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둑 싹둑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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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코 윌슨은 시체 더미 한복판에 앉았다.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윌슨은 외과용 가위에 힘을 가했다. 부서진 뼛조각이 살을 뚫고 나오며, 여성의 손가락이 꼴사납게 떨어져 나갔다. 윌슨은 자른 손가락을 조심히 시체의 콧구멍에 집어넣었다.

“하하하. 하.”

우드득 소리가 다시 나며 다른 손가락이 하나 희생되었다. 윌슨은 다른 한쪽의 콧구멍을 채웠다.

“하. 하하.”

또 한 번의 우드득 소리와 함께 또 다른 손가락이 잘려나갔다. 윌슨은 뮤즈의 왼쪽 귓구멍에 집게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그러고는 시신의 형제들로 몸을 받쳐놓았다.

“정말 아름답군요, 내 사랑.”

윌슨은 다가가며 그녀의 차갑고 죽은 입술에 제 입을 맞췄다.

“살아서보다 죽어서 더 아름다워요. 삶과 죽음의 병렬. 코에 박힌 손가락의 부조리함. 더는 코딱지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의미가 없죠. 뭘 꺼내려는 건가요? 구더기? 뇌? 잘못된 곳에서 찾고 있는 거예요, 내 사랑.”

윌슨은 시신의 눈구멍에서 눈을 뽑아내어 입 안에 넣어주었다.

“당신은 자신이 못생겼다 생각하죠. 내면을 볼 수 있게 도와줄게요. 겉으로 반영된 것 이상의, 그보다 깊은 곳을요. 눈을 삼키고 내면을 보세요. 눈을 삼켜요. 하. 하하하.”

윌슨은 그녀의 턱을 붙잡고는 이로 눈알을 으깼다. 그리고는 수양액을 잇몸에 문댔다.

“바보 같은 여자. 씹어먹는 약이 아녜요.”

최후의 포옹과 작별의 키스. 윌슨이 손을 놓자 시체는 땅바닥으로 허물어졌다. '조각사'는 불신에 찬 눈빛을 보냈다.

“미친 시발.”

윌슨은 눈알에서 나온 액체로 입술이 번들거리는 채 한 명뿐인 관객을 향해 돌아섰다.

“반대하시는지?”

“아냐. 전혀 아니야. 조온나 쩔어서. 썅.”

피코는 입술을 깨끗이 훑은 뒤 시체 더미에 기대어 앉았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뭡니까, '조각사'씨?”

“그러니까, 어…. 초대하러 왔다고 해야겠지.”

“좋습니다. 어디서 하는 전시회죠?”

“아냐, 아냐. 전시회로 초대하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일종의 예술 클럽으로 초대하는 거야. 한 명이 나가버려서, 자리가 비었다고나 할까나. 근데 네가 88년도에 했던 그 레이건 그게 생각났던 거야. 그때 내가 생각했던 게 와, 이 녀석 진짜로 편집할 줄 아는 놈이구나, 그거였거든?”

“그닥 편집하는 걸 좋아하진 않아요. 잘라내는데 더 흥미가 있죠.”

'조각사'는 우렁차게 손뼉 쳤다.

“그래, 그래. 그렇고말고. 그래서, 그 나갔다는 녀석은 '편집자'라는 이름을 썼었거든. 그래서 뭐라고 할까, 자리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해졌다고나 할까?”

“그래서 절 대타로 끌어들이겠다 이 말이로군요.”

“대충 비슷해. 그래도 끌어들이는 건 아니고. 네 작품을 이해하는 사람들과 함께하자는 거지. 상호 비평이라고나 할까. 문제가 생기면 서로 돕기도 하고 말이야. 예를 들어, 누가 여기 들어왔다고 치자. 그럼 이 작품은 이해 못 하고 경찰을 부를 거 아니야. 유쾌한 일은 아니지. 하지만 우리와 함께하면 그럴 일은 없어. '관리인'이라고, 그런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사람이 있거든. 함께 한다면 일반인들 눈치 볼 일은 없어. 누가 우리 보고 뭐라 하겠어, 안 그래?”

