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그대의 방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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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10cm도 안 되는 아주 작은 유선형의 유기체가 Q의 방광에 스며드는 동시에 그가 환희에 가까운 어떤 절정을 느꼈을 때는 바야흐로 세상이 밝아오는 새벽 다섯 시 삼십오 분이었다. 그때 그는, 밝음과 절정이 본질적으로 동일함을 깨달았다. 그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수없이 바라오던 깨달음이었다.
Q는 자신이 한 법장을, 세상 속 가장 만연하고 가장 속절없는 진리를 담은 법장을 열고 있다는 것도 직감하고 있었다. 마치 승려가 된 듯이 그는 무릎을 꿇고 빌었다. 무엇에 비는지는 그 자신조차도 몰랐다. 어쩌면 이는 방광 속 구피들의 버둥거림과 생의 아름다움, 진리의 밝음에 비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는 새벽빛 속에서 중얼거렸다. 옴 아라남 아라다. 옴 아라남 아라다. 법장을 여는 진언, 옴 아라남 아라다.


청소부를 포함한, SCP-157-KO의 격리업무에 할당된 모든 인원들은 SCP-157-KO의 변칙성에 대해 적절히 교육받은 상태여야 한다.

그가 물고기에 대해서 알게 된 순간은 그의 친구인 F가 지나가는 어투로 ‘방광딸 물고기’에 대해 말했던 그 저녁이었다. F는 창 너머로 저녁노을이 붉게 타오르는 모습을 배경 삼아 담담하게 하라는 공부는 안 하며 방광에 구피 아홉 마리나 쳐넣고 드라이 오르가즘을 즐긴 성욕의 선구자 병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선구자들의 모험담은 예상외로 저녁놀과 두루치기에 어울렸으므로 Q는 고기를 집어 먹다 말고 구내식당 직원에게 불판을 좀 교체해달라고 요청했고 불판이 갈아치워 지는 동안 그는 F에게 조용하게, 우리도 해볼까? 라고 속삭였다. F는 아주 긍정적인 얼굴로 대답했다.

이 미친 또라이 새끼야.

이건 엄청난 기회라고!

네 정신머리가 엄청난 건 알겠는데.

들어봐.

Q는 들어봐, 로 시작하여 장장 두 시간의 열변을 토했으며 이는 대체로 자위의 참신성, 용기, 자유 의지, 세태 변화, 반문화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 차 있었고 논리에 합당했다. 그의 정의로운 연설에서 띨띨이 고딩들은 어느새 기득권층의 교묘한 지위 대물림에 방광딸로써 대항한 투사들이 되어 있었다. Q는 강인한 표정으로 썩어빠진 체제에 투쟁한 그들을 존경하는 뜻에서 여러 번 방광딸을 외쳤다. Q의 말에 따르면, 방광딸은 더이상 그 자체의 뜻만이 아닌 선구자들의 굳센 심지를 드러내는 구호란 것이었다. 구내식당에 그 고귀한 한 단어가 울려 퍼졌다.

방광딸, 방광딸, 방광딸!

아 이 또라이 진짜.

이에 대해 F는 여전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누가 볼까 봐 옷깃으로 얼굴을 가린 그의 입에서는 종종 아 이 미친 새끼 얌전히 고기나 처먹을 것이지, 라는 찬사가 쏟아져 나왔고 가끔 Q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주위를 살피며 닥쳐 이 새끼야, 로 그를 격려했으며 마침내 소주잔을 Q의 머리를 향해 던지는 것으로 완벽한 교양 있는 청중의 소양을 보여주며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완벽한 의견 합치는 아니었으나 꽤 생산성 있는 토론이었음을 그 누구도 부정 못하리라. 둘은 반쯤 만족한 상태1 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걸었다. 기지가 그러하듯 숙소는 산속에 있었고 둘은 말없이 얼굴로 날아드는 날벌레들을 헤치고 나아갔다. 반쯤 왔을 때, Q는 취해서 F에게 소리쳤다.

해보자고!

뭐, 자살을?

