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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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벌써 하늘이 파랗다. 연휴를 맞이한 사람들의 얼굴에서 행복과 여유가 느껴진다.


있잖아, 우리가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음? 무슨 소리야?


아니, 그, 아무리 그래도 400년이나 지난 일인걸. 지금 저기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을테고..

그래서?


물론 네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알지만, 너한테 정말 그런 짓을 한 사람들한테만 복수하면 되지 않을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야. 이제 와서 그만두고 싶다는 소리야?


아, 아냐!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 그래도, 최소한 상관없는 사람들은 내보낸 다음에…

말했잖아, 레일로… 저것들은 우리들의 피와 살을 뜯어 팔며 돈을 번 자들이라고. 내 가족, 친구들을 죽인 자들이라고..

우리의 시체를 팔아서 돈을 벌고, 저렇게 높은 건물을 짓고 떵떵거리며 대대손손 살아온 자들이라고!


그렇지만, 여긴 나름 관광지인걸.. 정말 상관없는 민간인이나 외국인들도 많이 오는 곳이잖아.

여기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거란 말이야. 무엇보다 재단이나 연합이 가만두지 않을테고…

그래서 너한테 그 역할을 맡긴 거잖아, 레일로.

마법을 부리는 건 우리가 다 할테니, 너는 다른 사람들이 방해 못하도록 시간만 끌어주면 돼.


….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할거야. 내 형제자매를 그렇게 만든 대가를 치르게 해줄거야.


스산한 바람이 나뭇잎들 사이로 스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찬사를 보내는 소리도 들려온다..


너도 도와줄거지, 레일로?


— 실망시키지 않을게, 벨베타..


"앗, 차가워!"

벤치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던 나는 난데없이 느껴진 냉기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일어났다. 단잠에서 깬 그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려 주변을 훑었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른한 오후 햇볕이 비추고 있는 한적한 공원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무성한 잡초들 사이를 날아다니는 풀벌레 따위나 산책을 하고 있는 사람들 몇몇 뿐이었다.

한참을 둘러본 끝에 꿈이라도 꿨겠거니 싶어 찜찜한 마음으로 다시 앉아 잠을 청하자 다시금 목덜미에 누군가 얼음이라도 들이민 듯한 차가움을 느꼈다. 누구의 소행인지 짐작한 내가 약간의 짜증이 담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자,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서 짓궃은 표정을 한 채로 손을 흔들고 있는 랑이 보였다.

'오늘 안에 잠들긴 글렀군..'

나는 몇 안되는 짐들을 챙겨들고 그에게로 걸어갔다. 적잖이 피곤한 몸뚱이를 움직이자니 더 없는 피로와 짜증이 밀려왔지만,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앞으로 수 배는 더 피곤해질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오랜만이야 도현! 잘 지냈어?"

랑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해맑게 인사를 던진다. 후드를 뒤집어쓴 채로 나뭇가지를 들고 공중에 휘두르고 있는 모습이 철없는 어린애처럼 보였다.

"며칠 전에 봤으면서 무슨 오랜만이야. 그보다, 이런 곳에서 마법을 쓰면 어떡해?"

단잠을 방해받은 탓에 괜스레 퉁명스레 받아치고는 나뭇가지를 뺏어들었다. 땅에 널부러져 있는 나뭇가지들이랑 다를 바가 없어보였지만 그 끝부분이 차갑게 얼어붙어있었다.

"기껏 여기까지 와놓고,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까 그렇지."

"시차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다른 단원들도 일이 생겨서 내일 즈음에나 도착한다고 하니 눈 좀 붙여둬야지…"

"그러니까 단둘이 있을 때 많이 놀아둬야지! 이번에 공연하기로 한 아트 홀에도 먼저 한 번 가보고, 주변 관광지들도 좀 둘러보고."

"굳이 그럴 것까지는… 그것보다는 피곤해서 좀 쉬고 싶다고. 당장 모레가 공연이잖아."

