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 관한 몇가지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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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금 어두운 방 안 구석에 자신의 조그만 몸을 말고 기대어 있다.

방 안의 불은 일부러 켜지 않았다. 그러는 게 왠지 안심이 될 것 같았다.

문 너머로 시끄러운 다툼 소리가 들려온다. 끔찍한 말들이 오고간다.

'다 들리는데.'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그녀가 아무 생각없이 내뱉은 "웩" 한 마디 때문에 세 시간 동안 그녀를 앉히고 설교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사실 세 시간이 아니라 한 시간이었지만 그녀가 느끼기로는 세 시간이었다.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가만히 기억을 더듬다 보니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어느 날부터 그녀에게 말하기 시작했던 온갖 괴상한 얘기들을 떠올린다.

그 얘기들은 일전의 그 설교보다 몇 배는 지루했다.

그녀는 그 얘기들의 거의 대부분을 흘려들었다. 그녀가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마다 어머니는 눈을 부라리며 그녀의 어깨를 우악스럽게 잡아 흔들며 호통쳤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나왔던 몇 개의 단어들은 기억한다.

넬케? 이온? 교단? 얄바디오트? 그녀는 그것들마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 단어들이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겠다. 검색해도 나오질 않았다.

그녀는 좀 짜증나는 때도 있었지만 자신의 어머니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본인이 했던 말들을 그녀가 똑바로 읊지 못할 때마다 내질렀던 날서린 호통들을 기억할 때면 그녀는 눈 언저리가 뜨거워지고 입술 사이로 울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느낀다.

그녀는 어느 날부터 끝없이 이어져오던 부모님의 말다툼들과 차가운 침묵과 폭력들을 기억한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눈물이 뜨거웠다. 그녀는 원래 잘 울지 않는다.

문 너머에서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그녀는 몸을 더 작게 말고 어머니가 자신을 보고 웃어주던 기억을 떠올린다.

문 너머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울기 시작한다.

머리를 더 깊숙히 파묻고 그녀는 모든 게 끝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녀는 이게 시작일 뿐이라는 걸 안다.


그는 오늘도 열 페이지 이상을 쓰지 못 했다.

그의 위대한 신과 성인들, 그분들을 섬기는 종복들과 그분들께 바쳐지는 영광에 대한 경전 말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그는 그 임무에 적임자는 자신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할당된 임무를 충족시키지 못한 자신을 벌하기 위해 오늘도 자로 자신의 은밀한 곳을 때린다.

그는 이 임무의 첫 시작부터 자신의 목표를 하루에 경전의 열 페이지 이상을 쓰는 것으로 정했다. 그리고 목표량을 채우지 못한 하루의 마지막마다 자신을 벌하기로.

그는 이 목표를 한 번도 충족시킨 적이 없다.

그는 그가 마침내 이 경전을 완성해 세상에 내놓을 때를 상상해 본다. 그를 멸시하고, 업신여기고, 미쳤다고 했던 자들은 그가 자신들의 옆을 지나갈 때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서둘러 그를 지나쳐 갈 것이다. 로이스도 돌아올 것이다. 어쩌면, 어쩌면 마침내 그의 신이 자신을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만은 역사의 어둠 속으로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성인으로 기억되어 신실한 자들의 입에 영원히 오르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위대하고 거룩한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을 속죄하고 벌하는 것이 필요했다.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그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보낸 사람이다. 그는 문을 한 번도 열어준 적이 없다.

그는 요새 점점 더 고통을 느끼기가 힘들어진다. 이래서는 경전을 완성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을 벌할 방법으로 다른 것을 생각한다.

자보다 더 나은 도구를.


그는 요즘 들어 그가 살고 있는 이 커다란 저택과 그를 사랑해 마지않는 자신의 가족들이 점점 싫어진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저택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저택 안은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충분히 넖고, 그가 바깥 세상의 그릇된 관념에 감화되지 않을 정도로 성숙하지 못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바깥의 아이들이 학교라는 곳에서 교육 받는 것들을 그 저택 안에서 배우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교육 과정을 습득해가고 있다고 하셨다. 그의 아버지는 그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셨다.

그리고 그는 그가 살아가면서 믿고 의지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지도 배웠다. 그는 이런 격언을 교육 받으면서 자주 들었다. "욕망은 만물의 척도이다. 도덕의 사슬에 매여있어선 안된다. 하고 싶은 이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어머니는 항상 이 말을 명심할 것을 강조하셨다.

그의 생각에 바깥의 아이들은 이런 것들을 배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냥 그럴 것 같았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더 크게 되면 그에게 지하실을 보여줄 것이라고 하셨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신에게 충실하는 방법과 내면의 욕구를 표출하고 다루는 법을 배울 것이라고 하셨다. 타인의 육체를 다루는 마법을 가르쳐줄 것이라고 하셨다.

'마법'이란 단어가 그의 흥미를 동하게 하기는 했지만, 아버지의 이러한 단어 선택은 그의 이런 반응을 유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그 '마법'은 그의 생각만큼 유쾌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따금씩 목재 바닥 아래에서 사람의 비명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자 목소리일 때도 있었고, 남자 목소리일 때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지하실이 무서웠고, 그의 나이가 지하실로 가야 할 때까지 차기 전에 이 저택 밖으로, 다른 아이들이 사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그는 학교라는 곳을 다니고 싶었다. 그곳엔 그와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잔뜩 있을 것이다.

어제 어머니는 식탁에서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이상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이 저택에는 창문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바깥 세상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저 학교라는 곳을 끊임없이 상상해볼 뿐이었다. 그는 자신은 똑똑하니까 그곳에 가면 틀림없이 독보적인 아이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왜인지 더 이상 점점 견디기 힘들어졌다. 이 저택과, 가족과, 교육과, 공포와, 불안을.

바깥에 대한 갈망을.

그는 자신이 끝내 바깥으로 뛰쳐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결국엔 지하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그가 파묻혀 있는 것들을 뿌리치고 뛰쳐나갈 용기가 없었다.

결국 그는 그 격언을 따르지 못하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그를 부른다. 가봐야 한다.


그들은 멍하니 앉아서 자신의 선택과 운명과 그들의 신에 대해 생각한다.

얼굴을 손으로 감싼다. 조용히 흐느낀다.

그리고 들을 수 있다…

…스스로의 비명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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