아니 우리도 저항!

저항 같은 소리하네 옴 같이 생긴 새끼가.

실제로 옴 같이 생긴 Q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낄낄댔다. 어둠이 추적추적 내린 산속은 벌레 같은 별들이 마구잡이로 떠다니고 있었고 그 중 몇 개는 진짜 벌레였다. 별은 손 닿으면 잡을 것같이 낮게 깔려 있었다. Q는 무의식적으로 하늘로 손을 뻗었다가 날아다니던 딱정벌레의 배를 만지고는 손을 내렸다. 딱정벌레와 Q 둘 다 욕지거리를 내뱉었고 서로는 각자의 길을 갔다. 멋진 밤이었다. Q는 산 내음과 풀숲 사이에서 배어 나오는 D계급 사체의 향긋한 사취를 맡고는 기분이 좋아져서 F에게 다시 외쳤다.

해보자!

아니 씨이벌 꺼지라고. 너한테 말한 내 잘못이다.

그건 당연한 거고, 그냥 시도만 해보자 이거야.

야… 아무리 그래도 그거 SCP야! 네가 원한다고 함부로 격리 파기하고 그럴 수가 없다고. 게다가 넌 어제 배송받은 SCP-504 표본도 간수해야 하잖아!

야, 우리가 누구냐? 넌 그 물고기 격리 담당자, 나는 기지 정보부 요원. 힘만 합치면 뭐든 할 수 있어! 토마토 그건 제쳐두고 말야.

너 같은 새끼를 대체 정보부로 왜 뽑은 거야?

내 열정 탓이지.

옘병을 아주 트위스트로 떨고 있네.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말이 오가는 가운데 Q의 적극적인 공세와 다가오는 인사에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건전하고 청렴한 보상 제시로 둘 사이의 의견 대립은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유일한 조건 변화는 오직 이를 수행하는 사람은 Q 혼자라는 것이었다.2 Q는 자신의 반골 기질을 F와 공유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쉬웠으나 더 밀어붙이면 어느 날엔가 산속에 D계급이랑 같이 매장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말았다. F는 숙소로 돌아가며 가운뎃손가락을 올려 보였고 Q는 두 개의 가운뎃손가락을 올려 보이며 밝게 웃었다. 다가올 날이 기대되는 밤이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둘의 공작은 시작되었다. F가 격리실에 출입하는 동시에 Q가 기지 CCTV 관리실에 들이닥쳤다. CCTV 화면이 가득 찬 방에서 책상에 발을 올리고 MBA 경기를 보면서 낄낄거리던 담당 요원이 칩입자를 발견하고는 의자에서 넘어지며 허우적댔다. Q가 씨익 웃으며 말을 걸었다.

친구, 일이 바쁘지?

아닙니다. 시정하겠습니다.

Q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잔뜩 겁먹은 요원의 어깨를 두들겼다.

이번 근무는 내 재량으로 휴식으로 교체되었어. 나가 봐. 그리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막고.

Q는 이런 행운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밖으로 뛰어나가는 요원을 뒤로한 채 자리에 앉았고, 이내 화면에서 SCP-157-KO 격리실을 찾아냈다. F가 요원들과 함께 격리실로 들어서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F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실험 시작하지. 강 연구원, SCP-157-KO 개체 둘을 수조에서 꺼내주겠나?

실험은 세 시간가량 진행되었다. "SCP-157-KO가 수중에서 인간 종을 감지하고, 방광으로 이동하는 기작에 대해서"를 파악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다. 실험의 성패는 중요치 않았다. Q는 눈을 부릅뜨고 F가 약속을 이행하는지 관찰했다. 실험이 막바지에 이르자 F는 슬쩍 준비한 물통에 개체 둘을 집어넣고는 시치미를 떼었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한 구피 시체 둘을 실험용 수조 바닥에 흩뿌렸다.

뭐야, 사망했잖아. 아무래도 인조 방광이 너무 좁은 모양인데. 먹이도 없고 말일세.

아! 에라이, 그런가 봅니다. 아깝게 되었군요.

