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5K기지 통계예언학과 오리엔테이션

제05K기지 통계예언학과 오리엔테이션 녹화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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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e-05K Stasictics & Divination Division



베이글이랑 커피는 저기서 집어가시면 됩니다. 다 떨어지면 얘기하세요.

잘 오셨습니다. 학과장 안예정입니다. 아뇨, 오리엔테이션실 잘못 오신 거 아닙니다. 여기 맞습니다. 저희는 비현실부같이 전산오류를 일으키는 일이 없어요. 아무튼. 세상에서 가장 변칙개체를 많이 이용하는 부서이자, 주야장천 설문지만 돌리는 부서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진심입니다. 네. 저희 기지가 또 이게 특기 아닙니까.

너무 깔끔하다고 생각되면, 뭐 나중에 암막 커튼이라도 쳐 드리겠습니다. 사무실에 암막 커튼이라는 게 좀 말이 안 되는 조합이긴 한데, 많이 요청들 하시더라고요. 뭐 이건 나중에 얘기하고 지금은 부서 개요부터 얘기해봅시다. 여러분은 - 아마 둘 중 하나일 겁니다. 하나, 엄청나게 유명한, 그리고 자부심 있는 자칭 "예언가". 둘, NetLogo나 돌리다 여기로 오게 된 "세계를 놀라게 할 정도의" 통계학자들.

뭐가 되었든 상관없습니다. 여기서는 둘 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공유하게 될 거니까요. 여러분은 예언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하고, 예언을 씨부렁거리는 변칙개체가 도대체 뭘 하는지를 알아볼 겁니다. 변칙개체 활용은 우리 기지의 전매특허죠.

네. 알아요. 지금 여러분은 생각하시겠죠. "아이고 내가 또 뭔 잘못을 해서 행정부에 끌려서 이 미친 부서로 왔을까?" 잘못이라고 한다면 머리가 너무 좋은 것뿐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아니라고요? 그래서 어쩌란 말입니까? 제가 인사부도 아니고. 아무튼 이제부터 두 가지 가장 기본적인 예언을 구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겁니다.

예언의 구별은 저희 학과가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예언을 뱉어내는 변칙개체들은 많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예언의 종류에 대해서, 그 정확성에 대해서, 그 실용성에 대해서 저희 학과는 분석해야 합니다. 만약 잘못된 예언을 배출하는 변칙개체를 이용해서 종말을 막으려 하다가는, 당연하게도 큰일이 나겠죠? 그걸 방지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예언 구별은 그 기본이고요.

예언의 구별은 우선 예언의 여부를 알아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변칙개체가 정말로 이것을 예언한 것인지, 아니면 예언이 아니라 우연에 의한 기적인지 확인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보통 통계 데이터의 평균과 비교하고, T-값을 비교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사회과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죠.

하지만, 변칙이라는 것은 학문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겁니다. 특히나 통계학적 평균에서 '변칙' 이란 존재는 한참 벗어나 있죠. 특히나 예언 확인 및 분류는 아주, 아주 특정한 행위 하나만을 추적해야 하는 만큼, 그 증명은 몹시 어렵습니다. 적어도 공개정보만을 사용해서는요.

그래서 저희는 설문과 현장 조사를 엄청나게 뛰어야 합니다. 진짜로요. 이 세상에서 뜨개질 코바늘이 발에 걸려 죽은 사람을 찾아 기록하려고 조사를 하는 조직은 저희밖에 없을 겁니다. 도대체 그런 걸 왜 하는지는 묻지 마십쇼. 예언류 변칙개체들은 가끔 아주 괴상한 내용을 뱉어내니까요.

소집된 통계학자 대부분은 여기서 일하게 될 겁니다. 여러분은 여러 괴상망측한 데이터가 오가는 것을 구경하고, 그걸 계산할 식을 만들고, 값들을 정산하는 임무를 맡습니다. 아, 가끔 예언 의식도 참관하고요. 이거 은근히 재밌거든요.

농담 아닙니다.

