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초화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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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진 조용한 숲이었다.
저녁이라기엔 어둡고, 밤이라기에는 좀 밝은, 애매한 시간대였다고 기억된다.
먹물을 푼 물을 통해 보는 것 같은, 거무튀튀한 나무들 사이에, 나는 서 있었다.

곁에는 유난히 키가 큰 나무가 자라 있었는데, 눈 높이 만한 장소에 마름모꼴로 자른 가 붙어 있었다. 그 종이에는 흐물흐물한 선과 사각형으로 구성된 기묘한 모양이 먹으로 그려져 있었는데, 내게는 그것이 어쩐지 까닭 모르게 섬뜩해 보였다.

숲을 둘러보니, 어두컴컴한 가운데 간간히 붉은빛을 띤 식물이 보인다. 같은 것이 발 밑에도 몇 개 자라고 있어서, 나는 살짝 쭈그리고 앉아 그것을 바라보았다.
가늘고 긴 붉은 것이 다섯 개 안팎으로, 하나의 줄기에서 퍼지듯이 자라나 있다. 그 모양과 크기는 마치 하늘을 향해 힘껏 펼쳐진 꼬마아이의 손가락을 연상시킨.

「꽃무릇의 꽃봉오리네요」
왼쪽 어깨 뒤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시선을 발치의 빨간 것에 향한 채, 그것에 응답한다.
「헤에. 꽃무릇의 꽃봉오리인가. 나는 꽃이 완전히 폈을 때의 것밖에 본 적이 없었는데, 피기 전에는 이런 모습을 하고 있구나. 개화한 꽃무릇은 조금 섬뜩하지만, 이건 뭐랄까 귀엽고 좋잖아」

꽃봉오리를 가볍게 어루만지고, 그만두었다.
「그렇습니까. 어째선지, 의외네요. 아라가키荒垣씨, 꽃을 보는 취미라도 있었던가요」
「취미 같은 거 없다고. 이렇게 수십 분간 어두컴컴한 데 서 있다 보면, 꽃봉오리에게라도 푸념하고 싶어진단 말이지」

곧 한시간이 되네요, 라고 등 뒤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는 사카이군이라고 한다. 소위 말하는 직속후배인데, 그와는 현지답사를 수반하는 조사 따위를 자주 다니고 있다. 원래 성실한 성격인 그와는 일처리가 나름 잘 되기 때문에, 나름대로 믿을 수 있는 후배이기도 했다.
다만, 이번에는 그의 소박하다 못해 박눌한 성격에, 약간이지만 원한도 느끼고 있다.

축제お祭り, 라 한다.
제사의례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고, 일반명사로 침투한 것과 같은 의미의, 노점이 즐비하고 그 가운데를 유카타 입은 사람들이 싸돌아다니는, 별 볼일 없는 여름제.

그 소란으로부터 떨어진 잡목림 가운데에서, 부지의 네 귀퉁이에 두 명씩, 총 여덟 명의 인원이 배치되었다. 각각의 장소에는 불가사의한 도안이 그려진 화지가 한 장씩, 모두 네 장이 나무에 붙어 있다.
그리고 그 나무 옆에서 그냥 대기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었다.

대기라고는 하지만, 무언가 일어나리라 예견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무언가 수상한 일이 일어나면 알려 달라는, 소위 망꾼의 역할로서, 우리는 거기서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일을 맡은 사람 전원에게는 소형 구내전화, 말인즉슨 인컴이 지금되었다. 정기적으로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또 특별한 지시나 수상한 사안의 발생이 있을 즈음 연락을 취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무엇을 주시하지도 않고 그저 서 있기만 할 뿐이라는 상태는, 그것도 이렇게 어두컴컴한 나무들 가운데 계속 서 있는다는 것은 좀처럼 힘든 일이었다.

