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서 바람이나 좀 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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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다음 이야기는 강력한 자살 암시 내용과 자살 기도가 언급되어 있습니다.

나가서 바람이나 좀 쐐,

나가서 바람이나 좀 쐐,

“아이리스 보셨어요?”

클레프는 책상 앞에 선 애덤스를 향해 눈을 굴려 쳐다봤다. 입은 긴장된 모습으로 당겨졌고, 팔짱을 끼고 있었다. 저 뻣뻣한 태피스트리에 긴장감이 짜넣어졌다는 유일한 표시였다.

“아니.” 클레프가 관심 없다는 듯 퉁명스레 대답했다. “왜?”

“SCP가 어디 있냐고 제가 묻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걱정이 안되는 거예요?”

“딱히.”

애덤스가 귀에 들릴 정도로 으르렁거렸다. 클레프는 눈썹을 까닥하지도 않았다. “좋아요. 제가 흔적도 못 찾아가지고 여기서 당신한테 SCP가 어디 있냐고 물어보는데 걱정이 전혀 안된다 이거죠.”

클레프는 혀를 찼다. “그건…. 네 잘못 같은데.”

“클레프 씨.” 클레프는 저 말투를 알았다. 이는 야이 못생긴 새끼야, 1초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좆이라도 신경 쓰지 그러냐라는 말투였다. 별로 신경 쓰이진 않았다.

클레프는 건성으로 손을 흔들고는 전혀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하는데 지금까지 집중하고 있던 키보드에 올려놓았다. “메리랑 같이 있겠지.”

“없었어요.”

클레프는 관심 없어하는 겉모습으로 반쯤 가린 눈을 번쩍 들어 애덤스를 마주했다. “그럼 빨리 튀어가서 찾아야지, 애덤스.”

“이런 제기랄 진짜." 클레프에게는 믿지 못하겠다는 말투였다 하겠지만, 애덤스에게는 익숙해 질 일일 것이다. 끽하는 소리와 함께, 애덤스의 힐이 바닥을 끌리고, 애덤스는 방에서 걸어 나가면서 또 욕설을 퍼부었다.

클레프는 다시 업무로 돌아왔다. 아니면 없는 업무에 복귀했다던가. 어쨌든 클레프는 거기에 매우 열심이었다.

발을 책상에 올리고서, 클레프는 무심하게 재단 인트라웹에서 스크롤을 올렸고, 이빨로 물어뜯을 만한 군침도는 것들이 있는지 보았다. 없었다.

그렇게 약 8분이 지나고, 클레프는 생각을 해봤다.

“허,” 클레프가 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거 정말 큰일인데.”

클레프는 잠시만 더 생각해보다가 마침내 다리를 움직여서 책상 밖으로 겨우 몸을 빼냈고, 싸구려 회전의자의 등받이에 널브러진 많이 해진 실험 가운을 꿰입었다.

105, 아이리스는 , 그냥… 돌아다니는 유형은 아니었다. 그냥 사라지는 유형도. 105는 충성심 있었고, 여러 번 이를 증명해냈다. 그리고 기동특무부대 내의 위치에 따라 특정 보안 인가를 승인 받았다고는 해도, 애덤스마저도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히 이상했다.

그럼 , 클레프가 생각했다, 만약에 내가 격리 중인 스물 몇 살의 SCP라면 뭘 할까나. 자살할 가능성이 높겠지, 그 지루함이 현실에서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니까. 클레프는 속으로 웃었다. 이곳의 직원으로 일하는 것은 격리실만큼이나 폐소 공포증을 느끼게 했다.

클레프는 좀 더 돌아다니면서 열의 없이 아이리스를 찾았다. 아이리스가 떠날 리가 없었다. 아이리스는 떠날 수가 없었다. 아이리스는 클레프나 애덤스가 곧 찾을 수 있을 만한 곳에 있을 것이다. 너무 압박받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하자면…

네가 여기에 있는 건 갈가리 찢기기 위해서일 뿐,

다른 건 없다는 걸 모르니?

