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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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는 그녀가 진흙탕에, 빳빳하게 서서 물결치는 허리 높이의 붉은 풀 위에 무릎 꿇을 때 나타났다. 그녀의 야외 수첩이 펄럭이고, 페이지가 넘어가고, 풀이 완전한 원 모양을 이루며 뒤로 밀려났다. 무언가가 빛과 나부끼는 그림자로 덮여 있다가, 하늘에서 마치 새처럼 내려앉았다.

자네”, 그것이 말했다. “자네 도대체 여기서 뭐 하는 건가?”

“조기 은퇴 옵션을 시험해보고 있다고나 할까.” 풀에 파묻힌 여자가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녀는 몸집이 작고, 삐쩍 마르고 창백했다.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도 있었다. “계통 발생론 연구에는 많은 영역들이 있으니까-“

“오 맙소사. 안 되지 안돼.”, 침입자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먼저, 자네는 개리슨보다는 족히 백 년은 더 젊어. 자네가 지금 은퇴하면 안 되지. 그리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든 간에, 자네는 전부 다 극복해내야 할 거야, 그것도 빨리. 우린 할 일이 있으니까. 자네의 세상 전부가-“

“이봐……” 여자가 몸을 일으키고, 어울리지 않는 실험복의 무릎에 있는 먼지를 털어냈다. 새빨간 풀이 빳빳이 서 있었고, 침입자는 그제서야 풀 밑의 퇴비에 깊게 찍힌 발자국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 알아. 그리고 내 잠재의식의 일부치고는, 너 너무 요구하는 게 많은 거 같은데.”

그녀는 돌아섰다, 천천히. 그리고 그의 양복과 중산모를 알아보았다.

“오”, 소피아 라이트가 말했다.

“그래,” 990이 말했다.

소피아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만약 오시는 줄 알았으면 여기를 치워놓았죠.” 그녀가 말했다. “여긴 왜 오신 거에요?”

“글쎄, 우리가 조그마한 대재앙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해 두지. 안 그런가?” 그가 손을 뻗었다. “나는 허를 찔렸고, 늦을 수밖에 없었네. 내가 보았던 것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되었어. 뭔가가 바뀌었네. 거대한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네, 라이트 박사. 물고기는 가득한데, 요리할 시간은 없는 셈이지. 자네의 세상 전부가 길을 벗어나 버렸고. 그걸 봐야 하겠지?”

그녀는 그의 손을 만졌고, 그들 주변의 환경이 바뀌었다. 반쯤 무너진 재단 건물, 오래된 기지의 보조 건물쯤으로 보였다. 그녀가 아는 장소는 아니었지만, 친숙한 곳이었다. 그들은 지하 몇 층쯤에 있었지만, 그들 위 천장의 찢겨나가 벌어진 구멍으로 햇빛이 스며들어왔다.

“이 곳이, 박사, 자네의 소중한 14기지라네.”

“여기가요?” 그녀가 머리를 기울이며, 입술을 오므렸다. “요원-“

“평소라면, 내가 고려를 해보겠지만, 지금은 자네의 허튼소리로는 어림도 없을 일이라네. 그러니 자네는 얌전히 앉아서 내 말이나 좀 듣게. 14기지만이 아니야. 모든 곳에서 일어날 걸세. 뭔가가 바뀌었고 그게 어떻게 풀려나갈지는 정확히 말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자네의 소중한 재단이 끔찍하고, 무력하게, 재앙에 가까울 정도로, 박살날 판이야.”

거의 불탄 건물에서 메아리치는 소리는, 귀 기울여 들어보면, 오히려 평온해 보였다.

“내가 그걸 어떻게 막을 수 있죠?”

“아무도 막을 수 없네.”

소피아가 올려다보고,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조금 전 말씀하시기를 이 알 수 없는 재앙에 의해서 허를 찔렸었다고 하셨죠. 그리고 전 조안나나 오쟁이들이나 하다못해 찾아온 어떤 사람한테도 어떤 것도 못 들었으니까, 지금 고위층부터 경고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럼 뭐, 이건 사교적인 방문인가요?”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어떻게 이게 막을 수 없다는 걸 아시죠?”