그럼 시간을 때우기 위해 잡담이라도 할까, 라고 생각을 해도. 세대가 다르고 성격도 담담한 후배 한 명을 앞두면, 좀처럼 대화가 지속되지 않았다.
「한 시간이라고. 물론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지만, 역시 조금은 시간이 아깝다」

나는 10분 전, 우리처럼 대기하고 있는 다른 3개 조들과, 특별히 수상한 일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음을 서로 확인했던 때를 떠올렸다. 다른 3개 조 각각이 대표로 한 명씩 통화해서 총 세 명. 마이크 너머였지만 그들도 피로와 지겨움의 기색이 희미하게 번지고 있었다.
뒤로 고개를 돌려, 사카이군 쪽을 흘끗 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감동으로, 쪼그려 앉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표정에서는 특별히 피로 등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억양 없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뭐, 어느 정도는 어쩔 수가 없죠. 아마도 우리들은 무대 뒤의 잡일꾼, 만약을 위한 망꾼 같은 느낌이니까요. 뭔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비교적 낮지만,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무위하게 시간을 낭비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어디까지나 결과적이지만요. 그는 그렇게 말을 맺었다.

뭐, 그건 그렇다. 직업상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것의 두려움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나는 일어나서 모처럼 대화를 이어나갔다. 딴은 그렇군, 이라던가 다시 기합을 잡자, 라던가,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된다.
거기서, 그보다 앞서 그가 발언했던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러고 보니 아까, 뭐랬지, 우리는 무대 뒤의 잡일꾼, 이라고 했나. 자네가 그런 식의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네에」
「왜 그런 생각이 들었냐」

이 일을 맡을 때 우리 두 사람에게 주어진 정보는 많다고는 할 수 없었다.
나가노현에서 개최되는 여름제에, 무언가 괴이가 현현한다.
그 괴이를 격리하기 위해, 나름 많은 인원이 뒤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이 상황도, 그 격리절차의 일환이다.

극 밖에도 일을 안전하게 마치기 위한 세세한 정보도 주어졌으나, 대충 말하자면 그 정도다. 그래서 우리는 어두운 숲 속에 처박혀 있게 된 것이다.
알 필요 없는 것은 알지 않는다는 것이 이 직장에서 건전하게 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임을 나도 알고 있었지만. 그의 말투는 조금 호기심을 환기시켰다.

「아아, 그건 말이죠」
그는 여상하게 대답하면서, 자기 옆에 있는 나무와, 거기 고정된 화지를 흘끗 보았다.
정신을 차려 보면, 주변은 아까보다 더 어두워진다. 나름대로 가까운 곳에 있지만, 눈을 부릅뜨지 않으면 화지에 그려진 모양을 세세하게 판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거, 나무에 붙은 종이 말이죠. 인지, 인지, 아마 그런 종류의 부적일 것 같단 말이죠」
그러니 아마, 이건 이른바 결계입니다.
「괴이를 격리하기 위한 작전이다, 라고 야나기사와柳沢씨가 말씀하셨죠. 게다가 재단 외에 무슨 을 하는 인간들까지 초빙된 것 같고요 ―― 요는, 이 결계로 무언가 좋지 않은 것을 가두고, 그러고 나서 그의 지휘하에 직원들이 앞선에서 정리를 할 모양인가봐요」
야나기사와. 이번 작전의 지휘를 담당했다는 인물이었다.

「즉, 그것을 가두는 결계에, 그냥 보기에도 알 수 있을 만큼의 이상이 없는지 보고 있어라, 라는 것이 저와 아라가키씨가 맡은 일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은 카메라 따위로 확인하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보는 쪽이 정확하니까요」
변함없이 평탄한 어조이긴 하지만, 내가 아는 그로서는 드물 정도라, 그가 수다롭게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그의 말수가 적기도 하고, 이렇게 단둘이 이야기할 기회조차 요즘은 없었기 때문에,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과연 상세하군. 그러고 보니, 자네 가 전공이었던가」
「네에. 그렇지만, 전공을 이렇게 사용하게 되다니, 여기까지 올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만요」
「뭐어, 그건 그렇겠지. 문자 그대로 결계라는 말을 쓰는 직정이란 좀처럼 없을 것이고. 아무튼 그래서, 아까 그건 야나기사와씨가 지체없이 대응하기 위한 판을 깔고 있다 ―― 라고 해석해도 좋은 걸까나」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그가 답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예상이지만요. 이 축제에 오는 무언가에게 제대로 대응하는 것은, 그쪽 분들 담당인 것입니다. 우리들은 뭐어, 모기장 밖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고요. 무대에 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비유를 한다면 무대 뒷편 스태프 같은 신세인 것이지요」
그렇게 말하고 사카이군은 내 가슴 언저리를 가리켰다. 뭔가 싶었는데 내 목에 걸린 명찰을 가리킴을 깨달았다.