클레프는 하급 연구원 한 둘을 지나쳤고, 그들의 품에는 갖가지의 제본된 자료와 책들이 가득했다. 깊은 인상을 받고자 최선을 다한 티가 분명 났다. 눈에 띄고 악명 높은 클레프가 다가오는 걸 보고 생기는 약간의 공포감을 눈에 담은 채, 이들은 불안해하면서 클레프에게, 아니요, 아이리스를 본적이 없어요, 하지만, 박사님, 저희가 도울만한 게 있을까요?라고 전했다.

클레프는 짜증을 내며 이들을 내쳤다.

부서의 미로 속에서 잇따른 모퉁이를 떠돌아다니면서, 손은 가운의 주머니에 깊숙이 꽂아 넣은 채, 클레프는 애덤스가 지금쯤은 톰슨을 찾았으리라고, 그리고 아이리스가 우선적으로 필요했던 훈련이든 뭐든 가에 데려갔으리라고 예상했다.

클레프는 하루에 최소한도로 재단에서 주어진 일을 해내고, 돈은 최대한도로 쓰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따라서, 계획한 것보다 더 격렬하긴 해도, 시설을 의미 없이 돌아다니는 건 클레프에게 있어 어느 정도 먹혔다.

“괜찮슴까, 박사님?” 느릿한 말투가 어떻게 하면 재단을 엿먹일 최고의 방법일까란 생각에서 클레프를 꺼내왔다. 하얀 벽에 기대어 서서 연구 자료를 넘기고 있는 작고 어린 인간을 보고자 클레프의 눈이 위로 홱 향했다. 다른 하급 연구원이었다.

이런 젠장할. “혹시 S-” 클레프는 잠시 멈췄다. 사라진 자산을 찾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는 편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어떤 여자애 하나 못 봤나?” 클레프의 말은 마치 같은 말만 하도록 고장난 사람 같았고, 만약 이걸 한 번 더 물어봐야 한다면 미칠 것만 같았다.

“흠.” 하급 연구원은 생각에 잠겨 천장을 바라보다가 다시 클레프를 바라봤다. “칙칙한 금발에, 키가 이정도인 사람 말입니까?” 연구원이 5 피트 정도 되도록 손을 흔들었다. “운동복을 입고 말이죠?”

마침내. “맞아.” 클레프가 숨을 내쉬었다. 목소리는 가슴의 밑바닥에서의 안도의 울림으로 살짝 그르렁거리며 나왔다. “그 여자애 말이야.”

“좋네요.” 연구원이 입 한쪽을 비틀어 웃었다. “제 생각엔, 저기로 간 것 같습니다.” 연구원은 복도 너머로 손가락을 퉁겼다. “문이 닫히는 소리도 들었는데 저기 있는 거라곤 화장실 밖에 없으니 아마도 몸이 안 좋나 싶은데요?”

클레프는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젊은 연구원의 옆을 지나치면서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렸다. “좀 부지런히 살지? 가서 일이라도 하라고.” 이들에게 규칙을 들이미는 건 언제나 좋았다.

연구원은 조용히 코웃음 쳤다. “보여주시는 모범대로 따르는 중입니다, 박사님.” 클레프는 그 소리를 들었다. 신경 쓰지는 않았다.

클레프는 복도 끝에 있는 기록 보관소 중 하나를 제외하고는 유일한 문에 느릿느릿 걸어갔다. 그저 작은 화장실이었지만, 요즘에는 많이들 사용하지 않는 곳이었다.

잃은 건 없으니, 클레프는 문을 두드렸다.

아무 말도 없었다.

클레프는 다시 문을 두드렸다. 대답이 없었다. 그러다가 무슨 소리가 클레프의 귀에 들렸다. 희미하지만 분명 무슨 소리가 났다.

