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거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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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어머니의 숲"에서 살'았'던 벌레들의 이야기…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뭐, 반응이 안 좋으면 후속작은 고사하고 이것도 잊혀지겠지만요. 오늘은 어떤 한 거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종은 어째선지 알 수가 없지만… 뭐 몰라도 상관 없겠죠.

이 거미는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너무도 평범했거든요. 물론, 거미가 인간보다 똑똑한 거면 이미 충분히 비범하지만, 여긴 "어머니의 숲"이니까요.

그래서 그는 "어머니"를 찾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느 순간 이 숲에 나타나 모든 벌레들에게 비범한 능력을 준 그분을요. 물론 그의 친구들은 전부 그를 말렸습니다. 하긴, 서식지에서 10미터만 벗어나도 엄청 위험해지는 이 숲을 몇 킬로미터를 거쳐가 중심까지 간다고 하는 그가 당연히 미친 걸로 보였겠죠.

하지만 기어코 그는 도착하고야 말았습니다. 온갖 위험한 것들을 전부 지나쳐가서요. 한… 스무 번은 죽을 뻔 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는 "어머니"의 앞에 섰습니다. 아 거미니까 서고 앉고가 없으려나요? 사실 그는 그 때 "어머니"를 살아생전에 처음 뵙는 거였지만, 그 아름다운, 이 숲의 벌레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그 모습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존재가 "어머니"란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었죠.

"어머니"는 그에게 왜 이곳에 왔는지를 여쭤보셨습니다. 그리고 그는 즉각 대답했죠. 자신이 너무 평범하다고. 그래서 특별해지고 싶다고. 그러니 자신에게 인간들이 초능력이라 부르는 특별한 능력을 달라고요.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그에게는 이미 거미로 태어나 인간보다도 똑똑하면 충분히 특별한게 아니냐며, 만약에 진짜로 평범하다 해도 이 세상에 태어나 누구에게 사랑을 받으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라고 대답하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힘은 "어머니" 자신도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거미 자신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충고도 덧붙여서요.

하지만 그는 "어머니"의 충고를 제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욕심많은 거미는 겨우 그 따위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며, 자신은 인간들이 초능력이라 말하는 그것을 얻고 싶다고 소리쳤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그의 소원대로 그에게 인간들이 흔히 초능력, 혹은 어딘가에선 변칙성이라 부르는 특별한 것을 그에게 부여해주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손에서 아주 밝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뿜어내 그에게 넣어주셨습니다.

이 힘은 "어머니"도 예측이 불가능한 힘이기 때문에, 처음엔 그 거미에게 어떤 변칙성이 생긴 것인지 둘 모두 몰랐습니다. 그리고 거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온갖 초능력들을 사용하려 해보았죠. 여기서 전부 말하자면 한참 걸릴 정도로 많은 초능력들을, 반나절 동안이나 사용하려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반나절 동안 자신이 온갖 초능력들을 사용해 보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는 자신의 변칙성이 무엇인지 알지를 못하였습니다. "어머니"께 따져도 봤지만, 어머니 자신도 예측이 불가능한 힘인데 어찌 아시겠나요. 그렇게 좌절하던 그의 머릿속에 시도해보지 않은 딱 하나, 변신능력이 떠올랐습니다. 거미는 진작 이를 시험해보지 않은 자신에게 약간의 욕을 하며 나무로 변하는 것을 시도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거미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다리가 여덟 개 달리고 몸길이가 3cm 가량이며, 눈이 여러 개 달려 있으며 걸어다니면서 작은 곤충을 먹고 다니는 나무가요. 처음에 그는 자신의 모습이 바뀌지 않은 것을 보고 어머니가 자신에게 그 어떠한 변칙성도 부여하지 않았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곤 "어머니"께 따지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순간 나무는 움직일 수 없는데 그는 지금 움직이고 있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모습은 절대 다른 나무들과 같은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곤 잠시 자신이 원래 나무였는지 혼란스러워 했습니다. 그렇게 또 다시 반나절이 지나고, 그는 혼란 끝에 자신에게 뭔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알았습니다.

그는 정체성이 나무가 된 것입니다. 그는 이런 특별한 것이 자신이 원하던 거라며, "어머니"께 감사 인사를 하고 다시 서식지로 길을 떠났습니다. 자신의 원래 정체성이 뭐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건 서식지로 돌아가 자신과 함께 살던 친구들이 무엇인지만 알면 되니 별로 신경쓰지는 않았습니다.

서식지로 돌아가는 것은 간단했습니다. 아무리 거미랑 똑같이 생기고 행동해도 쇠구슬에 관심을 가질 건 없을 테니까요. 뭐, 가끔 쇠를 먹는 벌레들이 다가왔었던 것 같긴 하지만요.

