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의 이야기
평가: +4+x

…네, 전 열쇠에요.

1920년대에 대량으로 만들어지던 차갑고, 매끈매끈한 금속 재질의 열쇠요.

그런 제가 어떻게 당신에게 말을 하고 있느냐고요? 글쎄요, 지금 제가 말하는 건 정말로 제가 말을 하는 걸까요, 아니면 그저 당신의 머릿속에서, 상상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일까요.

뭐, 그게 중요한가요.

아무튼, 전 평범한 열쇠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저에게는 저도 몰랐던 능력이 있었어요.

전 신기하게도 모든 자물쇠를 열 수 있어요.

뭐, 열쇠의 숙명은 원래 자물쇠를 여는 것이지만, 그래도 모든 자물쇠라뇨? 제가 그 능력을 알았을 때 전 다른 열쇠들의 일을 빼앗는 건 아닌지 걱정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전 재단의 손에 넘어가게 됐어요. 그들은 제게 제5번째 특수 격리 절차를 적용하고 저에게 SCP-005라는 번호를 붙였죠. 사실 전 그냥 '열쇠'라는 이름을 더 좋아하지만 말이에요.

그들은 절 가지고 여러 가지 실험을 했어요. 일반적인 자물쇠에도 넣어서 열리는지 실험해보고, 전자식 잠금장치에 가까이 가져다 놓고는 제가 그걸 열 수 있는지 실험도 했어요. (세상에, 열리더라고요.)

그들은 제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우리 열쇠들은 모두 그렇죠. 다만 다른 열쇠들은 자기에게 맞는 자물쇠를 여는 방법만을 생각하지만, 전 모든 자물쇠를 생각하죠.

앞서 말했듯이, 열쇠의 숙명은 자물쇠를 여는 거예요. 근데 그거 아세요?

우리 열쇠들은 자물쇠를 여는 걸 즐겨요. 뭐, 자물쇠들은 조금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겠지만,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난 뒤의 성취감은 말할 것도 없이 끝내주죠.

그런데 재단에서는 절 서랍에다가 던져놓고 가둬놨어요. 조금 슬픈 일이죠.

가끔씩은 좀 사용해주시면 좋겠어요.

그게 저 같은 작은 열쇠에게는 전부랍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에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