그럼 이제 예언자들의 차례군요. 여러분은 놀랍게도 이미 예언을 통해 알고 계셨겠지만 다시 예언을 업으로 삼게 됩니다. 아마 더 '전문적인' 예언이겠죠. 여러분은 예언 생성의 형식화, 예언류 SCP들의 관리 및 격리를 맡습니다. 지루한 데이터를 볼 필요는 없겠지만,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죠.

아마 다른 부분은 다 제치고 '예언의 형식화‘에 관심이 가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언제부터 신탁이 형식적이었죠? 도대체 언제부터 예언에 논리를 대입한다는 겁니까?

그래서 저희는 하지 않습니다.

예언은 형식화하기 매우 난해한 주제입니다. 하지만 오랜 연구 끝에, 저희 학과는 대략적으로 두 가지의 예언이 실존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정확히는 두 가지 예언과 한 가지 파훼법이죠.

첫 번째. 자기실현적 예언입니다. 아마 다들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한 번쯤 배워봤다면, "신탁"에 대해서 들어봤을 겁니다. 아폴론의 신탁 말이죠. 오이디푸스 신화를 예로 들어볼까요?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습니다. 그걸 무마하려고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지 않고 테베의 여왕과 결혼하며 살아가죠. 하지만? 오이디푸스가 동침한 여왕은 사실 그의 진짜 어머니였습니다. 자기가 한 일로 자신의 예언을 이룬 것이죠.

자기실현적 예언을 하는 변칙개체들은 누군가의 운명을 "고정" 시킵니다. 이게 정말 모호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이렇게 생각하세요. 한 통계 데이터 묶음을 따라가게 만들고, z-값을 0에 가깝게 만든다는 겁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던 그 데이터 묶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예언은 이루어지죠. 통계집단을 따라가게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지금 보시는 이 포춘쿠키는, 오늘 동안 있을 사소한 불행에 대해 자기실현적 예언을 해줍니다. 반복 연구를 통해 안전이 증명된 개체죠. 그럼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아, 예언이 나왔군요. 제가 곧 넘어질 것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이 예언을 막기 위해, 주변 보안요원들에게 요청해서 저를 붙들고 있게 요청하겠습니다. 자, 이렇게 팔을- 어어?


네, 보셨듯이- 아뇨. 내 코피 말고! 지금 넘어진 걸 보라고요! 그래요. 잘 아시는구먼.

거기 하얀 긴팔 입으신 분, 이제 그만 좀 조용히 합시다. 이게 그렇게 웃깁니까?

여하튼- 보셨듯이, 자기실현적 예언은 이렇게, 막지 못합니다. 예언을 따르는 행위를 하게 자동으로 조정되죠. 이런 예언은 매우 위험합니다. 재단이 가장 멀리해야 하는 예언이죠. 만약 자기실현적 예언류 변칙개체를 이용해 혼돈의 반란의 기지 테러를 막으려고 했는데, 오히려 기지 테러가 성공한다는 결과만 나오면? 우린 다 좆되는겁니다. 시간변칙부가 인과를 끊든 해야지 변경할 수 있는 수준의 예언을 변칙개체가 말하게 내버려 둔 거니까요. 하지만, 이것도 다 막을 방법이 있습니다. 오리엔테이션 끝에 알려드리도록 하죠.

그렇다면 두 번째, "보여주는 예언"은 무엇일까요?

보여주는 예언이란, 자기실현적 예언의 반대입니다. 자신이 어느 선택지를 고를 경우 일어날 일들과 그 확률을 보여주는 것이죠. 중국집에 간다고 생각해봅니다. 자기실현적 예언은, 당신이 짜장면과 짬뽕 중에 짜장면 "만"을 고르게 만듦니다. 우연에 의해 짬뽕 재료가 소진되거나, 당신 스스로의 심리 때문에 짜장면을 고르게 한다든지 하면서 말입니다.

보여주는 예언은 당신이 짜장면을 골랐을 경우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죠. 짜장면을 고르고 미래를 따르거나, 짬뽕을 고르고 다른 결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종류의 예언은 재단이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예언입니다. 어떤 선택지를 고를 경우의 미래를 보여주지만, 그 선택지를 강요하지는 않거든요.

