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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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그 메시지 받았나?” 다급한 목소리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말했다. “받았네, 베일. 그런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이해가 안 가는군. 거기다가 메시지도 너무 간략하고. 자네 혹시 아나?” “다른 둘은 대회의실에 벌써 가있네. 우리도 빨리 가지. 수석위원은 정보통이 우리보다야 빠르겠지.” 두 남자는 허겁지겁 복도를 달려 거대한 문 하나를 열어젖히고 들어갔다. 쿵, 하고 육중한 문이 닫히는 소리를 뒤로 하고, 두 남자는 숨을 헐떡거리며 방에 이미 앉아있던 두 남자에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방 안쪽의 의자에 앉아있던 남자가 책상에 손을 올려놓으며 천천히 말했다. “넷 모두 모였으니 회의를 시작하지. 안건은… 제119기지 관리자에 대한 긴급임시권한정지 및 지위박탈안일세. 이제…….” 그 때 아직도 숨을 헐떡거리는 남자가 말을 끊고 물었다. “야곱, 자네의 메시지를 받고 달려왔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관리자가 도시 하나를 핵으로 날려버리려고 한다니?”
말을 시작했던 남자가 자기 앞에 놓여있던 종이 한 장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ALKANE에 위치한 SCP 지하 격리소에서 오늘 격리실패 사태 발생함. 이에 따라 표준 대처 조치를 수행함과 동시에 경비대를 119기지에서 급파. 그러나 경비대가 수습에 실패. CB-T1 상황 발생. 표준 대처 조치로 해결 불가. ALKANE에 전술핵 사용 준비. 현재 시각 9:55 pm.”

“지금이…10시 3분이니까 아직 발사까지는 한참 남았겠군.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경비대가 실패했다고 바로 핵을 날려? MTF는 어디다 두고? 아니면 지하에 있는 격리소니까 봉쇄해놓고 나중에 전술 작전하면 되는 거 아닌가? 관리자가 미친 거 아닌가? 야곱, 뭐가 어찌 돌아가는 거야?”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여기 모인 거 아닌가, 스티브. 관리자의 권한을 날려버리고 우리가 상황을 통제해야 하니까. 어떻게 생각하나, 프레드?”

야곱의 왼편에 앉아 있던 뚱뚱한 남자가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글쎄, 내 생각에는, 미안하지만 야곱 자네가 너무 지나치게 과잉반응하는 것 같군. 우리가 직접 노마를 관리자로 선출한 것 아닌가. 노마도 우리가 연락을 해서 말을 하면 바로 그대로 따를 거야. 나는 연락도 한번안하고 이런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네만.”

“그래, 프레드 말에도 일리가 있어, 우리 한 번 노마에게 직접 연락을 해보는 게 어떤가-“

그 때 회의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네 남자의 눈이 문에 꽂혔고, 거기에는 왼손에는 서류 가방을, 오른손에는 권총을 든 요원이 서있었다. 요원이 방을 한번 쭉 둘러보더니, 서류 가방을 회의실의 책상에 올려놓고 말을 시작했다. “기지 관리자의 명령입니다. 지금 즉시 최고직무위원 넷을 대회의실에 배치하여 기지 관리자의 명령을 최우선으로 시행하게 할 것. 대회의실에 직무위원이 도착하는 즉시 기지 관리자의 직간접적 지시 하에 업무를 수행하게 할 것.”

요원이 말을 끝내자, 스티브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일어서려 했다. “도대체 무슨 소리지? 자네 우리가 누군지나 알고 이러는 건가? 우린 최고직무위원일세! 이 기지의 관리자를 선출한 사람들이고 자네 상관의 까마득한 상관이라고! 그런데 도대체 자네가 뭐라고 지금-“ 스티브가 요원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 손가락으로 요원의 어깨를 찌르며 소리 질렀다. “지금 이건 명백히 우리의 업무를 방해하는 거고, 지금 당장 자네 모가지하고 자네 상관 모가지까지 날려버릴 수 있는 사안이야. 당장 안 꺼지면-“

스티브가 기겁을 하며 펄쩍 뛰었다. 요원이 손에 들고 있던 총의 총구를 스티브의 가슴팍에 갖다 댔기 때문이다. “지, 지금 이건 또 뭐하는 짓인가?” 다른 셋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경악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뒤로 물러섰다. 요원이 천천히 말했다. “기지 관리자에게서 부여받은 권한으로, 저는 지시에 따르지 않는 모든 인원을 제압하거나 사살할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즉시 명령에 따라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의 현 지위가 무엇이든 간에-“ 그 때 총소리가 한 방 울리고 요원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세 사람의 눈길이 모두 야곱에게 쏠렸다. 야곱이 손을 살짝 떨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총을 떨어뜨렸다.

