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록의 무미(無味)한 재현

자, 우리가 왜 여깄는지 다시 한 번 말해줄래, 엘리엇?

영감을 주는 좋은 장소라서.

어, 이번 주에만 여기에 나흘 틀어박힌 걸로 아는데.

그럴 가치가 있어.

네가 걱정된단 말이야.

네가 걱정해야 할 필요 없어.

엘리엇…

루나, 나는 괜찮아.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거야?

연구.

연구?

음.

어떻게?

자, 이리 와 봐… 아 진짜, 그냥 받아들여. 안 물어.

과연 진짜 물지 않을까.

헤… 알았어… 뭐 하고 있는 거야?

널 바라보고 있지.

이 방에서 흥미로운 건 내가 아닌데.

우린 빈 방에 있잖아 엘리엇. 뭔가 다른 게 있어?

그림.

무슨 그림?

위를 봐.

와 미친…

그렇게 인상적인 것들은 아닌데.

엄청 멋져.

응.

그림이 계속 그려져 있던 거였어?

응. 눈치 못 챘어?

어, 못 챘어. 네가 뭔가 바보같은 짓을 하는게 아닐까 확인하느라 바빠서 말이야.

으으음…

… 어쨌든 다시 말해줘. 왜 집에서는 이 짓을 못 하는 건데?

환상을 만들어내려면 어두운 장소가 필요해.

그러면 내가 스튜디오 창문을 가려줄 수 있는데.

왜 네가 그렇게까지?

난 네가 편안하길 바라거든.

여기도 편안한데.

그럴 리가.

글쎄, 이 석면으로 둘러싸인 쓰레기더미가 내 머리를 잘 돌아가게 만들어주는데, 느껴져?

엘리엇.

왜 불러?

석면이 폐에 안 좋다는 건 알고 있지?

라나, 나 그렇게 바보 아니야… 그냥 신경을 안 쓸 뿐이지

뭐? 왜?

글쎄, 왜인지는 이 장소처럼 그냥 보여주면 되겠지.

엘리엇.

말해.

저거 모나리자 맞지.

맞아… 뭔가 문제라도 있어?

네가 이 방에서 스스로 생명을 갉아먹는 거랑 이 그림이 무슨 관계가 있어?

기다려봐.

엘리엇, 진짜 그 헛짓거리에 신물이 난다. 이 그림들이 대체 너랑 무슨 관계가 있는데?

글쎄, 다 유명한 작품들이야. 다 고전적인 작품들이고. 앞으로 몇 세기동안은 기억될 거야! 다른 거랑은 교체될 수 없는 귀중한 보석들이라고.

네 생명도 마찬가지야.

엘리엇도 그렇다고.

응.

그래서 왜 이러는 건데? 이 쿰쿰하고 오래된 공간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이 그림들을 보고 있는 이유가 뭐냐고. 박물관에 갈 수도 있잖아. 그림을 올려다볼 수도 있고, 그리고-

쉿, 쉿. 쉬잇. 그럴 수는 있지. 네가 말한 것 전부를 할 수는 있어. 그런데 그게 과연 나나 내 방법이랑 맞을지는 모르겠네.

아 그러셔. 박물관에 앉아서 그림 사진을 찍는 것보다 폐암에 걸리는 게 낫기 때문이었구나.

그럴지도.

뭐?!

음, 말하자면, 주위를 둘러봐. 이 모든 그림들을 보고 뭐가 그림들을 유명하게 만들었는지 한 번 말해봐.

엘리엇.

왜 불러?

농담이지, 그렇지?

뭐가?

미친… 죽는다고 네 작품이 유명해지진 않는다고.

논쟁의 여지가 있는 발언인걸.

엘리엇! 미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살아있는 예술가들이 쌔고 쌨어.

알아. 그치만 그 사람들 작품이 그렇게 귀중하진 않잖아. 언제나 원하면 다른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반면 렘브란트는 다른 초상화를 그릴 수 없어.

엘리엇… 시대가 바뀌었어.

그래? 어떻게 바뀌었대?

인터넷이라는 게 있지.

