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짙어진 안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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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촙스! 구출 성공했다! 지금 킬리 박사는 내가 업고 있다!”

쯔산 그는 손도끼로 겨우 그녀를 구출해냈다. 덩굴이 얼마나 빨랐는지 몇 번은 그녀를 찍을 뻔도 했다. 게다가 얼마나 달려왔었는지 기지하고 한참 멀어진데다 가스를 너무 마셨다. 그는 그녀를 구하는 데에 잠시 안심했으나 머리가 어질어질 거린다.

“콜록- 지금 지휘관님과 기지로 되돌아 가―”

갑자기 땅속이 쿵 하고 울린다. 분명 환각은 아니었다. 밑에서 뭔가 터진 듯한 느낌이었다.

“이-이게 뭐지?”

진동이 계속 이어진다. 촙스는 당황하고 지휘관한테 물으려는 순간, 쯔산이 무전으로 누군가한테 무어라 하는 걸 보았다. 무전이 밑의 진동에 묻혀서 잘 안 들린다.

“-드디어 나오신 건가. 거기 다- 콜록- 나오라 해! 그리고 누비! 응답하라!”
“네 누비 요원!”
“앞으로 8초 후에 빨간 버튼 바로 눌러!”
“네 알겠습니다!”

촙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뭐지, 도대체?'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쯔산은 무전을 잠깐 내리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은 부하한테 씩 미소를 짓는다.

“촙스, 당황하지 말고 그대로 뛰어! 자, 구역 안에 있는 요원들 전부 통로로 통해서 들어가! 반복한다! 구역 안에 있는 요원들- 후, 전부 통로로 통해서 들어가!”

촙스는 그제야 눈빛을 다시 고치고 그녀를 등에 업은 채 그와 같이 뛰기 시작했다. 물론 의문은 해결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뛰고 있는 뒤편에선 다시 또 다른 덩굴이 그들을 쫓아온다. 쯔산이 총으로 뒤를 향해 계속 쏘아댔지만, 소용이 없었다. 수류탄을 던져보니 펑 터져서 옆의 덩굴하고 풀에 불이 옮아 붙어 속도가 더디었다. 좀 나아졌다. 무전에는 기지로 향하다 가스를 마셔 기침을 해대거나 덩굴에 발목을 잡혀 끌려가 절규하는 요원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소리가 들리면 들릴수록 쯔산 그의 이는 점점 더 악물어갔다.

“지휘관님! 여김다!”

마을 한복판의 통로를 발견했다. 그들은 바로 흙 치울 기세도 없이 바로 뚜껑을 열고 바로 들어갔다. 뚜껑이 닫히자마자 덩굴이 때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그들은 바로 중앙의 방으로 달려갔다. 촙스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놀랐다. 철문이 있던 통로가 완전히 흙으로 파묻혀져 있었다. 쯔산은 아랑곳 않고 방에 모여 있는 요원들의 수를 파악한다. 원래 정찰 나갔던 사람 14명, 그리고 자기들을 포함해 총 17명. 현재… 9명 그는 짧게 한숨을 쉬고 부대원들한테 기지 쪽 통로방향으로 손짓한다. 부대원들은 한껏 어려진 몸으로 통로 쪽으로 걸어 나간다. 쯔산도 이내 촙스와 같이 뒤따라간다. 어지러움이 더 심해진다.

“아참 그래. 킬리 박사는 지금 어때?”
“잠시 기절한 것 같슴다. 근데 가스를 너무 많이 마셨슴다. 게다가 지휘관님께서도 지금….”
“괜찮아. 옷 크기만 얼추 맞으면 돼. 자, 빨리 기지로 가자.”

그는 잠시 위를 올려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에 무전을 갖다 댄다.

“자 누비, 들리나?”
“네 들립니다.”
“이번엔 파란색 버튼.”
“네, 알겠습니다.”