“맙소사, 야곱! 자네 이게 무슨 짓인가? 지금 요원을 살해했어! 이건……”

야곱이 벽으로 다가가 버튼 하나를 눌렀다. 회의실의 문이 잠기는 소리와 함께 스피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비상 보안 조치 이행됨. 직통 회선 이외 모든 통신 차단됨. 모든 인원의 출입 금지 실시.” 야곱이 회의실 문의 손잡이를 흔들어보며 잠겼는지 확인해보며 말했다. “스티브, 자네가 말한 대로, 이 망할 총잡이 놈은 우리의 업무를 방해한 것도 모자라서는, 이제는 기지 관리자의 명령을 수행하지 않으면 우리를 죽여 버리겠다는 소리를 했네. 이게 의미하는 게 뭐겠나? 노마가 미쳤다는 증거가 아니면? 지금 당장 절차를 진행해야 하네. 지금 당장!”

스티브와 베일의 눈이 천천히 마주쳤다. 그들이 머뭇거리며 책상에 놓여 있는 컴퓨터에 손을 뻗었을 때, 프레드가 소리쳤다. “잠깐! 자네들 지금 말도 안 되는 결정을 내리려는 거야. 신중하게 생각을 해보게. 노마는 우리 넷 모두의 동의 아래 선출됐네. 그렇다면, 우리가 선출한 그 노마가 도시 하나를 핵으로 쓸어버리고 3만 명을 죽여 버릴 미치광이라고 인정하게 되면, 우리에게 책임이 돌아올 게 당연지사 아니겠나? O5가 우리를 가만 두겠나? 거기다가, 자네 3년간 노마가 얼마나 위기를 잘 대처하는지 봤잖나. 그런 그가 난데없이 미쳤다는 게 말이 되나? 최소한 연락이라도 해 보는 게 현명한 처사일세!”

야곱이 이를 뿌드득 갈더니,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참으로 대단하시구만! 노벨 평화상은 받고도 남겠어! 지금 똑똑히 보지 않았나? 우리를 잡아다가 회의실에 처넣고 자기 말에 안 따르면 죽여 버리라고 요원을 보냈지 않나! 그게 우리를 무시하는 처사고, 지금 당장 우리가 나서야 할 상황이 아니면 뭔가? 베일, 스티브, 어떻게 생각하나?”

베일이 턱을 손으로 쓸더니 말했다. “글쎄…..난 잘 모르겠군. 그러나 한 사람의 결정보다야 네 사람의 결정이 낫다는 건 상식이지. 그리고 설령 프레드 자네의 생각대로 모든 상황이 통제 하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이렇게 우리 최고직무위원을 무시하는 처사는 좀 거슬리는데. 그러니까 뭐라 할까…..힘의 역학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나 할까….?”

야곱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훌륭한 말일세. 아주 정확한 말이고말고. 스티브 자네는 물론 동의하겠지? 그럼 이제 프레드, 그만 고집을 꺾는 게 어떻겠나? 신중한 건 좋은 거지만, 너무 신중하면 우유부단함에 불과하다는 건…….”

프레드가 야곱의 말을 끊었다. “그래, 물론 그렇겠지. 그러나 생각해보게. 하다못해 일반적인 징계절차에서도 우리는 피징계인의 항변을 듣네. 정직을 때리는 경우에도! 그런데 이 중대한 탄핵이라는 징계에서 관리자의 말은 한마디도 안 듣는다고? 자네들, 생각을 해보게. 내 전직 변호사로서 말하건대, 이건 절차상 하자가 분명하네. 그리고 또 지금 이유가 어찌되었건 요원 하나가 죽었네. 이 일을 이용해서 노마가 거꾸로 우리를 쓰러뜨릴 수도 있네. 하다못해 죽은 요원 일을 덮기 위해서라도 노마에게 연락을 해야 하지 않겠나?”

