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듐 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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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10일
제21K기지 MTF 람다-92 사령관 집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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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런 한여름에 뭔 할 일이 있다고 나를 부르는 거야…"

기동특무부대 람다-92 ("셔터 찬스")의 직속 현장 요원 정세검은 사령관 집무실 앞에서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에게 7월이란 달은 덥고 습한 최악의 달이었고, 그녀에게 10일이란 날은 휴가가 끝나는 최악의 날이었다. 특히 이렇게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은 더더욱 업무하기에 좋은 날이 아니었다.

"… 그래. 충분히 쉬었잖아. 이제 또 일 할 때가 됐지."

세검은 한숨을 크게 내쉰 뒤, 회색 문의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 그렇게나 일하기가 싫은 거야? 그런 식으로 크게 한숨을 쉬는 사람은 처음 보는데."

문 너머로 오른발을 채 딛기도 전에, 각 잡힌 제복을 입은 슈판다우 사령관 특유의 권위적이면서도 시니컬한 목소리가 세검의 고막을 찔렀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 휴가도 이미 다 지났는데, 일을 해야지 뭘 해야 하겠나요…?" 세검의 목소리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괜찮아. 휴가 끝난 바로 그 날부터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얼마 없으니까. 특히 우리처럼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슈판다우의 말에 세검은 당황한 기색을 풀고 짝다리로 서서 질문했다. "그래서 부르신 이유는 뭔가요?"

세검의 질문에 슈판다우는 대답 대신 서랍에서 사진을 하나 꺼냈다. "아, 이 물건 때문에 불렀어."

정세검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선 몸을 기울여 사진에 담겨 있는 물체를 보았다. 둥그런 차체 전면, 그와 대비되는 이질적으로 각진 포탑, 그리고 오른쪽 흙받이에 작게 그려진 삼색 삼각형 모양의 휘장을 볼 수 있었다.

"그냥 탱크네요." 정세검이 별것 아니라는 듯 짧게 대답했다.

"맞긴 해. 3년 전쯤에 크라우스-마페이 베그만 사의 시제품을 기반으로 람다-92가 1987년에 도입했던 구형 M48A3K 전차를 개수한 현대화형이야. 흔히 슈퍼 M48이라 부르지."

"예. 예." 세검은 속으로 비웃음을 삼키며 대답했다. 40년이 다 되어 가는 고물 전차에다가 살짝 더 강한 대포와 살짝 더 두꺼운 장갑을 달아 놓고선 이름에 "슈퍼"라는 단어를 붙였다는 사실은 전차병이 아닌 그녀가 보더라도 상당히 웃기는 일이었다.

"몇 년 전에 그 전차들 중 하나를 도난당한 일이 있었어. 철통같은 경비를 뚫고서 말이야." 슈판다우가 사진을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그동안 행방을 계속 추적하고 있었는데, 최신 정보에 따르면 그걸 훔쳐간 놈이 바로 그 검은 여왕이라고 그러네."

검은 여왕. 그 두 단어에 반쯤 감겨 있던 정세검의 눈이 확 떠졌다. 재단에 적대적인 신출귀몰한 요주의 인물, 그런 사람이 자신이 일하는 이 곳에 왔었다는 것이다. 만약 검은 여왕을 잡을 수만, 그럴 수만 있다면 — 휴가 연장은 기본에다가 — 승진은 당연하고 은퇴 후에 톡톡한 연금을 받으며 여가를 즐기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어디로 가야 잡을 수 있죠?" 정세검이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쿠르트 슈판다우를 불사를 만큼 큰 불꽃을 튀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 그녀의 눈빛에 부담감을 느꼈는지, 슈판다우는 세검의 시선을 피해 뒤돌아 서서 말했다.

"사건 1606 관악 제3. 알고 있어?"

"일어난 지 10년도 넘은 사건을 제가 어떻게 알겠나요. 대충 관악구에서 일어난 깽판이란 거 말고는 모릅니다. 그 녹두인가 하는 동네 아직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세검이 퉁명스레 답했다.

"그럼 사건 자체는 몰라도 어디서 일어난 사건인지는 안다는 거네. 최근에 그곳에서 전차 도난 사건의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굉장히 유사한 인물이 포착됐어. 거기서부터 조사해 봐. 필요한 자료는 여기 있어." 슈판다우는 서랍에서 갈색 봉투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야 잠깐." 정세검이 말 없이 봉투와 사진을 챙겨 나가려는 순간, 슈판다우가 잠시 그녀를 멈춰 세우곤 말했다. "그… 니가 대단한 사람인 건 알겠는데, 상급자를 대하는 것 치고는 태도가 꽤 불량하다?"

"아이고,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나으리." 정세검은 90°로 고개를 숙이며 비꼬는 투로 내뱉고는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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