「아라가키. 타마가키玉垣라고도 하죠. 신사 울타리라는 뜻이잖아요. 울타리는 내계와 외계를 구획하는 경계선이지요. 안과 밖을 구분하고, 그 경계 안에 가두고, 그 가운데 무언가를 억누르고, 모시기도 하고. 말씀하신 대로, 그것을 가두는 것이 우리를 포함한 네 꼭지점의 사람들의 역할이고, 안쪽에서 무언가에 직접 대응하는 것이 야나기사와씨들 쪽이라고, 저는 추측이 됩니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늦여름의 해는 빨리 넘어간다. 좀전까지는 저녁인지 밤인지 애매한 시간대였으나, 이제는 분명히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주위조차 전혀 알아볼 수 없게 되었으니, 슬슬 지급받은 전등을 켜도 될지 모르겠다.
새카만 풍경 가운데, 꽃무릇의 작은 꽃봉오리만 점점 붉어졌다. 이렇게 보니, 나름대로 수가 많다. 그러나 개화한 것은 보이지 않고, 모두 봉오리 단계인 것 같다.

안과 밖.
만약 그의 말대로, 우리가 그 경계선을 만들고 있다고 치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풍경은, 안팎 중 어느 쪽일까.
그런 것을 하릴없이 생각했다.

거기서 대화가 끊겼다.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바야흐로 주변이 무음지대다.
축제음악 소리라도 들리지 않을까 귀를 기울여 봤지만, 역시 거리가 멀어서인지, 사박사박 잎사귀들이 서로 비비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도, 들려오는 소리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어두운 잡목림이다.
불가사의한 것도, 변한 모습도, 아무 것도 없다.
좀전에 사카이군이 이야기한 내용 탓인지, 그 풍경이 더욱 까닭 모르게 섬뜩하게 보였다. 뭔가 대화를 계속하기 위해 내가 입을 뗀 것과 거의 동시에, 그가 조용히 목소리를 발했다.

「좀전에, 꽃무릇의 봉오리는 귀엽고 좋다, 고 말씀하셨었지요」
그렇게 그는 말했다. 당돌한 화제에 순간 당혹했으나, 곧 아까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내가 쪼그리고 앉아 발밑의 꽃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것에서 시작된 대화였다.
아아, 그랬던가. 그런 말을 하고, 나는 그의 평탄한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원래 꽃을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성격은 아닙니다만 ―― 왠지 까닭 모르게 섬뜩한 느낌이 듭니다」
꽃무릇이 어떻게 꽃을 피우는지, 알고 계신가요. 어쩐지 목소리가 이쪽을 향한 느낌이 들어, 나도 그의 쪽을 힐끗 보자, 생각했던 대로 그는 내쪽을 향해 보고 있었는데, 어두웠던지라 표정까지 판별할 수는 없었다.

개화한 꽃무릇의, 가늘고 긴 꽃잎 몇 개가 비교적 벌어진, 그 특징적인 모습을 상상하면서 나는 대답했다.
「뭐랄까 ―― 잘 모르겠네. 나도 그런 것 자세하게는 모르니까. 하지만 듣고 보니 이 작은 방들 같은 꽃봉오리가 그런 모습이 된다는 것은, 확실히 불가사의하군」
이 일대에 식생하는 것인지, 혹은 이전에 현지인 등이 갖다 심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자세히 보면 꽃봉오리가 도처에 널려 있다. 주위가 어두워서인지, 더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꽃무릇은, 그 꽃봉오리의 방마다 각각, 벌레의 더듬이 같은 수술 등이 들어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개화할 때 하나하나의 꽃봉오리가 대여섯 장 정도의 꽃잎으로 나뉘고, 그 안에서 수술 등이 튀어나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아는 그 모습이 되는 것이지요」
그것을 보는 것이, 아무래도 무리입니다. 라고 그가 말했다.