라나, 나를 봐. 인터넷에는 수많은 일시적인 유행이 존재하고, 흘러가는 많은 트렌드가 있어. 그리고 그 트렌드가 우리같은 예술가랑 연결되는 거지.

넌 지금 상황을 거꾸로 보고 있어.

내가 할 말이야.

네가 죽는다고 네 작품이 유명해지진 않을 거야.

그래도 귀중해지긴 하겠지.

그렇지 않아.

그럴 거야.

엘리엇, 진짜 그만해.

라나. 뉴올리언스에서의 내 그림에 대해 말해줬던가?

거기 갔다는 것도 몰랐어.

음, 몇 년 전에 갔어. 내가 어린이었을 때 아버지랑 같이 갔는데, 그냥 거기서 그림 세 점을 샀어. 하나는 재즈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그림, 또 하나는 프렌치쿼터에 대한 그림, 다른 하나는 무덤에 대한 그림이었지. 그 때는 공항을 통해 그림들을 가져올 수가 없어서 배로 가져왔어.

배 타는 건 지루한데.

진짜로, 그래서 그림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져봤지. 어떤 여자가 우리한테 계속해서 끔찍한 투자를 했다고 말했는데-

그 여자 되게 별로네.

-재즈 연주자들에 대한 그림에 다다르자 입을 닫았지. 여자는 입을 닫고는 얼빠진 얼굴로 우리를 바라봤어. 그리고는 이 그림이 다른 모든 것을 보상해준다고, 어쩌구 저쩌구. 자신은 화가가 죽어가고 있을 것 같다고, 이번 태풍이 부는 계절을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비평을 늘어놨지.

그 여자 말이 틀렸어?

맞더라고. 제 가격의 세 배에 그림을 팔았어.

엘리엇…

말해.

유명해지려고 죽을 필요까진 없잖아.

맞아. 그래도 유명해지는데 도움은 될 거야.

엘리엇. 그게 뭐야?

뭐가?

저 캔버스들.

유명해지고자 했던 실패한 시도들.

그게 무슨… 미친… 엘리엇…

알아. 폴록의 무미(無味)한 재현처럼 보이지.

엘리엇.

왜?

넌 도움이 필요한 상태야.

나는 괜찮아.

라나, 왜 아직도 떠나지 않아?

네가 걱정되니까.

그래야 할 이유는 없을 텐데.

엘리엇.

말해.

인디애나에서 뭘 했어?

내 고모부를 만나고 있었지.

진짜로?

진짜로.

엘리엇…

왜?

진지하게, 말해줘.

난 진지해.

엘리엇.

… 폭발물을 사고 있었어… 저쪽에 그 양의 사분의 일만큼 있어…

저런.

라나. 나한테 화났어?

걱정될 뿐이야.

라나, 갈 거야?

널 두고는 안 가.

라나, 이제 뭐라도 먹어야지.

너도.

라나, 거기서 뭐해?

그냥 보고 있어.

뭐를?

아무 것도. 그냥 보고 있어.

라나.

말해.

그냥 떠나줄 수 있어?

없어.

라나?

안 가.

날 신경쓰지 않아?

네가 죽도록 내버려두진 않겠어.

날 두고 떠나진 않을 거구나.

그럴게.

라나?

왜?

누구랑 문자하는 거야?

어머니랑. 나를 걱정하시더라.

아.

너 이 썅년이.

뭐?

네가 씨발 거짓말을 했어!

뭐? 야! 진정해!

네가 씨발 나를 이 방으로 들어오게 했지! 그치?

엘리엇. 진정해.

네가 씨발 들어오게 했지!

엘리엇, 진정하고. 숨을 깊게 들이마셔.

나한테 명령하지 마!

엘리엇.

씨발 내 몸에 손 대지 마.

개새끼야.

애처럼 굴지 마.

난 안 들어갈 거야.

네겐 선택권이 없었어.

있었어.

… 없었어.

나를 봐… 내 몸에서 그 더러운 손 떼라고!

싫어!

이런 썅년이!

라나?

라나?

오 시발… 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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