소하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생각할 대상을 확실이 정해 주면 반응속도는 만족스럽네. 그럼 좀 다르게 질문해 볼께.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중요한건, 그 사람 얼굴을 떠올리려 하지 말고, 그냥 그 문장 그대로 생각하는 거야. 가장 싫어하는 사람."

기계의 반응속도는 전보다 살짝 느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한 남자의 얼굴이 들어났다.

특무이사관보 손두월이었다.

"푸하. 싫어한다고는 생각했는데, 이 정도였어?"

"…넘어가시죠."

"그래. 그럼 다음 질문.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기계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화면이 계속해서 손두월을 비추고 있었다.

"응? 벌써부터 이런 오류가 뜨나? 지윤씨, 정말 좋아하는 사람 생각한 거 맞아요?"

"네. 무슨 문제 있나요?"

확인해 보니 모든 수치는 정상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이지윤 박사는 손두월을 가장 싫어하면서 가장 좋아한다는 말이었다.

"이럴 수도 있나?"

"네? 누구 나왔는데요?"

"그게…가장 싫어하는 사람에 손두월씨가 나왔고,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도 손두월씨가 나왔어."

이지윤은 순간 얼굴을 가득 찌푸렸다.

"그 새끼가 왜 나와요?"

"스캐너가 그렇다잖아."

"아니아니, 난 이사관님 제일 좋아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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