그가 그녀를 노려보았다. “이게 만약 계획 없이 실행되는 것처럼 보였다면, 난 자네가 잠을 자면서 이걸 해결하기를 바라지도 않았을 걸세, 하지만 뭐 그래- 맞네, 그래, 난 다소 시간을 맞추지 못했지. 하지만 듣게나, 내가 지금 여기 없었다면 자네는 이런 일들을 했을 거야. 자네는 정보를 들여다 봤겠지. 그러고는 개리슨이나 바르쿨로나 복스 같이 자네가 요즘 믿는 사람들이랑 얘기를 했겠지. 아니면 전화로 친구를 불렀을지도. 그러고서는, 자네는 지금 일어나는 것과 비슷한 규모의 사건들을 서로 비교해 봤을 것이고, 변칙적인 원인들을 찾아 본 다음, 마침내, 자네가 추정할 수 있는 가장 그럴듯한 결과에 준비를 시작했겠지.”

“그게 제가 했을 일이라고요?”

“그래. 그리고 퍽이나 똑똑한 일이었겠지.”

“그럼 제가 뭘 해야 한다고 말씀하고 싶으신 거죠?”

“나는 일이 점점 심각하게 돌아갈 거라 말하는 걸세, 그리고 자네가 살아서 전투 계획을 실행할 생각이 있다면, 아마 초장부터 최악의 경우를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자원을 찾고, 자네의 군대를 모아. 재단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자네 최고의 친구가 아니라고 판명될 수도 있지 않나.”

그녀는 거의 웃을 뻔 했다. “무슨 군대요?”

“보게나, 그런 종류의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990이 영화 스틸 장면처럼 깜박거렸다. 그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제 말은,” 소피아가 말했고, 그러고서는 웃어버렸다. “제 생각에 제게 호의를 베푸시는 것 같네요. 저한테 이 임박한 멸망하고 온갖 기타 등등을 말해 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우스울 정도로 구체적인 게 없잖아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저한테 말해 주실 수 있겠어요? 아니면 제가 무슨 종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건지라도?”

중산모를 쓰고 구식 양복을 입은 남자가 다시 한 번 시계를 확인했다. “아니, 안 되겠군, 그리고 이미 일어났네. 아마겟돈에 온 걸 환영하지. 오늘이 첫 번째 날일세.” 그의 모습이 다시 한 번 깜빡거린 뒤, 그는 걸어가기 시작하다가, 멈춰섰다. “오, 그리고 자네가 맞네. 난 지금 재단 위에서부터 알려주는 게 아니라, 자네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는 걸세. 자네가 이 일을 끝내게 되면… 그걸 기억하게.”

그녀가 눈을 깜빡였다. “지금 제가 어찌어찌해서 당신을 도울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리고 그는 가 버렸다. 소피아는 14기지의 휑한 폐허에 홀로 서 있었다. 먼지가 부드럽게 지상에서 떨어져서는, 철문의 잔해에 고정되어 있는 알아볼 수 없는 개체 등급 표시의 겉에 내려앉았다. 무너진 나무들과 철골들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었다.


소피아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누군가가 그녀의 방문을 두드려대고 있었다. 그녀는 희미하게 어둠과, 소독제 냄새와, 병원에서 하는 방식으로 정돈되어 있는 빳빳한 이불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고 또 울리고 있었다. 두드리는 소리가 커졌다.

다리에 있던 피가 전부 머리로 쏠리자 그녀는 거의 쓰러지다시피 해서 침대에서 나오고는, 몸을 어떻게든 이끌고 문을 밀어 열었다. “네?”

엘리엇 바르쿨로, 현재 스발바르 기지에 배치되어 있는 지역 보안 담당자가, 그녀 방 복도에 기대고 서 있었다. 얼굴에 깊은 주름을 가득 담고서. “맙소사, 소피아, 자고 있었던 거에요?”

“나는- 아마도-“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고, 멍한 채로, 눈을 비볐다. 내가 이렇게 많이 잤다는 건 말도 안 돼.“14기지에 무슨 일이 일어났어요?”

그가 얼굴을 찌푸렸다. “도대체 어떻게 당신이 그걸 알고 있죠?”

오.

“14기지만이 아니에요. 오 신이시여.”바르쿨로가 한숨을 쉬고 돌아섰다. “시간이 없어요. 조안나는회의실에 있습니다. 헬기는 비행장에 있을 거에요, 만약 하늘이 안전하다면야. 당장 계획이 필요합니다. 빨리 가죠.”

소피아가 재킷을 집어 들고, 침실을 나서며 문을 닫았다. “얘기는 가면서 하죠.”