저 꽃무릇의 봉오리들을 보고, 나는 어린이의 손가락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설명을 듣고 보니, 그 각각을 움켜쥔 주먹으로 형용하는 것이 더 올바를 것 같았다.
하나의 줄기에서 다섯 개 정도의, 가늘고 긴 빨간 손목이, 주먹을 꼭 쥔 상태로 올라오고 있다. 다섯 개의 손목이 일제히 쥐고 있던 주먹을 열자, 그 안에서 한층 더 가는 ―― 벌레 더듬이 같은 무언가가 튀어나온다. 나는 그런 광경을 상상했다.

「제가 어렸을 때, 근처에서 잘 놀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당돌하게 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름은 ―― 카요かよ쨩, 이라고 불렀던 것 같지만, 명자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름과 생김새만 알면 어울려 놀기에 지장이 없던 시절이죠. 그 때는 저도 산 속을 뛰놀고 했던, 나름 원기왕성한 어린애였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떤 이야기의 흐름이었는지, 사카이군은 시골 출신이라고 오래 전에 그 자신에게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언제 그런 말을 했던 것일까. 내가 유소년기에 살던 장소와 같은 곳에 그가 살았음을 알고 나름 놀랐던 적이 있다.

「머리를 어깨쯤에서 가지런히 자른, 동년배의 아이였습니다. 귀엽다고 해야 할까, 애교가 있는 얼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아이는 그 당시의 저보다 훨씬 발이 빨라서 ―― 예컨대 산 속에서 놀다 정신을 차려 보면 그 애가 저보다 훨씬 앞서 가는 바람에 뒤에 낙오한 일이 몇 번이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날도」
거기에서, 그는 조금 숨을 골랐다.

「그 날은 마침 지금 같은 계절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늦여름이라 무더운데 해는 빨리 넘어가는, 그런 계절이었습니다. 슬슬 해가 저물 무렵에, 언제나처럼 둘이서 산속에 들어가 놀고 있었습니다. 그 때는 아마 산을 헤치고 들어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포장도로 같은 것은 없고, 나무인지 거미줄인지를 헤치며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카요 쪽이 더 빨랐습니다. 저는 약간 뒤에서 겨우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말이 조금 빨라진 것 같다.

「저는 그 때,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해가 일찍 지는 계절이라,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어두워져서 못 돌아가는 것 아닌가, 그런 걱정도 있었지만」
엄마한테 들은 게 있었거든요.
여름 밤에는 절대 산에 들어가지 마라, 고.
밤이 되면,
무서운 것, 이 나오니까

물론, 지금 그런 말을 들으면 어른이 아이가 산에서 다치는 것 등을 막기 위해 만든 전설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그 당시의 저는 그 무서운 것이라는 것이 ――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야, 야. 하고.
저는, 카요를 불렀습니다.

카요는 훨씬 멀리까지 가 있어서, 따라잡아 불러세우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었습니다. 그 애는 열중하면 제 말을 듣지 않고 행동하는 면이 있었지요.
그리고 어느덧, 카요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어 버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도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어쩌면 조금 울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딘지도 모를 어두운 산중, 나무들 가운데에 저 혼자였으니까요. 카요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무서운 것이 나올까 떨면서, 저는 길도 없는 산중을 그저 걷고 있었습니다. 나뭇가지나 무언가에 팔꿈치와 다리를 어느샌가 다쳤고, 상처에 땀이 섞여서 쓰라리고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나는 사카이군의 이야기를, 그저 듣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을 처음 보았을지도 모른다.
어째서인지 나는, 얼굴을 보려고 했는데, 역시 밤의 산중이라 표정을 헤아릴 수가 없다.
아마, 변함없이 무감동한, 표정이 없는, 그런 얼굴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다, 사카이군은.
그의 말은 계속된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체감상 몇 시간은 걸었던 것 같았지만, 아마 길어야 수십 분 정도였겠지요. 갑자기 초목을 헤치고 들어갈 수 있는, 산중에 탁 트인 공터 같은 곳이 나왔습니다. 그곳은」
거무튀튀한 나무들 사이에, 거기만 초원처럼 되어 있고.
한쪽 면에.
한없이 넓게, 붉고 붉은 꽃무릇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새까만 밤의 산중에서, 그 붉은빛만 돋보이지요.