어쨌든, 그는 그렇게 자신의 서식지로 돌아와 친구들을 보고 다시 거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친구들은 그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는 그의 형제들도요.

그는 이상해했죠. 자기 친구들이 자기가 겨우 일주일 동안 없었다고 자기를 잊어버릴 거미가 아니었을 텐데요.

그는 처음엔 그냥 좋은 초능력을 얻고 무사히 돌아온 걸 축하하기 위해 장난을 치는 걸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곤 장난은 그만 치고 축하할거면 축하하라고 했으나, 그럼에도 친구들은 그를 처음 본다는 눈치였습니다. 왜 친구들이 자신을 못 알아보나 생각했던 그 때, 거미의 머릿속에 "어머니"께서 하셨던 충고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이 힘은 나도 예측이 불가능해 너에게 고통을 주는 힘이 부여될지도 모른단다. 그래도 꼭 그런 초능력을 얻어야겠니?"

거미가 얻은 변칙성은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는 것만 있었던게 아니었던 겁니다. 그는 다른 이들이 자신을 점차 잊게 되는 변칙성도 얻었던 겁니다.

그는 계속 자신의 친구들에게 자신이 누군지 알려줬지만, 아무리 알려주고 알려줘도 잠시 후엔 바로 그를 잊어버렸습니다.

결국 그는 다시 "어머니"께로 떠났습니다. 아무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면 아무리 특별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 차라리 평범하더라도 누군가 자신을 기억해주는 삶이 더 낫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당연하게도 "어머니"는 그를 기억하시지 못하셨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있던 일을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자신을 원래대로 되돌려 달라고 부탁했으나, "어머니"에게서는 그 힘은 이미 그의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대답만이 되돌아왔습니다.

그는 절망했습니다. 자신을 아무도 기억해줄 수 없다니. 그렇게 그는 넋을 놓은 채로 3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어머니도, 다른 것들도, 모든 것들이 그를 잊었습니다.

그렇게 3일이 지난 후, 그는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친구들이 자신을 잊었다 해도, 잊을 때마다 계속 자신에 대해 알려주면 된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거미는 결국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그의 집은 그의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의 변칙성은 그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거였거든요. 그렇게, 그 거미는 자신이 무엇이었는지 완전히 잊어버렸습니다. 또한, 자신의 정체성도 망각했습니다. 그가 그 자신에 대해 기억하는 것은 딱 하나, 자신의 변칙성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진짜 정체성도, 자신에 대한 기억도 잃은 채로 외톨이가 되어 숲을 떠돌아다니며 여러 벌레들을 만났습니다. 자신이 무엇인지도 기억하지 못 하는 그를 본 벌레들은 대부분 그를 불쌍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파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를 놀려대기에 바빴죠. 물론, 그 파리는 그에게 순식간에 찢겨 죽었습니다.

여치도 그를 불쌍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은 그의 욕심 때문이라고, 전부 자업자득이라고 그를 매도했습니다. 거미는 자신에 대해 뭘 안다고, 자신도 자신을 모르는데 만난 적도 없던 여치가 어떻게 자신에 대해 아냐고 화를 냈습니다.

하지만 그 여치는 그 거미를 본 적이 없음에도, 그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여치는 그에게 그에 대한 것들을 전부 알려줬습니다.

그 거미는 자신에 대해 알고는 절망했습니다. 그리곤 그 여치에게 물었죠. 되돌릴 방법은 없느냐고, 평범해도 모두가 자신을 기억하는게 아무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특별한 것보다 낫다며요.

처음에 여치는 그가 싫었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살게 둘 생각을 했지만, 그가 조금은 불쌍하게 보여 그에게 조언을 했습니다. 숲에서 나가라고. 숲 밖에 사는 인간 중엔 그를 다시 원래대로 평범하게 돌릴 수 있는 인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거기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경고까지 덧붙여서요.

하지만 거미에겐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숲의 밖으로 나가는 것을 택했습니다. 죽는다 해도 자신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하다 죽는 것이 영원히 아무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심지어 자신조차도 자신이 뭔지도 모른 채 생지옥을 살아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서요.

그리고 그는 지금도 이 세계를 돌아다닙니다. 이젠 다시 자신이 뭔지 잊었지만, 여치의 말을 잊지 않고, 그가 뭐였는지를 찾기 위해, 아직도 이 세계를 배회합니다.


…..후, 드디어 제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났군요. 뭐, 좀 지루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이야기, 맘에 드셨나요? 맘에 드셨다면, 다음 이야기도 기다려주세요. 다음은 이번 거미와 마찬가지로 "어머니의 숲"에서 살았던 꼽등이들 이야기입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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