클레프는 문에 귀를 가져다 댔다. 집중을 해보자, 클레프는 다양한 술버릇을 받아넘긴 다음날 아침마다 너무 많이 겪었던 그런 소리를 들었다. 토하는 소리였다.

클레프는 얼굴을 찌푸렸다. 클레프가 아는 한, 아이리스는 더 이상 애덤스와 함께 모험을 떠나지 않았고, 임신은 했을 리가 전혀 없을 텐데, 그럼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이리스?” 클레프가 문 앞에서 크게 소리를 쳤다. 토하는 소리가 갑작스레 몇 초간 멈췄다가, 거의 즉각적으로 구역질 소리와 함께 다시 토하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다른 대답은 없었다.

“너 안에 있냐?” 이번에는 소리가 더 컸다. 그럼에도 클레프는 아이리스가 문을 열어줄지 전혀 확신하지 못했다. 자신이 아이리스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비밀도 아니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클레프는 아이리스를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싶었다.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클레프는 문고리를 잡았다. 열렸다.

“아이리스 너 대체 뭘-” 클레프는 문을 어깨로 밀고 들어가려 했다. 문 아래에는 누군가 들어오는 걸 막으려고 기동특무부대 자켓 같은 것이 마구잡이로 쑤셔져 넣어 있어 밀기에는 약간이나마 빡빡했다.

클레프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네 낭비된 시간에게 말해

내가 최악이라고.

아이리스는 태아와 같은 자세로 웅크려 있었는데, 팔은 변기의 좌석 부분을 안았고 머리는 불안정하게 그 위에서 흔들렸다. 언제라도 고통의 밀물에 휩쓸릴 듯 위태로워 보였다. 아이리스의 이마는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아이리스는 떨고 있었다.

하지만 클레프가 멈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이리스의 주변에는 적어도 5개의 약봉지가 흩어져 있었다. 모두 비어 있었다. 두 개 정도의 버려진 알약이 아이리스의 발 근처에 있었다.

“시발.”

아이리스의 눈이 올라오면서 놀란 클레프의 눈과 마주치게 되었다. 동공은 작았고, 몸이 흔들리는 만큼 떨렸다. “안 돼요-” 말은 한 차례의 구토에 가로막히고 기침이 잇따랐다. “안-안 돼요-” 아이리스는 토사물이 목을 채워지면서 색색거리며 말했다.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절박한 목소리였다.

클레프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런 시발 아이리스 너 지금 하려는 게-”

“제발요.” 공포가 아이리스의 식도에서 기어올라왔다. “제-제발 아무도 부-부르지 마요.”

클레프의 딱 벌려진 입이 가늘게 잡아당겨졌다. 이 장면은 너무나도 익숙했다. 정말 너무나도 익숙했다. 일반적으로 클레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았다. 실은 몰랐다면 지어내야 겠지만. 그래도 그거라도 해야 했다.

클레프는 아이리스 옆으로 느리게 움직였고, 그 옆에 쭈그려 앉았을 때 뼈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이리스의 눈이 클레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눈은 흐리멍덩했다. 아이리스는 입을 열고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나온 거는 또 다른 썩은 담즙 한 무더기였다. 가까이에서 보니 그 곤죽 속에 분홍색 단단한 덩어리가 클레프 눈에 들어왔다.

“아이리스-” 아이리스의 시선이 클레프의 말을 끊었다. 공포와 고통의 뒤틀려 합쳐진 시선이었다. 클레프가 한숨을 쉬었다. “네가…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부르지 않을 거다.” 클레프는 선택을 했다. 클레프는 개새끼가 될 수도 있었다. 아니면 아이리스가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개새끼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난 여기 남아서 너랑 같이 이걸 헤쳐 나가야 겠다.”

클레프는 이 기분을 잘 알았다. 클레프는 혼자라는 기분을 잘 알았다.