「조금, 흐려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까지의 공포심과 불쾌감 따위는 잊어버리고, 그 눈앞의 광경을, 까무룩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뒤, 맞다, 카요쨩은, 하고 생각이 미쳤습니다」
거기서 저는, 문득 알아차렸습니다.
그, 꽃밭이 된 공터의 한쪽 면의, 정가운데 정도. 거기만 부자연스럽게, 뻐끔하게 구멍이 뚫린 것처럼 되어 있었어요.
마치, 작은 어린애가 누워 버리면, 그런 형태로 꽃이 눌려 버리겠지요.
카요는 저기에 있구나. 저는 직감적으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카요쨩, 카요쨩, 그렇게 외치면서. 저는 정신없이 꽃을 헤치고 거기에 뛰어들었습니다.
보니, 역시 그것은 카요였습니다. 흙 따위로 더러워졌지만, 복장이 그 날 입었던 것이었으니까요.
엎드린 자세로 쓰러지듯 땅에 뒹굴고 있었습니다.
제가 몇 번 말을 걸어도,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것이 아주 불안하게 느껴져서.
저는, 오른손으로, 쓰러진 카요의 오른 어깨를 잡아서.
그녀의 상반신을 일으키고, 오른쪽에서 얼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일순, 제가 무엇을 본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카요는.
얼굴이 없었습니다.

코 언저리에서부터, 살과 피부가 도려내어져 있었습니다. 비유한다면, 얼굴을 예리한 칼로 방사상으로 갈라 틈을 내고, 그 중심에 손가락을 넣고 억지로 당겨 찢어낸 느낌입니다. 방금 전까지 얼굴 같은 것과 접하고 있었을 흙은 헙신헙신 축축했고, 이빨이나 뼛조각이 조약돌처럼 흩어져 있었습니다.
귀살스럽게 열린 얼굴은, 검붉게 흠뻑 젖은 채, 덜렁덜렁 늘어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주위에 잔뜩 피어 있는, 꽃무릇을 상기시켰습니다.
한없이 넓게 붉은 꽃이 피어 있는 밤의 산중에서.

저는.
더 공포를 느끼거나 놀라웁거나 할 일도 없었습니다.
지금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그 붉은 꽃잎같은 육편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카요가 왜 그런 꼴이 되었던 것인지는, 당연히 모릅니다.

그러나 동시에, 왠지 너무 냉정하게.
아아, 카요쨩을 무서운 것에게 빼앗겨 버렸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한 직후에 비로소,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한 것인지, 그것이, 너무 무서웠던 것입니다.
무섭다.
그것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것입니다.

그 때.
카요의 입이 있던 부분이.
콜록콜록 하면서 떨듯이 움직였습니다.
동시에, 그 근처에 늘어진 육편도 경련합니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카요는 그런 상태가 되었어도 아직 살아 있는 것입니다.

저는 솔직히, 그 때 시체가 움직인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이제 분명히 죽어 버렸어, 카요쨩은.
저렇게 엉망이 된 얼굴이 찢어져 열린 상태로 살아 있다니, 있을 수 없어.
제 속에서, 그것은 이미 카요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 두려운 것이었습니다.
그 두려운 것은 바들바들, 입이었던 살덩어리를 움직입니다.

오른쪽 어깨에서 손을 놓고 귀를 막는 것도 못 하고, 그저 눈뜬 채, 저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너무 두려워서, 그래서 저는, 눈을 떼지도 못했습니다.
무엇을 말하려는 거야.
뭐라고 말을 거는 거야.
무엇을,


카요의 목소리로, 그것은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다음부터의 일은 ―― 별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언제나의 무기질한 어조로 돌아간 사카이군은 그렇게 말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저는 집의 이불에 누워 있었습니다. 밤이 밝고 나서 일어나니 다음 날 아침이었고. 곧바로 이불에서 벌떡 일어나 부모님께 가서, 카요쨩은, 카요쨩은, 이라고 그랬는데, 두 분 모두」
그가 거기서 숨을 고르면서, 잠깐이지만 틈이 생겼다.
「신경쓰지 마라, 그 애 이야기는 이제 하지 마라, 라고. 그 말만 반복했습니다」