회의실 탁자 맞은편에 앉은 조안나 개리슨은 라이트가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늙어 보였다. 요원이자 스파이 감독관인 가브리엘 브리앙트는 조안나의 어깨에 팔을 올려놓고 뒤에 서 있었다. 소피아는 회의실에 들어오며 조안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그들 중 누구도 시간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소피아의 친구이자 제자인 찰스 복스는 그녀에게 이해하는 듯한 눈길을 던졌다. 그녀의 핸드폰으로 경고들이 줄줄이 들어오고 있었다. 14, 16, 19, 23, 40, 41, 42기지 A에서 D까지 격리 실패가 발생한 것이다.

“10기지에서 시작했다고요?” 소피아가 물었다.

“최대한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그거에요.”브리앙트가 말했다. “기지 자체는 아무 피해도 입지 않았어요, 다른 곳이 뚫리기 전에 통째로 뉴햄프셔로 순간이동을 해 버리기는 했다만.”

“뉴햄프셔라고요?”

“네. 거기 있는 연구자 야라 미르스키 박사는 이런 짓을 한 존재와 접촉이 있었고, 그걸 막으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 존재가 뭔데요?”

“사실, 우리는 전혀 모르겠어요.”

수많은 격리 실패로, 전 세계의 기지들은 이상 현상과 소동들을 보고하고 있었다. 회의실 방의 스크린에서, SCP-1688이 격리 구역 위에 물질화해서 본래의 네 배의 크기로 커져서는, 근처의 재단 시설과 작은 마을에 번개 화살을 퍼부어대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었다. 보고는 마을 전체가 마치 거대한 규모의 엔지니어링 프로젝트처럼 일방적으로 영향권에 들었다고 전했다. 동시에, 반지 모양의 폭풍 구름이 동쪽으로 몇 킬로미터 거리에서 형성되었고, 지나가는 땅에서 창백한 영혼들을 불러일으켰다. SCP-460이 그것을 따르는 유령 군대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하늘을 건너오고 있다는 보고였다.

다음 업데이트는 영상만 있었다. 지면을 쉴 새 없이 때려 마치 굽이치는 흰 선들처럼 보이는 거대한 번개 구름과, 반쯤 그 안에 부딪친 듯한 크고, 둥근, 황토빛 폭풍. 희미한 하얀 번개는 지상에 붙어 있거나, 아니면 녹은 유리 모양으로 회오리 치는 것처럼 보였다.

십 분쯤 후, 노란 폭풍과 유령들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지만, 번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좋아요.” 소피아가 서성임을 멈추고, 계속 들어오는 경보를 쭉 훑어보았다. “O5 평의회는 아무 말도 없으니, 우리가 공격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반란? 아니면 손? 탈주한 것 중 대다수는 지각력이 있는 것들이에요. 다른 이상 현상들은 아마도…… 눈속임일까요?”

“하지만 전부 다는 아니겠지. 제발, 소피아, 오리 연못은 어쩌고?” 개리슨은 여전히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었다.

“거기에 무슨 짓을 벌인다는 건 완전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재단을 공격할 때 나라도 할 법한 실수 같은데요.” 소피아의 핸드폰이 꺼놓았음에도 울렸다. 그녀는 발신자가 누구인지 확인했다.

“라이트”. 바르쿨로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이 기지들 중 일부가 당신 기지이고, 당신은 안정화에 착수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일부는 내 기지이기도 하고, 그것들을 추적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들이 같은 장소에 가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반드시 연결고리가 있을 테니, 이제 우리가-“

“사실.” 소피아가 말했다. “전 두 번째 공격에 대비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지금 것보다는 훨씬 더 심각할 거 같은 걸. 지금 시작하는 게 좋겠네요. 그리고 죄송해요, 이건 받아야겠네요.”

그녀는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복도 전체의 보안 카메라와 녹음기의 LED등이 꺼졌다. 그러고서야 그녀는 전화기를 집어 들고, 귀에 갖다 대고서는, 말하기 전에 잠시 숨을 들이쉬었다.

“정말 그녀세요?” 그녀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SCP 재단의 관리자가 말했다. “내 생각에, SCP-027이 곧 격리를 깰 것 같군요.” 컴퓨터 키보드를 타고 타닥거리는 손가락들. “그것이 당신 기지에 있으니, 제발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해서라도 그걸 막아요.”

“물론입니다.” 소피아가 거의 자동적으로 대답했다.

전화가 끊겼다.

그녀는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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