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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less Recreation of a Pollock: 폴록의 무미(無味)한 재현
원작: http://www.scpwiki.com/tasteless-recreation-of-a-pollock
저자: Alces_alces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역자: Abyshroom
자, 우리가 왜 여깄는지 다시 한 번 말해줄래, 엘리엇?
영감을 주는 좋은 장소라서.
어, 이번 주에만 여기에 나흘 틀어박힌 걸로 아는데.
그럴 가치가 있어.
네가 걱정된단 말이야.
네가 걱정해야 할 필요 없어.
엘리엇…
루나, 나는 괜찮아.
…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거야?
연구.
연구?
음.
어떻게?
자, 이리 와 봐… 아 진짜, 그냥 받아들여. 안 물어.
과연 진짜 물지 않을까.
헤… 알았어… 뭐 하고 있는 거야?
널 바라보고 있지.
이 방에서 흥미로운 건 내가 아닌데.
우린 빈 방에 있잖아 엘리엇. 뭔가 다른 게 있어?
그림.
무슨 그림?
위를 봐.
와 미친…
그렇게 인상적인 것들은 아닌데.
엄청 멋져.
응.
그림이 계속 그려져 있던 거였어?
응. 눈치 못 챘어?
어, 못 챘어. 네가 뭔가 바보같은 짓을 하는게 아닐까 확인하느라 바빠서 말이야.
으으음…
… 어쨌든 다시 말해줘. 왜 집에서는 이 짓을 못 하는 건데?
환상을 만들어내려면 어두운 장소가 필요해.
그러면 내가 스튜디오 창문을 가려줄 수 있는데.
왜 네가 그렇게까지?
난 네가 편안하길 바라거든.
여기도 편안한데.
그럴 리가.
글쎄, 이 석면으로 둘러싸인 쓰레기더미가 내 머리를 잘 돌아가게 만들어주는데, 느껴져?
엘리엇.
왜 불러?
석면이 폐에 안 좋다는 건 알고 있지?
라나, 나 그렇게 바보 아니야… 그냥 신경을 안 쓸 뿐이지
뭐? 왜?
글쎄, 왜인지는 이 장소처럼 그냥 보여주면 되겠지.
…
엘리엇.
말해.
저거 모나리자 맞지.
맞아… 뭔가 문제라도 있어?
네가 이 방에서 스스로 생명을 갉아먹는 거랑 이 그림이 무슨 관계가 있어?
기다려봐.
…
엘리엇, 진짜 그 헛짓거리에 신물이 난다. 이 그림들이 대체 너랑 무슨 관계가 있는데?
글쎄, 다 유명한 작품들이야. 다 고전적인 작품들이고. 앞으로 몇 세기동안은 기억될 거야! 다른 거랑은 교체될 수 없는 귀중한 보석들이라고.
네 생명도 마찬가지야.
…
엘리엇도 그렇다고.
응.
…
그래서 왜 이러는 건데? 이 쿰쿰하고 오래된 공간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이 그림들을 보고 있는 이유가 뭐냐고. 박물관에 갈 수도 있잖아. 그림을 올려다볼 수도 있고, 그리고-
쉿, 쉿. 쉬잇. 그럴 수는 있지. 네가 말한 것 전부를 할 수는 있어. 그런데 그게 과연 나나 내 방법이랑 맞을지는 모르겠네.
아 그러셔. 박물관에 앉아서 그림 사진을 찍는 것보다 폐암에 걸리는 게 낫기 때문이었구나.
그럴지도.
뭐?!
음, 말하자면, 주위를 둘러봐. 이 모든 그림들을 보고 뭐가 그림들을 유명하게 만들었는지 한 번 말해봐.
엘리엇.
왜 불러?
농담이지, 그렇지?
뭐가?
미친… 죽는다고 네 작품이 유명해지진 않는다고.
논쟁의 여지가 있는 발언인걸.
엘리엇! 미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살아있는 예술가들이 쌔고 쌨어.
알아. 그치만 그 사람들 작품이 그렇게 귀중하진 않잖아. 언제나 원하면 다른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반면 렘브란트는 다른 초상화를 그릴 수 없어.
엘리엇… 시대가 바뀌었어.
그래? 어떻게 바뀌었대?