통로 위쪽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부대원들이 잠시 멈춰 섰으나, 지휘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 올라가라고 한다. 통로 입구에서 뚜껑을 열고 밖을 나와 보니 철책 너머에서 불길이 거세게 올라왔다. 불길은 마을 쪽으로 계속 퍼져 나가고 있었다. 통로를 빠져나온 부대원들과 기지에 있던 부대원들은 불길을 보면서 입을 딱 벌렸으나 쯔산은 무덤덤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뒤에서 바퀴 소리가 들린다. 안에서 얼굴이 파랗게 질린 후쉰 박사가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이-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개체가 폭주해서 전 대원 기지에 집합시켰습니다. 뒤의 폭발은 덩굴하고 뭐 가스에 대비한 것이고요.”
“어, 음음. 어쨌든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군요."

박사의 그 몹시 당황해하는 표정을 여태 같이 있어왔던 요원들은 처음으로 봤기에, '아 저 박사도 저런 표정을 지을줄은 아는구나.'라고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것이다.

"네, 뭐 다행이죠. 다행이긴 하죠.. 뭐, 그건 그거고.."

그런데, 박사 앞에 있던 지휘관은 표정을 굳힌 채,

"이제 박사님은 의자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같이 포박될 의자' 말입니다."

싸늘하게 내뱉는것이다.

"네? 갑자기 무슨 말-"

박사가 잘못 들은 듯 하여 다시 물으려는 찰나, 갑자기 그의 팔과 몸 사이로 요원들의 팔이 들어오더니 그를 잡아챘다. 박사가 어리둥절하여 돌아본 그 뒤에는 분노에 찬 얼굴만이 있었다.

"…자, 자리에 앉혀주고, 줄로 꽁꽁 묶어둬. 너무 꽉 매진 말고, 정말이지 매우 소중한 손님이니까."

박사를 제압한 이를 제외한 요원들은 어리둥절했지만 그저 그의 말을 듣고 박사를 묶을 뿐이었다.

“놔, 놔라! 니들이 이래도 무사할 것 같아!”
“자, 어찌 된 건지 말씀해주실까, 박사?”
"뭐,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뭔 얘기를 하란겁니까?"
"아까 내가 댁을 뭐라 불렀지? '매우 소중한 손님'. 뭔가 감 안잡히나?"
"네?"
"음..좋아. 어읏-차, 자, 이거면 충분하지?"

쯔산이 방탄 조끼 한폭에 있던 종이 뭉치를 힘들게 꺼내고는 박사 앞에 던졌다. 종이에는 지하실에 관한 보고서, 그리고 그 표지에 인쇄된 '혼란의 반란' 로고와 그 밑에는 'Harvo. T. Hushin'이라고 서명되어있었다.

"허, 허, 이건.."
"손님맞이 참 별로였죠, '손님'? 이제부터 제가 제대로 대접해드리려고 하는데, 뭔가 필요한 거라도 있으신지요."

말만 들어서는 분명 비아냥거리면서 장난끼가 있는 말투였지만, 그의 얼굴은 웃음기는 커녕 서늘함이 그득할뿐이었다.

“후…. 젠장맞을…. 그래, 얘기해주마. 저 식물이 어떤 놈인 줄 알고 있나? 바로 우리 CI의 무기다.”

CI란 말을 듣고 쯔산을 제외한 요원 모두가 놀라워했다. 쯔산은 이제야 납득이 간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우리 CI에서 아주 기묘한 식물을 만들어내서 실험 삼아 멍청한 마을 놈들한테 한번 뿌려봤는데, 이 망할 놈이 사람들을 갑자기 없애버리니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전혀 모르게 하더군. 요원들도 멍청하게 당하고, 죽기 전에 뭐에 당한 건지 말도 못하고 말이야. 개중엔 개구멍에 들어가서 우리한테 아주 죽사발이 났었어.”

요원 한 명이 박사한테 달려 들으려 했다. 곁에 있던 촙스가 재빨리 막았다. 물론 그의 시선은 박사한테 꽂혀 있었다.