“글쎄, 그 말도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스티브가 우물거렸다.

“이런 빌어먹을. 이러다간 아무 결론도 못 내리겠군. 이제 그만 집어치우고 다수결로 의견을 모으지. 탄핵에 찬성하는 쪽은-“

“야곱, 제발. 이제 그만 좀 하게. 난 자네를 15년을 알고 지냈네. 자네가 왜 그러는지도 알고 있어. 그…전쟁 때문에 이러는 거지? 안 그런가?”

“입 다물게, 프레드. 건너지 않는 게 좋은 선이 있는 법이야.”

“다 이해하네, 야곱. 자네 부모님이 히로시마에서 그렇게 목숨을 잃었으니, 핵에 대해 반감도 있을 테고, 알케인에서 죽게 될 사람들을 떠올리면 자네 부모님도 떠오를 테고, 아마 노마의 조치가 전체주의적이라는 생각도 들겠지. 거기다가 자네 동생은 나치 수용소에서 죽기까지 했으니. 그러나 보게나. 우리 재단은……”

“프레드!” 야곱이 버럭 소리 질렀다. “자네가 지금 아직도 변호사라고 착각하나? 그리고 내가 무슨 사심으로 이러는 줄 아나? 자네야말로 생각이란 걸 좀 해보지 그러나!” 야곱이 팔을 휘둘러 책상 위에 있던 서류가방을 날려버렸다. 가방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부딪쳤고, 안에서 서류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방 안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야곱은 숨을 들이쉬며 서있었고, 스티브와 베일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프레드는 야곱의 맞은편에서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야곱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거북한 듯 야곱은 고개를 돌렸고, 그의 시선이 쏟아진 서류에 닿았다.

“잠깐, 이게 뭐지?” 야곱이 서류를 집어 들었다.

“뭔데 그런가? 야곱, 도대체 뭔데?” 스티브가 말했다.

“탈출 SCP 등급 및 수 : 유클리드 열하나. 현 기지 상태 : 주요 structure 21% 파괴. 1번 발전기 파괴. 보조 발전기 작동 중. 표준 대처 조치 모두 작동. 현재 지상과의 격리 조치가 완료됨. 30m의 수직 통로가 폐쇄됨. 내부 상황은 알 수 없으며 내부와의 연락은 실패함. 보안 등급 3등급……” 야곱이 말끝을 흐리며 서류를 책상 위에 던져버리고, 프레드에게 내뱉듯이 말했다. “이제 좀 알겠나? 지금 이 상황에서 핵을 날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말이야. 내가 히로시마에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우리 부모님에 대한 생각으로 이런다고 생각한다면, 또는 그 염병할 히틀러 때문에 죽은 내 동생 때문에 이런다고 생각한다면, 자네 심각하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네. 내가 자네와 오랜 세월을 알고 지냈지만, 나는 그 세월보다 더 오랜 시간을 여기서 근무했어. 여기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여기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내가 더 잘 안다는 말일세. 나는 20기지 관리자가 자기 비서를 죽이고는 SCP-173의 짓으로 위장하는 걸 밝혀냈고, 12기지의 박사가 옛날에 자기를 경질시킨 상관을 죽이려고 고의로 격리실패를 만드는 것도 조사했네. 힘에 심취한 사람이 너무 많다고. 이제 제발 내 말 좀 듣게!”

야곱이 컴퓨터에 손을 뻗어 모니터를 켰다. 그가 눈을 인식기에 갖다 대자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컴퓨터에서 약간은 음울하기까지 한 목소리가 나왔다. “지문 인식을 진행하십시오.” 야곱이 눈을 인식기에 갖다 대고, 다른 이들을 노려보았다. 베일과 스티브가 약간은 머뭇거렸으나 그들도 야곱과 같은 동작을 했다. 야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렸고, 프레드를 쳐다보았다. “프레드, 제발, 비록 이 결정이 자네가 이 기지에서 자유의지를 가지고 내리는 마지막 결정이 되더라도, 이 일로 자네가 재단을 영원히 떠나게 되더라도.”