클레프의 목에 응어리가 졌다. 위로해주려고 말을 하려할 때마다 목을 조여왔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어느 것도 도움이 안 될 텐데.

그리고 난 저들 모두가

그에게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

난 사과를 해야 하니까.

아이리스의 손가락 관절은 움켜쥐고 있는 변기만큼 하얘졌다. 관절들이 몸 전체가 떨리듯이 떨었으며, 복부 근육은 경련하고, 변기를 향해 헛구역질하며 악취를 토해냈다.

“전-”

“말하려 하지 마.” 클레프는 이제 무릎을 꿇었다. 한 손은 아이리스의 팔뚝 근처에 머물렀지만 감히 건드릴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지금부터 좀 심해질 테니까.”

아이리스는 변기에 침을 뱉으면서 코를 풀었다. 한 차례의 고통이 잦아들며 귀중한 약간의 순간을 벌어주었다. “왜-왜 여기 있는 거예요?”

클레프는 어깨를 으쓱하며, 열리지 않은 다른 약봉지가 더 있나 바닥을 훑어보며 말했다. “왜냐면 너에겐 도움이 필요하니깐, 꼬마야.”

“아뇨.” 아이리스가 쉰 소리를 냈다. 이미 벌개진 눈에 눈물이 비져나왔다. “왜 당신이 여-여기 있냐고요.”

머무르던 손이 마침내 아이리스의 팔뚝에 놓였다. 아이리스가 긴장했다. “애덤스가 널 찾더라고.”

“시발” 아이리스가 웅얼거렸다. 여전히 사력을 다해 변기의 가장자리를 붙잡고 있었다. “빌어먹을.” 갈라진 입술 사이로 침이 흘러 나왔다.

“말 한 번 잘했다.” 클레프도 중얼거리면서 검지손가락으로 떨어진 알약 한두 개를 아이리스로부터 떼어내도록 재빨리 떼어놨다. 어차피 아이리스가 더 이상 약을 신경쓸 틈이 있을까 싶었지만 말이다. “뭘 먹은 거야?”

아이리스의 손이 경련했다. 자살 기도를 하던 도중에 자살 방식에 대한 질문을 받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제… 제 생각엔 프로ㅍ-” 아이리스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위산과 약간 소화된 음식, 그리고 알약의 물결이 변기 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아이리스는 남은 것들을 입에서 뱉었다.

“프로프라놀롤?” 클레프가 손에 든 빈 봉지를 기울이며 혼잣말했다. “한 두 봉지로는 널 죽이기엔 부족한데.” 클레프는 저 먼 벽으로 약봉지를 던졌다.

“알려줘서 고맙네요.” 아이리스는 한 차례의 기침과 흘리는 침 사이에서 최대한 따갑게 말했다.

클레프는 잠시 조용히 있다가, 몸을 움직여서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앉는 자세로 바꾸었다. 그리고 자신이 말한 대로 그대로 머물렀다.

아이리스는 계속해서 토해냈다. 아아리스의 배가 주인이 섭취한 대부분의 독을 기어코 제거해내면서, 토할 때마다 그 양이 조금씩 줄어들고, 토하는 사이사이의 가라앉은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아이리스는 계속해서 헛구역질을 하면서, 자신의 배가 부디 지금쯤 멈춰졌으면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 세대처럼 느껴진 시간 끝에, 아이리스는 변기에서 몸을 일으키고 뒤에 있는 차가운 벽에 몸을 맡겼다. 클레프는 아이리스 옆에 앉도록 몸을 부스럭거렸고, 똑같은 벽에 머리를 기댔다. 땀이 아이리스의 이마와 입술에 흘러내려왔고, 여전히 턱에 매달려 있는 답즘과 피에 섞였다.

침묵이 잠시 동안 도래했다.

넌 인정해야 해

너는 선동자라고

말싸움에 매달리는 선동자.