강 연구원이라고 불린 인원이 F의 말에 수긍하며 수조를 노려보았다. F는 헛기침을 하며 CCTV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았고, Q는 기운차게 의자 위에 올라서서 방광딸을 열창했다. 폐쇄회로 카메라 관리 요원은 사실 꽤 유능한 편이었고, 따라서 근처에 있던 인원들은 아무도 없었으므로 Q 자신을 제외한 아무도 그 말을 듣지 못했다. Q의 열정적인 부르짖음이 끝나는 동시에 화면에서 F가 격리실을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Q는 쾌재의 웃음을 지으며, 동시에 밖을 나섰다. 저항의 물결은 오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가 정말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덤벼든 시각은 며칠 뒤 새벽 다섯 시 반이었으며 그 정도는 밤이 적당히 깊어 Q의 마음속 어딘가에 아직 남아 있던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의 존재를 적당히 속여넘길 수 있을 정도의 시간대였다. Q는 이를 모르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양심을 속였는데 그 양심이라고 해봤자 결국 SCP-157-KO를 사용하고 돌려주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는 허섭스레기나 다름없었기에 피차일반인 셈이었다. Q는 이러한 내적 담론을 무시하고 F에게서 받은 구피가 소변을 담은 어항에서 자유로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F는 구피를 주며 오만상을 있는 대로 찡그렸고 Q는 단아한 미소로 화답했는데 이것이 F의 심기를 더욱 건드렸는지 곧장 삼선 슬리퍼3를 Q의 이마에 던졌고 이번에는 맞추지 못했다. 씩씩대던 F는 이내 주의사항을 일러주기 시작했다.

강 연구원 말 들어보니까 그 모지리들은 구피가 새끼치게끔 냅둬서 숫자를 불린 다음에 그 짓거리를 했다더라. 그러니까 며칠 냅둬.

역시 선구자들이군. 치밀해. 방광딸의 가장 효용성 높은 상태를 구성하여 극상의 절정을 맛보도록—

F가 Q의 무릎 뒤를 걷어찼다. 그의 다리가 풀썩 꺾이면서 주저앉았고, 동시에 구피가 담긴 어항이 출렁였다. Q는 인상을 찌푸리며 어항을 감싸 안았다.

사람 지나다니는 데에서 그딴 소리 하지 말랬지 내가.

자위가 뭐가 부끄러워!

자위가 아니라 니가 부끄럽다 씹새야.

F는 그 말과 Q를 덩그러니 남겨두고는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Q는 바닥에 주저앉아 멀어져만 가는 F의 뒤에다 대고 가운뎃손가락을 올리고는, 몸을 추슬렀다. 그리고 제 숙소로 걸어갔다. 다가올 기쁨을 즐기기 위해.

그 후 며칠은 그야말로 인고의 시간이었다. 구피는 생각만큼 빨리 불어나지 않았고 Q는 그 고행의 시간을 오온의 법은 진공의 모습이며 생기는 것도 아니고 소멸하는 것도 아니며, 더러운 것도 아니고 깨끗한 것도 아니며, 증가하는 것도 아니고 감소하는 것도 아니란 것을 새기며 보내고 있었다. 업무를 시행하는 며칠 간 그의 뇌리에는 반체제 물고기가 떠나지 않고 헤엄쳤다. 마치 극심한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어쩌면 진짜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4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숭앙이나 연민은 사랑의 유명한 전초 단계가 아닌가.

Q는 가슴의 고동을 스스로 가늠해보았고 잘은 몰랐지만 아무튼 뛰고 있다는 것 자체는 알 수 있었기에 그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하였다. 착각인지 사랑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으나 아무튼 Q의 애정성 감정 화합물은 날로 갈수록 커져 갔고 이는 구피가 10마리 정도로 불어난 며칠 뒤에 극도로 강해졌다.

새벽.