프레드가 자리에 천천히 앉았다. 그는 손으로 책상을 천천히 두들기다가, 탁하고 책상을 한번 치더니 말했다. “미안하군. 정말 미안하네, 야곱. 나도 이 기지에서 구를 만큼 굴렀어. 나는 혼돈의 반란 첩자 하나가 기지 관리자를 설득해서 그 기지를 통째로 날려버린 실험을 하게 만드는 걸 보았어. 최소한 노마에게 연락을 해보거나 하지 않는 한에는 미안하지만……”

야곱이 한숨을 내쉬었다. “프레드, 난 자네와 이 일을 이성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어. 그런데 자네는 이제 나를 혼돈의 반란 첩자에다 비유를 하는군. 그렇다면야 나도 어쩔 수 없겠지.” 야곱이 팔을 한순간 움직여 총을 집어 들고 프레드에게 겨누었다. “스티브, 프레드를 단단히 잡고 있게.” 시선을 프레드에 고정하며 그가 말했다. “야곱, 이건…..”

“당장!”

스티브가 프레드가 앉은 의자 뒤로 다가가 어깨를 단단히 움켜잡고 눌렀다. 프레드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스티브, 야곱. 자네가 이런다 하더라도 내가 거부하면 어쩔 수 없을 것 같은데만.” 싸늘하게 프레드를 노려보던 야곱이 품에서 짧은 주머니칼을 꺼내 들었다. “스티브, 단단히 잡고 있게.” 천천히 칼날이 프레드의 감긴 눈으로 향했다. 칼날은 점점 부들부들 떨렸고, 천천히 눈가에 닿았다.

“야곱, 자넨 못해. 자네는 이런 미친 짓을 하는 사람이 아닌 거 알아. 이제 그만 하게. 제발!”

야곱이 숨을 크게 내쉬고는 손을 뒤로 뺐다. “그래, 도저히 못 하겠군.”

다음 순간, 야곱이 프레드의 팔을 잡더니 칼로 손바닥 정중앙을 뚫어 버렸다. 칼은 손바닥을 관통해서 책상에까지 박혀 버렸다.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고, 야곱이 프레드에게 얼굴을 들이댔다. “눈은 도저히 못하겠더라고.”

프레드가 고통으로 몸부림치자, 야곱이 총을 들지 않은 왼손을 뻗어 프레드의 눈꺼풀을 강제로 벌렸다. 그가 총을 든 손으로 프레드의 머리채를 쥐어 잡아 인식기에 갖다 댔고, 컴퓨터가 내뱉었다. “지문 인식을 진행하십시오.” 프레드는 야곱의 팔을 필사적으로 뿌리쳤다. 야곱이 이를 악물고는 책상에 꽂힌 칼을 뽑아 다시 내리찍었다. 손가락 두 개가 잘려나갔고 다시 한 번 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야곱이 손가락 하나를 집어 들어 인식기에 갖다 댔고, 컴퓨터가 웅웅거리다가 다시 말했다. “신원 인식이 완료되었습니다. 절차를 진행합니다.” 스티브가 프레드의 어깨에서 팔을 거두었고, 프레드는 의자에서 천천히 미끄러지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건……. 좀 지나치군. 야곱, 이제 모든 절차도 끝났으니 전화를 걸어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 방 맞은편에 있던 베일이 전화기를 집어 들고 버튼을 눌렀다. “관리자실인가? 그래, 지금 당장 노마를 연결하도록. 방금 전 탄핵 절차가 진행되었네. 그런데, 음, 최고직무위원 프레드가 부상을 입었어. 그래, 심각한 부상일세. 지금 당장 의무팀을 여기에……”

총소리가 한 번 더 울렸다. 베일이 수화기를 떨어뜨리며 뒤로 쓰러졌다. “맙소사, 야곱! 자네 미쳤나?”

“스티브, 우리는 우리가 한 일이 옳다는 걸 알고 있지만, 동시에 매우 심각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았네. 사람들은 우리가 저 요원과 프레드의 일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할 거야.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겠나? 자네와 나는 이 모든 걸 처리해야 해. 진실에 충실히 입각해서, 모든 걸 할 수 있는 한 깔끔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슬프게도 아둔한 베일은 이걸 몰랐네. 지금 전화를 걸면 도대체 어떻게 되겠나? 응?”