“그렇죠. 누가Nobody 뭐라 하겠어요.”

“그렇지! '남자'에게서도 자유롭고 말이야. 그게 전부인 거야. 자유 말이야. 이딴 걸 대로 한복판에서 한다고 해도, 우리가 처리해줄 수 있어.”

“그래서, 뭐요. 당신네와 함께하고 그다음은 뭔데요?”

“글쎄다, 대화나 하지. 넌 네 일을 하고, 우린 우리 일을 하고. 작품도 만들고 말이야.”

“그래서 가장 최근에 만드신 ‘작품’은 무엇이신지?”

'조각사'는 어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어, 개인적으로 말이야, 최근에는 휴식을 조금 취하고 있었어. 뭐, 다른 일이 있어서 말이지. 개인적인 프로젝트에 시간을 조금 할당하고 있달까?”

“그렇군요. 있잖습니까, '조각사'씨. 전 이 작은 클럽에 대해 알고 있어요. 당신네가 만들어내는 건, 과장 없이 말하자면 뭐라고 해야 하나…. 구식이랄까.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존나 진부해요.”

“말이 좀 심한 거 같은데. 여기엔 복잡한-”

“그러면서 날 보고는 이렇게 말했겠죠. 이야, 여기 진짜로 뭔가를 하려는 사람이 있잖아. 이 사람을 끌어들이자. 고집 센 말을 다루듯이 다루고, 길들이고는, 2센트짜리 창녀처럼 굴려 먹자고. 있잖습니까, '조각사'씨-”

“이봐, 그게 아니-”

“전 당신을 위한 창녀에요.”

“…뭐?”

“전 당신을 위한 창녀이자, 향신료입니다. 좋을 대로 음식에 뿌려 드시고, 당신이 제 몸에 들어오는 동시에 제가 당신의 몸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시죠. 당신은 제대로 뭔가를 하곤 했어요. 우리가 공유하는 이 세계에는 변화가 있곤 했다고요. 하지만 당신은 변화에 반기를 들고는 저항했죠. 그러고는 자기 시쳇더미에 앉아서 말한 겁니다. 아냐! 이게 최고의 시체 더미야! 이게 최고의 시체고! 그 누구라도 이 시체를 집어다가 인형이나 애니매트릭스, 진짜 사람으로 만들거나, 감히 삶을 불어넣어 되살리려는 인간은 박살 내 죽여버릴 테다.”

“좋아, 말이 잘 이해가 안 가는데.”

“바로 그게 제 요점입니다. 당신은 제가 하는 짓을 보고는 턱을 치켜들었죠. 마침내 제가 당신의 콧속으로 비집고 들어가기에 충분한 악취를 가져오자, 당신은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제 오물과 불결한 상태를 인정한 겁니다. '조각사'씨, 전 당신 안에 있고 싶어요.”

“이봐, 조금 불편해지려는 참이거든.”

피코 윌슨은 제 왕좌에서 일어났다.

“전 당신 안에 있고 싶습니다. 당신의 일부가 되고 싶으며, 당신을 안쪽에서부터 바꿔놓고 싶어요. 침체기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으며, 너무 오래 익힌 소시지가 그러하듯이 터트려버리고 싶습니다. 그 맛좋은 고기가 바깥으로 나오게요. 당신은 제게서 번뜩임을 보았고, 가지고 싶어 해요. 저 또한 당신에게서 번뜩임을 보았지만,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불을 피우기 위해 사용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잊어버렸고, 불쏘시개에 바람을 불어 불을 일으키는 법도 잊어버렸죠. 그러니 좋아요. 당신네의 클럽에 동참하겠습니다. 저는 당신의 편집자이자 절단사고, 창의력의 점화 플러그입니다. 저와 당신과의 관계가 끝나고 나면, 당신은 결코 그 번뜩임을 잊지 못할 겁니다. 이제 나가주세요. 손가락을 쑤셔 넣을 여자가 몇 명 더 있으니까요.”

“뭐, 어, 잘됐네! 합류한 걸 환영해.”

'조각사'는 몸을 돌려 방에서 나왔다.

“미친 싸이코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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