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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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었다. 아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채비를 마쳤다. 하지만 아이들은 제왕절개로 태어나야 할 터였다. 남자에겐 그네들이 나올 구멍이 뚫리지 않았다. 남자는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 911을 누른 다음, 통화 버튼을 누르지 않고 핸드폰을 저쪽에 두었다. 그리고 남자는 면도칼을 가져와 씻은 다음, 남자의 목을 세상에서 제일 귀중한 목걸이처럼 두르고 있던 덩어리들에 가져다대고, 조심스레 절개를 시작했다.

하얀 아이는 쉽게 나왔다. 이 소녀는 작지만 건강했고, 남자가 깨끗한 수건에 소녀와 그 반짝이는 나선형 껍데기를 살며시 올려놓는 동안에도 계속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빨간 아이는 사산아였다. 그저 일그러져서 쪼글쪼글해지는 회색 조직이었다. 노동의 고통과 아무 상관없는 눈물이 아버지의 뺨을 타고 흘렀다. 주황색 아이도 역시, 껍데기 속의 먼지로서 세상에 나왔다. 남자는 후두가 떨리는 게 멈출 때까지 기다린 다음 절개를 계속했다. 노란 아이, 초록 아이, 청록 아이, 파란 아이, 보라 아이……. 모두 태어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로 죽었다. 남자는 마지막 아이를 꺼내고자 죽을힘을 다해 서둘렀고, 검은 껍데기가 튀어나왔다. 손이 미끄러지고, 목에서 피가 솟구쳐 나왔다. 손으로 껍데기가 미끄러져 들어오며 남자의 시야가 흐려졌지만, 남자는 손 안에 있는 통통하고 건강한 남자아이가 또렷하게 보였다. 남자는 한 손으로 귀중한 아들을 안으며, 면도칼을 세면대에 쨍그랑 떨어뜨리면서 다른 손으로 서둘러 핸드폰을 찾았다. 남자는 바닥에 천천히 주저앉았다. 피곤해졌다. ……하지만 통화 버튼은 눌러야 하니까. 아기들이 확실히 돌봄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쉴 수는 없었다.

"911입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저쪽의 목소리가 물었다.

"우리 아이들……." 남자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아이들 좀 구해 주세요."

"선생님, 괜찮으세요?"

"아니요……." 남자의 팔은 힘이 풀려 핸드폰을 제대로 들고 있지도 못했다. "아이들이 다정한 집으로 갈 수 있게 해 주세요. 꼭……." 팔이 핸드폰과 함께 옆으로 떨어졌다. 어렴풋하게 상담원이 더 크게 걱정하며 묻는 질문이 들렸지만, 그것도 너무 멀게 느껴졌다. 잠시만 눈 좀 붙여도 괜찮겠지. 남자는 모두 다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가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딸이 껍데기에서 기어나와 자신을 부르는 천사 같은 목소리였다.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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