인터넷이라는 게 있지.
라나, 나를 봐. 인터넷에는 수많은 일시적인 유행이 존재하고, 흘러가는 많은 트렌드가 있어. 그리고 그 트렌드가 우리같은 예술가랑 연결되는 거지.
넌 지금 상황을 거꾸로 보고 있어.
내가 할 말이야.
네가 죽는다고 네 작품이 유명해지진 않을 거야.
그래도 귀중해지긴 하겠지.
그렇지 않아.
그럴 거야.
엘리엇, 진짜 그만해.
…
…
라나. 뉴올리언스에서의 내 그림에 대해 말해줬던가?
거기 갔다는 것도 몰랐어.
음, 몇 년 전에 갔어. 내가 어린이었을 때 아버지랑 같이 갔는데, 그냥 거기서 그림 세 점을 샀어. 하나는 재즈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그림, 또 하나는 프렌치쿼터에 대한 그림, 다른 하나는 무덤에 대한 그림이었지. 그 때는 공항을 통해 그림들을 가져올 수가 없어서 배로 가져왔어.
배 타는 건 지루한데.
진짜로, 그래서 그림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져봤지. 어떤 여자가 우리한테 계속해서 끔찍한 투자를 했다고 말했는데-
그 여자 되게 별로네.
-재즈 연주자들에 대한 그림에 다다르자 입을 닫았지. 여자는 입을 닫고는 얼빠진 얼굴로 우리를 바라봤어. 그리고는 이 그림이 다른 모든 것을 보상해준다고, 어쩌구 저쩌구. 자신은 화가가 죽어가고 있을 것 같다고, 이번 태풍이 부는 계절을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비평을 늘어놨지.
그 여자 말이 틀렸어?
맞더라고. 제 가격의 세 배에 그림을 팔았어.
엘리엇…
말해.
유명해지려고 죽을 필요까진 없잖아.
맞아. 그래도 유명해지는데 도움은 될 거야.
…
엘리엇. 그게 뭐야?
뭐가?
저 캔버스들.
유명해지고자 했던 실패한 시도들.
그게 무슨… 미친… 엘리엇…
알아. 폴록의 무미(無味)한 재현처럼 보이지.
엘리엇.
왜?
넌 도움이 필요한 상태야.
나는 괜찮아.
…
라나, 왜 아직도 떠나지 않아?
네가 걱정되니까.
그래야 할 이유는 없을 텐데.
…
엘리엇.
말해.
인디애나에서 뭘 했어?
내 고모부를 만나고 있었지.
진짜로?
진짜로.
엘리엇…
왜?
진지하게, 말해줘.
난 진지해.
엘리엇.
…
…
… 폭발물을 사고 있었어… 저쪽에 그 양의 사분의 일만큼 있어…
저런.
…
라나. 나한테 화났어?
걱정될 뿐이야.
…
…
라나, 갈 거야?
널 두고는 안 가.
…
…
라나, 이제 뭐라도 먹어야지.
너도.
…
…
라나, 거기서 뭐해?
그냥 보고 있어.
뭐를?
아무 것도. 그냥 보고 있어.
…
…
라나.
말해.
그냥 떠나줄 수 있어?
없어.
…
…
라나?
안 가.
…
…
…
날 신경쓰지 않아?
네가 죽도록 내버려두진 않겠어.
날 두고 떠나진 않을 거구나.
그럴게.
…
…
…
라나?
왜?
누구랑 문자하는 거야?
어머니랑. 나를 걱정하시더라.
아.
…
…
…
너 이 썅년이.
뭐?
네가 씨발 거짓말을 했어!
뭐? 야! 진정해!
네가 씨발 나를 이 방으로 들어오게 했지! 그치?
엘리엇. 진정해.
네가 씨발 들어오게 했지!
엘리엇, 진정하고. 숨을 깊게 들이마셔.
나한테 명령하지 마!
엘리엇.
씨발 내 몸에 손 대지 마.
…
개새끼야.
애처럼 굴지 마.
난 안 들어갈 거야.
네겐 선택권이 없었어.
있었어.
… 없었어.
나를 봐… 내 몸에서 그 더러운 손 떼라고!
싫어!
이런 썅년이!
…
라나?
…
라나?
…
오 시발… 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