“뭐에요?” 아이리스가 영원이 지나고 나서 말했다.

‘뭐’라는 건 뭔 말이야?” 클레프가 조소를 머금었고, 가슴에서 우르렁 소리가 났다. “시발 세상에나, 꼬마야, 방금 그건 뭐였어?”

아이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건 당장에 원하던 게 아니었다. 지금 이건 상상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대신, 아이리스는 여기에, 역겨운 상관과 함께 인생 최악의 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전-… 모르겠어요.”

클레프는 숨을 내쉬었다. 클레프의 떡 벌어진 가슴이 느리게 오르락내리락했다. “네 일을 다 설명해줄 필요는 없지만…” 클레프가 말을 흐렸다. 클레프에게 필요한 게 뭐였을까? 아이리스에게 필요한 건 뭘까? “널 돕고 싶다.”

아이리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살짝은 목을 메여했다. “절 돕고 싶다고요? 이미 충분해 해줬네요, 상관 씨.” 아이리스는 두 손가락으로 조롱하듯 경례했고 클레프의 얼굴을 피해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간절히 일어나고 싶었지만, 다리가 그대로 밑으로 쓰러질까 두려워 차마 일어나지를 못했다.

클레프는 잠시 지켜보았다. “자. 어느 순간 이걸 해결해야 할 거야.” 클레프가 약간 손짓을 해보았다. “이거 말이야. 하지만 당장은, 그냥… 앉아있자.”

아이리스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지만, 느리게 머리를 옆으로 돌려 클레프를 바라보았고, 변기의 바닥 부분에 발을 지탱하고 있으면서 무릎에 손을 올려놓았다. 아이리스가 클레프 보고 좆까라던가 꺼지라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고려하면, 클레프는 꽤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리스, 너-”

“아뇨, 닥쳐요. 당신 이런 거 잘 못하니까.” 아이리스는 바닥을 바라봤다.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여기 이 사람은 너무나도 쩨쩨해서 몇 달간 회의 하는 동안에 계속 아이리스를 놀리기만 했다. 이 남자는 자기 딸에 대해선 너무 방어적이라서 그저 아이리스를 겁주기 위해 무기 컬렉션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 그 남자가 여기 있었다. 아이리스를 찾으려고 나타났다.

클레프의 긴장된 입꼬리가 약간의 미소를 띠며 올라갔다. 악의적이지도, 너무 나긋나긋하지도 않았고, 몇 년동안 저 미소를 묘사하던 어떤 수식어도 붙일 수 없었다. 그냥 안도의 미소였다. “좋아.”

그렇게 조용히 앉아있자고 클레프는 생각했다. 클레프는 자기 자신과 메리에 대해 생각했다. 클레프와 분에 넘치는 딸. 그리고 메리에게는 더 나은 것이 필요했다. 수녀 분들과 함께 지내게 내버려두고, 이젠 남은 인생을 이 짜증나는 공간에 가둬버렸음에도 코빼기도 비추지 않는 아버지보다 나은 것이 필요했다. 만약에 아이리스가 그런 존재라면, 클레프는 저 둘이 있도록 내버려 뒀을 것이다.

그리고 클레프는 아이리스를 생각했다. 일상에서 뜯겨져 나온 꼬마에 불과했다. 대체적으론 행복한 삶이었을 것이다. 부모님, 친구들, 가족. 이제 이 애한테 뭐가 있지?

자리에 앉아있으면서, 클레프는 몸을 움직였다. “잠시 실례.”

아이리스의 어깨가 본능적으로 긴장했다. 클레프의 호스 같은 팔이 아이리스의 어깨에 놓였고, 울퉁불퉁한 손이 아이리스의 팔에 얹어졌다. 이렇게 붙어있는 건 어색했다. 특히 클레프에게서 받기엔 낯선 종류였다. 아이리스는 클레프를 떨쳐내고 벽을 쌓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이미 늦어버렸다.