밤은 깊었고 숙소의 소음은 전무했다. 어쩌면 산이 그 모든 소리를 먹어버렸을지도 몰랐다. 처분당한 D계급들의 육신과 함께.
Q는 나체로 욕실에 들어갔다. 욕실 내부에는 세면대와 욕조가 있었고, 세면대 측면에 물고기들이 가득 담긴 어항이 있었다. Q는 욕실 거울에 비친 이가 행복으로 가득 차 씨익 웃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거울 속 사람은 이내 그 어항을 집어 들었고, 욕조에 받아 놓은 물에 쏟아부었다. 미리 나누어 둔 어항에 있던 구피 여덟과 소변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물이 옅은 노란색이 된 것을 보고도 Q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더 흥분하고 있었다. 아주 내밀하고 신비로운 색채. 달빛을 연상케 하는, 안온하고도 매혹적인 그 빛깔에 Q는 취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욕조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고, 가장자리에 앉았다. Q는 처음 목욕을 하는 어린아이처럼 쭈뼛댔다. 물은 차갑지 않았고 갓난아기 시절 포대에 싸인 것마냥 부드럽고 평안했다. 그는 준비한 맥주 한 캔을 따서 들이마셨다. 이따금 그의 목과 상체를 타고 흘러내리는 맥주 방울이 욕조에 떨궈질 때, Q는 숨길 수 없는 흥분이 어린 얼굴로 소리 내어 웃었다. 웃음은 오래 진동했고 욕실 안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물고기들은 조심스러웠다.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공간으로 쉬이 들어가지 못하고 이 거대한 침입자를 조심스럽게 탐색했다. Q는 다리에 무언가가 스칠 때마다 움찔거리며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그것은 미소라기보다는 끊임없는 자기 투쟁의 표현이었을지도 모른다. 제정신으로 살기보단 좀 더 재밌게 살고자 하는 자아와 먼지 한 톨 정도로만 존재하고 있는 제정신-자아와의 사투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전자의 승리였고 제정신-자아는 다시 드넓은 에고의 영역으로 숨어버렸다.

마침내 Q의 방광 속에 구피들이 모여들었을 때는—

우린 이미 알고 있다.


뭘 어쩌라굽쇼?

토마토 간수라고 말했잖나.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그게 자네 맡은 바 임무기도 하고.

Q의 얼굴에는 이제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빨리 업무나 대충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려 했으나 계획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밤새 뜨거운 본능을 영위하고 난 다음의 차가운 이성을 즐기고 있던 그의 의식을 방해하는 것은 외교부 차장의 짜증 나는 독촉이었다. 그 빌어먹을 토마토.

차장과의 대담이 끝나고 Q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SCP-504 표본이 있는 간이 격리실로 걸음을 옮겼다. 이젠 외교부 마크만 봐도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정보부 인원에게 대체 뭘 바라는 걸까. 그는 모퉁이를 지나며 벽면에 기대어 있는 외교부 마스코트의 봉제 인형5을 발견하고, 허리를 꺾어 솜털이 터져나오게 했다. 격리는 안 하면서 마스코트나 줄창 만들어 내고 있다니 이는 무슨 신개념 자금 횡령인가.

Q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척추가 아작난 머저리 봉제인형에게 허리를 숙여 절했다. 인형이 머리를 숙여 화답했다. 그는 산뜻하게 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은 무겁고 머리는 가벼웠는데 육체와 의식 그 중간 어느 께에 존재한다고 분명히 말할 수 없는 무형의 감정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가 SCP-504 격리실로 들어섰을 때는 오후 7시 30분. 마치 조각상처럼 마스코트의 허리를 조각낸 괘씸죄로 장장 90여 분의 시간을 외교부 인원들과 쫓고 쫓기는 데 쓴 Q는 육체의 기나긴 피로와 정신적 고양으로 상반된 감정을 느꼈으며 외교부 요원의 등을 타넘고 격리실에 호다닥 들어온 방금의 경험으로 분비된 엔도르핀에 취해 흐느적거렸다. SCP-504는 말 잘 듣는 어린아이처럼 간이 격리실 정중앙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Q는 토마토 모종을 노려보았다.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이 방 밖의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으리라.

