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거 기록 SCP-316

감시 기록 x316███, 날짜 █-██-█████-██-████
장소: SCP-316-D 격리 시설

클레프: 당신이 바로 SCP-316?

316: 나는 "해방된 자 다인"이란 이름이 더 좋겠는데.

클레프: 다인이라고? 그것도 혹시 무슨 줄임말이야?

316: 아니, 그냥 다인.

클레프: 좋아. 흠, 당신 파일을 죽 살펴봤는데 몇 가지 질문할 게 있어서 말이지.

316: 말해봐.

[데이터 말소]

클레프: <웃음> 말도 안 돼. 어쨌든 이거 좋은데. 우리 사이에 별 문제는 없겠어.

316: 고마워, 박사.

클레프: 언제 또 불러달라고, 맥주 사갈 테니.

[기록 종료]


사건후 면담 316-클레프

면담자: SCP-316의 진짜 성질을 깨달은 건 언제입니까?

클레프: 제가 맡은 일을 돌아볼 때였죠. 그때 제가 깨달은 건…

면담자: 잠시만요. 이 면담 읽는 사람들도 다 알게 "맡은 일 돌아볼 때"가 뭔지도 말씀해 주세요.

클레프: 아, 그래요. 흠, SCP-531-D 사건 이후로 저는 다른 인간형 SCP들을 평가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습니다. 경험상 제가 추측하기로는 보스들이 제가 인간형 SCP들 중에 죽여야 되는 놈 냄새 맡는 데는 개코라고 생각하나 본데… 어쨌든 저는 316이 보통 초인간이라고 결론지으려고 그랬는데, 첫 면담 끝나고 나오는 중에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닫게 됐죠.

면담: 그게 뭔가요?

클레프: 제가 그놈을 좋아했어요.

면담자: 그게 이상한가요? SCP-316은 호감 있는… 있었던 놈이었는데.

클레프: 저는 처음부터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SCP들마저요. 어쨌든 그 일로 의구심이 피어올라서 파일을 조금 더 면밀하게 살펴봤는데, 역시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파일에는 그놈이 문제 많은 인간형 SCP들 하나하나랑 호의적 관계를 맺은 걸로 나왔어요. 아벨부터 성자까지, 죄다 긍정적인… 아니 아벨도 끼어 있었단 말이죠, 그 소시오패스는 다른 놈을 좋아할 일이 단 하나도 없는데.

면담자: 그때 박사님께서는 자기가 당해버렸다는 걸 깨달았다는 말이군요.

클레프: 그렇죠. 하지만 증거가 필요했습니다. SCP-239 때랑 똑같이 실수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조그맣게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면담자: 그 펜싱 시합 말인가요?

클레프: 그 펜싱 시합 말이었죠.

[후략]


감시 기록 xCLF███, 날짜 █-██-█████-██-████
장소: 클레프 박사 사무실

콘드라키: 야, 클레프, 웬일이야?

클레프: 별거 아냐, 코니. 펜싱 시합은 어떻게 됐어?

콘드라키: 끝내줬지! 내가 완전 처발렸지만 좋은 시간이었어. 한번 터치라도 했던 게 자랑이지 뭐야.

클레프: 그렇구만. 다인 그놈은 어떤 이미지 같아?

콘드라키: 멋진 녀석이지. 다음주에 또 붙을 거야. 웬 질문이래?

클레프: 궁금해서. 아, 올해 인사 평가 때문에 자네한테 물어볼 게 있는데 말이야.

콘드라키: 그래.

[데이터 말소]


사건후 면담 316-클레프

[전략]

면담자: 그 일이 무슨 의미를 띤다는 말씀인가요?

클레프: 저도 펜싱하는 줄은 아시죠? 사브르랑 플뢰레. 하지만 콘드라키랑은 더 붙지 않아요. 왜냐하면 마지막으로 붙었을 때 15점 경기를 해서 한 점 차이로 이겼는데 말이죠, 그놈이 마스크 벗더니만 벽에다 집어던지고 당장 리매치 하자고 징징대더라고요. 그렇게 드라키는 졌다고 인정할 줄 모르는 놈인데, 그때는 완전 모르는 놈한테 져서는 싱글싱글 인정하고 있었던 거예요.

면담: 그때 박사님께서는 SCP-316을 제거해야겠다고 마음먹으셨군요?

클레프: 네 그때였죠. 하지만 239 때 했던 실수를 또 할 수는 없었어요. 더 교묘하게… 무작정 달려들었다가 다 망쳐버리면 안되겠죠. 그래서 SCP 재단 직원들 중에, 저명하고 훌륭한 사람들 말고 상대적으로 모르는 사람들을 모집했어요.

[후략]


██-██-████ 재단 내부 메일 발송 텍스트

보내는이: 클레프 박사
받는이: 기번스 박사; 아이스버그 이사관보; "캣드레이크" 요원; "버틀러" 요원; 팔머 박사
Re: 개인 평가

시간이 되는 대로 곧장 제 사무실로 찾아오기 바랍니다.

클레프 박사


사건후 면담 316-클레프

면담자: 그러고 나서 프로토콜 19로 나아가신 거죠?

클레프: 그렇죠.

면담자: 기록 차원으로 프로토콜 19를 설명해 주세요.

클레프: 프로토콜 19는 까다로운 대상, 특히 정신적 보호막을 갖춘 놈들을 제거하는 절차입니다. 재단이 SCP-668을 회수한 방법을 보고 제가 영감을 받아 만들었죠. 어떤 경우든 한 가지 간단한 원리를 따릅니다. 제거 과정에서 각개 인원이 한 가지 단계만을 수행하는 거예요. 단계 각각은 위험하지도 않고 표적에게 치명적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수행한다면 비로소 그 효과가 나타나게 되죠.

