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舐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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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동생 생일이 곧 엄마의 기일입니다.

엄마는 동생을 출산하던 도중 자궁내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동생과 함께 그대로 돌아올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당시 저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은 몰라요. 다만 친척 어른들에게 들은 상황이나 병원에서 공개받은 카르테에 나와 있는 것만 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렇게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어차피 엄마란 제게 있어 거의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임에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동생은 용서할 수 없지만, 어떻게 별 수도 없잖아요. 그런 생각들은 자연히 머릿속 한 구석에 밀려나 있었습니다.


낳기 전까지는요.

그것은…… 제가 중학교 2학년 때였네요. 아무런 특별한 일 없는 아침이었던 것 같습니다. 늦잠을 자서 꽤 늦게 일어나 버린 느낌이었어요. 원래 집을 나서기 직전에 보는 별자리 운세를 보면서, 아침식사를 거르고 파파팟 몸단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곧이어 왠지 기분이 나빠진 것이에요. 갑자기 가슴이 옥죄면서, 기링기링 죄어오는 두통이 엄습했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냄새에 불쾌함을 느꼈습니다. 빨래, 재떨이에 놓인 아빠의 담배, 냉장고나 부엌의 음식물쓰레기……. 평소에는 문제없던 냄새들이 코에 닿자 내장이 뒤집어지고, 위에서 역류가 일어나고.

우웨에엑 …에에엑 …

화장실에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토했습니다. 그러자 죽 같은 토사물과 함께 「알」이 나온 것이었습니다. 퐁당 하고 변기물에 빠진 「알」을, 저는 손이 더러워지는 것을 개의치 않고, 반쯤 무의식적으로 건져냈습니다.

맑게 비쳐 보이는, 빠뜻하고 부드러운 막에 싸인, 메추라기알 정도의 크기였습니다. 막 안에는 마치 갇혀 있는 듯한, 작은 눈과 폐심장 같은 것이 보이고, 혈관이나 신경 같은 것이 그것들을 얽고 있었습니다. 다시 잘 보니, 솜 같은 붉은 덩어리 옆에 작은 다리가 보이고,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굉장히 귀엽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말캉말캉하고 부드러운 고깃덩어리에게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어째선지 알았고, 강하게 모성을 자극받았습니다.

그리고서… 얼마나 「알」을 들여다보고 있었을까요. 잘 모르겠지만, 아빠가 화장실 문을 쾅쾅 두드렸습니다.

, 얘, 카호야」

「미안, 이제 나갈게ー」

저는 그렇게 대답하고, 「알」을 꿀꺽 삼켜 감추었습니다. 세일러복 치마 주머니에 넣는다던가, 손 안에 가볍게 잡아 감추거나, 다른 방법들이 얼마든지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왠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버리고, 뱃속에 숨겼던 것입니다.

그 뒤로 몇 번이나 「알」을 토했다가 삼켰다가 반복하는 생활이 당분간 계속되었습니다.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동안에도, 체육시간에 발레를 하는 동안에도, 점심시간에 친구와 수다를 떠는 동안에도, 「알」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보려고 토해낼 때마다 호흡하듯이 부풀었다가 줄어들었다가 하는 것이, 굉장히 사랑스러웠습니다.

집에 돌아가서 아빠의 저녁식사를 만들 때도, 빨래를 널어 말릴 때도, 이불을 깔거나 청소를 할 때도, 「알」은 맥동하고 있었습니다. 아빠의 눈을 피해 화장실에서 토해내면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양이 너무나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알」은 서서히 커져갔습니다. 달걀만한 크기가 되자, 뼈처럼 단단한 부분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아무리 커져도 삼킬 수 있었지만, 껍질 밖으로 머리카락 같은 것이 삐져나와서 삼킬 때 조금 아프다거나 해서. 조금씩 숨기면서 생활하기가 힘들어져갔습니다.



반 친구들과는, “친구”로 남아있고 싶었기에 상담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빠와 상담하려고 했거든요. 하지만 아빠가 평소처럼 제 배에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보자 말할 기력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당시에는 강하게 의식하지 못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끔찍하지요.

일터에서 돌아오자마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여 소파에서 움직이지 않는. 녹화가 흘러가는 텔레비전 앞을 제가 가로지르면 혀를 차며 가루가 떨어지는 무좀 걸린 발로 저를 걷어차는, 그리고 보란듯이 5분 정도를 되감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와 평범한 부모자식간의 대화를 하려고 하죠. 그걸 또 무시했다가는 어떻게 멍을 숨길까 생각하느라 아침 시간을 쓰게 됩니다.

가장 심했던 것은, 저를 「」라고 엄마 이름으로 부르면서, 밤에 제 방의 자물쇠를 부수고 마음대로 들어오는 거였을까. 그거 참 싫었지…. 싫었지. 싫었지.

정말로 싫었었지. 싫었 었지.


뭐어, 그런 곡절로 아무에게도 상담하지 못했네요. 「알」에 대해서. 불안해서 어쩔 수가 없는데 상담할 수 없으니 힘들었어요…. 이렇게 되니 아무래도 생각하게 되는 게 있었지요.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아빠도 온화한 사람이었을까 하고. 엄마의 몸이 약했기 때문에, 아빠가 엄마를 임신시켰기 때문에. 동생을 낳으려 했기 때문에.

그러니까 동생을 낳으려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머리가 가려워져서 무의식 중에 긁어 버립니다.

긁적긁적긁적긁적 너무 많이 긁어서 피가 나올 때면 조금, 정말 조금이지만 께름칙했습니다.