말을 마친 나는 랑의 양 볼이 만화에서나 나올만큼 과장되게 부풀어오른 것을 볼 수 있었다. 합주할 때의 진지함은 온데간데없고, 이유없는 심술만이 남아있었다. 그 다음으로 나올 말은..

"지금 같이 안 가면, 온 몸을 꽁꽁 얼려버려서라도 데려갈 거야!"

망했네, 나는 생각했다.


어느 커다란 교회, 스태인글래스를 통해 내비치는 다채로운 색상의 빛이 소년의 피부를 훑었다. 레일로는 곧장 얼굴을 찡그리고는 뒤집어쓰고있던 검은 천 사이로 팔을 숨겼다. 검은 천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짙은 푸른색의 지느러미와 까글거리는 피부는 결코 사람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천장에 달린 커댜란 샹들리에를 바라본다. 분명 사람의 것이라기에는 어려운 얼굴이었지만, 그 표정은 어딘가 침울하면서도 무언가의 결심을 드러내보이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언젠가, 친구들의 손을 잡고 함께 웃어보이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부드러운 심해의 물결이 그의 피부를 감싸던 그 날의 기억을, 작은 바다반딧불이들이 바닷물을 따라 헤엄치며 희고 푸른 빛을 뽐내던 그 순간을.

한 순간이었다.

모든 일은 몇 차례의 폭발과 함께 시작했다. 줄곧 아름답던 도시는 순간 피어오른 자욱한 무언가에 휩싸인다. 갑자기 피어오른 재와 모래먼지 사이에서 콜록거리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파악하려고 애썼다. 곧이어 먼지가 약간이나마 걷히자, 기계 슈트를 입은 인간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들었다. 거대한 시계종탑이 내는 크고 진중한 울음소리처럼 깊고, 낮게, 울려퍼지고 있던, 사냥감을 눈 앞에 두고 내지르는, 분노에 가득찬 짐승들의 포효를. 가슴은 빠르게 뛰었다.

누군가 그들을 향해 무어라고 외치며 헤엄쳐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은 퍽, 소리와 함께 붉은 피를 흘리며 여러 갈래로 무너져내렸다. 그 뒤로 검푸른 슈트와 커다란 주먹이 보였다.

그 뒤로는 온통 피와 비명소리 뿐이었다.

바다반딧불이들은 빠르게 어디론가 도망갈 뿐이었고, 상어들은 우악스러운 인간들의 손에 붙잡혀 무력한 고깃더미마냥 찢기거나 뭉개졌다. 인간들은 그걸 즐기고 있었다.

그의 친구 하나는 비명을 내지르며 헤엄치다가, 날라온 작살에 지느러미가 찢기자 그 자리에 엎어졌다. 거대한 체구 하나가 그에게로 다가갔고, 커다란 쾅 소리가 얇은 비명소리를 끊었다.

"…"

그는 다시 눈을 떴다. 눈물 한 방울이 천을 적셨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마지막 폭탄을 안 보이는 구석에 붙이고, 사람들이 없는 통로를 따라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의 역할은 정해져있었고, 폭발과 함께 계획은 시작한다.


"감사합니다, 많이 파세요!"

랑은 양손이 두둑해진 채로 벌써 세 번째 기념품점을 나섰다. 종이가방들은 서로 쓸리고 부딪치면서 펄럭펄럭 소리를 냈다.

"누가 보면 관광객들 못 사게 기념품들을 사재기하려는 줄 알겠어."

"오늘 아니면 이런 기회도 없다니까?"

"예산도 넉넉치 않은데, 왜 자꾸…"

"저것 좀 봐, 도현! 강아지 인형!"

랑은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다른 가게의 진열대를 향해 달려갔다. 아, 진짜 집에 가고 싶다, 아니면 아까 잠을 취했던 그 벤치로라도 돌아가서 한숨 자고 싶다, 라는 생각이 나를 덮쳐오기 시작했다. 수 분이 지나자 랑은 인형이 잔뜩 담긴 종이가방을 하나 더 가져오고 있었다.

"이것 좀 봐! 너무 귀엽지 않아?"