아이리스가 머리를 벽에 찧었고, 클레프의 품 안에서 살짝 꿈틀거렸다. 그렇게 둘이 앉아있었다. 형광등이 들어온 화장실의 림보에서, 오후가 밤으로 끌려가는 동안에.

그 끝에서, 클레프가 침묵에서 빠져나왔다. “이 약은 어디서 구한 거냐, 아이리스?” 클레프의 따뜻한 손가락이 아이리스의 땀에 젖은 피부를 얌전하게 두드렸다.

“의무실에서요.”

“언제?”

아이리스는 잠시 얼굴을 찌푸렸다. “며칠 전에 검진 받으러 갈 때요.”

클레프는 대답으로 앓는 소리를 냈다. 잠시 긴장된 침묵의 순간이 흘렀다. “왜인지 물어봐도 될까?”

“알 필요 없다면서요.”

“거짓말이야. 어이, 꼬마, 어찌 됐든 다른 사람에게 얘기를 해봐야 할 거야. 그리고 어떤 박사는 널 폐쇄병동에 넣을 생각을 하지 않거든.” 이 밀착 속에서 아이리스는 클레프의 거친 숨소리와 얼굴 위로 부는 퀴퀴한 호흡을 느꼈다.

아이리스는 한숨을 쉬었다. 아이리스는 클레프의 감정적인 손아귀와 물리적인 손아귀에 잡혀버렸다. “전… 당신은 어-어떤 기분인지 알잖아요. 특-특무부대나, 그-그냥 모든 것들이 정말 어떤지.” 지난 십 몇 분간 평정심을 되찾던 아이리스는 다시 조금씩 무너져갔다. 아이리스는 말을 더듬거렸다. 감정이 의문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때면 괜찮다고 보이기가 쉬운 법이다.

클레프는 그저 아이리스를 꽉 안아줬다. 아이리스는 위로해주려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나름의 방식대로 위로가 되기는 했다.

“모든 게 다요, 클레프. 그냥 모든 게요.” 클레프는 눈의 한 구석에서 보는 시선을 아이리스에게 고정했지만, 아이리스가 세운 벽까지 몰아붙이지는 않으려고 주의했다. “알파-9, 이 좆같은 곳에서 사는 거, 그 빌어먹을 친구 하나도 없는 거.” 말이 쏟아져 흘러나왔다. “그 좆같은 사진에 제 손을 넣을 수 있다는 이유로 갇혀가지고, 다른 SCP들이 퇴역당하는 걸 봐야하면서도, 여기에 영원히 있어야 한다는 걸 자각하는 거까지. 모든 게요.”

말이 입에서 터져나옴과 거의 동시에 아이리스에게서 눈물이 비져나왔다. 클레프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너무 신경 쓰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그건 소중한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쓸 것이었다. 어쩌면 클레프의 마음속에 사람 한 명 더 들일 공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리스는 순종적이다. 아이리스는 충성한다. 아이리스는 든든한 사람이었다. 이런 모습의 아이리스를 보는 건 불안했다. 이건 무서웠다. 클레프는 왜 아무도 이런 신호를 못 봤는지 답답했다.

클레프는 어째서 자기가 신호를 보지 못했는지 답답했다.

부성애가 클레프를 덮쳤다. 클레프의 손이 아이리스의 어깨를 더 강하게 움켜쥐고, 클레프의 다른 손이 아이리스의 등을 감싸 부드럽게 아이리스를 클레프의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아이리스의 얼굴이 끔찍한 셔츠의 풀린 버튼에 눌렸다. 불편했지만, 절박한 순간에서만 느껴지는 만큼은 편안했다.