스티브가 벌벌 떨었다. “맙소사,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 말게.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우리 일은 훨씬 더 수월해진 걸세. 이야기의 주인공은 베일과 프레드가 될 걸세.” 야곱이 사악하기까지 한 미소를 지었다.

노마는 얼굴을 찌푸리고 책상 위에 앉아 있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딱히 판단이 안 섰다. 전술핵이 효과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없다면 이 기지도 포기해야 할 판이었다. 그 때,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자넷, 내가 지금은 바쁘니 방해하지 말라고……”

“큰일 났습니다. 지금 최고직무위원들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 메시지를 받았는데..음, 관리자님에 대한 탄핵이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뭐? 탄핵? 이게 무슨 개소리야? 내가 직무위원들을 모두 대회의실에 집합시키라고 지시했던 것 같은데? 지금 이 상황에 무슨 상황……”

그 때 천장의 스피커에서 방송이 울려 퍼졌다. “알린다, 나는 최고직무위원 야곱 이스비이다. 현재 최고직무위원 야곱 이스비, 스티브 하크비치 외 네 명의 결정으로 긴급히 기지 관리자 노마 레인에 대한 권한 및 업무중지가 발효되었다. 이제부터 모든 인원은 내 지시를 따르며 노마 레인이 오늘 내린 모든 지시는 그 효력을 상실한다.”

노마가 버럭 소리 질렀다.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빌어먹을, 이게 무슨 개소리냐고?” 노마가 모니터를 들여다보았을 때, 그는 짜증과 함께 의자를 걷어찼다. “전술핵 발사가 취소되었군. 망할!”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자넷이 뻣뻣하게 서서 물었다.

“젠장. 지금 당장 O5위원회에 연락하고 경비대를 직무위원들에게 급파해. 그 넷을 전부 제압하고 즉시 이 모든 걸 취소시켜. 미친놈들, 돌아버리겠네.”

노마가 성큼성큼 문으로 걸어가 키카드를 갖다 댔지만, 문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제기랄!” 그가 문을 발로 걷어찼다.

야곱은 총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여유롭게 책상에 앉아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은 끝났다. 다시 한 번 핵이 죽음을 드리우는 일도 없을 것이고, 죄 없는 이들이 끔찍하게 죽어야하는 일도 없을 것이며, 옳은 길을 놔두고 편하다는 이유로 쉬운 길로 돌아가는 재단의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 것이다. 재단이 끔찍한 전체주의를 극복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기꺼이 수백수천 명을 죽였던 연합군, 그보다 훨씬 전에 그래왔던 재단, 그리고 그 도그마에 너무나도 깊게 사로잡힌 노마……이제 모든 것은 끝났다. 그는 수화기를 손에 들고 이제 어떤 조치를 내려야하나 고심했다. MTF를 파견해야 하나? 기지를 그대로 파묻어야 하나? 정보가 있어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었다. 그 때 그의 눈에 쏟아진 서류가 들어왔다. 그는 서류가 더 있나하고 서류 가방을 열어보았다. 딱 한 장이 더 있었다. 천천히 읽어나가며, 그의 눈은 경악으로 부들부들 떨렸다.

[데이터 말소]가 현재 탈출했음. [데이터 말소]와 접촉할 시 심각한 수준의 인식 재해 현상 및 정신 조작 현상 우려. 최대 효력 범위는 반경 80~300km로 추정됨. 반경 내에서 주요한 증상은 환각, 환청, 기억상실, 편집증, 뇌사, 혼수 등 다양함. 이에 대한 표준 대처 조치로 전술핵 사용 허가.

그가 망연자실해서 서류를 떨어뜨렸다. 멍하니 서류를 바라보는 그는 돌처럼 굳어버린 듯 했다. 그는 몸을 천천히 숙이더니, 잠시 후 갑자기 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 폭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손으로 박수를 쳐가며, 그는 웃음을 터뜨리고, 몸을 뒤틀고,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만을 발작적으로 내뱉었다. 그 웃음은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았다.

스티브가 멍하니 구석에서 그를 바라보았다.

경비대가 문을 강제로 부수었다. 회의실 안에서도 무언가, 문을 부수는 것 같은, 거슬리는 소리가 한번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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