"귀엽고 자시고간에, 이것들을 다 어떻게 옮기려고. 이미 너도 나도 두 손 가득히 들고 있는데."

"몰라!"

"사람들 대놓고 지나가는 길거리에서 마법이라도 쓰게?"

"마법도 못 부리면서."

"아까부터 자꾸 질문 회피하지 말고, 그래서 이것들은 어떻게—"

콰앙!

순간, 갑작스레 커다란 폭음이 귀를 때렸다. 매캐한 냄새와 후끈한 열기가 훅 끼쳐왔다. 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커다란 화염이 치솟고 있었다. 폭발의 충격에 넘어진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그 진원지로부터 도망가기 시작했다. 뭇느 일이 일어났는지를 파악하자마자 우리는 서로를 불렀다.

"랑!"

"도현!"

눈빛을 교환한 우리는 뭐라 말할 새도 없이 화염이 치솟고 있는 곳으로 내달렸다. 손에 들려있던 종이가방은 어디론가 내팽겨쳐졌을 것이다. 건물에 가까워질 수록 피부에 와닿는 뜨거운 열기는 더더욱 강해졌다. 가까워질수록, 폭발의 충격에 휘말린 사람들이 곳곳에 보였다.

"이게 뭐야? 가스 폭발인가?"

"랑, 네 눈으로 건물 안에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봐. 교회 안에는 나 혼자 들어갈테니까, 너는 그동안 불을 끄고 길거리에 쓰러진 사람들을 좀 도와."

나는 길바닥에 쓰러진 사람 한 명의 뺨을 때려 깨우며 소리쳤다. 랑은 화염에 휩싸인 건물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살피기 시작했다.

"—불 때문에 잘 안 보여. 그냥 불이 아니야…"

건물 한 켠이 우르르 소리를 내며 한 차례 무너졌다. 랑은 내게로 후다닥 달려와서 손목에 뭔가를 새기기 시작했다.

"간단한 마법을 걸어서 최대한 불이나 연기가 네 근처로 가지 않게 해줄테니, 안에 혹시 남아있는 사람이 있는지만 확인하고 나와. 지금 당장 내 눈으로는 안 보여."

"이런 폭발이 갑자기 일어난 거 보면 아무래도 테러인 것 같은데… 그것도 그냥 테러가 아니야."

"아마 이 주변 어딘가에 잔당들이 숨어있겠지. 한 번 찾아볼게."

"아니. 불이 더 커지지만 않게 하고, 휘말린 사람들만 적당히 구해."

"최대한 찾아서 외곽으로 빠질게. 하필이면 단장이 없을 때 이런 일이…"

"생각하지마. 다른 사람들부터."

나는 정신이 든 사람을 랑에게 맡기고, 교회를 향해 다시 달려갔다.

여기저기 커다란 불꽃이 튀어나와 건물 이곳저곳이 굉장한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있었고, 스태인글라스들이 열기에 녹거나 갈라지며 깨져내리고 있었다. 화마(火魔)라는 단어를 형상화하듯 교회 건물에 붙은 불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거칠어지도 거세어지기만 했다. 부디 그 안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길 바라면서, 난 그나마 최대한 불이 옮겨붙지 않은 문짝 하나를 박차고 들어갔다.


수 차례 폭발이 일었다. 삽시간에 교회는 불바다로 변했다. 레일로는 아직 그 안에 남아서 그의 동료들에게로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태생이 상어인지라 뜨거운 열기는 그에게 아주 치명적이었지만, 마법으로 일으킨 불꽃이었으므로 그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제 시간이 흘러 벨베타를 비롯한 다른 동료들이 마법을 완성하면, 이 불꽃들은 물을 끼얹어도 꺼지지 않는 영원의 불꽃으로 변할 것이다. 그 후로는 도시에 있는 다른 건물들에 차례차례 옮겨붙어 지옥도를 연상케 하는 풍경을 만들어낼 것이다.