Q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연구 중이던 인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곧 막바지에 이를 실험을 관찰했다. 많은 실험이 그렇듯 그 목적은 알 수 없었다. Q가 유추해낼 수 있는 것은 연구원들이 고서적에 담긴 언어유희를 토마토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를 아주 깊게 고찰한다는 사실이었는데 그가 보기엔 이 상황이야말로 진짜 농담이었으므로 토마토가 일절 반응을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내심 경의를 표했다.

Q는 마치 맞선 자리에서 상대방을 유심히 관찰하는 이처럼 토마토를 다시 보게 되었다. 상당히 잘 빠진 붉은 곡선이 매력적임을 안 그는 애인 말고 다른 이에게 눈길을 돌리는 배반자처럼 자책과 혼돈, 그리고 떨림이 가득 담긴 눈으로 SCP-504를 바라보았다. 그 기이하고 요염한 자태는 새로웠고 어딘가 끌려가는 맛이 있어, Q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는 당황했다. 그러나 어딘가 마음이 동하는 것을 지울 수는 없다.

방광에서 진정한 사랑의 결실들이 부르르 떨고 있었고 Q는 그 덕에 정신을 차렸다. Q는 바보가 아니었다. 눈앞에서 다른 이를 탐할 수야 있겠는가. 아무리 재빠르다 한들 말이다. 이는 기만이며 상대에 대한 배신이다. Q는 남들과 평범한 상호작용을 하기엔 너무나 특출난 의식을 가졌으나 상대와의 신의를 지키는 습성이 있었으므로 자신의 마음을 애써 부정했고 이로 인하여 방광은 더는 꿈틀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한숨을 쉬며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했다. 실험은 거의 끝나 있었고 토마토에 집중하던 연구원들도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 보고서를 마무리 짓는 중이었다. Q는 방광의 존재를 생생히 느끼면서 찬찬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이제 이들마저 나가면 SCP-504 표본은 온전히 그의 차지로, Q가 마지막으로 정리한 뒤 표본은 미 기지로 다시 돌아가기 전까지는 줄곧 여기 있을 것이었다.

Q는 한번쯤 정리 명목으로 다시 와 볼까 싶었지만, 방광의 움직임이 재발하자 재빨리 마음을 접었다.

구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Q는 쾌감이 미약한 통증으로 변환하는 것을 느끼고 당황했다. F가 일러준 대로라면, 여덟까지는 그나마 괜찮을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 걸까. 그는 인사하며 걸어나가는 연구원들에게 파랗게 질린 얼굴6로 고개만 까딱이며 울렁이는 통증을 애써 참았다. 통증은 마치 처음 경험하는 실연처럼 아파왔고 Q는 그 과정에서 이별하는 연인들의 불쾌함과 메스꺼움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었다.

Q는 방광에서 구피들이 날뛰는 것을 느끼고 얼굴을 찡그렸다. 구피들은 작정한 것처럼 보였고 그 난폭한 움직임에는 배려 따윈 없었다. 녀석들은 어떤 환희에 차 있는 듯했다. 마치 새벽녘에 Q 자신이 그랬듯. 그처럼 구피들도 그들만의 숭배 대상을 찾은 걸까. Q는 불안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책상 위로 뛰어올라가 무릎을 꿇고 부르짖었다. 옴 살바 못자모지 사다야 사바하! 옴 살바 못자모지 사다야 사바하! 죄업을 참회하는 진언은 그닥 효과가 없는 것 같았고 되려 방광 속에서는 복통이 일어나듯 구피들이 마구 헤엄치고 다녔다. Q는 더한 고통에 몸부림치며 책상 위에서 뛰어내렸다.