「이윽고, 우리 가족은 다른 현으로 이사했습니다. 꽤 급히 이사해서, 결국 저는 카요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 일이 무엇이었는지 지금까지 모르는 채입니다. 수 년 전 부모님도 돌아가시면서, 결국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영영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말 없이 이야기를 듣고만 있는 내 옆에서.
그 사건이, 어디까지가 정말이었는지도,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쭉 ―― 꽃무릇을 보면, 싫은 기분이 듭니다. 혹시 저 붉은 꽃이 벌름벌름 움직이면서, 그 때의 카요의 목소리로 내게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 숨기지마, 숨기지마, 그 때의 그 말만 되풀이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저엉말로, 두려워서요.
도대체, 제가 무엇을 숨기고 있다는 것일까요.
카요는, 제게 무엇을 전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바라키씨. 라고 그는 내게 담담하게 물었다.
나는 그냥, 모른다고 대답했다.
거기서 다시 대화가 끊기고, 조용해졌다.

사박, 사박, 잎사귀들이 서로 비비는 소리만 들린다.
벌레 소리도 울리지 않는다. 쓸쓸한 산 속인 것이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나는 몇 분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길어야 수십 초 정도였을 것이다.
나는 어째선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는 무기질적인 풍경이다. 밤의, 새까만 늦여름의, 나무들 사이에, 나는 서 있다.
발 밑, 그리고 내 주변 곳곳 보이는 곳마다, 붉은 꽃무릇 봉오리가 보인다. 한밤중처럼 어두운 풍경 가운데 그 붉은빛만 두드러지니, 마치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을 내는 것 같다는 감각을 느낄 정도였다.
이렇게 어두웠던 것인가.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발 밑의 꽃무릇에 눈을 돌렸다.
가늘고 긴, 붉은 방이 다섯 개 안팎, 하나의 줄기 끝에 방사상으로 붙어 있다.
나는 가볍게 손을 뻗어서 ―― 그 방들 중 하나를 손가락 끝으로 쓰담았다.
역시 귀엽구나, 라고 생각했다.

나는 ―― 사카이군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무서운 것일지라도,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거기서 상기되는 감각까지 공유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카요라는 아이를 알지 못하니까.
어째서인지, 그렇게 생각했다.
후우, 하고 숨을 내쉬고, 일어섰다. 그러고 보니 그럭저럭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 다른 3개조에 다시 확인 연락을 취할 때가 되었다.

사카이군. 하고 부르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사카이군은.
어디에도 없다.

얼레.
일순, 자신의 사고가 멈춘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무 그늘에 숨기라도 했나 싶어서, 근처의 나무들을 한 바퀴 돌아 보았지만――
아무도, 없다.
이토록 조용한 가운데 있다. 어딘가 걸어서 갔다면 무슨 소리든 들렸을 것이다. 자리를 비우더라도, 적어도 한 마디 하고 갔을 것이다.
사카이군, 하고 소리 높여 불러 봐도, 나무들 가운데서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나는 지급된 통화기에 손을 댔다.
무슨 일이 있으면 그걸로 알려주게. 지금 안쪽에서는 괴이와 대치하고 있으니까, 야나기사와라는 사람의 말을 떠올리면서, 나는 통신을 시도했다.

「들리냐」
「어라, 아라가키씨네요. 별 일 없지요」
조금 전 통화했을 때와 다를 바 없는, 피로로 얼룩진 나른한 목소리다.
「긴급을 요하는 사태일지도 모르겠다. 방금까지 함께 있던 사카이군이라는 후배가 말도 없이 사라졌다. 어쪄면 무언가의 ――」
「에. 무슨 후배요?」
「사카이군 말야. 나하고 같은 연구반에」
「에에, 그러니까, 없어졌다는 건가요?」
이쪽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통화 건너편의 응답은 요령부득이다.

「그러니까, 그랬다고 말하잖아. 방금 전까지 ――」
「사카이씨가 누군데요」
목소리는, 느긋한 어조에 변함이 없이 그렇게 말해왔다.
「에. 아니」
「저기, 아라가키씨. 우리 지금 꼭지점 네 개에 한 명씩 배치되었잖아요. 모두 동석하는 사람은 없을텐데요」
「무슨 헛소리야. 이번 일은 원래부터」
「아까 통화했을 때도 당신까제 헤아려서 네 명이었잖아요. 어느 새 인원이 늘었다는 건데요」
「그거는, 각 조에서 대표로 ――」
하아.
수화기 너머로 귀찮은 듯한 한숨이 들려온다.