학교가 여름방학에 접어들고 조금 났을 무렵, 사건은 벌어졌습니다.

그 날은 아빠가 저를 「사야카」라고 부르는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부를 줄 미리 알 수 있었습니다. 주기가 있어서.

평소에는 난폭한 아빠가, 그런 날만은 차분하게, 그리고 몇 번씩이나 사과를 해옵니다. 그게 싫었어요. 아빠는 제가 아니라 죽은 엄마를 보고 있다. 사과하면 할수록 오히려 저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음이 전해져와서, 그 마음이 밉고 싫어서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당시의 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빠의 호흡이 거칠어질 때쯤이었습니다.

또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기억하는 감각이었습니다. 「알」을 처음 낳았을 때와 그 때와 같은 감각.

코앞에 아빠가 있었기 때문에, 토해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우웨에엑……하고 「알」을 그 자리에서 토해내 버렸어요.

「알」은 제 배 위에 떨어진 뒤 크게 흔들리더니, 이윽고 피키피킷 하는 소리를 내며 반투명한 껍질이 깨졌습니다. 깨진 껍질 속으로부터 머리가 가장 먼저 나오고, 밑에서 위로 감기는 눈꺼풀을 가진 새까맣고 커다란 눈이 보였습니다. 양팔이 없고 양발에 발가락이 각각 3개씩밖에 없었지만, 얼추 사람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태어난 아기는 대략 15 cm 정도 크기로, 생선의 내장처럼 피로 젖어서 피부가 부풀어 있었습니다.


아악ー아악ー 아악ー아악ー


첫울음은 새[鳥]처럼 새되어 귓청을 울려댔고, 그동안 쭉 귀엽다고 생각해왔던 그것이 처음으로 귀엽지 않다고 생각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빠와 저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잠시 그 아기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빠가 마침내 말했습니다.


「내 아이…인 건가…?」라고.


그 말을 들은 다음 순간에는, 이미 곁에 있던 유리 재떨이로 아빠의 관자놀이를 찍어버린 뒤였습니다.

당신의 아이일 리가 없잖아요. 그럴 리가 없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그 말만은 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말해버렸으니까. 그렇게 되면 빨리 제게서 떨어졌으면 해서, 자신을 지키고 싶어서, 정신을 차려 보니 때리고 있었습니다.

때려버린 뒤, 곧바로 아빠를 불렀지만 대답은 없고, 깨벗은 그대로 힘없는 이상한 자세로 뒹굴기만 했습니다. 손에 쥔 유리 재떨이가 피로 검붉게 물들어 있는 것을 문득 깨닫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저는 「아이」인 채로 있고 싶었는데. 이불을 흔들며 잠에서 깨워지고, 밥을 내가 하지 않고, 친구와 놀다가 아무 걱정도 없이 귀가해서, 뒹굴뒹굴 어리광을 부리며 내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밤을 새며 이불에 들어가 잠들고 싶었는데.

하지만 어느새 저는 엄마를 대신해서 「어른」이 되었는데. 아무 것도 지킬 수 없었고. 자기 일을 스스로 해야만 하고. 그리고, 가족을 죽였고.

이렇게 된 것도 결국 다 엄마가 저를 남겨놓고 죽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보다 동생이 더 중요했던 거냐고.

동생을 낳게 된 바람에.

제가 울고 있는 사이, 태어난 아기도 울부짖고 있었기에, 저는 자연히 아기를 안고 부드럽게 흔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은 것.




이 아이는 아빠와 「사야카」의 아이인 걸까.


그럼 내 동생인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귀엽다는 생각이 싹 가시고.

머리가 가려워지고, 온몸을 탁하고 끈적끈적한 감정이 휩싸면서, 용납할 수 없어지고.



변기에 퐁당 하고 떨어뜨렸습니다. 아기를. 그대로 잠시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곤 레버핸들을 대변 방향으로 돌려 흘려보냈습니다. 그래도 머리가 걸려서 막혔어요.

몇 번이나 물을 내릴 때마다 아기는 조금씩 안으로 밀려내려갔습니다. 입이 물에 잠겨서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고, 괴로운 듯이 발버둥치는 모양은 가여웠지만, 그만둘 수는 없었고. 완전히 내려보낸 순간, 아, 역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니,


이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경찰에 전화로 자수했습니다.

집에 경찰 쪽 사람들이 잔뜩 와서, 아빠를 갖다 치웠습니다. 경찰 쪽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빠를 때려죽이고 동생도 익사시켜서 변기에 넣고 내렸으니, 분명히 경찰에 체포당하겠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달려온 친척들도, 경찰 쪽 사람들도 “괴로웠겠구나”, “이제 괜찮다” 같은 상냥한 말들만 해 주었습니다. 정당방위니까 형무소에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동생도 죽인 사실을 필사적으로 설명했는데,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동생 같은 건 없었던 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결국 저는 아동자립지원시설인지 하는 곳에 보내졌습니다. 책임연령이라던가요. 14세 미만은 형법으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그거요. 그런 게 있었대요.

너는 「아이」다. 사회는 그렇게 말해준 것입니다.

시설을 졸업한 뒤에는 취직이라던지가 큰일이었지만, 어떻게든 다 해냈습니다. 게다가 지금도 믿기지 않지만, 저를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나타났습니다.




결국, 그 「알」이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뭐, 사실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좋아요. ……지금 그이의 아이가 뱃속에 있거든요. 예정일이 가까워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행복합니다.










이것은 제 아이입니다. 제 첫 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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