다 설명했으니, 이제 그걸 말해줄 때가 온 것 같네요. 자기실현적 예언을 피하는 방식 말입니다. 저희는 이걸 "모호한 예언" 방식으로 부릅니다.

리디아인 키루스 2세라고 들어보셨나요? 델포이의 신탁을 받은 사람 중 하나입니다. 이 사람은 페르시아와 전쟁을 벌이려 했고, 그 결과를 위해 신탁을 받았죠. 그래서 나온 예언이 무엇이냐 하면: "강력한 제국이 무너질 것이다" 입니다. 와, 페르시아는 강력했잖아요? 해군도 크고 병사들은 잘 단련되어있고… 뭘 마다하겠습니까? 키루스 2세는 바로 전쟁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졌어요.

이 사람은 리디아 제국도 페르시아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제국이라는 것을 몰랐었던 겁니다.

저희는 이걸 이용합니다. 여기서 예언과 관련된 법칙 하나를 설명해드리죠.

예언에서, 미래가 예언되는 대상은:

  • 첫째로, 사용자가 생각하는 최대한 유사하게 지정됩니다. 여기서 사용자란 예언을 내려달라고 간청한 인물을 말합니다. 인물이 생각하는 대상의 성질, 역사, 여러 의견 등등을 종합해서 최대한 유사한 무언가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예언입니다. 앞서 말한 사례에서, 키루스 2세는 과연 페르시아라는 '강력한 제국' 이 무너질 것인가를 물어봤을 겁니다. 그리하여 예언 대상은 대략 '무너지는 강력한 제국'이 됩니다.
  • 둘째로, 예언류 변칙개체의 범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변칙개체가 특정 범위 내의 일까지 예언할 수 있음에 따른 한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범위 내에서 가장 가까운,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날 만한 대상의 미래가 나오는 겁니다. 이 법칙에 따라 예언의 대상은 '강력한 제국이자, 가장 가깝고, 곧 무너질 가능성이 제일 높은 제국'. 즉 리디아 제국이 됩니다.

예언의 정확도와 범위는 변칙개체마다 다릅니다. 이게 저희 학과의 업무를 힘들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죠. 저런 변수들을 하나하나 고려해가면서 예언을 분석해야 하고, 그 형태까지 알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처음 보는 변칙개체에게서 중요한 예언을 구할 때, 저희는 의도적으로 그 대상을 모호하게 정의합니다. 그렇게 하여 일어나는 피해를 최대한 분산시킬 수 있죠. 그 후 일어나는 일의 인과를 통해 이것이 자기실현적 예언인지, 보여주는 예언인지 판단하죠. 어떻게 보면 광산의 카나리아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변칙개체의 잘못된 예언으로 일을 망치기 전, 무언가 가볍고 모호한 예언을 먼저 시키고 어떤지 보는 것이죠.

지금 시험해보죠. 여기 보이는 이 YES or NO 베개는, 던졌을 경우 자신이 한 질문에 대해 자기실현적 예언을 하는 변칙성이 있습니다. 제가 구할 예언은 "오늘 이 기지에서 키면 빛과 소리가 나고, 건물에 항상 있는 물건이고, 스위치로 작동하는 무언가가 켜질 것이다. 그리고 오늘 내에 꺼질 것이다."입니다. 자, 던져보죠. YES 가 나왔군요? 그리고-

아 뭐야 왜 불이 꺼져요? 누가 좀 켜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당신은 예언을 성사시켰습니다. 키면 빛과 소리가 나고, 건물에 항상 있는 물건이고, 스위치로 작동하는 무언가가 저로 인하여 켜졌죠. 전등인 겁니다.

모호한 예언 방식을 이렇듯 대상을 모호하게 하고, 개체의 범위 내의 조건에 맞는 대상을 제한시킴으로써 예언을 안전하게 검증합니다. 예를 들어서, 저 조건에는 화재경보기도 부합합니다. 하지만 주변에 화재경보기는 하나도 없죠.

오늘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언이라는 생소한 주제에 조금이나마 익숙해졌길 바라면서 발표 마치겠습니다. 숙직실과 업무실은 저쪽으로 나가시면 보일 겁니다.




네?

뭐요?

화재 경보요? 아래쪽 연구실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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