「그럼, 아라가키씨. 지금 당신이 이야기하고 있는 상대는. 저는 누구인지, 알고 계세요?」
「하? 이런 때에 무슨 소리야. 그거야」
그거야.
어라,

약간의 침묵 후에, 은 소리 없이 웃는 듯한 목소리로, 다시 말을 시작했다.
「이것 봐. 역시, 아무것도 모르고 있잖아요, 당신」
저기요.
이제 그런 거 다 쓸데없어졌다는 거, 아직도 못 알아차린 거에요.
큭큭큭, 하고 웃는다.
뭘 쳐 웃고 있어, 이 새끼는. 나는 불가해하다거나 무섭다거나 두렵다는 것보다, 그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러니까 쓸데없다고요, 아라가키씨. 아무리 그래도 말이죠, 그건 아니죠. 역시 저도, 처음 알았을 때는 깜짝 놀랐지요. 아니, 어떻게 항상 함께 놀았을 친구를 그 꼴로 만드냐고요, 도대체.
백 보 양보해서, 어느 찰나의 실수로 그렇게 되었다, 라던가 하면 아직 알 수 있어요. 참작의 여지도 있다던데요. 해가 넘어갈 때까지 논 다음에, 어둑어둑한 산속으로 끌어들여서, 밀어 넘어뜨리고 올라타서요. 가까이에 있는 동그랗고 큰 돌로,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저기요, 그런 거는, 찰나는 커녕 일부러 하려고 해도 좀처럼 안 되어요. 카요쨩도 처음에는 장난이라고 생각했겠죠. 그야 그럴 것이, 그때까지 같이 벌레잡이나 술래잡기 하며 같이 뛰어놀던 남자애가 갑자기 그런 짓을 하다니요. 그런데 자기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고 담담하게 얼굴만 찢는 거에요. 무러진 이빨이 목에 들어가서 콜록콜록 소리를 내도 신경을 안 써요. 카요쨩, 아팠겠어요. 무서웠겠어요.
이야아, 바로 그냥 뽑아 버렸어요. 그냥 미친 짓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네요. 랄까 미치신 분들 쪽이 차라리 낫겠어요. 그쪽이야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미치니까 그런다는 이유. 그것도 꽤 심각하긴 하지만요, 하하. 저기요, 아라가키씨, 당신은 아직,

뚝.
통신기 전원을 껐다.
축제 소리도, 말소리도, 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살풍경하고 지루한 정적이 다시 찾아왔다.
조용하다.
나는, 곁에 있는 큰 나무를 본다.

변함없이, 광택 없는 마름모꼴 화지가 거기 붙어 있다. 흐물흐물한 선과 사각형으로 구성된 기묘한 모양이 먹으로 그려져 있지만, 역시 나는 그것의 의도는 알지 못한다.
이번에 사카이군에게 물어보기로 하자.
이런 것에 해박한 것이다, 그는.

나무에서 눈을 떼고, 주위를 둘러본다.
이제는 완전히 밤이 되었다. 전등은 켜지 않는다. 아마 달빛도 나무에 가렸을 것이다. 어둡다기보다는, 먹을 온통 쳐바른 것처럼 새까맣다.
하지만, 꽃무릇의 꽃봉오리만은 잘 보인다.

듬성듬성, 붉은 점이나 선처럼 되어 있는데, 개중에는 연이어 있는 것도 있다.
지금 보고 있는 꽃은. 안과 밖, 어느 쪽에 피어 있는 것일까.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지 않은가.
역시 예쁘고 귀여운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
한 없이 넓게 펼쳐진 모든 꽃봉오리가.
일제히 선뜩하게 꽃을 개화했다.
내 바로 뒤에서,

숨어버렸네かくれちゃった

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린 여자애 같은, 그 목소리를 듣고 나는,
아, 다 조졌네, 라고 생각했다.

못 돌아가,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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