면담자: 그러면 어떤 과정으로 316을 제거하셨던 거죠?

클레프: 말하지 않는 편이 낫겠습니다.

면담자: 어째서요?

클레프: 포커를 잘 치는 사람은 손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비장의 에이스 카드는 나중에 쓸 때를 생각해서 소매에 계속 꿍쳐둬야죠.


감시 기록 x316███, 날짜 █-██-█████-██-████
장소: SCP-316-D 격리 시설

316: 정말 그런 방법이 통할 거라고 생각했나?

클레프: 뭐 그래, 통했으면 하고 바랐달까.

316: 당신이 배신하다니 마음이 아프군. 하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는 건, 당신이 칼싸움 중에 날 이길 수 있다고 희망했던 그 믿음이야.

클레프: 또 생각해 보니 그렇네, 되게 멍청한 생각을 했나봐, 그치?

316: 너 따위는 언제든 죽일 수 있지만… 천천히 해주는 게 좋겠어. 당신을 조각조각 잘라 주는 광경을 구경하라고. 누가 알아? 당신이 실패하는 모습을 내가 더구나 즐거워할지.

클레프: 난 실패 안 했는데…

316: …뭐라고?

클레프: 이 칼싸움은 너를 죽이려던 게 아냐. 방심시키려던 거였지.

316: *웃음*


사건후 면담 316-클레프

면담자: 그러고 나서 백업 요원이 공격했나요?

클레프: 그렇죠.


감시 기록 x316███, 날짜 █-██-█████-██-████
장소: SCP-316-D 격리 시설

316: 또 실패했네, 클레프.

클레프: 젠장.

316: 정말 내가 너희 친구들이 뒤에서 공격해올지 눈치 못 챌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그 겁쟁이 작전 따위는 이제 완전히 실패하다 못해…

클레프: 입 싸물어.

<총성>


사건후 면담 316-클레프

면담자: 그때 숨어 있던 저격수가 총을 쐈던 건가요?

클레프: 그렇죠.

면담자: 기록 차원에서 그 남자의 이름을 말씀해 주겠습니까?

클레프: 누가 남자래요?


감시 기록 x316███, 날짜 █-██-█████-██-████
장소: SCP-316-D 격리 시설

316: … 아아아악! 내 다리!

클레프: 많이 아프지? 그 정도면 자연치유되는 데도 시간이 좀 걸리겠지. 그리고 그렇게 놔둘 계획은 없어.

316: 이 개새끼가! 죽여버릴…

클레프: 한 발 더.

[또 총성들. 비명소리.]

클레프: 실수한 거야, 다인. 백업 계획이 하나뿐인 줄 알다니. 사실 필요하다면 어떤 방법이든 다 쓸 수 있게 만전의 준비를 거쳤다고. 마지막까지 몰리면 아이스가 쪼끄만 빨간 버튼을 눌러서 이 기지 핵탄두를 폭파했을 거야. 필요한 어떤 방법이든.

316: 이 씨발놈이! 도망칠 생각 하지 마! 이 상처 따위 바로 치유해 버릴 거야! 다시 돌아와서…

클레프: 그럴까. 기번스, 로보토마이저 좀.

기번스: 여기요, 박사님.

*퍽**

316: 으아아아악!!!!

클레프: 맛이 어때, 316? 기찻길에 박는 못을 압착공기 해머로 두개골에 처박은 느낌을 지금 체험하는 거야. 벌써 전두엽 피질을 꿰뚫고 뇌의 고등작용 대개가 파괴되어 버렸지.

316: …아아아아으으…

클레프: 상처는 재생될 거야. 못은 그대로 있고 그 주위를 둘러서. 그러면 뇌의 그 부분은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 그리고 이 부분도… *퍽*. 거기가 뇌줄기야. 원래는 운동 협응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이었지.

316: …으으으으으응…

클레프: 어디 보자… 또 어떤 부분을 조져 놓을까? 심장은 어때? *퍽* 그리고 척추도. *퍽* 그리고 날 빡치게 해 줬으니 소중한 구슬에도. **퍽*


사건후 면담 316-클레프

면담자: 그러면, SCP-316은 현재 어떤 상태인 건가요?

클레프: 제거됐죠.

면담자: 어떻게?

클레프: 남은 그 찌꺼기를 NASA의 헤르메스 탐사선 비밀칸에 처박아뒀죠. 한 일주일쯤 경과하면 탐사선은 목성으로 가는 중에 고장나서 태양으로 처박힐 겁니다.

면담자: 그놈이 어째선지 그러고 나서도 잃어버린 기능을 되찾아 버리면요?

클레프: 그러면 어쩌게요? 그놈이 태양의 중력에서 빠져나올까봐요? 그리고 설마 도중에 깨어나서 탈출해 봤자, 포물선 경로로 비행하다가 어쨌든 태양행이에요. 뉴턴의 제3법칙, 작용이 있으려면 반작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놈한테는 그 자살 궤도를 빠져나올 만한 질량 따위는 없죠.

면담자: 그렇군요. 하나만 더 물을게요.

클레프: 그러세요.

면담자: 박사님 개인적으로 대상한테 기찻길 못총을 꼭 쏴야만 했던 이유가 있나요? 그 거리에서면 저격수한테 모두 다 맡겨도 됐을 텐데요.

클레프: 치료받으려고요.

면담자: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클레프: 조작당하는 게 저는 너무 싫어요. 특히 머리 속이 헤집히는 건 더 싫죠. 제 영혼을 생각해서라도 그 정도 영광은 누려보고 싶었어요.

면담자: 혹시라도 제가 화를 쏟아붓는 일 없게 해주세요, 박사님.

클레프: 걱정 마세요. 그랬다간 영영 모르실 테니깐요.

면담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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