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태우기

참 별 하루도 다 있다. 참 별 방식으로 저물고.

오늘도 무지막지한 쓰레기더미들을, 제17기지의 임원이나 직원이나 다름없는 저 막대한 기계가 휘저어 뱉어낸다. 이 건물에서 나온 쓰레기는 뭐든지 여기로 온다. 먹다 남은 피자부터 오래된 신문, 사탕 싼 종이, 실패한 실험 부산물, 사람 시체까지. 그렇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것이 이곳으로 들어와 발화성 애벌레 육즙 속에 삼켜져 불타 재가 되어 재가공을 거쳐 짐으로 실려 어디론가 떠나게 된다. 그리고 오늘 그 기계의 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그 박사였다. 아이 신나라. 하필 원래 버튼을 누르던 사람은 오늘 아팠고, 하필 또 짧은 제비는 그 박사한테 걸렸다. 모두들 깔깔 웃었다. 무시무시한 그 콘드라키 박사가 쓰레기나 처리하게 됐다니.

제길, 재수 지지리 없게도 조수들이 한꺼번에 다 아프지만 않았어도 지금 훨씬 중요한 일 하고 있는 건데. 뭐 이게 별일도 아니니까 그렇게 상관없긴 했는데, 그래도 콘드라키도 다른 사람들도 이 짓 자체가 중요한 줄 다들 알았다. 높으신 분이 쓰레기나 태우게 시키고, 한바탕 히히깔깔 웃어주고, 다음주 내내 왠지 자기를 비켜다니고, 뭐 그런 플레이겠지. 콘드라키는 주머니로, 그리고 그 안의 카멜Camel 담뱃갑까지 손을 넣어 한 개비를 빼내 입끝에다 살짝 물고는 버튼 주변에 붙은 라벨들을 살펴봤다. 비었을 때 누르지 마시오, 처리장에 사람 있을 때 누르지 마시오, 두 번 누르지 마시오! 아 그래, 알았어, 절대 안 할게.

젠장, 복잡할 문제 뭐 있다고?


그러나 다른 복도에서, 한 연구원이 당황한 채로 헐떡이고 끙끙대며 기지를 바삐 내달리고 있었다. 땀에 전 손으로 논문 몇 장을 움켜쥔 채로. 원래 하던 과제를 생각할 때 연구원에게 이런 운동은 솔직히 몇 달만에 처음이었다. 근데 무슨 상관이야, 계속 뛰어. 안 그러면 앞으로 연구할 거리라곤 모가지가 날아가는 방법뿐이 안 남을라.


입가에다 달아놓은 담배에다 불을 붙이며 콘드라키 박사는 계속 버튼을 눌렀다. 뭘 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방은 눈 아프도록 환한 유체로 가득 찼고, 또 순식간에 그 모든 것들이 불꽃 튀기는 모습이 아주 독립기념일 불꽃축제였다. 5인치 두께 유리 너머에서 들어오는 쓰레기 처리기의 열기를 느끼며, 잠시 동안 콘드라키는 그렇게 나쁘지도 않은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보는 광경도 아니지, 기지 전체 쓰레기가 죽은 별처럼 타들어가는 모습이란. 이제야 좀 즐길 수 있었다. 아니, 즐길 뻔했다. 큼지막이 땀에 전 2등급이 난데없이 들이닥치기 전까진.

"박사님, 제발 저 버튼을 누르지 말아주십시오. 아, 제 머리에 총 쏘는 것도요. 혹시 그 총 좀 내려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남자가 빌었다.

1초 동안 생각해 본 다음, 착한 콘드라키는 총을 내렸다. "딱 5초 줄 테니까 뭐가 그리 중요해서 지금 나한테 이런 짓 하는지 설명해. 아님 저 쓰레기들이랑 길벗 될 줄 알아." 그러면서 콘드라키는 아직 불 안 꺼진 담배를 들어 원래 물려 있던 데 다시 꽂았다.

연구원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안경을 고쳐썼다. "누가 실수로 SCP-153을 이번 주 쓰레기랑 같이 버렸습니다. 8구역으로 다시 안 돌려놓고요.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잠시만 저 쓰레기를 좀 면밀하게 뒤져봐야 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문만 열어주시면 빨리 들어갔다 오겠습니다. 대략, 하루이틀 정도만 주시면."

말을 귀 기울여 들어준 콘드라키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그대로 버튼을 눌렀다. 커다란 강화유리판이 쑥 위로 올라가고는, 별로 놀랍지 않게도 (그 연구원은 빼고) 시꺼먼 잿덩어리만이 덩그러니 남겨졌다. "흠. 아마도 저기로 가버렸나 보구만." 지루한 듯 콘드라키가 말하며, 다 태운 담배를 다음 쓰레기더미로 튀겨버리고는 방 안에 충격받아 멍하니 있는 (그리고 진지하게 진로 고민을 다시 시작한) 연구원만 남겨두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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