“이번 정보테러도 너희 짓이냐?”
“그래. 우리 쪽에서 너희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서 중요한 정보를 손에 얻었지. 뒤처리가 안 좋아서 감시망이란 감시망이 다쳐져 결국 다른 쪽으로 못 넘겼지만 말이야. 그러고 나서 너희들이 왔어. 지휘관이나 요원이나 다 짜증나긴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정보를 많이 얻었긴 했지. 근데…. 저 년이 내 비밀을 살짝 알아챘더군. 하하. 내 가운 속에 소형녹음기가 들어있었어. 아마 보고할 때 몰래 찌르려는 생각이었나 보지. 하지만 이렇게 허술하게 숨길 줄이야. 지금 저 녀석의 녹음기는 부순지 오래야. 그리고 조금만 있으면 땅속에서 우리 부대가 도착할 것이다. 바오딩에서 여기 랑야 산으로. 너희들 지원부대는 내가 속여서 다른 곳으로 보내놔버렸으니 이미 늦었지. 뭐, 불러봤자 우리 쪽 놈들이 캐치해서 바로 오진 못할 거야. 이제 너희들은 우리한테 당할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말이야.”

박사는 말을 끝마치더니 조용히 웃는다. 그때 요원들은 뭔가를 눈치 챘으나 일단 모른 척 하기로 했다. 쯔산은 박사의 얘기를 잠자코 듣더니 끝나자 하늘을 살짝 올려다보고는 다시 눈을 그에게 향하면서 넌지시 물어본다.

“그 녹음기란 거, 당신 가운 오른쪽 소매 안에 들어있었나?”
“그렇지. 참 숨길 줄을 모르더군. 소매를 만질 생각을 안 했었나?”
“그럼, 자동차 안 거울 뒤쪽은?”
“응?”
“서랍 천장, 옷 거치대 내부, 펜 안쪽은?”
“뭐, 뭐?”
“모르는 건가…. 뭐, 쑥스럽지만 소매에 있는 녹음기 내가 단 건데? 나름 생각하고 단 건데 들켰네.”
“잠깐만, 방금 얘기한 곳은 도대체 뭔가?”

그는 박사의 물음을 무시한 채 계속 얘기한다.

“아참, 그리고 뭐 얘네들도 알겠지만, 그 통로 우리도 지나쳤어. 지금쯤 땅에 파묻혔을라나.”
“그―그게 무슨”
“그리고….”

그는 품에서 무전을 꺼내고 전원을 키더니 “여긴 E-3223 기지. 지금 어디쯤이지?”라고 묻는다.
치-익 '여기는 특무부대 감마-34 산새, 목표지점까지 500m. 곧 도착할 것이다. 주변에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문제없는가?'
지원부대의 목소리가 무전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괜찮다. 문제없다.” 자연스레 대답하는 그였다.

“어-어째서 지원부대가, 분명 내가 다른 데로 돌려보냈을 텐데.”
“다시 유턴하라고 했지. 내가 다른 나라 손 좀 빌렸거든.”
“그럴 리가, 부-분명히 도청을 당했을 텐데.”
“어째 모스부호는 아무도 몰랐나. 아니, 반란 쪽에선 한국어 할 줄 아는 사람 없었어? 뭐, 나도 보내는데 애먹었지만.”
“아, 아아아“
“바오딩이라, 베이징에서 생각보단 그렇게 멀진 않네. 어우, 생각해보면 큰일 날 뻔했어.”

동공이 풀린 후쉰 박사를 뒤로하고, 그는 자기는 잠깐 기지 안에서 쉬겠다고 촙스에게 뒷일을 부탁한다면서 뒤로 돌아선다. 그리고는 자기 품 안에 있던 탭북을 꺼낸다. 현재 시각은 오전 11시 49분. 탭북의 스크린 위로 붉은 불빛과 검은 연기가 영롱하게 비친다. 그는 탭북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이제 어떤 파일을 누군가에게 보내려는 단계까지 왔다.

‘자, 이제 보고를 할 차롄가.’

다음과 같은 파일을 전송합니다. 보내시겠습니까?
‘aaaa(1).wav 외 12개 파일’
수신자 : O5-11

잠시 숨을 고른다. 어질어질했던 머리가 살짝 나아질 듯 하면서도 심해지는 것 같다.
‘이거 보내고 바로 쉬어야겠다.’
그는 스크린 위에 멈춘 손을 다시 움직여 '확인'버튼을 누른다.

전송 완료되었습니다.

그의 뒤쪽에선 여전히 불길이 치솟는다. 아무래도 화약을 너무 많이 넣은 것 같다.

다음: 사건 E-3223 면담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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