아이리스는 얽힌 팔다리 속에 아무렇게나 앉아있었고, 머리는 수염이 듬성듬성한 턱 아래 놓였으며, 머리카락은 거칠고 까칠한 수염에 걸렸다. 아이리스의 감각이 폭주했다. 토사물과 담즙의 악취와 미각이 아직도 남아, 분명 8년은 벽장에서 박혀있는 듯한 셔츠의 냄새, 그리고 식은 땀냄새와 섞였다.

이 사이에서, 아이리스는 울었다.

“나도 알아.” 아이리스는 클레프의 가슴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자신의 귀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아이리스의 목이 메였다. “아뇨, 당신은 몰라요 .” 아이리스는 말을 뱉어냈지만. 색색거리는 소리는 줄었다. “아-아무도 몰라요 .” 아이리스는 셔츠에 대고 숨을 마구 내쉬었다.

클레프는 알았다.

그리고 클레프는 자기가 또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도 알았다. 클레프는 이미 한 아이의 인생을 작살냈다. 물론 자신의 딸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젠 또 저질러버렸다는 자각이 떠올랐다. 다 자기 때문이었다.

클레프의 목젖이 차오르는 감정을 삼키면서 꿀꺽 움직였다. 말없이 클레프의 손이 아이리스의 뒷머리에 자리를 잡았고,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클레프가 바로잡아야 했다.

스스로를 몰아붙였어.

스스로를 몰아붙였어.

일어났을 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클레프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클레프는 형편없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부츠가 그의 허벅지를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애덤스가 또 다시 클레프 앞에 서서 그를 내려다보았고, 클레프는 그만큼 올려다보려고 고개를 길게 빼었다. 얼마나 오랫동안인지도 모를 시간 동안 벽에 기댄 바람에 모든 골반이 항의하는 것에 클레프는 신음소리를 흘렸다.

“클레프.” 애덤스가 할 말을 찾으면서 입술이 오므려졌다. “여기서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클레프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이리스가 여전히 팔 안에 느슨하게 잡힌 채, 머리는 턱 밑에 있고, 팔은 열려 있었다. 잠든 채였다.

클레프는 다시 올려다보면서 씁쓸한 미소를 슬슬 지어보였다. “눈이 있으면 주변을 좀 보고 그러지 그러냐.”

그리고 이제야 처음으로 애덤스는 보았다. 클레프가 본 모든 것을 보았고, 상황을 다 맞춰 보았다. “시발”

“정확한 반응이야.”

“클레프, 이게 무슨 시발 .” 오므려진 입술이 사라지고 공포에 질린 표정이 대신 나타났다. “얘는-” 애덤스의 사지가 잠깐 갈 곳을 몰라하다가, 목소리는 속삭임 비슷하게 바뀌었다. “괜찮아요?”

클레프는 살짝 움직이면서, ‘당신 의견은 어때?’라 묻듯이 아이리스의 위치를 옮겼다. “곧.”

애덤스는 이미 많은 것들을 따지고 있었다. “이건 보고 해야겠어요. 씨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 나는 거라도 있어요? 분명 정신과에 보내겠죠. 제기랄. 제기랄. 빌어먹을 알파-9이 무너져 내리겠군요. 이런 개같은. 씨발.”

“애덤스.” 클래프가 신음을 흘리며 제동을 걸었고, 애덤스의 폭주하던 생각이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춰섰다.

“네?”

“시발 좀 닥쳐.”

“이해를 못 하셨나 본데요, 이거면 당장 모든 것이 빌어먹을 시궁창에-”

“그래, 나도 알아, 그냥,” 아이리스가 깨는 동안 클레프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잠깐 시간을 주자고. 그 개소리가 시작되기 전에.”

애덤스의 시선은 클레프에서 SCP이자 클레프 품에 안긴 소녀에게로, 그리고 다시 클레프에게로 옮겨졌다. “좋아요.”

“좋아.” 클레프가 힘주어 말하면서 아이리스의 등을 토닥여줬다. “다 괜찮아질 거야.”

그건 고문이야,

방 안에 갇혀 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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