Q는 홀로 달빛 아래 선 춤꾼처럼 광란의 몸짓을 춰댔으며 혹자가 보았다면 이를 예술이라고 칭했을 것이다. 혹자는 이를 인간의 실존주의적 고뇌를 표현한 국소적 아노미 상태라고 수식했을 것이며 혹자는 이를 삶의 무력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비정형적 생활상을 회화주의적으로 그려낸 현대 무용이라고 평가했으리라. 그러나 그런 모든 사항과 관계없이 Q는 그저 방광의 광란이 아팠을 뿐이며 자신이 한 걸음 한 걸음 SCP-504에게로 나아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고개를 들어 토마토 모종을 마주했을 때는 이미 온몸이 땀으로 젖은 상태였다. Q는 맞선 자리에 처음 나간 사람처럼 긴장한 표정으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고 토마토는 아주 우아한 자태로 토마토였다. 그는 신이 났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고 또다시 느껴지는 방광 속 댄스파티에 다시 몸을 움츠렸으며 이는 Q의 머릿속을 혜성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하나의 생각이 출현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물고기들은 사랑을 하고 있었다.

토마토에게

그들은

사랑을 하고 있었다.
와 미친 내가 뭘 쓰고 있는 거지
아주 단순명료하고 합당한 생각이었고 Q는 답을 알아낸 환희와 애인을 빼앗겨 버렸단 좌절감에 한쪽 눈으론 울고 한쪽 눈으론 웃기로 했다. 이는 상당히 어려운 동작이었고 그 난이도로 따지자면 팔꿈치를 핥는 것과 비슷해 보였으므로 Q는 그 대신에 팔꿈치를 핥기로 했으며 실패했고 그는 다시 [웃/울]었다. 너무나도 명백한 상황을 Q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랑의 주체가 그가 아니라는 사실은 슬펐다. 배반당한 마음은 상처를 입었고 그 깊이는 깊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그대로 수직 낙하하여 엎어져 울었다. 그 자신이 하는 사랑이 아니라 남이 하는 사랑의 곁다리, 정확히 말하자면 두 연인이 만나게끔 하는 일종의 소모적 도구로 기능했다는 생각이 그의 뇌리에 들자 분노와 택시비를 기필코 청구해야겠다는 악독한 마음이 들었다. 분노는 꽤 오래갔고 Q는 앞으로 방광딸을 체제에 복종하는 아주 더러운 권력의 개 같은 행위로 정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7

분노가 조금 가라앉자 Q는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으며, 그의 의식은 이물질이 가라앉은 물처럼 명확해졌고 몸의 긴장은 슬그머니 풀렸다. 의식이 또렷해지자 Q는 담담하게 이별을 인정할 수 있었다. 이별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는 마음속 깊이 치달아오르는 죽음 같은 성욕에 눈물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의 영혼에 한 획을 그은 인연이었고 어느새 다시 반체제 행위로 복귀한 방광딸은 언제나 Q의 가슴 속에 남아 길이 빛날 터였다. Q는 그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선사해주고 싶었고, 그리고 자신도 그것을 받아보고 싶었다. 비록 구피들은 이 모든 소란이 무슨 의미가 담겨 있는지 해석할 정도로 머리가 그닥 좋지 않았으나 Q는 그들의 멍청함마저도 사랑했다.

Q는 이들이 무얼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고 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Q는 자리에서 일어나 꼿꼿이 몸을 폈다. 심장은 뜨겁게 타올랐고 온몸의 근육은 긴장한 상태였다. 얼굴 근육이 비틀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말해야 했다. 그는 토마토를 바라보았고, 그 젊음의 혈기와 자신의 애인을 탐하는 그 과즙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때 그 붉음에 끌렸던 자신이 원망스러웠으나, Q는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바로 그때였다. 구피 중 한 마리가 얼마 남지 않은 방광의 오줌에서 몸을 날렸다. 녀석은 솟구쳤다. 영원 같기도 하고 찰나 같기도 한 시간 동안 구피는 방광 속의 공중에서 비행했다.

바로 그 순간 SCP-504가 진동하더니 이제는 온전히 제 것이 된 애인에게로 날아갔다. 구피가 포물선을 그리며 비행할 때 토마토는 일직선을 그리며 제 목표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마침내 구피가 숙주의 요도에 제 대가리를 처박았고, 토마토가 제 애인에게로 날아가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었을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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