레일로는 괜히 불안해지는 마음에 손을 꼼지락거렸다. 그는 인간을 싫어하고, 인간들도 그를 싫어한다. 다만 그 뿐이었을텐데, 막상 실행에 옮기니…

"…"

어찌되었건 이미 저지른 일, 이제 눈치 빠른 연합이나, 재단같은 단체의 일원들이 갑자기 화염을 뚫고 들이닥치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만약 이 타이밍에 그 단체들이 작정하고 달려든다면, 다신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별안간 어딘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 아무도 없습니까!"

인간의 목소리였다. 레일로는 순간 얼어붙었다.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면 소리를 내주세요!"

꽤 커다란 체구의 인간 남자였다. 그는 방화복이나 방독면을 하고 있지도 않았지만, 치솟는 불길 사이로 어떻게든 걸어나가면서 다른 사람들을 애타게 찾았다. 레일로는 곧장 불길 사이로 숨어들어 그에게로 다가갔다.

"젠장, 불길 때문에 앞이 잘 안보여."

그의 뒤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레일로는 이를 악문채 그가 보지 못할 방향으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분명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능숙한 솜씨로 이를 피한 다음 되려 레일로의 다리를 붙잡아 바닥에 내팽겨쳤다. 레일로는 한줄기 신음을 내뱉었다.

"크악!"

"뭐야 이건… 상어?"

레일로는 남자를 째려보고는, 빠르게 주먹을 내질렀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잡아내지 못했을 속도였지만, 남자는 그 역시도 여유있게 피했다.

"나한테 달려드는 걸 보니 우연히 폭발에 휘말린 것 같지는 않은데."

"이 개자식…"

욕지거리를 내뱉은 레일로는 품 안의 나이프를 꺼내어 다시금 남자에게로 돌격했다. 불길이 치솟았고, 저 너머의 열기에 녹은 샹들리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져 깨졌다. 나이프는 남자의 배를 향했지만, 어느새 허공을 가르고 있었고, 치켜들었던 팔은 붙잡힌 채로 꺾일 위기에 처해있었다. 남자는 힘껏 레일로의 얼굴을 가격했다. 코부터 시작해 후두부까지 커다란 충격이 전해졌다.

레일로는 컥,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는 살아남은 친구와 함께 바윗더미 사이로 숨었다. 도시 외곽에서는 죽어가는 사람들의 피비린내와 무너지는 도시의 모습이 더욱 잘 보였다. 바윗더미 뒤에 숨은 그는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피비린내에 숨을 쉬기가 어렵다. 온통 붉은 것들이 생기를 잃은 채로 떠다닌다. 분노와 무력감에 온몸이 떨려온다. 부드럽게 피부를 감싸던 바닷물이 이제는 너무 빠르게 흐른다. 오른손의 끝자락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그는 뒤돌아보았다. 그 자리에는 두 귀를 꼭 막은채 벌벌 떨고 있는 친구가 있었다. 그 눈에는 오로지 두려움과 무서움만이 가득 담겨있었다. 어찌해야할 지 전혀 모르겠다는 눈빛이었다.

'니포—'

줄곧 조용했던 바위 너머로, 기계관절이 움직일 때 나는 특유의 증오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거대한 체구 하나가 우리를 향해 헤엄쳐오고 있었다. 꽤 먼 거리였지만, 그는, 무거운 헬멧 너머로 이를 훤히 드러내보이고 웃는 인간의 얼굴이 내비치는 것을 보았다.

기계음은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코끝에는 누군가의 피비린내가 머문다.

무력감이 온 몸을 휩쓴다.

그는 친구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는다. 울음이 잔뜩 섞인 소리. 그대로 두었다가는 바닷물과 함께 떠밀려 심해 끝자락에 가라앉을 것만 같은 그 소리를 들었다.

'—살려주세요.'

그는 눈을 질끈 감고 떴다. 온몸에 힘을 잔뜩 실어서, 반대 방향으로 친구를 힘껏 밀쳤다. 도망치라고 소리치면서,

이를 앙다물면서, 그는 눈앞의 인간을 향해 있는 힘껏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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