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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재단 복지부 정기 프로젝트 보고서


작성자: 이민영

개요: 현재 주변인의 사망으로 인한 직원의 사기 저하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 특히 재단 업무 특성상 사망률이 높아짐에 따라 적절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임.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인원들을 관리하고, 궁극적으로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상승 시켜 재단의 기치 실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대책을 강구함.

현안: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심리 상담 진행. 심리 상담가의 판단이나 본인의 희망 하에 C급 기억소거제 처방.

문제점: 높은 스트레스에 비해 상담의 사기 증진 효과 미비. 잦은 기억소거제 투여로 인한 신체 손상과 재원 조달 문제 발생. C급 기억소거제로 소거되지 않고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심층 기억 파편으로 인해 높은 스트레스 및 잠재적 위험 요소 발생.

대안 1:





‘그렇게 화면만 보면 뭐가 나와?’

“…아니.”

토할 것 같다.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모니터를 계속 째려보니 눈이 뻑뻑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약통을 뒤적거리며 떨리는 손으로 인공 눈물을 찾아 눈에 집어넣는다. 두 방울을 볼에 떨어트리고 나서야 겨우 눈에 안착시키고는 빈 눈물 통을 신경질적으로 아무 데나 던진다. 만사가 날 싫어하는 것 같다.

‘며칠째 붙잡고 있는 거야 그거?’

“며칠이 아니라 몇 주. 미치겠어 그냥.”

‘하긴. 기억에서 잊어버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기억을 잊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으려고 하니 당연히 안 나오지.’

홀로 있는 적막한 방안에서 머그컵 속 식은 커피가 눈에 밟힌다. 그러자 식은 커피 냄새가 코를 뚫고 들어오더니, 이제는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머리가 울리듯이 아프다. 벌써 그때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하루는 길지만 한 달은 짧았… 아니야, 이러지 말자.

‘너도 참… 다른 것도 아니고 이런 일을 하고 있고.’

“위쪽이 직원 복지 신경 쓰는 거 봤어?”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아이러니하고도 짜증 나게 잘 말한 것 같았다.

‘아이러니하기는 무슨. 네가 닥치는 대로 업무를 다 떠안고 있어서 그렇잖아.’

그렇게 말하니 억울한 느낌은 들지만 할 말이 없다. 엄연한 사실을 무슨 수로 반박하나? 슬픔을 잊기에는 어떤 일에 몰두하는 수밖에 없었고, 취미에 열중하기에는 그 속에 담긴 그 사람과의 추억이 너무 짙었다.

‘짙다고? 외면하고 싶은 거였어? 말이 안 되지 않아?’

그래. 멍청한 소리긴 하지. 심리 치료 상담사가 그렇게 핏줄 세우며 열변해도, 그 사람과의 온기를 간직하고 싶어서 계속 안먹었으니깐… 그치만… 그치만…

“그치만 똑바로 쳐다보기에는 너무 아픈걸…”

난 겁쟁이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무서워서,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바보 같고도 병신 같은 겁쟁이. 이 상황을 마주할 수도, 완전히 외면할 수도 없는 그런 겁쟁이.

‘괜찮아? 건강은?’

“글쎄 괜찮지 않을까?”

의미도 없는 것에 시간 쓰고 싶지 않고

‘의미 있어.’

“있기는 개뿔이.”

애초에 무서워서 살아 있는 건데

‘헛소리하지 마’

“그럼 뭔데?”

내가 왜 여기 있는 건데?

‘너 지금-’

“그만하자. 일해야 돼.”

‘…’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당연한 것부터 생각해야지… 왜 재단은 사망 사고가 높지?”

‘당연히 변칙 개체 때문이지.’

“그렇지. 애초에 위험한 업무야. 이런 위험한 업무 특성상 한 팀의 결속력은 상당히 강한 편이고, 덕분에 한 명의 죽음이 팀에게 끼치는 악영향은 상당히 큰 편이야.”

바로 지금 나처-

‘시끄러워. 집중하기로 했으면 집중해.’

“…하아… 후우… 그래… 보통 담당 직원들의 실수가 있든 없든, 동료의 죽음에 자책하는 성향이 나타나.”

그때 걔가 말한 대로 바로 식당으로 갔으면…

“물론 인과관계가 아예 없진 않겠지만”

항상 최악을 생각하라고 걔가 잔소리했는데

“내가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 생각해보면”

내가 게으르게 일을 미루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조금 더 빠릿빠릿하게 살라는 걔 의견에 귀 기울였더라면, 직원들 피로 개선 관련 업무를 수행해서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예산 책정 때 좀 더 목소리를 크게 내서 업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시행했더라면, 격리 절차 개정 권고를 좀 더 일찍 보내서 사고 확률을 더 줄였더라면, 재단에 근무를 안 했더라면, 우리가 서로 모르는 사이였더라면…

내가 대신 죽었더라면

…걔가 살았을까…

‘…다 끝났어?’

넌 누군데?

‘넌 잘못하지 않았어.’

네가 누구길래 그렇게 얘기하는데?

‘네 머릿속에서 이렇게 혼자 떠드는 사람이 너 말고 누가 있겠어? 난 너야. 살고 싶다고, 행복해지고 싶다고 얘기하는 너야.’

아니야, 난 그러면 안 돼

‘괜찮아. 넌 잘못하지 않았어.’

왜? 내가 왜? 도대체 왜?

‘괜찮아. 넌 행복해져도 돼.’

“씨발! 왜!”

‘…’

“…”

아파

‘머그컵을 내려치니깐 그렇지. 봐, 손에서 피가 나’

“아파”

꼴에 살고 싶다고 아파하는 꼬라지 하고는

‘어서 의무실로 가. 더 상처가 커지기 전에’

의무실…

“의무실… 그래…”

의무실에는 붕대도… 약도… 그래…

"의무실 이면 될 거야…"

'그래, 넌 그래도 괜찮아.'

그래.. 그러면 될 거야…

미안해.




의료품 관리 대장
순번 일자 투여자 약품 사유 비고
19.12.563 19/12/25 서우진 C급 기억소거제 경구 투여용 1정 사망자 주변인 투약 권고 시기를 1달 지난 상황. 후속 조치 요망
19.12.564 19/12/25 유선호 펜토바르비탈 10g 회복 불가능한 중상으로 존엄사 요청 N/A
19.12.565 19/12/25 이민영 C급 기억소거제 경구 투여용 1정 사망자 주변인 투약 권고 시기를 3달 지난 상황. 후속 조치 요망
19.12.566 19/12/25 이성호 C급 기억소거제 주사용 50mL 사망자 주변인 투약 거부로 인해 담당의 판단으로 강제 투여. 후속 조치 요망
19.12.567 19/12/26 유선우 C급 기억소거제 경구 투여용 1정 사망자 주변인 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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